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써가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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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신
작품등록일 :
2024.07.22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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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0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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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2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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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화. 회귀(15) ]

DUMMY


다음날 학교를 마치자마자 성현은 은행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합의금으로 받은 현금 중 3천만원을 수표로 찾아서 봉투에 담았다.


이 정도면 가게 인테리어를 새로 바꾸는데 충분히 보탬이 될 만한 액수였다.


‘나머지 현금은 생활비로 써야하니까 놔두고.’


성현은 지만의 가게로 가 당당하게 문을 열고 들어섰다.


처음 돈을 빌리러 왔을 때는 약간 겁나기도 하고 마음이 무척 불편하기도 했었지만.


오늘은 오히려 홀가분하고 떳떳하다 못해 어깨가 벌어질 지경이었다.


'딸랑.'


“어? 너는?”


지만이 성현을 알아보고 한쪽 구석에 앉아 있다가 벌떡 일어서서는 반겼다.


가게는 여전히 파리가 날리는 채였다.


어떻게 이렇게도 손님이 없는지 성현은 신기할 지경이었다.


“진성현이요. 기억하시죠?”


성현이 미소와 함께 지만에게 말했고.


지만이 씨익 웃으며 화답했다.


“그럼. 난 내 돈 꿔간 사람들 절대 잊지 않아.”


말은 저렇게 하지만 한없이 따듯한 지만이었다.


성현은 회귀 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지만을 보며 돈 봉투를 내밀었다.


돈 봉투는 겉봉투와 안봉투 두 겹으로 이루어져 내용물이 비치지 않는 것이었다.


“여기요.”


“생각보다 얇은데? 응?”


무심코 안의 내용물을 꺼내 보던 지만의 눈이 이내 휘둥그레졌다.


“아, 아니. 이거 수표가 아니냐?”


“맞아요. 수표.”


“헉.”


지만은 저도 모르게 이상한 소리가 입에서 새어 나온 듯했다.


다시 한 번 조심스레 수표를 들여다보던 지만은 입을 쩍 벌렸다.


천만 원짜리 세 장. 총 삼천 만원이었다.


“아니 내가 빌려준 건 50만원 이었잖니.”


“맞죠.”


“너 돈 없다면서 이 돈은 어디서 난거야. 설마 훔쳤냐? 아니면 이상한 알바라도 했어?”


지만은 저 혼자 머릿속으로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듯했다.


성현은 그런 지만을 좀 골려줄까 하여 최대한 불쌍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했죠. 그런 알바.”


“뭐어?”


지만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고.


성현의 팔목을 세게 잡으면서 가게 밖으로 이끌려고 했다.


“가자. 거기가 어디야. 감히 미성년자한테 뭘 시킨거야?”


“사장님 무슨 상상하시는 거예요.”


성현이 자지러질 듯이 크게 웃어댔고.


지만은 곧 자신이 당한 것을 알고 헛기침을 하며 성을 냈다.


“아니, 너는 농담을 할 게 따로 있지!”


“죄송해요. 저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너무 혼자 열렬한 상상을 하시는 거 같아서.”


“어허. 너 애가 벌써부터 그렇게 어른을 놀리면 못 써.”


‘저도 28살의 어른인데요.’라는 말을 애써 삼키던 성현이 지만에게 설명하듯 말했다.


“돈은 합의금으로 받은 거예요. 절대 나쁜 짓을 한 건 아니에요.”


합의를 한 게 나쁜 것은 아니니까. 성현은 당당하게 말했다.


“뭐? 합의? 얘야 무슨 일이 있던 거냐?”


성현의 말에 지만의 눈이 순간 걱정으로 가득 찼다.


이런 지만에게 항상 느끼는 거지만, 그는 너무도 따듯했다.


그게 누구든 타인을 사랑할 줄 알았고, 사랑을 줄줄 아는 지만이었다.


성현은 안심하라는 듯 일부러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이렇게까지 진심으로 웃음을 보이는 것은 현재로선 가족들과 지만이 유일했다.


