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렇게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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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문가비
작품등록일 :
2024.07.19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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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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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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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악은 악이다

DUMMY

강 실장은 오늘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업무에 집중해야 하는데 왜 이쪽 일들에 관심이 더 가는 건지.. 신경을 쓰다 보니 저도 모르게 궁금증이 더해졌다. 


​필리핀으로 간 아버지 김주성과 소식을 알 수 없는 아들 김유범. 이것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타이틀이었다. 



***



송민진 또한 오늘 연락을 주겠다는 강 실장의 말에 기대하고 있다. 


[오늘의 소식 = 수녀님에게 도움이 됨 = 수녀님 기뻐함 = 그것은 곧 소고기]


송민진의 머릿속은 수녀님의 웃는 모습과 함께 불판 위에서 아름답게 빛나는 소고기로 가득 차 있었다.



*******



도윤은 유정 스님의 사찰에 도착했다. 유정 스님은 이미 준비를 마치고 사찰 아래에 내려와 있었다.



“아이고 오랜만입니다~ 도윤 보살님~”

“네~ 오랜만이네요~ 하핫. 형. 나 잠깐 연서한테 문자 좀 보내고 출발하자.”



유정 스님은 그런 도윤을 보고 살며시 웃었다.

‘잡혀 사는구나 우리 도윤이도.. 아버지의 길을 가는군.. 후후후..’



⌜연서야 나 이제 도착해서 유정 스님 만났어. 지금부터 내가 연락이 없더라도 놀라지 마. 부정타지 않게 조심해야 해서 아마 연락은 어려울 거 같아. 조심히 잘 있어. 준비되면 보자.⌟


​⌜응응~ 샌드위치 고마워. 다 먹었당~ 운전 조심하구. 나중에 봐. ♡⌟


연서의 답장을 받은 도윤은 활짝 웃었다.  ‘♡’ 하트라니.. 한연서 많이 발전했다. 


그런 도윤의 표정을 목격해버린 스님은 닭살이 돋았다.

“왜.. 왜.. 그렇게.. 소름 끼치게 웃나요 보살님?”


“예~ 스님은 모르시는 그런 게 있습니다~ 하트 이모티콘이라고.. 받아 보신 적은 있나 모르겠네요. 하하.”



‘나도 엄마한테 받아봤어.’

라는 말은 꺼내지 않았다. 동생에게 없어 보이고 싶지 않은 형의 본능이랄까.


​도윤의 말에 진지한 표정으로 갈아 끼운 스님은 갑자기 서둘러 출발하자며 헛기침을 했다. 이제 둘은 본격적으로 결계로 출발한다.


도윤은 잘 모르는 분야라 유정 스님을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물었다.



“어렵지 않아. 내가 알려 주는 대로 도와주면 되는데. 만다라 형상을 바닥에 돌을 살짝 깎아서 새겨두었었어. 그게 지금은 선명하지 않아. 그래서 내가 *정 하고 망치가 필요하다고 했던 거야.”

(*돌에 구멍을 뚫거나 쪼아서 다듬는 쇠로 만든 끝이 뾰족한 연장.)



미리 만들어 놓은 만다라를 복구하는 작업을 하는 것이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다른 잡생각을 하지 않고 집중해서 심혈을 기울이는 것. 그것이 도윤이 갖추어야 할 중요한 준비물이다.


“수성 페인트는 금세 녹으니까 선을 만들고 그 위에 얇게 칠하면 돼. 허리 좀 아플 거야.하하하.”



“형은 참.. 신기해.”


“뭐가?”


“모든 일에 감정적이지 않는 거. 그리고 좋게 생각하는 거. 평소에도 혼자 평화로워 보여. 지금도. 후후.”



​도윤의 말을 들은 유정 스님은 웃음을 터트렸다.


​“잘 생각해 봐 도윤아. 우리 가족들. 너도 마찬가지고. 우리 다 비슷하지 않아? 수녀님도 그렇고.”



물론 종교에 귀의하여 세속적이지 않은 삶을 살기 위해 수행을 하는 것이 주요 요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도윤의 가족들이 전체적으로 비슷한 성향을 가진 것도 사실이다. 



​“하긴.. 그런 거 같네. 엄마 아빠도..누나도 형도.”


​“도윤아.”


“어?”


“너도 그래. 어릴 때부터 그랬어. 따뜻하고 정의롭고. 차분하고 소신 있는. 너도 그런 사람이야.”


운전을 하는 도윤의 머리를 쓰다듬는 스님이 아닌, 형의 모습은 도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근데 형. 엄마는 조금 쎄.”


