나는 그렇게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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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문가비
작품등록일 :
2024.07.19 09:49
최근연재일 :
2024.08.3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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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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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긴 했다. 김주성을.

DUMMY

“뭐? 악령의 모습? 아.. 잠깐만.. 말이 안 나오네.. 어떤 모습을 보여준 거지?”


“아마도 사람이었을 때 모습이지 않을까 싶어. 아니면 귀신의 모습일 수도 있긴 해.”


​연서는 추가로 카드를 뽑았다.


​[Ace of Cups, The Tower, Knight of Pentacles]

[에이스 컵스. 16번 타워 카드, 나이트 펜타클]


​엄마는 희망과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그까짓 거울로 뭘 어쩌려고. 설마 아닐 거야. 이런 희망을 가지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러나 손거울을 통해 보여진 것은 그 희망을 철저하고 처절하게 무너트렸다.


설마 하는 생각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 기대마저도 와르르 무너지게 만든 타워 카드. 곧 악령의 모습일 것이고 이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그 방법 외에는 다른 선택지도 없을 인생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나도 손거울을 보게 하고 싶은 건가? 자신을 보여주고 싶다? 이 화경의 진짜 숨은 목적은 나이지 않을까. 그러나 보고 싶지 않다.



내가 뭐 하러 봐 니년 면상을.


​“으아~! 과부하다~ 머리를 좀 쉬게 해야겠어! 도윤아 우리 아이스크림 사러 가지 않을래?”


“오. 좋지~ 아이스크림 지금 우리한테 필요해. 하하. 마실 다녀오자.”


​그래. 이따가 다시 생각해 보자. 그나저나 그 아이 이름은..지.. 뭐였지? 아. 너무 궁금해지지만 일단정지.

​아이스크림으로 수혈을 하면 집 나간 기억력이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



*******



그 이후로 연서와 도윤은 다른 단서들을 찾고 모아서 정리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시간은 매몰차게 자신의 의무를 다하며 흘러가고 있다. 


악령은 꾀를 부리는지 보여주는 화경들에서 더 이상 특이점을 찾지 못했다. 그래도 계약을 이행하고 있기 때문에 다그친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다.


​연서가 보이고 느끼는 것들과 도윤이 보는 것들, 그리고 두 사람의 꿈까지 끊임없이 맞춰보며 며칠이 흘렀다.


​나머지 가족들은 어머니가 구미에서 돌아온 이후부터 계속 기도에 들어가셨다. 하루 종일 밤낮없이 결계에 들어갈 그때까지를 목표로 기도에 집중하시고 있다. 아마 가족들마다 기도하면서 받은 표적이나 느낌들이 있을 것이다. 


​결계에 들어갈 때가 되면 그때 모든 것이 밝혀지지 않을까.



*******



강 실장은 이 원장님의 소식을 기대하고 있었다. 선후배 모임이 있었다고 한 지 벌써 이틀이 지났는데 아무 말도 없는걸 보면 잊고 있는 것일까? 어떻게 물어봐야 할지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였다.


​“강 실장님 잠깐 이것 좀 봐주세요.”

갑자기 이 원장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일에 문제 될 만한 게 없는데.. 뭘 봐달라는 거지.. 당황한 강 실장의 표정을 보고 이 원장은 살짝 ‘저쪽으로’라는 사인을 보내듯 고개를 옆으로 까딱했다.



“아! 네네.”


드디어 김주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려는 모양이다. 이게 뭐라고 긴장이 되는지.. 강 실장은 첩보 영화를 찍듯 주변을 살피며 탕비실로 들어갔다. 이 원장은 누가 올세라 바로 본론을 얘기해 줬다.


​“그저께 그 선후배 모임에서 그 사람 좀 물어봤어요. 친하거나 그런 라인은 없었는데 후배 중에 한 명이 김주성이라는 사람에 관해서 들어본 적이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요? 뭐라고 하시나요?”



김주성은 이 원장과 같은 스카이 의대 출신이라고 한다. 한때 유명했고 잘 나갔던 사람이라 선배들 사이에서는 종종 소문이 돌곤 했었다고.


​선배들 말로는 김주성의 와이프가 상당한 재벌이어서 성형외과를 차려줬다는 소문과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사람이 갑자기 불미스러운 일로 수감되었다는 것 정도로 알고 있었다. 출소 후에는 숨겨둔 재산을 가지고 필리핀으로 갔다는 얘기까지만 들었다고 한다.


