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써가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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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신
작품등록일 :
2024.07.22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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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0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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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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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화. 폭행사건(2) ]

DUMMY

“어, 어서 열어봐.”


성현의 편지를 앞에 두고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며 재은이 말했다.


보이는 행동과는 달리 어쩐지 심기가 많이 불편해 보이는 재은이었다.


반면 세훈은 자신이 더 설레어 하며 양손을 모으고 기대에 가득 찬 표정이었다.


“그런데 너네 다 보는 앞에서 이렇게 편지를 까도 되나?”



어떤 내용인지는 아직 모르긴 하지만.


성현은 일단 겉에 생긴 게 편지의 형식이라 써 준 사람에 대한 예의는 갖춰야 할 거 같았다.


“고, 공개적인 장소에서 준 거니까 상관없잖아.”


누구보다도 편지의 내용이 연애편지가 아니길 바라는 재은이 외쳤고.


“그런가?”


성현은 어느 정도는 일리 있는 말이라고 생각하여 편지를 열려는데.


“잠깐.”


세훈이 그런 성현의 손을 저지하며 말했다.


“생각해보니까. 성현이 너 말이 맞는 거 같아. 우리는 안 볼게.”


갑자기 몸을 돌려 뒤를 바라보는 세훈.


그런 세훈에 이어 지욱이 옆으로 고개를 돌렸고.


재은도 불안한 표정으로 마지못해 몸의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돌아간 눈동자는 여전히 성현이 쥐고 있는 편지에 머물러 있었다.


“그래. 너네가 그렇다면야.”


솔직히 봐도 상관은 없었다.


어차피 연애편지가 아닐 게 뻔했으니까.


언제나 성현은 인기가 없는 편이었고. 성현은 그런 자신의 분수를 잘 알았다.


물론 회귀전의 재은이 자신에게 호감이 있긴 한 거 같았지만, 확실한 것도 아니었고.


결론은 잘 되지도 않았었다.


그런데...


성현은 편지를 꺼내 첫 문장을 읽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


가지런히 줄을 맞춰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쓴 글씨에는 정성이 묻어났고.


심지어 편지에서 좋은 향도 나는 듯했다.


성현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떡 벌어진 입으로 편지를 읽어나갔다.


- To. 성현이에게.


안녕 나는 1학년 5반의 윤서라고 해.

그 동안 계속 너를 쭉 지켜봐왔어.

혹시라도 이런 내가 소름끼친다면 미안해.


하지만 나도 너만 보면 이런 내 마음을 도저히 진정시킬 수가 없더라.

그래서 너한테 용기내서 말하고자 편지를 썼어.


시간이 되면 혹시 방과 후에 학교뒤편에 분리수거장으로 나와 주라.

사람 많은 데서 얘기하기에는 부끄러워서.

너가 나올 때까지 계속 기다릴게.


FROM. 너를 만나고 싶은 윤서가


다 읽은 성현은 자신의 눈을 도저히 믿을 수 없어 몇 번이고 편지를 들여다봤다.


세상에 살다보니 별 일도 다 있구나.


성현 자신에게 연애편지라니. 심지어 다른 반 애가 짝사랑이라니.


성현은 두근대는 가슴을 도저히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아무리 속은 28살이라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기에 설렐 수밖에 없었다.


물론 자신의 속은 성인이고 17살의 여자애가 여자로 보이지도 않기에,


이 편지의 주인공이랑 잘 되고 싶은 마음도 잘될 생각도 전혀 없었지만.


회귀 전에도 모태솔로 28년차에다가 연애를 한 번도 못해본 성현으로서는 떨리는 순간이었다.


어느새 대놓고 궁금한지 성현의 편지를 빤히 보던 재은이 퉁명스레 말했다.


“연애편지 맞네.”


이것을 필두로 양심과 싸우며 눈을 굴리다 말다 하던 세훈역시 놀라서는 편지를 봤고.


궁금한지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서도 시선은 편지를 몰래 보던 지욱 역시 돌아봤다.


