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써가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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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7.22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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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0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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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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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3화. 꼬여버린 운명(3) ]

DUMMY


“이거 봐봐. 내가 엄청난 것을 찾아냈어.”


재은이 호들갑을 떨 듯이 사진첩에 저장해놨던 사진을 꺼내들었다.


석우그룹에서 별 탈 없이 무사히 빠져나온 재은과 지욱, 성현이었다.


저녁메뉴로 옥신각신하던 셋의 저녁 메뉴는 결국 치킨에 콜라였다.


내장탕은 죽어도 먹기 싫다며 기겁하는 지욱의 완강한 고집 탓이었다.


그렇게 옹기종기 모여앉아 함께 치킨의 뼈를 뜯고 있는 재은과 지욱, 성현.


아버지가 퇴근하고 오셨기에 시간이 되어 바로 성현 일행과 합류한 세훈까지.


그들은 재은이 아까 전 석우그룹의 부회장실에서 찍었던 핸드폰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게 뭐야... 주..식 계좌 입출금 내역?”


재은이 핸드폰 화면을 계속해서 넘겼다.


거기에는 영석이 계열사 사장들에게 돈을 빌렸다는 통장내역을 찍은 사진도 있었다.


“이 어마어마한 액수는 뭐야. 와...”


“이렇다는 건 성현이 추측이 맞다는 거잖아. 주가조작 말이야.”


“이거 어디서 찾아낸 거야?”


“부회장실 안 책상 밑에. 테이프로 붙여져 있던 것을 찾아냈어.”


세훈이 인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런데 이걸 왜 가지고 있지?”


“그니까. 나도 그게 이상해가지고 찍어 온 거야.”


“보통은 이런 서류 있으면 폐기하려고 들지 않나. 증거인멸을 위해서 굳이 한 통장에 돈을 받지도 않을 거고.”


성현역시 고민에 잠겼다.


도대체 이걸 왜 위험하게 굳이 책상 밑에 붙여놨단 말인가.


마치 일부러 누굴 보여주려 하는 듯이 말이다. 꼭 누군가에게 들키기라도 바라는 양.


“어쨌건 주가조작을 계획한 거네. 갑자기 투자금을 왕창 넣은 것도 이상하고.”


“이 증거 들고 경찰이나 검찰에 찾아가면 안 되나?”


“아주 결정적인 증거는 아니지만, 정황상 이걸 바탕으로 자세히 조사해보지 않을까?”


“고발했다고 막 보복당하거나 하진 않겠지...”


“... 잠시만.”


성현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는 재은과 세훈의 말을 막아섰다.


생각을 좀 가다듬어 볼 필요가 있었다.


분명 자신이 영석 이었다면 이런 것을 붙여놓지 않았을 것이다. 증거인멸을 했으면 했지.


뭐, 굳이 따지자면 돈을 빌린 계열사사장들한테 보여주기 식 증거로 보냈을 수는 있다.


하지만 비서 등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회사 책상 사무실에 굳이 이걸 숨겨 둔다라.


부회장실은 생각보다 경계도 심하지 않았다. 그 흔한 경호원들조차 배치하지 않았고.


회사내부의 자유로운 소통 분위기 때문인지 직원들조차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거 같았다.


무엇보다 재은이 쉽게 들어간 것으로 보았을 때 회장과 부회장 사무실이 있는 그 층은, 실시간으로 CCTV도 확인하는 등의 보안 수준이나 감시가 삼엄한 것도 아닌 거 같았

다.


그렇다는 건 그곳에다가는 웬만한 중요한 문서나 자료를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 된다.


실제로 손님들을 직접 맞이하는 것으로 봐서는, 석우그룹의 회장실이나 부회장실은 대외적인 장소로만 쓰는 용도일 것으로 추측되었다.


이성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수상한 점이 한 두개가 아니었다. 너무도 이상한 게 많았다.


성현은 다시금 처음부터 생각해 보기로 하였다.