​강 실장은 바로 송민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



송민진은 수녀님에게 뭔가 도움이 될만한 게 있을지 계속 휴대폰만 보고 있었다. 그때 메시지가 왔다. 강 실장이었다.


​“오~ 강 실장님!”



아쉽게도 김주성의 소문을 들은 원장님의 후배가 있기는 했지만 직접 알지 못한다는 것과 출소 후 필리핀으로 떠났다는 내용까지다. ​필리핀 이후의 소식은 전혀 모른다고 한다.


뭔가 더 핵심적인 걸 잡기를 기대했던 송민진은 실망했다. 강 실장에 대한 실망이 아니라 원하는 소식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대한 실망이었다.



그래도 이 정도가 어딘가. 어렵게 알아봐 주신 강 실장님께는 감사의 메시지를 보냈다. 다음에 맛있는 거 사드려야지. 


​그건 그렇고.. 김주성이 필리핀에 갔다니.. 일단 수녀님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 김주성에 대해 알아본 내용을 메시지로 보냈다. 



***



‘띠링’

수녀님이다.



⌜고마워 민진아. 찾기 힘들었을 텐데.. 알아보느라 고생했겠다.. 내가 나중에 고기를 쏘겠어! 너무너무 고마워~ 싸랑해~ ⌟


​인간적으로 이런 부탁이 강 실장한테는 민폐일 수 있다. 하지만 수녀님이 아니, 지윤이가 이런 부탁을 할 아이가 아니라서 중요한 일인 것 같았다. 그래서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도와주고 싶다.



이지윤은 송민진이 가장 어려웠던 시기에 늘 따뜻하게 손을 잡아주었던 친구다. 괴롭고 죽고 싶을 때마다 손을 놓지 않고 민진이 충동적인 선택을 하지 않게 날이 새도록 지켜주던 친구였다. 그래서 이런 거라도 도와줄 수 있다면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었다.


​“우리 수녀님 일이 잘 풀렸으면 좋겠다.. 고기도 먹을 겸.. 나미아미타불..”


​어릴 적 성당에 잘생긴 신부님이 계시다는 얘기를 얼빠인 이지윤에게 전했던 송민진은 불자다.



*******



‘띠링 띠링’

도윤의 휴대폰에 메시지 알림이 울린다. 1번 채팅방이다. 수녀님이 친구를 통해 김주성에 대해 알아본 것을 올렸다. 



‘필리핀?’


연서와 도윤은 거실에 앉아서 계속 이것저것 생각을 해보는 중이었다. 휴대폰의 메시지를 본 도윤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연서야. 이거 1번 방에 수녀님이 올리신 건데 복사해서 보내줄게. 한 번 읽어 봐.”



연서는 도윤이 보내 준 메시지를 확인했다.


​“필리핀? 뭐야. 튄 거야? 의사면허도 취소됐을 거고.. 나이도 좀 있을 테니 재기하기는 쉽지 않긴 하겠지만. 웬 필리핀이래? 후.. 김주성에 대한건 여기서 막히는 건가..”



휴대폰으로 계속 메시지를 주고받던 도윤이 연서의 말을 듣고선 대답했다.


​“아니. 아직은 포기하긴 이르네. 후훗. 목사님이 필리핀에 선교하시는 분들 많이 아셔서 그쪽에 물어보신다고 하시네. 으아~ 다행이다~ 그리고 그쪽 한인타운은 소식이 금방이잖아. 기다려보자.”



“오오~ 하긴 김주성 같은 사람이 갑자기 한인타운에 혼자 등장하면 쉽게 소문도 돌고 그럴 수는 있을 거 같아.”


​그래도 생산적인 뉴스에 연서는 기분이 약간 좋아졌다. 노트들의 글씨가 심란하기만 했었는데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흘렀다. 연서에게 다시 화경이 보인다.


***


또 엄마의 모습이다. 엄마는 혼자 있는 집에서 다짜고짜 화를 내고 있었다. 끊임없이 외치며 화를 내는 엄마는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며 따져 물었다. 아무도 없는 집안에서 그렇게 묻는다는 건 아마도 악령에게 하는 말이겠지.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는 것 같았다.



왜 약속을 안 지키냐, 네 말만 믿었는데, 어떡할 거냐, 약속한 세 달이 지났는데, 도대체 언제 약속을 지킬 거냐 등의 말들을 반복하고 있었다. 연서의 화경은 거기서 끝났다.


