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렇게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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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문가비
작품등록일 :
2024.07.19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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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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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5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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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투 패를 손에 쥔 뱀

DUMMY

강 실장은 퇴근 후 이 원장님의 연락만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중으로 메시지를 주신다고 했으니 조금 더 기다려 보자 하던 때였다. 메시지 알림이 울린 건.


⌜이 원장입니다. 후배한테 물어봤는데 내일 다시 연락 주겠다고 하네요. 후배도 좀 더 주변에 알아봐야 하나 봐요. 내일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당장 결과가 나온 건 아니지만 이 원장님이 신경을 써주시니 감사했다. 


⌜감사합니다 원장님~^^ 일단 송민진님께 그렇게 전달해 놓겠습니다.⌟


그리고 바로 송민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



연서는 이제 조금씩 뭔가 그림이 그려지는 것 같았다. 처음을 돌이켜 생각해 보면 우리의 결승점까지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고 느낀다. 


자비 없이 흘러가던 시간이 원망스러웠던 시기는 지났다. 이제는 모든 걸 끌어모으고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



늦은 저녁을 먹고 잠들기 전. 도윤은 연서와 대화를 나눴다.


“유정 스님이 날짜를 말씀해 주셨어. 생각보다 좀 타이트해. 그래서 내일은 스님이 필요하다고 하셨던 물품들 구매해야 해.”


연서는 이 말의 뜻이 무엇인지 알기에 온몸에 찌릿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그럼 내일 바로 출발하는 거야?”


“내일 바로는 아니고. 스님이 또 연락 주신다고 하셨어. 내일모레나 늦으면 글피쯤 출발할 거 같아. 중간에서 만나자고 하셨는데 그냥 내가 물품 구비해서 그쪽으로 가는 게 이동하기에 낫겠더라구.”



그렇구나.. 드디어.. 결계가 완성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에 연서는 잠시 멍해졌다. 


도윤은 연서를 혼자 집에 있게 하기에는 걱정스러웠다. 그래서 도윤의 부모님댁에 있기를 권했다. 목사님도 어머니도 동의하신 일이다.


“아.. 너무 감사하다 정말.. 항상 걱정만 시켜드리네.. 그런데 도윤아.. 아무래도 나는 여기에 있어야 할거 같아. 화경이나 꿈도 혼자 해석도 해보고 또 악령과 대화를 하는 상황도 있고 해서..”


연서는 부모님이 계실 때 악령에게 욕할 수도 없고. 언제 보일지 모르는 화경에 집중하기도 어려울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막바지를 향해 모두 함께 돕는 이 시점에서 연서의 역할도 중요하므로. 연서는 혼자 있는 것이 나을 것이라 판단했다.


“아.. 그러네.. 네가 욕하는 모습을 아직 못 보셔서.. 하핫. 농담이고. 연서 네 말이 맞겠다. 자유롭게 집중하기 어려울 테니까.”



이렇게 말한 도윤은 연서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 고민했다. 하지만 특별히 빙의가 된다거나 하지 않는 이상 위험할 일은 없을 것이다.


천왕 할머니 댁에서 있었던 일은 이미 예지몽을 꿨던 일이었다. 게다가 그 산은 수많은 영가와 에너지가 모인 곳이었다.


집에서는 별일 없겠지 하는 마음과 팔찌가 지켜주리라는 희망을 갖고 연서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


***


잠들기 전 도윤은 연서에게 다가가 꼭 안아주었다.


“우리 연서.. 오늘도 너무 고생했어.. 조금만 더 힘내자..”


오늘도 고생했노라며 나를 위로하는 그 품에서 그렇게 그냥 멈춰있고 싶었다. 하지만 도윤의 마음을 위해서 또 나를 도와주시는 모든 분들을 위해서. 나는 포기하면 안 된다. 마지막 힘을 짜내서라도 조금만 더 달리자. 



*******



침대에 누워 이것저것 생각을 하다가 언제인지도 모르게 연서는 어딘가로 와있었다.


***


오래된 낡은 주택의 반지하에는 서너 명씩 무리를 지어 앉아 있었다. 총 3팀이다. 대부분이 남자였고 개중에는 여자도 있었다. 그 무리들이 하고 있는 것은 화투였다.


지난번 보았던 그 한 장의 컷. 그 컷의 배경이 바로 여기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초록색 담요 같은 것이 깔려 있고 화투 패들이 있다. 


지난 그 화경 속에서는 나는 어떤 남자의 시선으로 화투판을 보았다. 맞은편에는 한 여자가 있었고 양쪽에는 남자 둘이 양반다리를 하고 있었다.


