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써가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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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7.22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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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0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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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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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2화. 꼬여버린 운명(2) ]

DUMMY



“왔어요?”


“그래. 다녀왔어. 희원아.”


강아지들과 함께 현관문 앞에 서있던 강우에게 그의 부인인 희원은 다가왔고.


그런 희원이 곁에 오자마자 강우는 자신의 품에 그녀를 꼭 껴안아 가두었다.


그리고는 지치고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을 그녀의 어깨에 파묻었다.


동시에 희원에게 풍기는 특유의 포근한 체향이 강우의 후각으로 스며 들어왔고.


이는 다친 강우의 마음을 어르고 달래주는 것 마냥 은은하게 퍼져왔다.


그렇게 잠깐의 시간이 흘렀을까.


희원이 오늘따라 어리광을 부리는 강우에게 물었다.


“당신, 무슨 일 있는 거죠. 고개 좀 들어봐요.”


강우가 순순히 고개를 들어 희원을 쳐다보는데.


그런 강우의 얼굴을 보게 된 희원이 깜짝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당신 머리의 그 상처...”


걱정 가득한 얼굴로 상처를 자세하게 살피는 희원.


이에 강우는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별 거 아니야. 괜찮아.”


“별 거 아니긴요. 많이 다쳤는걸요.”


“... 참으로 긴 하루였어.”


“이러고 있지 말고 일단 안으로 들어가요. 이박사님 당장 불러야겠어요. 얼른 치료 받아야죠.”


“잠시만. 잠시만 이러고 있자, 응?”


여전히 희원을 안고 있던 강우는 팔에 힘을 주었고.


강우의 고집스런 행동에 희원은 졌다는 듯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알겠어요. 대신 이따가 치료 꼭 받아야 해요.”


주인에게 순종하는 강아지처럼 강우는 고개를 끄덕거리고.


희원은 살포시 팔을 들어 그런 그를 안아주었다.


감싸지는 희원의 체온에 강우는 이 순간을 만끽하듯 살짝 눈을 감았다.


현재 눈앞에 서있는 이 여인은 강우의 모든 것이자 세상의 전부였다.


자신의 부인이기도 한 희원은, 주리를 만나기 전 모든 것을 다 바쳐 사랑했던 전 연인이었고.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을 버리고 사라져버려 상처를 주었던 여인이기도 했다.


희원과 강우는 서로가 서로의 첫사랑이었다.


둘은 서로에게 애틋했으며 찢어질 듯 사랑했다.


그러나 어느 날 부터 인가 나타난 주리의 존재 때문에 둘 사이는 금이 가기 시작했고.


희원은 강우에게 말도 하지 않고 그의 곁에서 떠나가 버린 것이었다.


그런 희원을 다시 만나게 된 것은, 윤석이 10살 때인 10여년의 세월이 훌쩍 지나고서였다.


희원 그녀가 입주가정부로서 강우네 집에 오게 되면서부터 둘은 운명처럼 재회하게 되었다.


마침 그 시기는 강우가 윤석이 친아들이 아님을 알고 나서 괴로워하던 때이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처음 몇 달이 넘도록 바뀐 입주가정부가 희원인 것을 강우는 몰랐었는데.


윤석을 피하느라 그만큼 집에 거의 안 들어가는 날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희원이 새로 온 입주가정부인 것을 알게 된 강우는 처음엔 화를 냈었다.


자신에게 어떠한 언질도 주지 않고 훌쩍 떠나버린 희원이었기에.


그녀에 대한 상처받은 마음은 시간이 지났지만 오래토록 상흔처럼 남아있었다.


게다가 주리에 대한 배신감을 어딘가 달랠 길이 없을 때여서 더욱 그랬다.


그러나 차마 강우는 그런 희원을 해고하지는 못했다.


입주가정부로 온 것으로 보아 그녀의 사정상 갈 데가 없는 것이 분명했다.


심지어 강우는 제 발로 나가려던 희원을 붙잡기마저 했다.


스스로도 자신이 왜 그랬는지는 몰랐다.


다만 그저 누군가라도 자신의 곁에 있어주기를 바랬는지는 모르겠다.


그렇게 희원이 입주가정부로서 있으며 해가 바뀌어 갔고.


어느 순간부터 강우는 자신의 옛 연인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으로 조금씩 마음을 열어갔다.