그리고 머지않아 세훈의 감탄사가 들려왔다.


“우와. 진짜 연애편지네.”


호기심 앞에서는 장사 없다고.


아까 전, 편지를 보지 않겠다고 한 말이 무색하게 세훈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와. 축하해 성현아. 너 여친 생기는 건가.”


세훈의 호들갑과는 정반대로 재은이 시무룩하게 물었다.


“어디로 오라는 내용 맞지? ... 나갈거야?”


“응. 나갈 거긴 한데. 이 애가 괜히 기다릴까봐. 그래서 나가는 거야.”


말은 애써 태연한 척 했지만. 사실 성현의 심장은 요동치고 있었다.


이미 머릿속으로 거절 멘트도 멋지게 떠올리면서 말이다.


‘학창시절에 추억할만한 좋은 기억하나 생기겠네.’


성현은 이미 저 혼자 김칫국을 마시며 이런 저런 상상과 걱정을 하고 있었다.


‘혹시라도 이 애가 나를 너무 좋아하면 곤란한데.’


‘어떻게 거절해야 상처를 안 받을까.’


‘도대체 내 어디를 보고 좋아한 거지? 얼굴?’


타인의 순수한 마음을 직접 이렇게 들으니 너무도 신난 성현이었다.


갑자기 스스로가 좀 잘생겨 보이기도 하는 거 같았다.


성현은 애써 마음을 진정시키려 긴 호흡을 내뱉었다.


아무래도 오늘도 수업시간 내내 집중하기 그른 거 같았다.


성현은 종일을 그렇게 내리 시계만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와는 정반대로 재은은 애타는 마음으로 시간을 흘러가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일분일초가 흐를 때마다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리기를 바랬다.


늘 성현의 옆에서 그를 지켜보고만 있었는데.


이렇게나 갑작스레 장애물이 나타나다니.


그동안은 성현이 그저 평범한 학생으로서 아무런 주목도 안 받아서 좋았었다.


오로지 재은 혼자만 성현의 매력과 따스함을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성현이 주윤석에게 찍히면서부터 전교생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더니.


어쩐지 지금은 지욱과 함께 다녀서인지 더더욱 다른 학생들의 이목을 이끌고 있었다.


그리고 점점 조금씩 키가 자라며 성현은 어느새 재은 보다 약간 작은 정도로 따라잡았다.


이러다가 성현이 키가 더 크게 되면 더욱 멋있어질까봐 걱정되는 재은이었다.


남들 눈에는 어쩔지 몰라도 재은의 눈에는 그 누구보다도 성현이 최고로 멋졌으니까.


그리고 왜인지는 몰라도 성현이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잘생겨지는 거 같기도 했다.


콩깍지가 아주 단단히 쓰여도 쓰인 재은의 증상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었다.



***



그렇게 성현에게는 오늘따라 유난히 느리게 흘러가는 듯한 시간이 흘러갔고.


마침내 종례를 가리키는 종소리가 울렸다.


부랴부랴 가방을 챙긴 성현이 지욱과 재은, 세훈에게 인사를 건넸다.


“나 먼저 간다.”


아이들이 성현의 인사에 대꾸하기도 전에 성현은 벌써 교실을 빠져나간 직후였다.


“저렇게나 좋을까.”


세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고.


재은은 입을 꾹 다물고 기분이 안 좋은 듯 지욱에게 웅얼거렸다.


“...성현이가 저 여자애 고백을 받아줄까?”


재은이 성현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는 눈치 채고 있던 지욱.


자신에게 희망적인 답변이라도 듣길 원하는 거 같은 재은에 난처한 듯 한참을 말을 골랐다.


“...몰라.”


그리고 이런 지욱의 대답에 재은의 표정이 더 어두워졌다.


세상의 모든 근심과 시련은 다 갖고 있는 사람처럼 말이다.


지욱은 도대체 자신보고 어쩌라고 하는 심정이었다.


자신은 성현의 대변인도 아니었고, 그 마음까지 어떻게 알겠는가.