“그냥. 어쩌다 잘 못 맞았는데 합의금을 준다고 해서 받았어요.”


물론 그 과정에 대한 많은 말들이 삭제되었지만 말이다.


“뭐어? 아니 어쩌다 어딜 맞은 거야? 누구한테?”


일부러 걱정 끼칠까 봐. 자세히 말하지 않으려고 애매하게 답 한 건데.


이 대답은 오히려 지만의 걱정을 가중시켰다.


지만은 성현의 몸 곳곳을 살피듯 허리를 낮추더니, 걱정스런 눈길로 눈높이를 맞춰 쳐다봤다.


“괜찮니? 어디 다친 데는 없어?”


“없어요.”


“저런. 무슨 일이니.”


순간, 지만이 성현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는데.


지만이 오죽 악력이 좋아야지.


살짝 잡은 건데도 그 반동이 허리에까지 전해져왔다.


이로 인해 성현은 아직 완전히 낫지 않은 허리에 인상을 살짝 찌푸렸고.


지만은 용케도 그걸 캐치하고는 물었다.


“등 쪽을 다친 거야?”


“살짝. 살짝이요.”


“병원은 가봤고?”


“네. 물리치료도 잘 받고 있어요.”


가끔 엄마 같다고 느낄 정도로 지만은 성현을 잘 챙겨줬었다.


이런 면 때문에 성현이 지만을 인간적으로 좋아할 수밖에 없는 것이기도 하고 말이다.


“합의를 해주지 말고 확 콩밥을 먹여버리지 그랬니.”


“그랬으면 좋았겠지만. 저는 돈이 필요해서요.”


“내 돈은 천천히 갚아도 됐는데. 필요하면 더 빌려줄 수도 있고.”


“안 돼요. 저희 사업해야죠.”


지만은 가게내부의 의자 하나를 빼주며 앉으라는 듯 고갯짓을 했고.


성현은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게 조심스럽게 주저앉았다.


지만 역시 성현의 맞은편의 의자를 빼고 앉아 성현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저번의 사업계획서는 다 읽어보셨어요? 어떠세요?”


“일단 내용은 좋다고 생각한다만. 과연 사람들이 스테이크와 같은 고급 고기류를 배달을 많이들 시켜 먹으련지.”


“음...”


하긴. 시기상조일수도 있긴 했다.


실제로 1인 스테이크 도시락 등이 성행하기 시작한 것은 좀 더 나중의 일이었으니까.


성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자신 있게 제안하긴 했지만.


비록 미래를 알지라도 반드시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또한 향후 성공할 사업들 아이템을 미리 알았고 차고 넘쳤지만.


남의 아이디어를 가로채면서까지 사용하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이 도시락 스테이크도 성현만의 방식으로 고안해내어 제안한 것이었다.


“사장님은 그럼 다른 아이디어가 있으세요?”


물론 지만이 국밥이 망하고서 이다음에 할 것이 곱창집이긴 했지만.


지만이 곱창집을 개업하는 것은 한참 더 후인 나중의 일이었다.


“사실은 예전부터 한번 해보고 싶은 사업이 있긴 한데.”


지만은 말을 다 끝마치지 못하고 흐렸다.


“뭐 문제가 있는 건가요?”


“그런 건 아니고. 아직은 생각만 해본 거라서. 확신은 못하겠단다.”


“뭔지 살짝 얘기해주실 수는 없나요?”


“사실은 내가 내 음식을 싫어해. 국밥집을 하다 보니 매번 남는 음식 짬처리를 내가 하니까 질리거든. 그래서 배달을 자주 시켜먹는 편인데.”


실제로 참 아이러니하게도.


지만은 회귀 전에도 요리하는 것을 매우 싫어했다.


그 음식을 자신이 먹는 것은 더더욱 싫어하고.


그래서 더더욱 곱창집을 개업한 까닭도 있었다.


곱창집은 굳이 요리할 게 없기도 하였으니 말이다.


지만은 곱창을 굽는 것조차 꺼려했고.