윤석의 일로 방황하는 자신을 보듬어주며 슬플 때마다 위로를 해준 희원이었기에.


또한 희원은 윤석에게도 엄마와 자신의 빈자리를 채워주며 따뜻하게 대해주었다.


그런 희원덕분에 집안에는 평화가 다시 찾아오는 듯했다.


강우역시 희원의 등쌀에 못이기는 척 윤석을 전처럼 대하려고 노력했다.


물론 감정까지 속일 수는 없기에, 윤석이 그것을 알아채지 못했을 리가 없지만 말이다.


하지만 강우는 희원 덕에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고, 다시금 삶이 흐르는 것만 같았다.


저도 모르는 새에 어느새 강우의 마음 속 깊이 희원이란 사람이 거대해져 갔다.


자신이 오로지 기댈 수 있는 것도,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것도 희원뿐이었던 것이다.


강우는 점점 희원을 다시금 사랑하게 되었고 그녀를 옆에 두고 싶었다.


하지만 어쩐지 강우의 마음이 커질수록 희원은 자신에게서 도망치려고만 하는 듯 했다.


하루는 강우가 희원에게 자신과 결혼해달라고 고백하였는데.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던 희원은 그날 밤 짐을 싸서 야반도주라도 하는 듯 몰래 나가려 했다.


그런 희원을 붙잡고 강우는 애원하듯 붙잡으며 애걸복걸했다.


제발 떠나지 말아달라고, 제발 내 곁에 있어달라고.


전처럼 아무 말 없이 가서 상처주지 말라고.


희원 없이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거 같아 보이는 위태로운 강우의 모습이 통해서였을까.


마음이 약해 진건지 희원은 그 후로는 다행이도 떠날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강우는 희원이 또 덜컥 떠난다고 할까 무서웠고.


갖은 구혼 끝에 겨우 허락을 얻어내며 빠르게 혼인신고까지 진행했다.


결혼식은 필요 없다는 희원의 말에 윤석과 셋이서 여행을 가기도 하였다.


비록 속은 썩어 문드러졌어도 겉으로 보기엔 둘도 없이 화목해 보이는 가정이었다.


하지만 사춘기에 든 건지, 윤석이 머리가 점점 커지면서 반항이 늘어갔고.


엄한 강우대신에 희원에게 폭언을 하거나 대드는 정도가 심해지기도 하였다.


희원은 그런 윤석을 말없이 보듬어주려고 하였지만. 강우는 용서할 수 없었다.


강우 자신에게 있어 우선순위란 윤석보다는 희원이 먼저였던 것이다.


그걸 알아차리게 된 윤석은 갈수록 삐뚤어졌고, 가출하는 날도 많아졌다.


이걸 보다 못한 윤석의 할머니 미연은 결국 윤석을 데려간 것이었다.


강우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자신은 참 형편없었고, 못난 아버지였다.


자기의 상처가 먼저고, 아프다고 자식은 돌봐줄 생각을 못하는 한심한 인간.


그게 자신이란 사실이 한없이 싫었고 증오스럽기마저 하였다.


하지만 강우 그 역시 한명의 부족한 인간이었고, 상처로 얼룩진 사람이었다.


자신을 속인 전처의 자식을 사랑하기 위해서 수없이 노력해봤지만 소용없었다.


주리가 자신들에게 남기고 간 상흔은 너무도 크고 감당하기에 벅찬 일이었다.


결국 윤석이 삐뚤어진 것은 강우 자신의 탓일 진데, 미연을 찾아가 탓하는 꼴이라니.


이는 오만이었다. 자신의 잘못을 회피한 채 남 탓으로 돌려버리는 오만.


아마 윤석을 다시 데려왔어도 결코 해결되지 못할 일이었을 테다.


되려, 상황이 악화되면 더 악화만 되었지.


멍하니 생각에 잠긴 채 강우는 인상을 찌푸렸다.


다시금 심각해진 강우에 희원이 그의 품에서 벗어나 옷깃을 잡아 이끌었고.


둘은 손을 맞잡은 채 저택 내부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거실 소파에 나란히 앉은 채 서로의 손만 만지작거렸다.


초중년의 나이에 다다른 커플이 보이기엔 다소 어색할 수도 있는 행동이었지만,


강우와 희원 이 둘에게 있어선 전혀 군더더기 없는 평소의 습관 같은 거였다.


