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렇게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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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문가비
작품등록일 :
2024.07.19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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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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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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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거울의 비밀 [The Tower]

DUMMY

악령을 옮기는 그릇이 된 아이. 이름이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아니. 기억나지 않는 게 아니라 제대로 듣지 못했다.


그 아이가 신가물이라면..! 천왕 할머니의 말씀이 번뜩 떠올랐다.


도윤이 너의 가설이 맞는다면. 천왕 할머니께서 알려주신 것과 이어질 수 있다. 천왕 할머니께서는 그 두 번째 아이가 지금 내 안에 있는 악령이라고 하셨다.


도윤은 잠시 생각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입을 떼었다.


“음.. 천왕 할머니는 너한테 있는 악령이 악한 것을 옮기다가 잘못돼서 온갖 잡귀가 붙어서 미쳐버렸다고 했었어. 그리고 스스로 갔다고 했었지.. ”


꿈의 아이는 두 번째 아이의 어린 시절 같았다. 맞다. 그러면 거의 제물이나 마찬가지였던 그 아이가 이 악령이라는 얘기다.


“그러면! 내가 어제 꾼 꿈은 악령의 어린 시절을 본 거네!”


[두 번째 여자아이 = 꿈속에서 나와 눈이 마주친 아이 = 악령의 어린 시절] 이렇게 이어진다.



“와.. 꿈이..참.. 신기하다. 악령이 자기를 그렇게 드러내는 꿈을 꾸게 했을리는 없을 거 같아. 아무래도 천왕 할머니 말씀처럼 연서 너를 하늘에서 돌봐주시는 게 아닐까?”


도윤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런 꿈을 꿀리가 없다. 그렇다면 아이의 종아리를 회초리로 때리던 그 할머니는 누구일까?


***


구미에 가는 길에 보았던 화경에서 나온 인물을 정리하자면.


1) 중년 여자 무당 = 권자영의 모친

2) 첫 번째 의식을 치른 여자아이 = 권자영

3) 두 번째 의식을 치른 여자아이 = 악령 


이렇게 된다. 그때 회초리 할머니는 나오지 않았다. 지금으로서는 회초리 할머니는 권자영의 할머니 정도로 추정이 가능하다. 나머지는 조연일 거고..



이때 문득 연서가 까맣게 잊고 있던 사실이 또 하나 생각났다. 이걸 놓쳤다니..


“내가 차에서 악신 옮기는 굿을 봤을 때 주요 인물 위주로만 기억하고 나머지는 도와주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크게 신경을 안 썼거든. 전부 기억할 수는 없으니까. 핵심 인물만 집중적으로 기억하려고 그 인물들만 생각했어.”



연서는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 잠시 눈을 감았다 떴다.


“그런데 지금 생각난 게 있는데 어떤 남자. 박수무당 일지도 모르지. 그 남자가 굿을 돕고 있었고 물론 다른 남자도 있기는 했어. 그 남자가 굿을 도우면서 다른 사람들한테 자잘한 일들을 시키는 거 같았어. 나이는 꽤 어려 보였고. 이제 막 성인이 됐거나. 성인이 되기 전의 모습처럼 어려 보이는 사람이야.”


이 남자가 왜 갑자기 기억이 났을까. 중요한 인물일 수 있으니 잘 적어놔야겠다.


혹시 그 남자가 박수무당이라는 가설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우리가 놓친 힌트들이 있는지 다시 한번 정리해 보기로 했다. 



*******



송민진의 연락을 받은 강 실장은 뭐라고 답장을 보내야 할지 망설여졌다. 아직까지 강 실장에게 들어온 정보는 없다. 이걸 어쩌나.. 그냥 잘 모르겠다고 해야 할지 고민을 하다가 답장을 보냈다.


⌜안녕하세요~^^ 일이 바빠서 답장이 늦었네요~ 지금 알아보고 있는 중인데 시간이 좀 더 걸릴 거 같아요. 제가 확인되는 게 있으면 연락드릴게요~^^⌟



이 원장님한테 다시 물어보는 것은 선을 넘는 행동이다. 직장 상사이니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강 실장은 이 원장님에게 이 소식을 물었던 사람을 알려주는 게 최선으로 보였다. 그렇게 하고도 별 관심을 끌지 못하면 더 이상은 도와줄 수 있는 게 없다.



슬슬 이 원장의 동선을 살피며 언제 자연스럽게 말을 꺼낼지 지켜보고 있었다.


마침 이 원장이 탕비실로 들어가는 것을 포착한 강 실장은 몇 초 차이를 두고 탕비실로 들어갔다.


무슨.. 산업 스파이도 아니고.. 괜히 긴장이 됐다. 먼저 시시껄렁한 날씨 얘기 같은 걸 던졌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때 그 김주성이라는 사람의 소식을 들은 게 있는지 물었다.


