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써가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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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7.22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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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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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화. 꼬여버린 운명(4) ]

DUMMY


치킨을 뜯고 있는 아이들과 헤어져 밖으로 나온 성현은 거리에 서서 누군가와 통화 중이었다.


‘지금 이 시간에 나를 보자고?’


강우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누가 봐도 당황한 기색이 만연했다.


충분이 어이없는 상황이긴 하지.


한낱 고등학생이 대기업회장에게 대뜸 전화를 걸어 당장 보자고 청했으니까.


강우는 분명 전화번호가 적힌 명함을 이렇게 쓰라고 준건 아니었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아랑곳 않은 성현은 차분하게 핸드폰 스피커에 대고 말했다.


“당황하시는 거 당연합니다. 제 행동이 무례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꼭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중요한 겁니다.”


‘내일은 안 되는 건가? 지금은 곤란한데.’


“... 회장님께서 이 모든 일을 계획하셨다는 것을 압니다.”


수화기 너머에서는 한동안 정적이 느껴지고. 성현은 다시 말을 이어갔다.


“무슨 연유이신건지 듣고 싶습니다.”


‘... 우리 집으로 오게.’


성현은 강우와 통화를 마치고 곧바로 택시를 잡아 올라탔다.


곧 강우에게서 주소가 적힌 문자메세지가 수신되고.


성현은 그 주소를 택시기사에게 불렀다.


“재원동 180-3번지로 가주세요.”


“아이고, 재원동이면 부자중에 부자동네인데. 학생 잘 사나봐.”


“아하하, 저희 집은 아니에요.”


‘우리 집이었다면 좋았을 텐데’라고 성현은 잠시나마 생각하였다.


그리고는 택시에 몸을 맡긴 채 등받이에 몸을 기대어 유리창 너머를 바라봤다.


창밖으로 비치는 거리의 네온사인 불빛이 번쩍였고.


그사이로 밤을 즐기려는 많은 인파들이 쏟아졌다.


나름의 고민들이 많겠지만 저 사람들처럼 그저 평범하게 살고 싶었다.


그저 학생이면 학생답게. 직장이면 직장인답게.


사랑하는 사람과 미래를 꿈꾸면서 가족들과 행복하게 말이다.


그런데 지금이게 무엇인가 말인가.


성현은 갑자기 자신의 처치를 깨달으며 머리가 지끈 아파왔다.


회귀를 했어도 여전히 평범하지 못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자신의 불행한 미래를 어떻게든 바꾸려고 아등바등하고 있으니.


도대체 자신에게도 평화로운 일상이 찾아올 날이 있기나 한 건지.


성현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일단은 강우에게 전화를 걸어 대뜸 만나러 간다고는 했지만.


도통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자신이 강우를 도발한 것은 아닐지 심히 걱정까지 되었다.


일단은 연유가 궁금하다고 말은 했지만.


그걸 알려 달라 한다고 알려줄 리도 만무했고.


그렇게 걱정을 한가득 안고서 성현은 다시금 밖을 내다봤다.


방금 전과는 또 다른 빌딩 숲들이 눈에 들어왔다.


늦게까지 켜져 있는 사무실의 불빛이 직장인들의 고충을 말해주고 있는 듯했다.


곱창집에서 일을 했던 성현은 늘 곱창 기름에 절어 살았다.


그래서인지 늘 번듯한 회사에 다니던 직장인들을 동경해오기도 했다.


깔끔하거나 캐쥬얼틱 한 옷, 혹은 정장차림에 출입증을 목에 건 채 커피를 든 이들 말이다.


물론 성현은 스스로가 곱창집에서 일하는 것 자체가 비참하다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직업에 귀천이 있는 것도 아니고. 곱창집 직원인 것에 나름의 자부심도 있었으니까.


그저 자신과는 다른 인생을 사는 회사원들에 대한 선망에 가깝다고 할 수 있었다.


사람은 원래 자신이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환상이 있는 법이니까.


그렇지만 이렇게 보니 성현이 많은 고충과 삶의 애환이 있던 만큼.


