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써가는 인생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스토리신
작품등록일 :
2024.07.22 11:54
최근연재일 :
2024.08.10 15:49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5,189
추천수 :
63
글자수 :
241,478

작성
24.08.02 00:00
조회
59
추천
1
글자
10쪽

[ 43화. 폭행사건(3) ]

DUMMY

방과 후에 약속장소에 다다른 성현.


그런데 성현이 기대했던 것과는 너무도 다른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어? 아무도 없네.”


한 아이가 수줍어하며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는데.


성현은 실망감은 감추지 못하며 주변을 둘러봤다.


학교 뒤편 분리수거장은 매주 쓰레기차가 오는 정해진 요일 빼고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


학교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기도 하였고, 쓰레기만 잔뜩 쌓인 곳이라 냄새가 났다.


오죽하면 양아치나 일진들도 잘 오지 않는 곳이라고 할 정도였으니.


그들은 주로 옥상이나 학교 옆의 빈 공터, 건물과 건물사이의 빈틈에서 담배를 피거나 했지.


‘그런데 이런 장소에서 고백한다고?’


코끝을 찔러오는 고약한 냄새 때문에 뭔가 고백하는 기분도 팍 식어버릴 지경인 곳이었다.


말만 분리수거장이지 각종 쓰레기에 심지어 급식실의 음식물 쓰레기까지.


온갖 쓰레기가 뒤죽박죽 섞여서 썩어가는 냄새가 코를 계속 찔러왔다.


성현은 혹시라도 쓰레기 냄새가 자신에게도 배지 않을까 코를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아봤다.


‘도대체 언제 오는 거지? 설마 장난인가?’


장난편지이면 정말 쪽팔릴 거 같긴 했다.


하지만 편지를 전해준 아이도 그렇고 장난이라기엔 편지 자체에 정성이 가득했는데.


성현은 조금만 믿어보고 잠시간만 기다려보기로 결정하였다.


그렇게 떨리는 마음 반 설레는 마음 반으로 성현이 윤서라는 아이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퍽.


무언가 성현의 머리를 세게 치고는 아래로 떨어졌다.


워낙 세게 날아오는 바람에 성현의 몸이 앞으로 기울이며 꼬꾸라졌다.


성현은 방금 뭔가 싶어서 멍한 얼굴로 잠시 상황파악을 하려고 생각했다.


마치 사고회로가 정지한 것처럼 도통 현실감이 없어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 싶었다.


머리 뒤통수에 무언가가 강타한 것 같은데.


‘머리를 맞은 건가?’


성현이 아래를 내려다보자 조그마한 야구공 하나가 데굴데굴 굴러갔다.


누군가 자신에게 던진 것을 깨닫고 뒤를 돌아본 성현의 눈이 커졌다.


저 멀리서부터 주윤석네 패거리들이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다만 주윤석은 보이지 않고 대신 오민성이 보였다.


회귀 전 윤석의 비위를 맞추며 성현 자신을 끊임없이 괴롭혀 왔고,


핸드폰 가게에서 잠깐 만난 사장이자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버지였던 민성이 말이다.


“하.”


성현의 입에서 실소가 터져 나왔다.


아내에게 얻어맞는 민성의 모습은 한없이 순진하고 착해보였는데.


지금 이 모습을 미래의 진성의 아내가 본다면 어떨까.


양아치들 무리와 함께 걸어오는 민성의 모습을 말이다.


성현은 누군가를 괴롭히고 또 괴롭혀 지옥 같은 삶으로 만들어버릴 것인,


이들의 실체를 영상에 찍어가지고 갖고 있다가 미래의 그들의 가족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이게 당신 연인이자 부모가 된 이들의 사악한 본성이자 학창시절의 모습이라고.


‘아마 반성조차 하지 않겠지. 끔찍한 것들.’


그러나 곧 성현은 아파오는 뒤통수를 만지며 정신을 차렸다.


