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써가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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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7.22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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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0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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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2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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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화. 회귀(16) ]

DUMMY


성현은 계좌로 들어왔던 석우그룹 주식을 확인했다. 예상대로 그새 호가도 올라간 상태였다.


그런데 어쩐지 찝찝함이 감돌며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다.


컴퓨터로 HTS창을 살피던 성현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무슨 고민 있어?”


그리고 바로 옆에서 그런 성현을 걱정스레 쳐다보는 재은이었다.


재은과는 저번에 병원사건이 있던 후로 한동안 어색해졌지만.


시간이 좀 흐르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다시 대화하게 되었다.


성현의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다행이었지만, 어딘가 모르게 찝찝한 구석은 남아있었다.


성현을 볼 때마다 재은의 눈빛이 전과는 달라졌기 때문이었다.


전에는 뭐랄까, 성현을 되게 안쓰럽게 바라보는 재은이었다면.


요 근래의 재은은 무언가 더 다정해지고, 기대하는 눈빛이었다.


태도도 전보다 훨씬 더 적극적이었다.


이게 정확히 뭔지는 성현도 잘 짐작이 가진 않았다.


또한 그 미묘한 변화는 재은 자신도 깨닫지 못한 것 같았다.


성현은 일단 나중에라도 자리를 만들어 단둘이 이야기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무슨 일 있어, 성현아?”


성현의 깊은 한숨에.


재은에 이어 세훈까지 등받이 의자 뒤로 고개를 빼꼼히 내밀면서 물었다.


어두운 PC방 안에는 성현의 주위로 자리를 하나씩 잡은 채 지욱과 재은, 세훈이 앉아 있었다.


발단은 종례 후 급히 가방을 챙기는 성현에게 재은이 어딜 가냐고 물은 것이 시작이었다.


“성현아, 너 어디가?”


“PC방 갈 건데.”


“나도 갈래.”


성현은 마음이 급해서는 대충 대답했는데.


그런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어느새 성현의 자리로 다가온 재은이 자신도 간다 했다.


“그럼, 나도.”


옆에 앉아 이를 듣고 있던 지욱 또한 단답형으로 같이 갈 의사를 내비쳤고.


세훈 역시 이들의 말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가 졸졸 따라왔다.


이들이 너무도 귀찮았던 성현은 재차 물었다.


“재은이 너. 학원 안 가?”


“안 가도 공부 잘해서.”


상큼하게 웃음을 날리는 재은에. 성현은 어딘가 재수 없다고 느꼈다.


“지욱이 너는, 운동하러 안 가냐?”


“오늘은 걸러.”


쉬는 날 없이 항상 꾸준히 운동을 해온 지욱이었기에. 저 말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세훈이 넌 집에 가야하지 않아?”


“오늘은 아버지가 어머니 병원 모시고 가는 날이라. 시간이 있어서.”


“그... 그렇구나.”


마치 어미 닭을 따라온 병아리들 마냥, 성현을 쫄래쫄래 따라온 것이었다.


그리고는 PC방에 자리를 잡은 성현의 주변으로 아이들이 옹기종기 앉아있었다.


‘그니까 왜 굳이 따라온 거냐고. 이래서야 혼자 생각을 할래야 할 수가 없잖아.’


성현은 묻는 말에는 대꾸 없이 계속 한숨을 푹푹 쉬고 있는데.


이를 보다 못했는지 재은이 옆에서 한 번 더 말을 걸어왔다.


“우리 뭐 먹으러 가자.”


“배고파? 라면 같은 거 시켜. PC방 음식들 끝내주는데.”


이번에도 무시하면 너무한 거 같아 대충 대꾸해주자는 마음에 성현이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그러나 아랑곳 않는 듯 재은이 애교 섞인 콧소리로 졸라댔다.


“그런 거 말구. 철판떡볶이 이런 거 먹고 싶어. 먹으러 가자, 응?”