“아~ 아직은 없어요. 조만간 선후배 술자리가 있기는 할 건데 그때 물어보던가 해야겠는데요.”


이 원장은 살짝 짜증이 났다. 일과 관련된 것도 아니고 피곤하게 왜 이러나 싶었다. 괜히 재촉하는 느낌도 들었다. 적당히 말 끊고 나가자고 생각했는데 강 실장이 한 마디를 더했다.



“사실 물어보신 분이 누구시냐면요..”


강 실장은 이 원장의 호기심을 끌기 위해 약간 뜸을 들였다.


“네? 아 네네. 말씀하세요.”

“우리 병원 VIP세요.. 그 소개 손님 많으신 분 있으시잖아요. 송민진님. 그분이 알아봐달라고 부탁을 하셨거든요.”



VIP? 이 말을 왜 이제 하나? 진작 알려주지.

“아 그래요? 송민진님~ 잘 알죠. 이번에도 또 소개해 주실 분 있다고 하시던데. 아무튼. 그분이 부탁하신 거구나..”


이 원장은 강 실장에게 내일모레에 모임이 있으니 그때 물어보고 알려주겠다고 했다.


“어머~ 감사해요 원장님~ 아무래도 VIP라 혹시라도 서운해 지시면 안되니까. 노력해 보고 정 모르겠으면 그렇게 전달드리려구요~”


내일모레. 강 실장은 그때가 되면 이 원장님이 작은 소식이라도 들려주시겠지 하는 마음에 안도했다. 일단 송민진에게 할 말은 생긴 것이다.



*******



연서와 도윤은 아직도 풀어 나갈 일들이 많다. 이제는 둘 다 이게 그건지.. 저게 이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이때 악령이 연서에게 또 화경을 보여줬다. 연서는 바로 눈을 감았다. 그 모습을 본 도윤은 화경을 보는 것을 알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조용히 기다렸다.



***



또 엄마의 모습이다.


엄마는 괴로운 듯 소리를 지르며 자꾸 귀를 잡아 뜯으려 한다. 같은 모습들이 반복된다. 안정을 찾은 엄마는 악령에게 말을 건다. 누구냐고 물었다. 환청이 아니라면, 내가 미친 게 아니라면 대답을 하라고 한다. 


그에 악령은 엄마에게 대답을 한 것 같다. 한동안 악령과의 대화가 이어진다. 악령은 어떤 얘기를 했는지 모른다. 엄마의 이후에 행동을 보고 유추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또 장면이 바뀌었다.

다른 날의 엄마다. 하루 종일 혼자 말을 한다. 중얼거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아마도 악령과 대화를 하는 것 같다. 한 번씩 화를 내며 소리칠 때는 어떤 말을 하는지 추측할 수 있었다. 몸에서 나가라고 소리치는 것 같다. 표정을 보면 이게 현실이라는 것을 아직도 믿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한동안 말이 없다. 악령의 말을 듣고 있는 듯하다. 갑자기 안방으로 들어간 엄마는 화장대 서랍을 열었다.


그렇게 서랍 속을 바라보고만 있다가 작은 손거울을 꺼냈다. 이어진 엄마의 혼잣말. 


“이건 내 것이 아닌데. 언제부터 있었지.”


그리고 조심히 손거울을 들어 거울을 들여다본다. 그러곤 소스라치게 놀라 손거울을 놓쳤다. 놀란 나머지 양손으로 입을 감싸고 한동안 아무 말도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손거울을 줍는다. 몸을 떨고 있는 것 같다. 엄마는 손거울을 들어 한 번 더 들여다봤다.



***


“후..”


눈을 뜬 연서는 한숨이 먼저 나왔다. 이게 어떤 의미일까. 손거울에 뭔가 있는 것 같은데.. 


도윤은 넋이 나간 듯한 연서를 보고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괜찮은 거야?”

“아. 어어. 괜찮아. 무섭거나 그런 걸 본건 아니야. 또 엄마의 모습이었어. 처음 보는..”


도윤은 연서가 진정이 될 때까지 가만히 기다렸다. 

연서는 천천히 보았던 것을 설명했다.


“엄마가 악령의 목소리를 듣게 된 초반의 모습 같아. 계속 악령의 목소리와 싸웠어. 나가라고 소리치기도 하고 또 귀를 잡아 뜯으려고 하기도 하고..”


그렇게 손거울에 대한 이야기까지 마쳤다. 


손거울을 들고 놀란 엄마.. 무엇을 보았던 것일까.. 그때의 엄마는 몸을 떨 정도로 공포를 실감한 것 같았다.


도윤은 연서에게 손거울에 대해서 타로 카드를 뽑아보자고 권했다.