지금은 일단 이런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저들의 기세로 보아 분명 윤석이 시키거나 꾸민 일일 것이다.


다만 이번에 또 엮이면 곤란 해질까봐 지 혼자 현장에서 혼자 쏙 빠진 채로 말이다.


정작 성현 자신은 윤석과 무리들이 파놓은 함정에 빠진 것이었다.


윤서, 윤석.


왜 생각을 못 했는지 모르겠다. 윤석에서 ‘ㄱ’을 빼면 윤서인데.


떠올려보면 편지의 내용역시 모두 윤석의 진심일수도 있었다.


편지에도 좋아한다는 얘기는 단 한마디도 언급된 적이 없었다.


지켜봐왔다거나, 성현만 보면 자신의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다는 얘기나.


모두 다른 의미로 그렇다는 거겠지.


주윤석의 입장에서라면 모두 하나하나 성현을 죽이고픈 간절함을 담아 작성한 것이 분명했다.


무언가 이상했던 것을 이제야 눈치 채다니.


성현은 스스로가 참 어리석다고 느꼈다.


회귀 전에 그렇게 많이 당했음에도 몰랐던 것은,


과거의 주윤석은 이런 졸렬한 방법까지 쓰진 않았었다.


대놓고 괴롭히거나 쓰레기 짓을 하면 했지.


하지만 이렇게까지 하는 걸로 봐서는 지도 머리를 써가며 괴롭히겠단 뜻이었다.


성현은 자신이 과거나 지금이나 뭘 그렇게 윤석에게 원한을 산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저번에 지욱에게 맞은 것이 그렇게 억울했나.


막상 힘이 센 지욱은 못 건드리겠고, 약자인 자신을 괴롭히는 비겁한 인간임은 분명했다.


위기감을 느낀 성현이 핸드폰을 꺼내어 112에 전화버튼을 누르려는데.


빡.


또 하나의 야구공이 날아오더니 성현의 손을 명중시켰다.


“아악.”


성현은 괴로움에 인상을 찌푸리며 손을 부여잡은 채 핸드폰을 떨어뜨렸다.


‘내 스마트폰.’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민성과 무리들은 성현을 둘러쌌다.


민성은 떨어진 성현의 핸드폰을 주우며 씩 웃었다.


“스마트폰이잖아? 좋은 거 들고 다니네? 진성현?”


“뭐야. 너 나 알아? 핸드폰 내놔”


성현이 민성에게 되물었다. 회귀 후에는 처음 보는 사이였으니까, 민성과는 초면이었다.


“아니, 모르는데.”


민성은 철판을 깐 듯 뻔뻔하게 대답하고는.


들고 있던 야구방망이로 성현의 머리를 아슬아슬하게 비껴나가게 휘둘렀다.


“모르는데 알고 싶다야. 네가 윤석이 신경 거스르게 했냐?”


성현이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픽 웃었다.


“왜. 너는 따까리냐? 지주인 건드려서 대신 복수라도 하러 온 거야?”


“이게?”


약이 올라서 야구방망이를 세게 휘두르는 민성.


깡.


쇠나 철로 만든 듯 요란하게 야구방망이가 울리는 소리가 퍼졌다.


성현은 갑작스런 공격에 머리를 방어하느라 순간적으로 팔로 이를 막았고.


성현의 팔뼈와 부딪혔는지 야구방망이는 요란한 소리를 냈다.


“으윽.”


야구방망이에 맞은 팔을 부여잡고는 고통스러운 듯 주춤대는 성현.


이를 보고 씨익 웃던 민성이 뒤에 따라온 무리들에게 말했다.


“뭐해? 밟아.”


무리들은 성현을 둘러싸며 다가서고.


성현은 어떻게든 도망이라도 쳐야겠다는 생각에 주위를 보고 있는데.


“야이 개새끼들아.”


성현의 앞에 있던 일진 몇몇이 순식간에 바닥에 내동댕이쳐지고.