지욱은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그러나 너무도 시무룩한 재은의 표정에 위로는 해주고 싶었고.


그래서 한참을 생각 끝에 내린 지욱의 결론은 이것이었다.


“... 보러갈까?”


“응!”


이 말을 듣자마자 재은이 열렬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 그건 좀.”


세훈은 그것만은 안 된다는 듯 손을 열심히 내저었다.


마치 지욱의 말에 솔깃했던 내면의 자신과 싸우는 듯 갈팡질팡해 보였다.


“마음에 걸리면 세훈이 너는 오지 마. 가자 지욱아.”


재은은 급하였던 듯 지욱의 옷소매를 잡고 보채듯이 이끌었다.


혼자 몰래 보러가도 되었지만, 그러다 들키면 재은 자신이 더 비참해질 거 같아서였다.


차라리 지욱이라도 끌고 가 친구들의 짓궂은 장난인 것처럼 위장하는 게 그림이 나았다.


성현도 그쪽을 덜 부담스러워 할 것이고 말이다...


재은은 성현이 어느 순간부터인가 자신에게 은근슬쩍 선을 긋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마 눈치 빠른 성현이 자신의 마음을 눈치 챈 거겠지.


재은은 고백도 하기 전에 거절당한 거 같아 마음을 심하게 앓는 중이었다.


그런 와중에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이라니.


어디 자신보다 얼마나 낫나보자 하는 심술궂은 마음이 재은을 가득 채웠다.


“아, 아니야. 갈래.”


막상 재은과 지욱만 보러간다고 하자 다급해진 세훈이 재빨리 말했다.


저도 많이 궁금했지만 성현에게 차마 실례되는 행동일까 싶어 안 가겠다고 한 건데.


어차피 재은과 지욱과 함께이니 괜찮을 것도 같았다.


아니 오히려 재미있을 거 같아 세훈의 마음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원래 남의 연애는 옆에서 참견하고 보는 게 더 재미있는 법.


세훈은 앞서 교실을 나가려는 재은과 지욱의 뒤를 쪼르르 쫓아가며 외쳤다.


“가, 같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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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 44화. 폭행사건(4) ] 24.08.04 60 1 11쪽
43 [ 43화. 폭행사건(3) ] 24.08.02 59 1 10쪽
» [ 42화. 폭행사건(2) ] 24.08.01 65 1 9쪽
41 [ 41화. 폭행사건(1) ] 24.07.31 77 1 10쪽
40 [ 40화. 꼬여버린 운명(10) ] 24.07.30 84 1 14쪽
39 [ 39화. 꼬여버린 운명(9) ] 24.07.29 88 1 14쪽
38 [ 38화. 꼬여버린 운명(8) ] 24.07.28 82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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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 36화. 꼬여버린 운명(6) ] +1 24.07.26 82 1 13쪽
35 [ 35화. 꼬여버린 운명(5) ] 24.07.26 81 1 11쪽
34 [ 34화. 꼬여버린 운명(4) ] 24.07.25 81 1 9쪽
33 [ 33화. 꼬여버린 운명(3) ] 24.07.24 89 1 10쪽
32 [ 32화. 꼬여버린 운명(2) ] 24.07.23 99 1 10쪽
31 [ 31화. 꼬여버린 운명(1) ] 24.07.22 104 1 10쪽
30 [ 30화. 회귀(24) ] 24.07.22 98 1 10쪽
29 [ 29화. 회귀(23) ] 24.07.22 90 1 12쪽
28 [ 28화. 회귀(22) ] 24.07.22 87 2 14쪽
27 [ 27화. 회귀(21) ] 24.07.22 88 2 10쪽
26 [ 26화. 회귀(20) ] 24.07.22 91 1 9쪽
25 [ 25화. 회귀(19) ] +1 24.07.22 100 2 11쪽
24 [ 24화. 회귀(18) ] 24.07.22 98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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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 22화. 회귀(16) ] 24.07.22 115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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