유정 스님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왔다! 강 실장님은 이 원장님의 메시지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열었다. 



⌜실장님. 후배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김유범이라는 사람은 지금 지방에 있다고 들었다고 하네요. 그곳에서 노약자분들께 무료로  의료 봉사를 하고 있는데 그게 몇 년 되었다고 합니다. 정확한 주소는 모르고. 지역이 고성이라고만 하네요.⌟



무료 봉사라.. 그럼 생활은 어떻게 하지?


강 실장은 의문이 들었지만 거기까지는 강 실장이 알 필요가 없는 부분이다. 이 원장님께는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바로 송민진에게도 메시지를 보냈다. 도와주신 이 원장님께는 커피라도 한 잔 사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드디어 숙제를 다 해낸 것 같은 시원함이 느껴졌다.



*******



‘띠링’


​“으엇! 강 실장님이다!”

강 실장에게 온 메시지를 본 송민진은 환호했다. 드디어 정보 다운 정보를 수녀님에게 보낼 수 있다!



⌜실장님~ 너무너무 감사해요 ㅠㅜ 제가 조만간 맛난 거 사들고 갈게요~ 알아봐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좋다. 이제 수녀님한테 메시지를 보내면 된다. 송민진은 수녀님한테 보내는 메시지 끝에 소고기를 얹었다.


⌜레즤나~ 수녀님~ 김유범씨 소식이 왔어요. ·········.

그래서 지금 고성에서 지낸 지 몇 년 됐다고 하더라구~ 소고기처럼 참~ 반가운 소식이야!⌟


⌜민진아 ㅠㅜ 진짜 고생했다.. 정말 고마워. 정말 정말 소고기처럼 반가운 소식이다 ㅠㅠ 미국산 소고기처럼.⌟


어엇. 수녀님이 경건하지 못하게 후려치시네. 이게 무슨 소리람.


⌜아니 아니 친구야~ 뭔가 잘못 알고 있어~ 한우만큼 대단한 소식이야.⌟



메시지를 받은 수녀님은 송민진에게 진심으로 고마웠다. 어떤 일인지 묻지도 않고 나를 믿어주고 도와주는 친구. 내 소중한 친구에게 소고기는 얼마든지 쏠 수 있다! 미국산도 맛있다!


일이 해결되면 꼭 만나자는 메시지를 보내고 다시 1번 채팅방에 김유범의 소식을 올렸다.



아.. 메시지 도미노 같다.



*******



“고성? 고성이라고?”


도윤의 어머니는 김유범이 고성에 있다는 소식에 화들짝 놀랐다. 천왕 이모도 박수무당이 고성에 있다고 했었다. 이게.. 단순한 우연일까?


“허허.. 어머니가 계셨던 고성에 박수무당도 있고 김유범도 있다니.. 일이 또 이렇게 흘러가네요.”


목사님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것이 과연 우연인가 필연이가..



“하늘이 정말 우리 연서를 돕나 봐요 여보..”


어머니는 가슴이 먹먹해졌다. 공허와 외로움 속에서도 잡초처럼 버텨 온 연서를 보면 예쁘고 기특하면서 한편으로는 늘 마음 한구석이 시렸다. 


맑은 영혼을 가진 연서가 조금 더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부모와 같은 심정으로 시작해 여기까지 왔다. 꼭 그 악령을 소멸하고 평범함이 사치가 아닌 당연한 것이 될 연서의 삶을 위해 기도했다.



이제 슬슬 얽히고설킨 악연의 끈을 끊어낼 때가 온 것이다.


‘조금만 더 힘내보자 연서야.’



*******



연서는 도윤이 없는 집이 이제는 너무 허전해졌다. 한동안 붙어 있었더니 더 그런 것도 있을 것이다. 연서에게 도윤의 존재는 이제 연서 자신만큼이나 소중해진 것을 알고 있다. 아니. 자신보다 더 소중해졌을 지도 모른다. 


연서는 혼자 거실의 테이블에 앉았다. 이것저것 써놓았던 노트를 보고 있다.



<킄크크킄. 그놈은 갔네? 킄크크크크. 심심하겠다?>


“안 심심해. 바빠. 어떤 개XX랑 내기한 거 때문에. 신경 쓸 거 많아.”


<킼키키. 그러게 왜 그런 미련한 짓을 했어~>




글쎄.. 그게 과연 미련한 짓일까? 두고 보자. 누가 이기는 게임인지.



“야 쥐새끼. 너 왜 봉인됐어?”


