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렇게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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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문가비
작품등록일 :
2024.07.19 09:49
최근연재일 :
2024.08.3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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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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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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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아. 신지영.

DUMMY

이미 연서는 발악하는 악령이 튀어나오지 못하게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면서도 버티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내려놓았다. 그래. 한 많은 너의 삶을 토해내 봐. 이제 네 차례야.


그 순간 권자영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눈이 커졌다.


<아으아아아아언니야이아아 언니언니언니야아아아아 어니니~ 엄마다 엄마 엄마다 엄마아아 나야야~ 언니야~ 나 언니 보고싶었는데 엄마엄마 엄마도 보고싶었어 엄마와 왜 안왔어 나 아팠어 으으흑 숨 쉬기가.. 으흐흐흑.. 안 쉬어지고 흑.. 엄마 흐흐흑 언니야.. 나 죽기 싫었단 말이야..흐흐흑.. 엄마아아 아파서 엄마 기다렸어 언니야 엄마 엄마 엄마!! 엄마아아아!! 나나나왜안살려줬어어어 언니야~! 나나 거기 추웠어 목이 아팠어 매달리기 싫은데 엄마아아 내가 나오려고 줄 싫어서 나오려고 엄마불렀어 엄마아~ 그런데 걔네들이 안놔줬어엄마마아아 언니야아아아~ 끼아아아으 흑흐흑흑.. 왜 나.. 버렸어.. 엄마.. 엄마.. 언니야.. 나 목아팠어.. 왜 나 안내려줬어.. 흐흐흑흑흑 그.. 흑흐흐아앙흐흑.. 귀신들이..흐흐흑.. 10개가 넘었..흐흑..어.. 손가락을..흐흐흑흑.. 10개..를..흐흐흑.. 두번 세었는데.. 아흑흑 그래도 모잘랐어. 흐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


무슨 말인지도 모를 엄청난 소리를 지르며 어린아이처럼 울며 불며 뒤틀고 흔드는 탓에 연서는 눈도 제대로 뜨기 힘들었다. 온몸이 뜨겁고 따갑고 시렸다. 아파도 나는 악령을 말리지 않았다. 악령은 오열했다. 이미 과거의 기억에 빠져들어 버렸다.


지금 이 악령의 원한의 외침이 들리는 자는 나와 권자영 뿐이었다. 


권자영은 악령의 외침에 갑작스럽게 목놓아 울었다. 

“아니야.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미안해. 미안해.. 그런 줄 몰랐어.. 미안해.. 지영아.. 신지영.. 미안해..”


<으아아아아 엄마한테 갈 거야~! 엄마아아~ 언니한테 갈 거야! 언니 엄마언니~ 언니언니엄마언니 엄마엄마아~ 꺄아아아아악!>


“흐억!”


악령의 마지막 외침과 함께 연서의 상체가 짧은 순간 뒤로 젖혀졌다가 반동으로 인해 앞으로 훅 하고 숙여졌다.


그때 몸에서 새까만 무언가가 훅 빠져나가서 순식간에 권자영의 몸으로 들어갔다. 권자영은 미친 듯 소리를 지르며 발작을 했고 나는 그 모습이 슬로우 모션처럼 느리게 보였다. 

이후 나는 정신을 잃었다.



귓가에 목소리가 들렸다.

‘아가. 수고했다. 이제 마음 놓고 쉬거라.’



******



“삐.삐.삐.삐.삐”


규칙적인 이 소리..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눈꺼풀이 무겁다. 그래도 애써 눈을 떴다.


“연서야! 연서야 괜찮아?”

도윤이었다. 작은.. 병실 같았다. 그 옆에는 박 선생님과 김유범도 함께 있었다.


몸이 이상했다. 찌뿌둥하던 몸이 조금 편안해진 것 같았다. 점점 정신이 들고 흐릿하던 눈도 맑아졌다.


“아.. 어떻게 된 거야..?”

그때 김유범이 다가왔다. 


“우선 깨어나셨으니 체크 먼저 하고 대화 나누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김유범은 잠시 내 몸을 살폈다. 아픈 곳은 있는지 머리는 어떤지 등등의 내용과 몇 군데의 촉진을 하고 이상이 없다고 알려주었다.


“연서야. 움직일 수 있겠어? 무리하지 말고.”

