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렇게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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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문가비
작품등록일 :
2024.07.19 09:49
최근연재일 :
2024.08.3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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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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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DUMMY

도윤도 연서도 늦은 시간까지 잤다. 연서가 눈을 뜨니 벌써 12시가 넘었다.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거실로 나오니 그제야 도윤도 일어났는지 문을 열고 나왔다.


“와~ 어제 우리 피곤한데 라면까지 엄청 먹고 자서 얼굴들이 세상에 맙소사야. 푸하핫.”

연서는 탱탱 부은 자신의 얼굴과 도윤의 얼굴이 재미있었다. 


“아우~ 으아~ 그러네. 가라앉으려면 꽤 걸리겠어. 하하하”



그때 악령의 목소리가 들렸다. 평소와 다르다. 상당히 날카롭고 분노가 가득하다. 단순히 욱해서 내는 화가 아니었다. 살기가 온몸에 서릿발이 돋게 했다.


<흐아······ 니 X이.. 기어코 나를 건드리는구나. 내가 어제부터 하는 말 못 들었어? 개XㅆX아. 못 들었냐고.>


어조에.. 고저가 없다. 처음이다. 연서는 도윤에게 잠깐 신호를 보냈다. 악령과 대화를 한다는 신호.


“무슨 말?”


<이 주리를 틀어서 갈기갈기 찢어버려도 시원찮을 X······ 니깟X을 좀 봐주고 있었더니 이젠 우습나 보군.. 사지를 찢어XX버려도 모자를 판이야 지금.>


악령의 독기가 모공 하나하나까지도 스며드는 차갑고 음산한 느낌에 소름이 돋았다.


“무슨 말을 했냐고.”


<모르는 척 하는 거냐, 못 들은 거냐. 계속 가봐 어디. 그 끝에 뭐가 있는지 넌 확인도 못하고 심장부터 찢길 테니.>


“자느라 못 들었으니까. 다시 말해. 무슨 말을 했는데!”


<꺼져. 이 씨X X같은 X아. 니 년X하고 이제 농담 따먹기 같은 짓거리할 일 없으니까. 뒤질 각오나 해. 개 같은 X아.>


연서는 더 이상 답을 하지 않았다. 이 악령이 늘 나를 공포로 몰아갔었지만. 자신 스스로가 악한 살기를 나에게 뿜으며 공격하는 일은 없었다. 


겁을 주거나 무서운 상황을 만들거나. 그런 식으로 나를 갖고 놀았던 악령이다. 그런데 오늘은 다르다. 진짜 악을 각성한 느낌이다.


연서는 도윤에게 다 말할 순 없었다. 그저 한 마디만 던졌다.


“도윤아. 마지막까지. 조심하자. 위험해.”


그리고 소리를 내지 않고 입만 벙긋거리며 말을 전했다.


‘우리 꼭 같이 붙어있어야 해.’


도윤은 고개를 한 번만 끄덕였다. 

‘악령이 발악을 하는가 보군. 그것이야말로 점점 끝에 가까워졌다는 의미겠지. 게다가 우리가 틀리지 않다는 의미고.’


“자 다시 집중하자~”

연서가 웃으며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둘은 잠시 거실에서 쉬면서 일정을 짰다. 먼저 고성을 가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 고성에 무언가 얽혀있는 관계들이 있는 것 같았다.


“연서야. 그러면 일단 엄마가 알려주신 그 식당. 거기로 가자. 지금으로써는 정확한 게 그것뿐이니까. 그리고 김유범은 찾기 어렵지는 않을 거 같아.”


“그렇지. 무료 의료 봉사를 몇 년을 하면서 머무르는 의사가 많지는 않을 테니까..”


도윤은 생각해 두었던 말을 꺼냈다. 


“그전에 갈 데가 하나 더 있는데.. 이건 내 생각이야 연서 네가 불편하다면 하지 않아도 돼.”


“응? 뭔데?”