“그래. 카드 한 번 봐야겠다.”


카드를 가져온 연서는 집중해서 카드를 뽑았다.


[Page of Wands, Death, 10 of Wands]

[페이지 완즈, 13번 죽음 카드, 10 완즈]


“흠.. 엄마는 악령을 계속 의심했었거든. 확인이 필요해서 손거울을 악령이 배치한 것 같아. 확신할 수 있는 일종의 물증으로 활용한 거지.”


연서는 테이블에 카드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악령은 끊임없이 부정하고 의심했던 엄마에게 믿을 수밖에 없는 증거를 보여준 것이 분명했다. 그것의 매개체로 손거울을 택했다.


일종의 물증을 보여주고 엄마가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손거울을 보기 전까지의 의심은 종결이 된 것이다. 확인이 끝난 이상 앞으로 살아갈 삶은 이 악령과 함께 해야 하는 무거운 삶이 되어 버렸다.


“결론은 악령이 자신의 존재를 믿을 수밖에 없는 무언가를 손거울을 통해서 엄마한테 보여줬어. 그걸로 인해 그간의 의심은 종결이 된 거지. 그 후 삶은 이 악령과 억지로라도 버틸 수 있는 만큼은 함께 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거야."



그런데 악령은 나에게 이 장면을 왜 보여준 걸까? 무엇을 숨긴 것이며 나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 것일까. 손거울. 의미가 있는 장치였긴 했지만 그것은 그때의 엄마에게만 통한 일이었다. 지금은 다른다.


확신을 줄 필요도 없이 나는 악령이란 존재를 일찍이 자연스럽게 인정했다. 


그렇게 상념에 잠겨있던 연서에게 도윤이 물었다.


“그러면 그 손거울로 악령은 뭘 어떻게 증명한 거지? 그 작은 손거울로.. 뭘 했을까?”


“그러게.. 흠.. 뭐였을까..”


연서는 다시 카드를 섞었다. 다시 한번 집중하며 손거울에 대해 뽑았다.


[6 of Swords, 8 of Swords, The World]

[6 소드, 8 소드, 월드 카드]


엄마는 외면하려 했고 믿지 않으려 했다. 악령은 그런 엄마를 묶어둘 확실한 증거가 필요했다. 카드로 봐서는 악령의 목소리를 인정하려고 스스로 모른척하려 상당히 노력했던 거로 보인다. 그러나 악령은 엄마를 완벽하게 잡아두고 인정하게 할 술수를 썼다.


“도윤아.. 내가 보기엔 악령이 자꾸 외면하고 무시하려는 엄마에게 손거울을 통해서.. 자신의 모습을 보게 한 것 같아. 그렇게 자신에게 엄마를 묶어두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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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렇게 태어났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9 아빠의 편지 (완결) 24.08.31 9 0 10쪽
58 소멸(消滅) 24.08.31 8 0 10쪽
57 지영아. 신지영. 24.08.31 8 0 9쪽
56 무너진 모래성 24.08.31 8 0 10쪽
55 우리 다시 만나요 꼭 24.08.31 10 0 11쪽
54 악신의 현현(顯現) 24.08.30 9 0 10쪽
53 벌전 (罰錢) 24.08.29 9 0 10쪽
52 거의 다 와간다 24.08.29 10 0 10쪽
51 안녕하세요 박 선생님 24.08.29 9 0 10쪽
50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24.08.29 9 0 12쪽
49 결계 3 24.08.28 9 0 10쪽
48 결계2 24.08.28 11 0 10쪽
47 결계 1 24.08.28 11 0 11쪽
46 세치 혀 24.08.27 11 0 11쪽
45 그래도 악은 악이다 24.08.26 10 0 10쪽
44 하얀 종이 한 장 24.08.26 11 0 10쪽
43 권자영 그리고 최원철 24.08.25 10 0 10쪽
42 화투 패를 손에 쥔 뱀 24.08.25 11 0 10쪽
41 씨가 다른 아이 24.08.24 14 0 9쪽
40 순이네 수퍼마켙 24.08.23 11 0 10쪽
39 박수무당의 이름 24.08.22 12 0 9쪽
38 또 다른 계약자. 나의 엄마. [Four of Cups] 24.08.22 12 0 10쪽
37 찾긴 했다. 김주성을. 24.08.21 14 0 10쪽
» 손거울의 비밀 [The Tower] 24.08.21 13 0 11쪽
35 김주성 찾기 24.08.20 12 0 9쪽
34 그 아이의 이름은 24.08.20 12 0 11쪽
33 아픈 새끼손가락 24.08.19 10 0 11쪽
32 실종 2 [Strength] 24.08.17 14 0 10쪽
31 실종 1 24.08.16 14 0 9쪽
30 천왕 대신 할머니 24.08.16 16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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