***


​그리고 노트에 그 장면을 적었다. 다 적고 나서 훑어보니 내용이 이상했다. 


​[왜 약속을 안 지키냐, 네 말만 믿었는데, 어떡할 거냐, 약속한 세 달이 지났는데, 도대체 언제 약속을 지킬 거냐]


이게 뭐지? 무슨 말이지? 돈이라도 빌렸나.. 세 달이라..



*******



“필리핀?”


도윤의 어머니는 놀란 눈으로 목사님께 되물었다. 


“웬 필리핀 이래요? 꽁쳐 놓은 돈이 있으면 한국에서도 살 수 있지 않나? 범죄자긴 하지만 사람들이 기억할 만한 사건도 아니었고.. 이렇게 마음먹고 찾아도 정보가 없었는데.. 거길 왜 갔데.. 하긴 돈 있으면 한국보다는 더 떵떵거리면서 살 수 있기도 하겠네.”



목사님은 어머니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치.. 그럴 수 있지. 아마 그런 생각으로 가지 않았을까요? 심리적으로 한국을 뜨고 싶었을 수도 있고. 만약에 그렇다면 그래도 어느 정도 누리고 살만한 곳으로 필리핀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을 거 같네요.”



목사님은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생과일주스를 한 모금 마시고 말을 이었다.


​“그래도 필리핀으로 갔다는 게 우리한테는 다행이네. 여보 그 배용재 선교사님 기억하지요? 그분 지금 필리핀에 계세요. 그리고 현지에 계신 목사님, 선교사님들도 몇 있으시고. 그분들한테 여쭤보면 뭔가 알 수 있을 것 같네.”



어머니는 목사님의 말에 마침 잘 됐다며 좋아하셨다. 필리핀으로 쫓아갈 수도 없는 마당에 하나님이 도우신다며 목사님께 어서 연락을 해보라고 재촉하셨다.


​목사님은 휴대폰의 전화번호를 훑어 보셨다. 그리고 메시지 앱도 함께 찾아보셨다. 다른 분들의 연락처도 좀 있는 편이었다. 누구에게 먼저 연락을 해볼까 하다가 우선 배용재 선교사님께 메시지를 보냈다.



⌜샬롬~ 선교사님~ 어떻게, 잘지내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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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렇게 태어났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9 아빠의 편지 (완결) 24.08.31 9 0 10쪽
58 소멸(消滅) 24.08.31 9 0 10쪽
57 지영아. 신지영. 24.08.31 8 0 9쪽
56 무너진 모래성 24.08.31 8 0 10쪽
55 우리 다시 만나요 꼭 24.08.31 10 0 11쪽
54 악신의 현현(顯現) 24.08.30 9 0 10쪽
53 벌전 (罰錢) 24.08.29 9 0 10쪽
52 거의 다 와간다 24.08.29 10 0 10쪽
51 안녕하세요 박 선생님 24.08.29 9 0 10쪽
50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24.08.29 9 0 12쪽
49 결계 3 24.08.28 9 0 10쪽
48 결계2 24.08.28 11 0 10쪽
47 결계 1 24.08.28 12 0 11쪽
46 세치 혀 24.08.27 11 0 11쪽
45 그래도 악은 악이다 24.08.26 10 0 10쪽
44 하얀 종이 한 장 24.08.26 11 0 10쪽
43 권자영 그리고 최원철 24.08.25 11 0 10쪽
42 화투 패를 손에 쥔 뱀 24.08.25 11 0 10쪽
41 씨가 다른 아이 24.08.24 14 0 9쪽
40 순이네 수퍼마켙 24.08.23 11 0 10쪽
39 박수무당의 이름 24.08.22 12 0 9쪽
38 또 다른 계약자. 나의 엄마. [Four of Cups] 24.08.22 12 0 10쪽
» 찾긴 했다. 김주성을. 24.08.21 15 0 10쪽
36 손거울의 비밀 [The Tower] 24.08.21 13 0 11쪽
35 김주성 찾기 24.08.20 12 0 9쪽
34 그 아이의 이름은 24.08.20 13 0 11쪽
33 아픈 새끼손가락 24.08.19 11 0 11쪽
32 실종 2 [Strength] 24.08.17 14 0 10쪽
31 실종 1 24.08.16 14 0 9쪽
30 천왕 대신 할머니 24.08.16 16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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