잠시 후, 강우의 상처가 재차 눈에 띈 건지 희원이 강우의 손을 놓으며 말했다.


“상처가 깊어요. 이 박사님 불러야겠어요.”


“손은 잡은 채로 전화할 수 있잖아.”


강우가 다시금 희원의 손을 꽉 붙잡았고.


결코 놓지 않겠다는 굳센 의지가 엿보이기까지 하였다.


한숨을 내쉰 희원은 결국 강우의 손을 잡은 채, 다른 손으로 주치의에게 전화를 걸어야 했다.


“이박사님. 저 희원입니다. 네, 지금 당장 와주셔야 할 거 같습니다. 늦은 시간 죄송합니다. 네, 이이가 머리를 다쳐서요. 네,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희원이 강우에게 말했다.


“곧 오신데요.”


“그래, 알겠어.”


그렇게 잠시간의 침묵이 흘렀고.


한참을 말없이 강우의 손을 쓰다듬던 희원이 입을 열었다.


“오늘 윤석이 할머니 댁에 다녀왔다면서요.”


“뭐야. 당신이 어떻게 알아? 송여사가 또 당신한테 전화해서 난리쳤어?”


화를 내는 강우를 마치 어린아이 달래듯 희원은 토닥이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요. 저도 할 말은 했으니까.”


“그래. 참고 살지 마. 어차피 남이니까.”


“그러게... 남이지요.”


이 말을 하는 희원의 눈이 너무도 슬퍼 보여 강우는 덩달아 침울해져서는 말을 이었다.


“윤석이가... 알아버렸어.”


“뭐를요?”


“내가... 친아빠가 아닌 거.”


희원의 눈망울이 커다래지며 강우를 쳐다보았고.


마치 자신을 질타하는 것만 같은 눈빛에 강우는 고개를 푹 숙였다.


“정말 몰랐어... 나도 송여사도. 윤석이가 방안에 있을 줄은.”


“당신...”


“나도 너무 힘들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어. 나 때문에 괜히 그 애만...”


울먹이는 강우의 목소리에 희원이 그를 세게 껴안았다.


그리고는 낮은 목소리지만 또박또박 힘을 주듯 말했다.


그건 마치 희원 자신에게도 되뇌듯이 하는 말처럼 들리기도 했다.


“세상에 완벽한 부모는 없어요. 그리고 부모는 언제나... 자식 일에 있어서 죄인이지요.”


희원에 품에 얼굴을 파묻고는 흐느끼듯 조용히 울음을 터트리는 강우.


강우의 눈물로 희원의 어깨 죽지의 옷이 축축하게 젖어왔다.


그리고 그런 강우가 울음을 멎을 때까지 계속 토닥여주는 희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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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 42화. 폭행사건(2) ] 24.08.01 64 1 9쪽
41 [ 41화. 폭행사건(1) ] 24.07.31 77 1 10쪽
40 [ 40화. 꼬여버린 운명(10) ] 24.07.30 84 1 14쪽
39 [ 39화. 꼬여버린 운명(9) ] 24.07.29 87 1 14쪽
38 [ 38화. 꼬여버린 운명(8) ] 24.07.28 82 1 11쪽
37 [ 37화. 꼬여버린 운명(7) ] +1 24.07.27 81 2 10쪽
36 [ 36화. 꼬여버린 운명(6) ] +1 24.07.26 82 1 13쪽
35 [ 35화. 꼬여버린 운명(5) ] 24.07.26 80 1 11쪽
34 [ 34화. 꼬여버린 운명(4) ] 24.07.25 80 1 9쪽
33 [ 33화. 꼬여버린 운명(3) ] 24.07.24 89 1 10쪽
» [ 32화. 꼬여버린 운명(2) ] 24.07.23 99 1 10쪽
31 [ 31화. 꼬여버린 운명(1) ] 24.07.22 104 1 10쪽
30 [ 30화. 회귀(24) ] 24.07.22 98 1 10쪽
29 [ 29화. 회귀(23) ] 24.07.22 90 1 12쪽
28 [ 28화. 회귀(22) ] 24.07.22 86 2 14쪽
27 [ 27화. 회귀(21) ] 24.07.22 88 2 10쪽
26 [ 26화. 회귀(20) ] 24.07.22 91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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