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렇게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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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문가비
작품등록일 :
2024.07.19 09:49
최근연재일 :
2024.08.3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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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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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박 선생님

DUMMY

도윤의 말을 들은 연서는 퍼뜩 일어났다.


“자자. 어서 자자.”

그러고는 눈을 감았다. 


도윤은 연서의 태도에 헛웃음이 나왔다. 언제 그랬냐는 듯 누워 있는 모습에 귀엽기도 하고 재밌기도 했다.


불을 다 끈 도윤이 침대에 누워 조용히 마음을 비우며 잠들 준비를 한다.



*******



커튼을 열어 놓고 잤더니 이른 아침부터 해가 쨍했다. 맞춰 놨던 알람이 울렸다. 8시. 오늘이 진짜 시작이다.


둘은 서둘러 채비를 하고 차에 올랐다. 순이네 수퍼마켙이 첫 목적지다. 거기에서 박 선생님을 수소문해야 한다.


숙소 근처에서 산 커피를 마시며 긴장된 마음으로 출발했다. 아름다운 곳이었다. 자연이 그대로 느껴지고 공기도 좋은 곳. 고성은 이런 곳이었구나.. 


순이네 수퍼마켙에 도착한 둘은 차에서 내려 수퍼 쪽으로 갔다. 문이 잠겨 있지는 않았지만 사람은 없는듯했다. 처음 와보는 시골의 수퍼라 연서는 많이 낯설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수퍼가 아닌 나무로 만든 선반들이 있고 띄엄띄엄 물건이 있었다. 빈 공간이 더 많고 판매대에 올려놓은 물건은 적었다.


“계세요~” 

도윤은 안쪽의 작은방을 향해 말했다. 


아무도 안 계시나..?


도윤은 다시 한번 큰 소리로 불렀다.


“사장님 계시나요~!”


그제야 연세가 많으신 할머니 한 분이 고개를 내미셨다. 다행이다. 사람이 있었다.


도윤이 그 할머니께 몇 가지를 묻는 동안 연서는 작은 것이라도 살만한 게 있는지 살폈다. 음료수 몇 개를 고른 연서는 우선 할머니께 계산을 했다. 그러곤 음료수를 하나 따서 할머니께 드렸다.


도윤은 오래전 서울에서 오신 박 선생님을 아시는지 여쭸다. 집이 이 근처였던 거 같은데 연락처가 없어서 연락이 안 된다며..


할머니께서는 박 선생님을 알고 계셨다. 어르신들만 주로 거주하시는 이 동네에서 그래도 나이가 젊은 편에 속하시는 남자분이시다 보니 어르신들이 도움이 필요할 때 곧잘 도와주시고는 한다는 것이었다.



생각보다 박 선생님의 소식을 빨리 들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할머니는 박 선생님댁의 위치를 알려주셨다.



*******



“와. 박 선생님이라는 분은 여기에서 좋은 일을 많이 하시고 계시네.. ”


“그러게. 예전 기억에도 항상 차분하시고 따뜻했던 기억이 있어.”


도윤이 대략 기억하고 있는 집의 방향과 할머니께서 알려주신 방향이 일치했다. 도윤은 드문드문 주변을 살피며 어릴 적 기억을 회상하고 있었다.


천천히 걷던 도윤이 박 선생님의 집을 손으로 가리켰다.


“저기다.”


살짝 낮은 언덕 위에 자리한 시골집. 주변은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연서는 갑자기 더 긴장이 되었다. 도윤의 손을 꼭 잡고 집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박 선생님~ 박 선생님 계시나요~.”


도윤이 박 선생님을 부른 지 몇 초 후 어떤 남자분이 집에서 나오셨다. 


도윤과 연서는 박 선생님을 보자마자 먼저 인사를 드렸다.


“어? 누구신지..”


박 선생님은 조금 당황하신 것 같다. 모르는 사람이 찾아올만한 곳이 아니니 의아해하시는 눈빛이었다.


“아~ 선생님 저 기억하실지 모르겠어요. 예전에 이쪽에 사시던 만신 할머니 손자입니다. 이도윤이라고 합니다.”


박 선생님은 잠깐 회상을 해보시는 듯 보였다. 만신 할머니 손자.. 도윤.. 도윤이!


“아! 도윤이! 이제 기억이 나네! 야~ 도윤이 네가 이렇게 컸어! 전혀 못 알아보겠다~”


“와~ 선생님 기억하시는군요! 저는 저 기억 못 하시면 어쩌나 했어요. 하하하.”


“반갑다 반가워~ 그런데 여긴 어떻게 찾아온 거야?”


도윤은 뒤에 서있던 연서를 데리고 와 박 선생님께 소개했다. 그리고 속사정이 있어서 급하게 찾아왔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요약해서 전해드렸다.