이 사건이 터지고 영우가 검거된다면. 가장 득볼 사람은 경쟁회사일까?


혹 스파이라도 써서 영우 책상 사무실 밑에 붙여 놓은 것일까?


아무리 그래도 그건 말이 안됐다. 굳이 위험을 감수하며 타 회사에 그런 짓을 한단 말인가.


또한 아무리 회사내부에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을지언정,


부회장 영우의 개인 통장내역까지 조작하기는 힘들 것이었다.


애초에 이 사건은 부회장 영석이 도박 빚을 지게 되면서 시작된 일이었다.


내부에서도 개입하기 어려울 거 같은데, 외부인이 대체 어떻게 개입한다는 말인가.


말이 되지를 않았다.


그렇다면 회사내부에서 누군가 부회장 영석과 척을 진 사람이 주도했을 가능성은 있나?


아주 힘들겠지만 어렵진 않을 수도 있다. 또한 그 누군가가 영석을 꼬드긴 거라면 가능했다.


계열사 사장들 중 한명인 것인가. 아니면 다른 이사들이나 주주 세력?


아무리 그래도 이런 짓까지 벌이며 회사가 망하는 것을 두고 보는 건가.


그렇게 한참을 생각에 잠겨 있던 성현의 머리로 딱 한명 스쳐지나갔다.


회귀 전, 영석이 감옥에 가고 나서 제일 득을 본 사람.


또한 회사에 타격이 있을지언정 단기간 내에 원래대로 되돌린 사람.


그건 바로 회장이자 영석과 사돈관계로 얽혀있는 강우였다.


도대체 강우가 왜 이런 짓을 벌이는 거까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자신이 알 바 아니었다.


그렇다면 당사자에게 가서 직접 물어보자.


아까 강우에게서 건네받은 명함을 꺼내어 전화번호를 누르던 성현이 멈칫했다.


여태 자신이 반 아이들까지 동원해 막으려던 것은 강우의 회사일 이었다.


강우가 누구던가. 자신의 인생을 지옥으로 만든 윤석의 아버지가 아니던가.


어차피 나중에 윤석의 회사가 될 것인데 자신이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지 싶었다.


성현에게 있어 윤석은 평생의 원수이고 악마이자 가족에 해를 끼친 복수하고 싶은 이였다,


오히려 강우와 윤석의 회사를 망치려고 해도 모자랄 판이었다.


지금 당장 강우에게 전화를 걸 게 아니라.


증거를 더 모아 검찰등지에 넘겨 강우를 곤란하게 만들어야 하는 게 맞았다.


이는 자연스레 윤석까지 지옥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할 수 있었다.


윤석의 불행이 앞으로의 성현의 목표이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성현은 이상하게 강우에게만은 그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았다.


강우가 윤석의 아버지이고 그를 키운 장본인은 맞지만,


연좌제도 아니고 윤석의 죄를 그에게까지 물게 하고 싶진 않았다.


가정환경이 어쩌건 간에 그건 핑계일 뿐이다.


똑같은 환경에서도 바르게 크는 사람들도 많았다.


윤석이 그렇게까지 막되 먹은 것은 강우가 잘못 키운 탓도 물론 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윤석 그 자신이 악하기 때문일 것이었다.


또한 성현은 강우를 보는 순간, 이상하게도 정감이 갔다.


그에게서 오래전 병환으로 사망한 자신의 아버지 우현이 겹쳐보였다.


너무 어렸던 터라 기억에는 별로 남아 있지 않지만.


자신이 너무도 사랑했고, 사랑받았던 아버지가 말이다.


성현이 늘 그리워하던 아버지의 푸근함과 따뜻함이 그를 보는 순간 살아났다.


기억이 희미해 머릿속으로 겨우 상상하던 아버지의 이미지와 닮아있기도 했다.


그래서 더더욱 강우를 곤란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오히려 강우와 척을 지기 보다는, 우호적으로 지내고 싶었다.