성현이 무슨 일인가 싶어 앞을 보면 지욱과 세훈이 성현의 앞을 막고 서있었다.


“뭐야 너네들. 여긴 어떻게 알고.”


지욱은 대답도 하기 전에 달려드는 무리들과 싸우고 있고.


세훈은 성현을 보호하려하는 건지 한쪽 구석으로 데려갔다.


성현이 어찌된 영문인가 싶어 눈을 동그랗게 뜨는데.


“사실 너 고백 받는 거 구경하려 했는데...”


세훈이 찔리는 구석이 있는 듯 조심스럽게 진실을 말하고.


성현이 욱신거리는 팔을 붙잡은 채 대답했다.


“고맙다. 와줘서.”


“많이 다쳤어? 조금 더 빨리 올걸. 애들이 이런 건 마지막 순간을 포착해야 한다고 좀 기다렸다 가재서.”


“재은이는?”


“저 무리들 보자마자 선생님 불러온다고 뛰어갔어. 일단 여기서 나가자.”


세훈과 성현이 지욱을 데리고 빠져나가려고 하는데.


마침 야구방망이를 든 민성과 대치중인 지욱.


일진 무리들은 괴물 같은 지욱의 힘에 겁을 먹은 건지,


멀찍이 떨어져서는 감히 달려들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이를 보고만 있었다.


“네가 강지욱이냐? 저번에 윤석이한테 비겁한 수 써서 겨우 이겼다는 새끼.”


‘비겁한 수는 무슨. 주윤석이 완전히 발린 거였구만.’


하지만 성현은 하려던 말을 삼켰다.


괜히 민성을 자극해봤자 좋을 것이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전에도 말을 아낄걸 그랬다.


팔이 점점 더 욱신욱신 아파오며 성현은 고통스러움에 움찔거렸다.


설마하니 그거 좀 도발했다고 민성이 야구방망이를 거침없이 휘두를 줄은 예상 못했다.


팔로 막지 않았으면 머리에 맞아 뇌출혈이나 뇌진탕은 기본이었을 것이다.


원래 잔인하고 막무가내에 또라이인 줄은 알았지만 원래 알던 예상을 뛰어넘었다.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는 미친놈은 피하는게 상책이다.


그냥 조용히 재은이가 선생님 모셔 오실 때까지 시간을 끌던가, 도망치는 게 최선이었다.


지욱의 곁으로 살짝 다가간 성현이 지욱의 팔을 잡고 속삭였다.


“지욱아 그냥 도망가자. 하나둘 셋 하면 뛰는 거야. 하나, 둘...”


그러나 지욱이 못 들었는지, 못 들은 척을 하는 건지 민성에게 물었다.


“성현이 팔 네가 그랬냐.”


아니 물음이라기보다는 확신을 가지고 추궁을 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아마 지욱과 세훈은 성현이 민성에게 팔을 맞는 것은 직접보지는 못한 듯하였다.


지욱은 겉으로 보기에는 평소와는 다를 바가 없는 무표정이었다.


그러나 성현은 지욱의 떨리는 목소리에 화가 많이 나있다는 것을 느꼈다.


성현 자신을 때리고 다치게 만든 상대에 대한 분노가 맞는 걸까.


지욱이 이렇게까지 자신의 일 때문에 화를 내는 이유를 성현은 이해할 수 없었다.


지욱과 성현은 안지도 얼마 안 되었고. 그렇게 친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학교에서 아는 이들 중에는 제일 가까운 것은 맞았지만.


성현에게 지욱은 친구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아니, 그 누구도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 내가 그랬는데 어쩌라고. 꼽냐?”


민성이 약 올리듯이 지욱을 도발하는 말투로 건들거렸다.


‘아니 그걸 대체 왜 말해.’


성현은 아주 잠시간 민성의 안위가 걱정되었다.