“아.. 그래서 최면으로 뭔가 알아보려고 하는 거구나.. 흠.. 그렇지. 무의식 속에 감춰져 있는 기억들이 많이 있지.. 허나 문제는..”


박 선생님 말씀으로는 현재 관련 일을 하시지 않는 상태이셔서 함부로 최면 상담을 행하는 게 마음에 걸리신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아직도 심리학에 관한 공부와 온라인 활동은 하고 계신다고 한다. 다만 몇 년 전부터 임상을 하지 않으셨다는 것이다.


“그게 위험한 건가요?”


“가볍게 해보자라고 하기에는 연서씨의 상태가 일반인이랑 다르니 위험성이 아예 없다고 볼 수 없어.”


박 선생님은 연서를 보시며 아는 사람과 닮은 것 같다며 웃으셨다. 연서도 편하게 대해 주시는 박 선생님 덕분에 긴장이 조금 풀렸다.


아.. 연서가 위험해진다면 굳이 하지 않겠다. 그럴 바엔 차라리 빨리 박수무당을 찾는 것이 나았다.


“그러면 선생님 혹시 이 근처에 살던.. 아니 가까이 살지는 않았을 수도 있어요. 고성에 살았다는 것 밖에 모르니까요. 박수무당이고 이름이 최원철이라는 사람인데..”


도윤은 박수무당이라도 여쭤봐야겠다 싶어서 박 선생님께 물었다.


“최원철.. 박수무당이라..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기도 하네. 지금도 이쪽에 있다던가?”


박 선생님의 질문에 도윤은 몇 년 전에 마산으로 들어갔다는 소식만 알고 있다고 전했다.


“아! 마산으로 들어간. 그 박수무당!”


“엇! 그 사람을 아세요?”

급한 마음에 연서가 물었다. 


“건너건너 아는 그 정도였지. 뭐.. 직접 아는 사람은 아니야. 근데 그 사람이.. 아마 살데가 마땅치 않았는지 산으로 올라간다고 하기는 했었지. 마산 쪽으로 가면 거기 아래에 ‘은영이네’라는 작은 식당이 하나 있는데 거기에 가면 소식을 그래도 들을 수 있을 거야.”


어머니께서 천왕 할머니께 받은 상호와 같았다. 박 선생님이 최원철에 대한 소문을 들으셨다는 것도 참 신기한 일이었다.


“박 선생님 그러면 혹시.. 이쪽 지역에 몇 년 동안 무료로 의료 봉사를 하고 계신 김유범 선생님이라고 아실까요?”

연서가 조심스럽게 김유범의 이야기를 꺼냈다.


“어? 김선생님? 알지. 오며 가며 인사하는 정도지. 그분도 찾는 거야?”


연서는 당황한 눈빛을 숨기지 못했다. 도윤이 나서서 수습했다.


“네. 찾아뵙고 여쭤볼 것도 있고 해서요. 집안끼리 좀 아시는 사이라서.. 그런데 연락처도 없이 일단 왔어요. 사실.. 수소문하면 뵐 수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왔습니다.”


박 선생님은 잠시 고민했다. 연락처가 있기는 하지만 마음대로 알려줄 수는 없으니..


“그러면 지금 내가 전화를 해볼게. 연락처를 내 마음대로 줄 수는 없으니. 이해해 줘.”


“아! 네네 감사합니다.”


김유범도 최원철도 이렇게 찾게 되다니.. 고성은 참 묘한 지역이다. 물어보면 다나와..


“아.. 이거 전화를 안 받으시네. 진료 중이신가.. 일단 나랑 같이 가보자 도윤아. 일러줄 테니.”



*******



그렇게 둘은 박 선생님의 차를 타고 김유범에게 향했다. 지금까지의 일들이 꿈처럼 느껴진다. 차로 멀지 않은 곳에 작은 의료원이 하나 있었다.


“여기야. 내리자.”

박 선생님의 안내대로 의료원 안으로 들어갔다. 뭔가 밋밋하고 허전한 그런 느낌의 내부였다. 근무하시는 간호사 선생님은 두 분인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박 선생님이 들어가며 인사를 하시니 간호사 선생님들도 반갑게 인사를 하신다.


“안녕하세요 박 선생님~ 진료 보시려구요?”

“아닙니다. 허허. 김 선생님 계신가요?”

“지금 진료 중이시라 곧 끝나실 거예요.”


기다리겠다는 말과 함께 우리는 의자에 앉아 있었다. 박 선생님은 김 선생님이 훌륭하신 분이시라며 칭찬을 하신다. 연서는 그냥 듣기만 했다.


조금 시간이 지나니 진료실에서 어르신 한 분이 나오셨다. 다른 환자분들은 없는 것 같았다. 조금 후 간호사 선생님께서 진료가 끝났다고 하셨다.