그래서인지 카운터를 지키며 계산을 하거나 잡다한 청소, 테이블 서빙 등만 했을 뿐이었다.


“항상 배달음식 시킬 때 메뉴 때문에 고민을 하거든. 이것도 먹고 싶고. 저것도 먹고 싶고. 뷔페처럼 말이다. 그런데 다 시킬 돈은 부족하잖니.”


지만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말을 이어갔다.


“그러니까 한번 배달시킬 비용으로 이 음식 저 음식 다 담아서 배달을 해 주는 거다. 마치 뷔페처럼 고를 수 있게 말이지.”


그러나 여태 눈을 반짝거리던 지만이 갑자기 시무룩해져서는 중얼거렸다.


“그런데, 이렇게 하기가 쉽지는 않겠지. 특히나 여러 음식을 한꺼번에 운용한다는 건 더더욱. 전문성도 없어 보이고.”


성현은 지만의 말을 듣고 진지하게 생각에 잠겼다.


확실히 배달음식을 시키는 모든 사람들의 고민이기도 했다.


성현 자신도 어쩌다 배달음식을 시킬 때면 메뉴 선택에 한참을 걸렸으니 말이다.


특히나 입 짧은 사람들에게는 많은 호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도 한 아이디어였다.


잘하면 배달과 음식계의 혁명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만의 고민도 타당하기도 했다.


회귀 전에 떡볶이나 피자를 함께 파는 것은 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아예 다른 결의 음식을 같이 하는 곳은 보지 못했다.


지만의 말대로 그렇게 여러 음식을 취급할 경우,


확실히 전문성이나 맛이 떨어져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성현이 한참을 고민하는데. 문득 스치고 가는 하나의 생각이 떠올랐다.


“음. 방법은 있어요. 공유주방을 열면 돼요.”


“공유주방?”


“네. 말 그대로 주방을 공유하는 거예요.”


이 시대에는 공유주방이란 아직까지 생소한 개념이었기에 지만이 모를 만도 했다.


근미래에는 1인 배달 사업자들을 위해 곧 활성화되는 될 터였다.


회귀 전에도 공유주방은 많았지만 그렇다고 함께 판매하지는 않았다.


그저 각자 다른 가게로서 따로따로 음식메뉴를 판매를 했을 뿐이었다.


만약 공유주방 자체를 하나의 사업장, 즉 음식점으로서 생각을 해본다면.


그리고 그 안에서 뷔페처럼 마음껏 음식을 소량씩 선택할 수만 있다면?


지만이 말한 것처럼 배달음식을 시킬 때.


여러 음식을 먹고 싶은 소비자의 마음을 겨냥할 수 있었다.


또한 공유주방은 원래 각각 개별의 가게를 가지고 있는 것이기도 한 터라,


전문성을 의심받지는 않을 것이었다.


문제는 음식의 양 조절과 그에 따른 마진인데.


소량씩 음식을 조리하기도 애매할뿐더러 판매할수록 마진이 그만큼 나오지 않을 수도 있었다.


다만 수요와 공급이 많기만 하다면, 이는 전혀 문제가 되진 않는 것이었다.


성현은 입가에 미소를 씨익 띄우며 지만에게 손을 내밀었다.


“사장님. 공유주방을 만들기 위해선. 여러 개의 주방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터라 초기자본은 많이 들어가겠지만. 충분히 도전 해 볼 만한 아이디어 같은데. 함께 해보시겠어요?”


성현의 자신만만한 표정에 지만도 함께 씨익 웃었고.


내밀고 있던 성현의 손을 맞잡으며 악수하듯 흔들었다.


“그럼 처음 제시한 게 누구 머릿속에서 나온 건데. 내가 빠지고 배겨?”


“앞으로 준비할 게 많아지겠어요, 우리.”


성현과 지만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한동안 손을 잡고 흔들었고.


국밥집 밖의 행인들은 투명한 유리벽 너머로.


마치 작당모의를 하는 듯.


누구보다도 수상해 보이는 표정을 한 그런 둘의 모습을 보고는 경악하며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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