그 배치에 맞는 사람이 있을지. 그때 보였던 옷의 컬러 등을 떠올리며 둘러봤다.


있었다. 틀림없다. 다른 여자는 화투 치는 남자들 사이에서 구경만 했다.


화투를 직접 치고 있는 여자가 있는 팀은 딱 한 팀뿐이었다. 그 여자의 맞은편에 앉은 남자가 내 화경에 나왔던 사람일 것이다.



그 남자는 눈썹이 진하고 눈매는 쫙 찢어졌다. 간사해 보이는 눈매와 얇은 입술이 딱 뱀과 같은 느낌이다. 


사람들은 돈을 꺼내 각자 옆에 두고 있었고 누군가에게는 더 많은 돈뭉치들이 있기도 했다. 


그들 사이에서 눈에 띄는 여자가 있다. 권자영이다. 


아마도 권자영이 운영하는 도박장인 것으로 보인다.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도박에서 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빌려주는 것 같았다.


한 남자가 권자영에게 무언가를 말했다. 그리고 권자영은 작은 수첩에 메모를 하고 그에게 돈을 건네주었다.


뱀의 그 남자는 권자영과 꽤 친분이 있어 보였다. 그 남자도 권자영에게 돈을 빌렸다. 권자영과 친분이 있어 보이는 남자라..


그런데 친분이 있어 보임에도 어째선지 권자영은 남자를 탐탁지 않게 대했다.


그러곤 돈을 빌려 다시 도박을 하는 그 남자를 한심하게 쳐다본다. 판을 벌리고 돈까지 빌려주면서 남자를 하찮게 보는 권자영의 모습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렇게 도박판을 보고 있다가 그 뱀 같은 남자가 권자영에게 또 한 번 돈을 빌리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꿈은 끝났다.



*******


   

천왕 할머니는 여기저기 전화를 해놓은 상태이다. 희숙을 통해 들은 바로는 큰 한옥집에 살 정도의 집안이었다고 했다. 그 정도로 크고 부자인 세습무 집안이라면 살던 지역에서 모를 리 없다.


그 집안이 어느 지역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전국에 흩어진 무당들에게 물어보면 분명 뭔가 소식이 있을 것이다. 


‘아이고.. 끝이 와가나 보네.. 연서야.. 조금만 더 기운 내라..’




*******



목사님은 필리핀에서 언제 연락이 올지 기다리고 있었다. 하루하루 시간이 가다 보니 평소에는 여유롭던 목사님도 조금은 마음이 급해진다.


***


마침내 기다리던 소식이 왔다. 배용재 선교사님이 수소문 끝에 김주성의 소식을 알아냈다고 한다.


⌜목사님~ 안녕하세요~ 지난번 알아봐 달라셨던 김주성이란 사람에 대해 확인이 된 부분이 있습니다.⌟


⌜아이고 선교사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어떤 소식인가요?⌟


⌜그게.. 그 사람이 필리핀에서 눈에 띈지는 6개월은 넘은 것 같다고 하네요. 저택 같은 고급 주택에서 살면서 사설 경비원들까지 집 주변에 항상 있다고 합니다.⌟

        

목사님은 굳이 김주성이 그렇게까지 하면서 사는 게 이상했다. 고급 저택에 사는 한국인이니 안전을 위해서 사설 경비원을 고용할 수도 있기에 일단 더 들어보자 싶었다.


사설 경비원이 주변을 계속 감시하는 것이 이상해서 선교사님께서 좀 더 알아보신 바로는 이렇다.


현재 김주성은 마X 공급 중간책을 맡고 있어 보이며 확실하지는 않지만 종종 현지 여성들이 우르르 그곳으로 들어가서 마X 파티를 즐기는 것 같다는 말도 전했다.


결국 촘촘한 경계로 인해 접근은 어렵다. 게다가 마X을 하는 사람이니 더 위험해서 일반인은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


한국에서 그리 큰 성형외과를 운영하던 의사가 필리핀까지 가서 한다는 게 고작 마X 유통이라······.


돈만 생각하는 사람이니 이해가 가기도 했다. 배용재 선교사님이 추가로 더 알려주신 내용은 그가 혼자라는 것이다.


가족 없이 혼자 지낸다고. 그렇다면 권자영과 김유범은 도대체 어디로 숨은 것일까..



*******



연서는 생각보다 일찍 일어났다. 꿈을 꾸다 보니 잠을 좀 설치기도 했고 결계를 생각하니 조금 더 긴장이 돼서 일찍 일어났다.