보이는 것과는 달리 저들도 그 나름대로 많은 애로사항이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건 이제야 성현의 눈에 조금씩 들어오는 듯했다.


물론 과거 일도 있긴 했지만, 그저 성현 스스로가 세상에서 제일 가엾고 불쌍한 사람이라 여겼었는데.


이제 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사람에게 있어 각자의 생은 매우 고되고 험난한 법이니까.


인생이란 게 누구에게나 결코 쉽지 않은 것이니 말이다.


성현은 그저 살아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대단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많은 생각에 잠긴 성현이 밤의 도시의 전경을 감상하며 한참을 가고 있는데.


거의 목적지에 다 온 건지 풍경이 갑자기 바뀌었다.


고급 주택가들이 주르륵 늘어선 조용하고 깜깜한 동네에 들어서고.


택시는 으리으리한 저택들을 천천히 지나쳐갔다.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만 나오는 집들이라 생각했는데.


실제로 저런 집에 살면 어떤 기분일지 성현은 짐작도 가지 않았다.


만일 부자가 된다면 좋은 집에 살고 싶다는 상상은 늘 해봤었는데.


그 상상 속에서조차 이런 으리으리한 집들은 떠올릴 수가 없었다.


그게 저런 부자들과 늘 없이 살아오던 자신과의 차이겠지.


성현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씁쓸함에 퍽 한숨을 내쉬었다.


상상은 자유라던데. 그마저도 가난하고 힘겨운 현실 앞에서 눌려버린 꼴이었다.


그렇게 회한에 잠겨있던 성현을 택시기사가 돌아보며 말했다.


“학생. 목적지에 다 왔어.”


“아. 감사합니다.”


탁. 택시비 계산을 마친 성현이 문을 닫고 택시에서 내렸고.


이내 자신의 앞에 펼쳐진 거대한 저택을 바라봤다.


꿀꺽. 성현의 침 넘어가는 소리가 귓가에까지 크게 들려왔다.


방금 지나온 집들도 좋았지만, 이 집은 미쳤다.


마치 요새와 같이 높은 담장이 집 내부를 둘러싸고 있었다.


성현은 떨리는 마음으로 벨을 누르고.


잠시 후, 거대한 저택의 크기에 맞춘 큰 대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 순간, 성현의 눈으로 저택의 전체적인 풍경이 들어왔다.


그리고 이를 본 성현은 기겁했다.


아까 전에 차창 밖으로 구경하던 집들하고는 차원자체가 달랐다.


역시 석우그룹의 회장이 사는 집이라 그런지 남다른 수준이었다.


넓게 펼쳐진 정원은 운동장만 했는데, 여러 조각상과 장식물들이 조화를 이루었다.


그리고 안쪽으로 위치한 저택은 그야말로 거대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중앙에 위치한 채 마치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전체적인 풍경의 중심을 잡고 있었다.


성현의 내부에는 부러움과 질투, 그리고 동경 등 여러 감정이 휘몰아쳤다.


석우그룹과 주강우 회장이 이뤄낸 것에 대한 경외심마저 들었지만.


그런 감정의 소용돌이 속으로 이 곳은 주윤석의 집이라는 인식이 되살아났다.


자신과 다현을 반평생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은 그 윤석의 집, 말이다.


성현은 윤석을 향한 분노가 더욱 치솟아 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런 집에서 남들은 못 누려본 호사를 누리며 잘 사는 주제에 남을 괴롭히다니.


가난의 고통은 전혀 모르며 태어난 것이 윤석이라는 사실이 화가 났고.


부족함 없이 자랐을 터인 그가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다.


왜 하필 뼛속까지 악으로 점철된 윤석이 부르주아인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기도 했다.


차라리 존경할 만한 사람이 모든 것을 가졌으면 억울하지나 않지.


학창시절이나, 성인이 되어 사회에 나가서나 늘 포식자의 위치에 서는 것.


먹이사슬에 있어 학창 맨 위에 군림하는 것은 늘 주강우의 아들인 주윤석 그였다.


성현은 윤석의 위치가 언제나 자신보다 우위에 있는 것에 속이 뒤틀렸다.