한때 몇 년을 친할머니께서 고성에서 머무르셨다. 그때 머무셨던 작은 마을. 순이네 수퍼마켙이 있는 마을에 살고 계셨던 한 선생님이 있다. 심리학 전공이신 박선생님이 계신다. 사실 교수님이셨지만 사람들 사이의 정치라던가 앞뒤가 다른 현실에 모든 걸 접고 고성에 오셔서 귀촌을 하신 분이셨다. 


그때가 벌써 15년은 되었을 것이다. 연락처는 모르지만 만약 박 선생님을 찾을 수 있다면 연서가 모르는 다른 조각들을 최면을 통해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 선생님을 만나보는 건 어떨까 해서.. 네가 기억하지 못하는 악령과의 대화나 상황들이 있으니 최면을 통해서 마지막으로 알아보면 어떨까..?”


악령이 듣고 있겠지.


그것을 뒤집어 끌어낸다는 것은 연서에게 힘든 일 일수 있다. 게다가 악령이 그 순간에 어떻게 나올지 그것도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도윤이 이렇게 권유할 수 있는 이유는 팔찌가 있어서다.


최면 중 악령을 막아줄 유일한 도구. 이 팔찌가 있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믈론 연서의 의견을 먼저 따를 것이다.


도윤의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 보던 연서는 도윤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좋아. 나도 좋은 거 같아. 우리에게는 할머니들이 있잖아.”


팔찌를 차고 있는 왼손을 가볍게 흔들며 웃는 연서의 모습이 도윤은 고마웠다. 두 사람 모두 서로를 진심으로 믿고 의지할 때 이 팔찌의 힘이 더 강해진다는 것을 이미 체득했다.


그렇다면 목적지는 일단 고성이다. 오래된 기억이라 박선생님의 연락처는 없지만 그 마을로 가면 분명 생각이 날 것이다.



“연서야 그러면 우리 씻고 고성을 출발하자. 며칠 걸릴 테니까 갈아입을 옷이랑 세면도구.. 그리고 필요한 노트나 펜 이런 것도 챙기고. 산에 가야하니 등산화도 챙기고.. 손전등 차에 있으니 배터리만 챙기면 되고.. 챙길게 많네.”


“그래. 가자~! 고성으로오~~!”


둘은 서둘러 준비했다. 씻고 이것저것 챙기고 나니 벌써 늦은 오후다. 숙소를 잡을 수 있을지 몰라서 내일 출발해야 하나 고민을 했지만 정 안되면 차에서 자기로 했다.


그렇게 둘은 다시 마지막 길을 떠났다.



*******



1번 채팅 방의 메시지가 울린다. 목사님과 어머니는 채팅을 읽고 무사히 잘 다녀오기를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채팅의 내용 중에는 도윤이 강조한 것이 있다.


⌜지금부터는 꼭 할머니들의 보호가 필요해요. 최면 상담하시던 박선생님도 찾아보려구요. 최면 시에 악령이 난리 나면 안 되니까.. 정말 간절합니다. 오며 가며 모두 지켜주시길 기도 부탁드려요.⌟



채팅을 보신 목사님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셨다.


“여보~ 우리가 가장 잘하는 것. 누군가를 위해 전심으로 기도하는 것이죠. 중보 기도의 힘은 정말 놀랍습니다. 지금까지 안전하게 아이들이 가는 길을 도와주시는 하나님께 참으로 감사하는 마음뿐이네요.”



“네~ 우리의 힘이 되기도 하죠~ 그 어떤 순간에도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처럼 멀리서 배용재 선교사님도 아마 저희를 위해 계속 기도하실 거예요.”



두 분은 커피를 드시며 잠시 담소를 나누신 후 다시 기도에 들어가셨다.


***


채팅을 본 유정 스님도 수녀님도 같은 마음이셨다. 각자 섬기는 신이 달라도 사람을 구하고 선을 추구하는 아름다운 마음. 이제 모두는 도윤과 연서에게 멀리서 힘을 보탤 일만 남았다.