도윤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괜찮은 거 같아.. 그냥.. 좀 기력이 허한 느낌이랄까.. 그 정도야. 이따가 맛있는 거 먹으면 좀 괜찮아지지 않을까? 하핫.”


연서의 웃음에 도윤과 박 선생님은 마음이 놓였다. 탈진해버린 상태였어서 많이 지칠까 걱정했는데 다행이었다.


“다시.. 어떻게 된 거야..?”


도윤은 차분하게 연서에게 상황을 들려주었다. 연서가 갑자기 쓰러지고 권자영은 소리를 지르며 발작을 했다고 한다. 


의사 선생님들은 권자영에게 진정제를 놓아주고 깨어나면 다른 이상이 있는지 검사를 해보겠다고 했다.


김유범은 물리적인 이상이 없다는 것을 지켜봐서 잘 알기에 소견을 전달드리긴 했으나 어디까지나 보호자이다. 그 상황만 대한 내용만 전달한 것이니 그쪽 병원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가족에게 힘든 일이 있어서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드리니 충격을 받으셔서 그런 것 같다고 둘러댔다고 한다. 가족이라는 것만 빼면 내용은 사실이다.


“박 선생님.. 감사합니다.. 그래도 옆에서 지켜봐 주셔서 마음이 든든했어요.. 어떻게 보답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보답은 무슨.. 그런 생각 마.. 가기 전에 내가 몸  보신을 좀 해줘야겠어. 이거 젊은 사람들이 픽픽 쓰러지고 그러면 안 되지~ 하하.”


“네.. 저.. 솔직히.. 선생님께서 해주신 요리 너무 맛있어서.. 한 번만 더 얻어먹을래요. 후후.”


박 선생님은 크게 웃으셨다. 아무래도 혼자 계시다 보니 젊은 친구들이 오고 하니 기분이 좋으신가 보다.


도윤은 연서의 상태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 했다. 그럴만도 한 것이.. 악령의 소리나 움직임은 나와 권자영만 들리고 보인 것이라.. 주변에서는 무슨 일인가 헀을 것이다.


“어.. 설명을 하자면.. 일단 나는 권자영을 만나러 들어갔을 때부터 몸이 계속 떨렸어. 안에서는 난리가 났지. 배가 배배 꼬이는 거 같았고 사방을 쿡쿡 쑤시고.. 그 아이의 감정이 온몸으로 느껴지니 육체적으로 감당하기 힘들었었어.”


“아.. 많이 힘들었구나.. 후..”

도윤도 박 선생님도 안타까운 표정이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버텼어. 왜냐하면.. 악령의 모든 건 사실.. 어제 다 밝혀진 거잖아. 하나만 빼고..”


“하나? 어떤 거?”

“이름.”

“아~!”


굳이 말로 확답을 듣지 않아도 모든 퍼즐은 자연스럽게 자기의 자리로 돌아가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연서는 권자영을 통해 듣고 싶었던 엄마와 김유범의 시작. 그리고 악령의 이름이 있었다.


권자영에게 악령의 이름이 뭐냐라고 물으면 혹시라도 자기 자식에게 피해가 갈까 봐 말해주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버텼다. 최대한 버티고 어느 정도 이야기가 끝났을 때쯤. 연서는 몸에 힘을 뺐다. 악령이 하고 싶은 대로 소리를 지르던 욕을 하던 하라고.


그때 권자영이 이름을 불렀다. 지영아. 신지영. 이라고.


“신지영. 악령의 이름이었어. 내가 꿈에서 이름을 들을만하면 그 외증조 할머니가 방해하곤 했었는데.. 그 할머니는 알았던 거야. 그 아이의 이름을 누구도 알아선 안된다는걸.. 그래서 최원철도 아이의 이름을 몰랐지.”


도윤과 박 선생님은 진지하게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때 내 안에서 악령이 폭주했어. 귀신에게 이성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건 말이 안 되긴 하겠지만 그것밖에 떠오르는 게 없네. 비교하자면 이성을 잃은 사람처럼.. 폭주했어.”


고개를 돌리니 도윤의 뒤에 이미 김유범이 와서 조용히 듣고 있었다. 


“그 아이는.. 엄마를 부르고 언니를 불렀어. 우리가 화경에서 봤듯이 권자영은 모친 박이선이랑 많이 닮았었지. 그 존재를 보는 순간 엄마와 언니가 다 보였던 거야. 이미 미쳐있는 상태였어.”