“와, 좋다. 나도 먹어보고 싶었어,”


옆에서 격하게 반응하는 세훈과.


“밀가루 말고 쌀떡이면 환영.”


이어 지욱 역시 한마디 툭 내뱉었다.


‘정말 안 갈 수가 없게 만드네.’


성현은 오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려던 것을 포기한 듯 컴퓨터를 끄며 말했다.


“그래, 가자 가.”



***



새빨간 고추장소스가 미각을 자극하고.


약간의 매콤함을 솔솔 뿌린 쭉 늘어나는 치즈로 덮는 맛에.


바삭함을 살리기 위해 철판위에서 노릇하게 구워진 쫄깃한 쌀떡의 향연까지.


오랜만에 먹는 철판 떡볶이의 맛은 성현의 침샘을 자극했다.


‘뭐, 오길 잘한 거 같기도 하네.’


신이 난 어린애들 마냥 조잘조잘 떠드는 재은과 세훈이과는 달리.


말없이 옆에서 쌀떡을 계속 집어먹는 지욱이었다.


‘근손실 온다며 탄수화물 잘 안 먹더니.’


운동 매니아라 급식 먹을 때도 밥은 적게 먹던 지욱이었다.


‘그래, 많이 먹어라. 많이 먹어야 무럭무럭 자라지.’


지욱의 앞으로 반찬들도 밀어주는데.


세훈이 감동스런 표정으로 오뎅을 베어 물며 말했다.


“나 친구들이랑 같이 뭐 먹으러 온 거 처음이야.”


“뭐? 처음이라고??”


“응. 집안 사정 때문에 늘 집밥이나 급식 먹었거든.”


세훈은 자신의 집안 사정을 이미 재은과 지욱에게 털어놓은 터였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애들 숙제를 대신 해주며 돈을 받아왔다는 사실까지도 말이다.


물론 다신 그러지 않고 떳떳하게 살겠다고 맹세를 한 세훈이었다.


이는 성현 역시 모르고 있던 것이라, 들었을 때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었다.


그리고 이제야 모든 것이 이해가 가는 듯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앞에 나서고 싶어도 나서지 않았었구나.


그리고 비로소 세훈에게 남아있던 모든 과거의 앙금은 지워졌다.


이젠 그저 안쓰러운 마음이 들 뿐이었다.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시련들을 안고 살아가야 헀던 그가 말이다.


가난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지 잘 아는 성현으로선 너무도 공감이 갔다.


“앞으로도 이런 거 함께 많이 먹으러 다니자. 우리가 사줄게.”


“맞아. 사줄게.”


재은과 지욱은 세훈이 안쓰러웠는지 사주겠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던졌다.


물론 저들 입장에서는 배려겠지만 막상 듣는 입장에서는 너무도 상처다.


가난을 안 겪어본 사람들은 모르는 마음의 상처.


물론 이게 자격지심일 수도 있지만.


성현과 세훈같은 이들에겐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었다.


저들에겐 분명 호의였겠지만, 가시같이 콕콕 박혀와 평생을 지워지지 않을 거였다.


“야, 너네...”


성현이 나서서 한마디 하려는데.


그런 성현의 말이 예측하기라도 한 듯 세훈이 툭 자르며 좋게좋게 대답했다.


“괜찮아. 마음만 받을게. 나도 이제 형편이 좀 나아졌으니까, 같이 놀아만 줘.”


세훈은 아무렇지 않게 오히려 고맙다는 듯 활짝 웃으며 말했다.


저런 말을 뱉은 재은과 지욱의 마음을 다 이해한다는 듯 말이다.


성현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세훈을 바라봤다.


돈 그게 도대체 뭐길래. 사람이 하루 새에 이렇게까지 달라지다니.


성현이 알던 세훈은 매사에 말을 아끼고 차가운 인상에 자기밖에 모르는 이였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는 생각에 함부로 판단한 거 같아 미안했다.


원래 이렇게나 밝고 명량한데 그저 숨기고 있었을 뿐이었던 것이다.