조용히 어제의 꿈을 생각하며 커피를 내렸다. 도윤과 간단하게 먹을 빵도 준비했다. 앞으로 이틀 안에는 도윤이 결계로 출발한다.


그때를 대비해 어제 꾼 꿈까지 정리해 둬야 한다. 모두가 이해하기 쉽도록 지금까지 알아낸 것들을 잘 정리해야겠다 생각하던 차에 도윤이 일어났다.


“잘 잤어?”

연서는 도윤의 컨디션이 염려되어 물었다.


“응. 어제는 꿈도 안 꿨어. 잘 잔 거 같아. 너는 어때? 잘 잤어?”


“나는 어제 꿈을 꿨어. 권자영이 나온는 꿈. 일단 토스트 먹고~ 얘기해 줄게~”


둘은 가볍게 식사를 마치고 어제의 꿈에 관한 얘기를 시작했다.


***


“그때 봤던 화투하는 장면 기억하지?”


“응 기억하지. 섰다 하던 거기.”


“응응. 그 장면이 나왔어. 그리고 권자영도 나왔고. 권자영이 운영하는 작은 도박판 같아. 돈이 부족한 사람들한테 현금도 융통해 주더라고···그리고..”


연서는 도박장의 풍경과 권자영의 이야기와 함께 뱀 같은 남자의 이야기도 했다.


그 남자의 얘기를 듣던 도윤은 연서에게 되물었다.


“혹시 그 남자. 체구가 별로 크지 않고. 눈썹이 진하고, 눈이 째졌다고 해야 하나? 세로로는 작은데 가로로 찢어진 눈매. 그리고 얇은 입술. 인상착의가 이걸로 설명이 되려나..”


맞다. 딱 그렇게 생겼다. 그래서 연서도 뱀 같은 남자라고 말한 것이다. 이미지가 딱 그래서. 


“박수무당 최원철. 그 사람이 그렇게 생겼어.”


도윤은 다시 재주 없는 그림을 그렸다. 

“대충 이렇게 생긴 남자. 맞아?”

“어. 되게 못 그렸 는데 특징은 살아있네. 맞아 이 남자.”


박수무당이 맞다. 그렇다면 박수무당은 권자영이 운영하는 도박판에서 권자영에게 돈을 빌려서까지 도박을 한 것이다.


이 박수무당 자식은 어디까지 타락하려나.. 어쩌면 타락의 끝판왕들 중에 진짜 보스는 권자영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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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렇게 태어났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9 아빠의 편지 (완결) 24.08.31 9 0 10쪽
58 소멸(消滅) 24.08.31 9 0 10쪽
57 지영아. 신지영. 24.08.31 8 0 9쪽
56 무너진 모래성 24.08.31 8 0 10쪽
55 우리 다시 만나요 꼭 24.08.31 10 0 11쪽
54 악신의 현현(顯現) 24.08.30 10 0 10쪽
53 벌전 (罰錢) 24.08.29 9 0 10쪽
52 거의 다 와간다 24.08.29 11 0 10쪽
51 안녕하세요 박 선생님 24.08.29 9 0 10쪽
50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24.08.29 9 0 12쪽
49 결계 3 24.08.28 9 0 10쪽
48 결계2 24.08.28 11 0 10쪽
47 결계 1 24.08.28 12 0 11쪽
46 세치 혀 24.08.27 12 0 11쪽
45 그래도 악은 악이다 24.08.26 10 0 10쪽
44 하얀 종이 한 장 24.08.26 11 0 10쪽
43 권자영 그리고 최원철 24.08.25 11 0 10쪽
» 화투 패를 손에 쥔 뱀 24.08.25 11 0 10쪽
41 씨가 다른 아이 24.08.24 14 0 9쪽
40 순이네 수퍼마켙 24.08.23 11 0 10쪽
39 박수무당의 이름 24.08.22 12 0 9쪽
38 또 다른 계약자. 나의 엄마. [Four of Cups] 24.08.22 12 0 10쪽
37 찾긴 했다. 김주성을. 24.08.21 15 0 10쪽
36 손거울의 비밀 [The Tower] 24.08.21 13 0 11쪽
35 김주성 찾기 24.08.20 12 0 9쪽
34 그 아이의 이름은 24.08.20 13 0 11쪽
33 아픈 새끼손가락 24.08.19 11 0 11쪽
32 실종 2 [Strength] 24.08.17 14 0 10쪽
31 실종 1 24.08.16 14 0 9쪽
30 천왕 대신 할머니 24.08.16 16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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