잠깐의 침묵을 깨고 다시 연서가 말했다.


“그리고.. 그 아이게 나무에서 발견됐다고.. 어제 최원철이 그랬었잖아.. 그때의 얘기를 했어. 아이처럼.. 엄마 나 무서웠어.. 왜 나 안 데리러 왔어.. 언니 왜 안왔어.. 손가락을.. 열 개씩.. 두 번을 세어도 귀신의 숫자가 세어지지 않았데.. 그리고 그 귀신들이 자기를 나무에..”


연서는 감정이 복받쳤다. 악령은 악이다. 악은 어쩔 수 없는 악이다. 그러나 아무것도 몰랐던 아이는 악이 아니었다. 악한 인간들이 그 아이를 더한 악으로 만들었다.


“흐흑.. 흑.. 목이.. 흐흑.. 너무 아팠데.. 살고 싶었데.. 흐흐흑.. 그렇게.. 엄마와 언니를 한참을 불렀어.. 그러다가.. 권자영이 그 아이의 이름을 말하니 순식간에 권자영에게 들어갔어. 나한테 빠져나가서..”


연서는 쏟아져 오는 복잡한 감정이 제어가 되지 않았다. 누구를 위한 눈물인지 알 수도 없었다. 그저.. 서럽게 오열했다. 


한참을 그렇게 울고 진정이 된 연서는 박 선생님댁으로 가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김유범에게 연서가 손을 내밀었다.


“김유범 선생님. 아프지 마시고 건강하게 잘 지내주세요. 선생님 어깨에 많은 생명이 걸려 있잖아요. 자책감에 너무 깊이 빠져들지 않으셨으면 해요. 이미 충분히 좋은 일로 세상에 돌려주시고 계시니까요. 선생님은 스스로 생각하시는 것보다 선생님의 손길이 필요한 많은 사람들에게 소중한 존재예요.”


연서의 말에 김유범은 잠시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살짝 눈물을 훔치고 연서의 손을 잡고 악수를 했다.


연서가 마지막 말을 남겼다.


“저. 또 올 거예요. 선생님 일 잘하시는지 감시하러 꼭 올 거예요.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도윤과 박 선생님도 김유범과 인사를 나누고 돌아셔서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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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렇게 태어났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9 아빠의 편지 (완결) 24.08.31 9 0 10쪽
58 소멸(消滅) 24.08.31 9 0 10쪽
» 지영아. 신지영. 24.08.31 9 0 9쪽
56 무너진 모래성 24.08.31 8 0 10쪽
55 우리 다시 만나요 꼭 24.08.31 10 0 11쪽
54 악신의 현현(顯現) 24.08.30 10 0 10쪽
53 벌전 (罰錢) 24.08.29 10 0 10쪽
52 거의 다 와간다 24.08.29 11 0 10쪽
51 안녕하세요 박 선생님 24.08.29 9 0 10쪽
50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24.08.29 9 0 12쪽
49 결계 3 24.08.28 10 0 10쪽
48 결계2 24.08.28 12 0 10쪽
47 결계 1 24.08.28 12 0 11쪽
46 세치 혀 24.08.27 12 0 11쪽
45 그래도 악은 악이다 24.08.26 10 0 10쪽
44 하얀 종이 한 장 24.08.26 12 0 10쪽
43 권자영 그리고 최원철 24.08.25 11 0 10쪽
42 화투 패를 손에 쥔 뱀 24.08.25 12 0 10쪽
41 씨가 다른 아이 24.08.24 14 0 9쪽
40 순이네 수퍼마켙 24.08.23 12 0 10쪽
39 박수무당의 이름 24.08.22 12 0 9쪽
38 또 다른 계약자. 나의 엄마. [Four of Cups] 24.08.22 12 0 10쪽
37 찾긴 했다. 김주성을. 24.08.21 15 0 10쪽
36 손거울의 비밀 [The Tower] 24.08.21 13 0 11쪽
35 김주성 찾기 24.08.20 12 0 9쪽
34 그 아이의 이름은 24.08.20 13 0 11쪽
33 아픈 새끼손가락 24.08.19 11 0 11쪽
32 실종 2 [Strength] 24.08.17 14 0 10쪽
31 실종 1 24.08.16 14 0 9쪽
30 천왕 대신 할머니 24.08.16 16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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