수녀님은 낮고 작은 혼잣말을 했다.

“연서야 모두가 너를 응원해. 너를 믿어. 하늘이 널 지켜주실거야.”


***


유정 스님은 하늘을 보며 특유의 인자한 미소가 새어 나왔다. 도윤은 유정 스님보다 6살이 어렸다. 그래서 지금도 도윤을 보면 유정 스님은 마냥 아이같아 보이는 사랑하는 막냇동생이다. 


‘이제 우리 도윤이도 성장하겠구나.. 연서를 통해 점점 어른이 되어가는군.’



가족들의 그런 마음이 도윤과 연서에게 큰 힘이 되어 주게 될 것이다. 둘은 서울을 벗어나며 기분 좋은 드라이브로 생각하자는 다짐을 했다.


“어머니도 그러셨어! 어차피 가는 거 즐겁게 가고 가서는 심각해질 테니. 미리 걱정하지 말고 현재를 즐기라는 것이지~! 역시 우리 엄니 최고야~!”


“그렇지. 이왕 가는 거 도착하면 심란할 텐데 미리 걱정 끌어오지 말자. 하하하.”


연서와 엄마의 성격이 비슷한 거 같다. 왜 겹쳐 보이지.. 아. 누나도 좀 섞인 듯..


연서는 즐겁게 음악을 틀었다. 우리가 어릴 때 활동하던 가수들의 노래를 틀으며 연서와 도윤은 한참을 따라 불렀다.


그리고 휴게소에 들러 빈속을 채우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샀다. 날씨가 두 사람에게 화창한 행복을 선사하고 있었다.


또 그렇게 두 시간여를 달려 해가 진 어두운 밤에 드디어 고성에 접어들었다. 늦은 시간에 도착해서 머물만한 곳이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래도 추운 날씨는 아니니 차에서 잘 수 있기도 하다. 천천히 운전을 하며 살피니 어두운 밤에 닫혀있는 순이네 수퍼마켙을 찾았다. 여기다!


“순이네 수퍼마켙! 맞다 도윤아.”


“응. 맞게 왔다. 네이비 지도를 보니까 마산은 좀 더 가야 하고. 일단 이쪽 부근에 박선생님이 사셨었어. 지금도 계실지는 모르겠지만.” 


어둡고 불 켜진 곳도 없다. 차를 세워두고 혹시 몰라 근처 해변 쪽에 숙소가 있는지 검색을 했다. 


연서가 조용히 말했다.


“우리 말이야.. 이런 거 보면..”

“으응?”

“둘 다.. 계획성 없다. 푸하하하하”

“그치. 하하. 이런 게 재미지 뭐. 하하하.”


도윤이 찾은 숙소에 전화를 하니 다행히 방이 있다고 한다. 그쪽으로 이동했다. 오래된 여관방이라도 있으려나 했었는데 다행히 해수욕장 쪽은 놀러 오는 사람이 많아서 숙소에 여유가 있었다. 투 베드로 된 방으로 체크인을 했다.


“오와~ 바다 봐..”

“바다? 보여? 어두워서 잘 안 보이는데?”

“아 그냥. 바다가 있구나 해서 하는 말이지. 크크크. 보일 리가 있겠어? 하하핫.”


저녁으로 배달이 가능한 메뉴를 주문했다. 치킨. 언제 어디서 먹어도 맛있는 치킨. 


치킨이 오는 사이에 둘은 씻고 나왔다. 


“도윤아 진짜 여행 온 거 같아. 내가 미친 걸까? 현실도피를 하는 중인 건가?”


“아냐~ 나도 이렇게 바다에 온 게 오랜만이라서 괜히 설레고 그러네. 그럴 수 있지. 현실도피라기엔 자고 일어나면 도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후후. 그냥 지금을 즐기자 연서야.”


그래. 그러자.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


마침 도착한 치킨을 먹고 가벼운 수다도 하다 보니 늦은 시간이었다. 