봉인인지 아닌지 확실하지 않다. 다만 지금까지 추론의 결과를 토대로 이미 다 안다는 듯이 미끼를 던졌다. 과연 대답을 할 것인가..



<봉인? 누가? 나를? 킄키키키킼키. 무슨 헛소리를 또 나불대시나~>


‘흠.. 연기일까.. 아니면 자신이 봉인된 걸 모르는 걸까.. 그도 아니면.. 진짜 봉인이 아닌 건가..’



“최원철. 그 사람이  너 옮겼잖아.”


<·········>




“뭐야? 왜 말을 안 해? 아니라며? 말을 해봐.”


<미친X. 진짜 맛 갔나 이게.. 그 새X 이름은 어떻게 알았냐? 아!..>



오.. 악령이 말실수를 했다. 최원철의 이름에 반응을 보였다. 그 새X라며.. 우리의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 당한 거다. 이 악령도 당한 거다 최원철한테.



최원철뿐이겠나. 권자영과 권자영의 모친, 그리고 외증조 할머니까지. 집안의 무당 모두가 지금의 이 상황을 만들었다. 최원철은 세습무 집안이 이용한 하나의 소모품일 뿐이다.


이 반응 하나만으로도 지금까지 어설프게 맞춰봤던 퍼즐이 대략 나쁘지 않다는 것을 의미했다.


무고한 생명을 희생해 가면서까지.. 그들의 탐욕은 징그럽도록 잔인하다 대대로 올라가면 *염매마저 행한 무당이 있다는 천왕 할머니의 말씀을 기억한다.


(*염매 - 아이를 제물로 삼는 추악한 사술.)




“나는 자꾸 어떤 아이를 봐.”


<뭔 X소리야 또. 니가 애를 보든 말든 나랑 무슨 상관이야.>



“그 아이는 죄가 없어. 아무것도 몰랐고 항상 혼자였어. 왜 자기가 혼자여야 하는지. 그것조차도 모르는 아이였지.. 그래서 그 아이가 마음에 걸려 자꾸.”


<·········>



“그래도. 악은 악이지. 과거는 어쩔 수 없지만. 현재는 이미 우리가 쓰고 있는 인생의 역사니까.”


<아.. 미친 X잡X이. 또 헛소리하네. 소설을 써라 소설을. 잠을 못 잤으면 처 자! 잠꼬대하냐?>


너의 과거를 차라리 몰랐다면.. 나는 더 독하게 널 무너트리려 했을 텐데.. 기억을 지우고 싶다. 




그래도 악은 악이야.


그건 변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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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렇게 태어났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9 아빠의 편지 (완결) 24.08.31 10 0 10쪽
58 소멸(消滅) 24.08.31 9 0 10쪽
57 지영아. 신지영. 24.08.31 9 0 9쪽
56 무너진 모래성 24.08.31 8 0 10쪽
55 우리 다시 만나요 꼭 24.08.31 10 0 11쪽
54 악신의 현현(顯現) 24.08.30 10 0 10쪽
53 벌전 (罰錢) 24.08.29 10 0 10쪽
52 거의 다 와간다 24.08.29 11 0 10쪽
51 안녕하세요 박 선생님 24.08.29 10 0 10쪽
50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24.08.29 10 0 12쪽
49 결계 3 24.08.28 10 0 10쪽
48 결계2 24.08.28 12 0 10쪽
47 결계 1 24.08.28 12 0 11쪽
46 세치 혀 24.08.27 12 0 11쪽
» 그래도 악은 악이다 24.08.26 11 0 10쪽
44 하얀 종이 한 장 24.08.26 12 0 10쪽
43 권자영 그리고 최원철 24.08.25 11 0 10쪽
42 화투 패를 손에 쥔 뱀 24.08.25 12 0 10쪽
41 씨가 다른 아이 24.08.24 14 0 9쪽
40 순이네 수퍼마켙 24.08.23 12 0 10쪽
39 박수무당의 이름 24.08.22 13 0 9쪽
38 또 다른 계약자. 나의 엄마. [Four of Cups] 24.08.22 12 0 10쪽
37 찾긴 했다. 김주성을. 24.08.21 15 0 10쪽
36 손거울의 비밀 [The Tower] 24.08.21 13 0 11쪽
35 김주성 찾기 24.08.20 13 0 9쪽
34 그 아이의 이름은 24.08.20 13 0 11쪽
33 아픈 새끼손가락 24.08.19 11 0 11쪽
32 실종 2 [Strength] 24.08.17 15 0 10쪽
31 실종 1 24.08.16 15 0 9쪽
30 천왕 대신 할머니 24.08.16 17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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