물론 부와 권력만으로 우위를 나누면 안 되지만.


어쨌거나 그가 자신보다 가진 게 더 많다는 것은 어떤 기준으로 보나 명백한 사실이었다.


그저 잘 태어난 것만으로, 단지 부모를 잘 만난 것만으로도 승리한 인생.


점점 증폭되는 감정을 다스리려 성현은 가는 숨을 빠르게 몰아셨다.


‘진정하자. 나는 여기 주강우 회장을 설득하러 온 거야.’


주강우 회장을 만나야 하는데 벌써부터 흥분하면 어떡한단 말인가.


성현은 분노로 일렁거리는 가슴을 애써 달랬다.


그리고는 넓은 정원을 지나 저택의 입구로 향해 걸어가는데.


“왕왕!!!”


어디선가 개 짖는 소리가 들려오고, 성현은 반사적으로 돌아보는데.


개집마저 고급스럽게 지어진건지 저 쪽 조그마한 건축물에서 강아지 두 마리가 튀어나왔다.


왕왕거리며 신이 난 강아지들은 폴짝폴짝 뛰어 댕기며 성현을 반겼고.


살랑살랑 흔드는 꼬리와 귀여운 외모의 강아지들은 숨겨진 보호본능을 자극하였다.


앙증맞게 애교를 부리는 강아지들에 홀린 성현은 저도 모르게 그들을 쓰다듬고 있는데.


때마침 저택 안채의 현관문이 벌컥 열리며 강우가 나왔다.


강우의 얼굴이 보이자마자 성현은 주먹을 꽉 쥐며 몸에 힘을 줬다.그런 성현과는 대조적으로 강우는 아주 무미건조한 어조로 말했다.


자신의 시간을 방해받은 약간의 언짢음까지 내비치며 말이다.


“어서 와라.”


“또 뵙습니다. 어? 회장님 머리에 붕대는...”


“조금 다쳤다.”


어쩐지 이 말을 하는 강우의 표정이 언짢아 보인 것은 성현의 착각이었을까.


강우는 희원의 성화에 못 이겨 결국 이박사에게 치료를 받았다.


머리에 칭칭 감은 붕대가 참 거슬리기도 한지라 다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그였다.


“아...”


성현이 위로의 말이라도 건네야하나 싶어 어쩔 줄을 몰라 하던 그때였다.


“일단 안으로 들거라.”


성현은 앞서 들어가는 강우의 안내를 받으며 저택 내부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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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 41화. 폭행사건(1) ] 24.07.31 77 1 10쪽
40 [ 40화. 꼬여버린 운명(10) ] 24.07.30 84 1 14쪽
39 [ 39화. 꼬여버린 운명(9) ] 24.07.29 87 1 14쪽
38 [ 38화. 꼬여버린 운명(8) ] 24.07.28 82 1 11쪽
37 [ 37화. 꼬여버린 운명(7) ] +1 24.07.27 81 2 10쪽
36 [ 36화. 꼬여버린 운명(6) ] +1 24.07.26 82 1 13쪽
35 [ 35화. 꼬여버린 운명(5) ] 24.07.26 80 1 11쪽
» [ 34화. 꼬여버린 운명(4) ] 24.07.25 81 1 9쪽
33 [ 33화. 꼬여버린 운명(3) ] 24.07.24 89 1 10쪽
32 [ 32화. 꼬여버린 운명(2) ] 24.07.23 99 1 10쪽
31 [ 31화. 꼬여버린 운명(1) ] 24.07.22 104 1 10쪽
30 [ 30화. 회귀(24) ] 24.07.22 98 1 10쪽
29 [ 29화. 회귀(23) ] 24.07.22 90 1 12쪽
28 [ 28화. 회귀(22) ] 24.07.22 86 2 14쪽
27 [ 27화. 회귀(21) ] 24.07.22 88 2 10쪽
26 [ 26화. 회귀(20) ] 24.07.22 91 1 9쪽
25 [ 25화. 회귀(19) ] +1 24.07.22 100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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