싸움 잘하고 덩치가 큰 지욱이는 평소에도 조금만이라도 기분이 안 좋아 보여도 무서웠다.


그런데 화가 난 지욱이는 오죽하랴.


성현은 현재 지욱의 앞에서 대치하는 상대가 자신이 아님에, 안심하며 다행이라 생각했다.


“내 친구 건드리지 마라.”


순간 지욱에 입에서 나온 친구라는 단어는 성현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친구라... 우리가 친구라고...’


성현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지욱을 쳐다봤다.


지욱은 미동조차 없는 채로 민성을 노려보고 있었다.


“하, 눈물겨운 우정이네. 뭘 꼴아봐?”

잠시 후,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며 민성이 지욱에게 달려들었고.


이를 본 성현이 저도 모르게 지욱과 민성의 사이에 끼어드는데.


성현은 이미 다친 팔로 한 번 더 야구방망이를 막아내려고 들어올렸다.


그러나 통증 때문에 생각처럼 팔이 위로 올라가질 않고.


“안 돼!”


세훈의 찢어질 듯한 비명소리가 쓰레기장에 울려 퍼졌다.


뒤이어 둔탁한 무언가를 내리치는 ‘깡’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다시 써가는 인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9 [ 49화. 폭행사건(9) ] +1 24.08.10 39 3 11쪽
48 [ 48화. 폭행사건(8) ] 24.08.10 26 1 9쪽
47 [ 47화. 폭행사건(7) ] 24.08.09 52 1 15쪽
46 [ 46화. 폭행사건(6) ] 24.08.08 46 1 11쪽
45 [ 45화. 폭행사건(5) ] 24.08.07 52 1 10쪽
44 [ 44화. 폭행사건(4) ] 24.08.04 60 1 11쪽
» [ 43화. 폭행사건(3) ] 24.08.02 60 1 10쪽
42 [ 42화. 폭행사건(2) ] 24.08.01 65 1 9쪽
41 [ 41화. 폭행사건(1) ] 24.07.31 78 1 10쪽
40 [ 40화. 꼬여버린 운명(10) ] 24.07.30 84 1 14쪽
39 [ 39화. 꼬여버린 운명(9) ] 24.07.29 88 1 14쪽
38 [ 38화. 꼬여버린 운명(8) ] 24.07.28 83 1 11쪽
37 [ 37화. 꼬여버린 운명(7) ] +1 24.07.27 82 2 10쪽
36 [ 36화. 꼬여버린 운명(6) ] +1 24.07.26 82 1 13쪽
35 [ 35화. 꼬여버린 운명(5) ] 24.07.26 81 1 11쪽
34 [ 34화. 꼬여버린 운명(4) ] 24.07.25 81 1 9쪽
33 [ 33화. 꼬여버린 운명(3) ] 24.07.24 89 1 10쪽
32 [ 32화. 꼬여버린 운명(2) ] 24.07.23 99 1 10쪽
31 [ 31화. 꼬여버린 운명(1) ] 24.07.22 105 1 10쪽
30 [ 30화. 회귀(24) ] 24.07.22 99 1 10쪽
29 [ 29화. 회귀(23) ] 24.07.22 90 1 12쪽
28 [ 28화. 회귀(22) ] 24.07.22 87 2 14쪽
27 [ 27화. 회귀(21) ] 24.07.22 89 2 10쪽
26 [ 26화. 회귀(20) ] 24.07.22 91 1 9쪽
25 [ 25화. 회귀(19) ] +1 24.07.22 100 2 11쪽
24 [ 24화. 회귀(18) ] 24.07.22 98 1 9쪽
23 [ 23화. 회귀(17) ] 24.07.22 110 1 10쪽
22 [ 22화. 회귀(16) ] 24.07.22 115 1 10쪽
21 [ 21화. 회귀(15) ] +1 24.07.22 112 1 10쪽
20 [ 20화. 회귀(14) ] +1 24.07.22 113 2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