물론 대기업인 석우그룹의 회장과 친하게 지내기는 무척이나 어려울 거 같긴 하지만 말이다.


무엇보다도 성현은 자신의 아버지 우현이 아직까지 살아있었다면,


남들이 피해 입을 것을 알고도 모른척하는 성현을 나무랐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자신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일임을 알면서도.


자신답지 않게 착한 척 정의로운 척하는 역겨운 짓을 행하였다.


그저 외면하고 있다가 오른 주식으로 큰돈이나 벌었으면 됐을 것을 말이다.


회귀 전 이미 살인까지 저지르려 했었고, 복수를 위해 양심의 존재를 내려놓으려고 했다.


그래서 아까 전 강우에게 양심과 행복 어쩌구를 들먹일 땐, 속으로는 그 말을 지껄이고 있는 자신을 비웃었다.


모두 진심이어서 내뱉는 말이 아니기 때문에.


그저 열일곱 살의 순수한 소년처럼 보이려 했던 것뿐이었다.


그래서인지 더더욱 궁금했었다. 이번 일에 자신이 이렇게까지 나서는 이유 말이다.


그리고 그건 돌아가신 아버지가 지금의 자신을 보면 실망할까봐서.


그 이유가 제일 컸던 것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성현은 자신이 회귀하게 된 이유가, 아버지나 할머니가 돌려보내준 것이라 생각했다.


다현을 결국 지키지 못했고, 역시 생을 끝내려고 한 자신이 가여웠던 것일까.


성현은 미신이나 초월적인 힘 이런 것들을 믿진 않았지만. 그것을 직접 겪기도 한 자였다.


그렇기에 어디에선가 지켜보고 있을 자신의 돌아가신 아버지 우현에게 떳떳해지고 싶었다.


하지만 이번뿐이다. 다신 쓸데없는 것에 휘말리지 않을 것이리라 성현은 다짐했다.


마침내 생각 정리를 다 마친 성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나 잠시만 어디 좀 다녀와야겠다.”


“뭐? 이렇게 늦은 시간에 어딜 가?”


“밤늦게 돌아다니면 위험해. 같이 가.”


“맞아. 같이 가.”


차례대로 세훈, 재은, 지욱이 치킨을 뜯다 말고 한마디씩 하였고.


성현을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들의 눈망울이 부담스러웠는지 성현이 넉살을 떨었다.


“야아, 어디 장기 팔러가는 것도 아니고, 괜찮아. 여기 대한민국 서울이야. 치안 좋기로 유명한 도시.”


“응? 서울이 치안이 좋기로 유명해?”


“곧 유명해질 거야.”


물론 아직은 외국인들에게 한국이란 나라가 이제 막 알려질 때지만.


몇 년 만 기다려봐라. 한류니 뭐니 한국 붐이 일어날 거다.


총기 없고 범죄율 적은 한국 거리의 안전함에 세계가 열광하며 부러워하는 날이 올 것이니.


성현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


가끔 남들이 모르고 있는 사실을 혼자만 알고 있는 것이 쓸쓸하기도 했지만.


때론 미래를 저만 알고 있다는 사실이 참 흥미롭기도 했다.


성현이 자신의 짐을 챙겨들며 말했다.


“재은아. 그 사진 나한테도 핸드폰으로 전송해주라.”


“아, 응.”


“나 먼저 갈게. 내일보자.”


성현에 차례로 인사를 건네는 세훈, 재은, 지욱.


“내일보자.”


“잘 가, 성현아.”


“뭘 하든 조심해라.”


이내 성현이 자리를 떠나자마자 그들 사이에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어, 얼른 먹고 갈까?”


“그러자.”


워낙 성격이 다르기도 하였고. 그전에는 접점도 없었던 이들이었다.


아직까진 성현 없이는 서로가 어색했던 아이들은 그렇게 말없이 치킨만 빠르게 물어뜯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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