“내일은 순이네 수퍼마켙 쪽으로 먼저 가서 박선생님을 찾자. 그렇게 물어물어 찾아보고. 그래도 못 찾는다면 어쩔 수 없고. 찾게 되면 선생님과 상담해 보자. 그다음은 마산 아래의 그 식당으로 가보자. 그다음은 당연히 김유범이고.”


연서는 도윤의 손을 잡고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래 그러자. 푹 자고 내일부터 달리자. 도윤아. 운전하느라 고생했어~ 갈 때는 내가 운전할.”


“읍”


도윤은 제 손을 어루만지던 연서의 팔을 잡아당겨 자신의 무릎 위에 앉혔다. 그리고 바로 입술을 포겠다. 부드러운 연서의 입술이 도윤의 입술에 닿자 그간 참아왔던 본능이 솟구쳐 올라서 주체할 수 없었다.


연서는 갑작스러운 도윤의 키스에 놀랐지만 자연스레 도윤의 목에 손을 감고 도윤의 리드에 따라 움직였다.


감미로운 입술, 뜨거운 숨소리, 누구의 소리인지도 모를 심장소리가 잠시 방안을 가득 메웠다. 그리고 천천히 숨을 내쉬며 입술을 떼었다.


연서는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라 귀까지 빨개졌다. 도윤도 그랬다. 도윤은 연서의 얼굴을 바라보며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말했다.


“사랑해 연서야.. 이미 오래전부터 그랬어.”


도윤의 낯간지러운 고백에 연서는 더 얼굴이 붉어졌다.


“나도 그래.. 아마도.. 처음 봤을 때부터 그랬던 것 같아. 사랑해 이도윤.”


연애라고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연서가 다시 적극적으로 도윤의 입술을 훔쳤다.


주체할 수없이 나대는 도윤의 심장이 본능적인 경고를 하고 있었다.


“더 이상은 안돼. 나 못 참아. 지금도 겨우 참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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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렇게 태어났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9 아빠의 편지 (완결) 24.08.31 10 0 10쪽
58 소멸(消滅) 24.08.31 9 0 10쪽
57 지영아. 신지영. 24.08.31 9 0 9쪽
56 무너진 모래성 24.08.31 8 0 10쪽
55 우리 다시 만나요 꼭 24.08.31 10 0 11쪽
54 악신의 현현(顯現) 24.08.30 10 0 10쪽
53 벌전 (罰錢) 24.08.29 10 0 10쪽
52 거의 다 와간다 24.08.29 11 0 10쪽
51 안녕하세요 박 선생님 24.08.29 10 0 10쪽
»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24.08.29 10 0 12쪽
49 결계 3 24.08.28 10 0 10쪽
48 결계2 24.08.28 12 0 10쪽
47 결계 1 24.08.28 12 0 11쪽
46 세치 혀 24.08.27 12 0 11쪽
45 그래도 악은 악이다 24.08.26 10 0 10쪽
44 하얀 종이 한 장 24.08.26 12 0 10쪽
43 권자영 그리고 최원철 24.08.25 11 0 10쪽
42 화투 패를 손에 쥔 뱀 24.08.25 12 0 10쪽
41 씨가 다른 아이 24.08.24 14 0 9쪽
40 순이네 수퍼마켙 24.08.23 12 0 10쪽
39 박수무당의 이름 24.08.22 13 0 9쪽
38 또 다른 계약자. 나의 엄마. [Four of Cups] 24.08.22 12 0 10쪽
37 찾긴 했다. 김주성을. 24.08.21 15 0 10쪽
36 손거울의 비밀 [The Tower] 24.08.21 13 0 11쪽
35 김주성 찾기 24.08.20 13 0 9쪽
34 그 아이의 이름은 24.08.20 13 0 11쪽
33 아픈 새끼손가락 24.08.19 11 0 11쪽
32 실종 2 [Strength] 24.08.17 15 0 10쪽
31 실종 1 24.08.16 14 0 9쪽
30 천왕 대신 할머니 24.08.16 17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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