박 선생님은 먼저 들어가서 얘기를 전할 테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하셨다. 잠시 후에 바로 두 사람은 진료실에 들어가 김유범을 만날 수 있었다.


연서와 도윤은 조심스럽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박 선생님께서 말씀을 해주시기는 했는데.. 혹시 어떤 일로 오신 걸까요?”


연서는 자세한 얘기를 하기 전에 자신이 누구인가를 먼저 밝혔다.


“저는 한수정씨의 딸 한연서라고 합니다.”

연서가 이름을 말하자 김유범의 눈빛이 흔들렸다. 당혹스러워하는 그의 표정은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습이었다.


옆에 있던 박 선생님 또한 당황한 눈치였다.

굳이 당황하실 필요까지는 없는데.. 다짜고짜 내 이름부터 말해서 그런가..


김유범은 다시 놀란 가슴을 가라앉히고 박 선생님께 밖에서 기다려 달라고 정중하게 부탁드렸다. 박 선생님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밖으로 나갔다.


“수정이..의 딸이라고 하셨죠..”

“네.”

“참 많이 닮았네요 수정이와..”


잠시의 침묵이 흘렀다. 도윤은 연서가 말을 꺼내길 기다렸다. 


“저희 엄마와 어떻게 결혼을 하시게 된 것인지 궁금해서 찾아왔어요. 권자영씨에 대해 여쭐 것도 있구요.”


“저희 어머니요? 하.. 흠.. 어떤 일로 그러실까요..”


연서는 차분히 설명을 했다. 권자영의 내막을 잘 알지 못하는 김유범에게 그거까지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다만 권자영의 계획으로 당신과 나의 엄마가 결혼을 하게 됐다는 이야기와 연서가 봤던 화경 중에 권자영이 아이를 갖지 말라고 했던 말, 이혼하라고 종용했던 말들을 전했다.


그리고.. 당신의 외도를 엄마가 알고 있었던 것과 그때 그 여자가 임신을 한 것까지 알고 있던 것을 말했다.


“하아.. 휴······.”


김유범은 긴 한숨을 뱉었다. 그리고 연서에게 미안하다며 말했다. 그때는 자신이 정말 잘못했다고.. 그때 그 여자와 재혼을 했었다고 한다.


그리고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일찍 세상을 떠났다고.. 그 충격으로 한동안 힘들었었고 죗값으로 여겨졌다고 했다. 그리고 여기저기 떠돌다 보니 이곳에 정착해서 속죄하는 마음으로 의료 봉사를 하며 살고 있다고 했다.


권자영의 과거와 속사정까지는 정말 모르는 것 같았다. 


거의 다 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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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렇게 태어났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9 아빠의 편지 (완결) 24.08.31 9 0 10쪽
58 소멸(消滅) 24.08.31 9 0 10쪽
57 지영아. 신지영. 24.08.31 9 0 9쪽
56 무너진 모래성 24.08.31 8 0 10쪽
55 우리 다시 만나요 꼭 24.08.31 10 0 11쪽
54 악신의 현현(顯現) 24.08.30 10 0 10쪽
53 벌전 (罰錢) 24.08.29 10 0 10쪽
52 거의 다 와간다 24.08.29 11 0 10쪽
» 안녕하세요 박 선생님 24.08.29 10 0 10쪽
50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24.08.29 9 0 12쪽
49 결계 3 24.08.28 10 0 10쪽
48 결계2 24.08.28 12 0 10쪽
47 결계 1 24.08.28 12 0 11쪽
46 세치 혀 24.08.27 12 0 11쪽
45 그래도 악은 악이다 24.08.26 10 0 10쪽
44 하얀 종이 한 장 24.08.26 12 0 10쪽
43 권자영 그리고 최원철 24.08.25 11 0 10쪽
42 화투 패를 손에 쥔 뱀 24.08.25 12 0 10쪽
41 씨가 다른 아이 24.08.24 14 0 9쪽
40 순이네 수퍼마켙 24.08.23 12 0 10쪽
39 박수무당의 이름 24.08.22 12 0 9쪽
38 또 다른 계약자. 나의 엄마. [Four of Cups] 24.08.22 12 0 10쪽
37 찾긴 했다. 김주성을. 24.08.21 15 0 10쪽
36 손거울의 비밀 [The Tower] 24.08.21 13 0 11쪽
35 김주성 찾기 24.08.20 12 0 9쪽
34 그 아이의 이름은 24.08.20 13 0 11쪽
33 아픈 새끼손가락 24.08.19 11 0 11쪽
32 실종 2 [Strength] 24.08.17 15 0 10쪽
31 실종 1 24.08.16 14 0 9쪽
30 천왕 대신 할머니 24.08.16 16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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