그 누구에게도 다가가지 않고 거리를 두려고 말이다. 그놈의 돈 때문에.


“많이 먹어라 얘들아. 오늘은 내가 산다.”


이러면 세훈에게도 부담이 가지 않고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였다.


아직 세훈에게 계약금도 일부만 줬을 뿐이고. 수중에 돈이 없을 것이었다.


“아니야, 내가 쏠게. 오늘 먹자고 조른 건 나니까.”


갑자기 재은이 나서며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려는 성현의 팔을 저지했다.


같은 중학교를 다녔던 재은은 성현 자신의 집안사정을 얼핏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오, 감사요. 잘 먹었어 재은아.”


성현은 사양하지 않고 기쁜 듯 방긋 웃고.


세훈과 지욱 역시 재은에게 한마디 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잘 먹었어. 고마워.”

“잘 먹었다.”


예상치 못한 반응들에 재은은 어딘가 당했다는 표정을 짓고.


성현은 실실 웃었다. 굳이 자기가 쏜다는데 말릴 이유가 없지.


한참을 성현을 빤히 보던 재은이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활짝 웃었다.


“노래방은 성현이가 쏘는 거지?”


“알겠다. 알겠어. 근데 노래방?”


“2차는 무조건 노래방 가주는 게 정상아냐?”


“정상일 거까지야.”


11년 전으로 회귀해서 듣게 되는 이 시대의 유행어들은 역시나 오글거렸다.


“그래서 갈 거야 안 갈 거야?”


뾰루퉁하게 입을 내미는 재은에 성현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가자 가.”


“우와! 신난다!”


“렛츠 고고!”


덩달아 신난 세훈과. 어쩐지 즐거워 보이는 듯 한 무표정의 지욱까지.


성현은 지금 이 조합으로 이렇게 놀고 있는 것도 참 신기했지만.


그 무엇보다도 매사에 늘 무표정이면서 감정은 다 드러나는 지욱의 얼굴이 더 신기했다.


너무도 신기했던 성현이 지욱의 얼굴을 빤히 관찰하고 있는데.


“뭘 봐.”


어찌보면 시비일 수도 있는 어조이지만, 이 말을 지욱잉 수줍게 내뱉었다.


“뭐야. 왜 부끄러워하는데.”


저 말투와 반응이 불일치되는 게 뭔가 싶어 성현이 어이없다는 듯 보고 있는데.


“얼른 가자고들.”


재촉하던 재은이 갑자기 성현과 지욱의 팔짱을 끼고 이끌었다.


성현은 재은을 보며 배신감 어린 얼굴로 쳐다봤다.


‘너까지 왜 이래? 너 원래 이런 캐릭터 아니었잖아.’


회귀 전의 재은은 언제나 얌전하고 내성적인 인물이었는데 이것도 아니었나 보다.


성현은 자신이 이들을 잘 몰랐던 건가 싶어 갑자기 혼란스러움이 밀려왔다.


친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성격 같은 건 어느 정도는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회귀 후에 도대체가 자신이 알고 있던 성격들이랑 맞아 떨어진 적이 없었다.


특히나 같이 있는 이들은, 성현이 예측불가능한 말과 행동을 하여 놀라울 뿐이었다.


원래라면 매사에 관심 없어야 했던 지욱.


차갑고 자기 이익만 챙기던 개인주의자 세훈.


소심하고 말수가 적으며 잘 웃지 않았었던 재은까지.


성현은 이들이 정말 자기가 알던 이들이 맞나 혼란이 왔다.


아니면 회귀가 아니라 다른 평행세계에 와있기라도 한 건가?


어쨌건 이 변화는 모두 성현이 회귀 전과는 다른 행동을 해서 일어난 것이기도 하였다.


성현은 과연 자신이 이들의 미래까지 바꾸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일었고.


매우 심란한 표정으로 옆에서 재잘대는 재은과 세훈, 지욱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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