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써가는 인생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스토리신
작품등록일 :
2024.07.22 11:54
최근연재일 :
2024.08.10 15:49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5,190
추천수 :
63
글자수 :
241,478

작성
24.07.22 16:29
조회
100
추천
2
글자
11쪽

[ 25화. 회귀(19) ]

DUMMY


다음날 방과 후.


어제는 시간이 너무 늦은 관계로 헤어지고.


오늘 다시 교문 앞에 세 사림이 다시 모였다.


어머니를 돌봐야 하는 세훈은 무척이나 아쉬워하는 표정으로 먼저 집으로 돌아간 직후였다.


그리고 재은과 지욱은 하교하던 학생들의 시선을 받고 있었는데.


종례를 하자마자 화장실로 뛰어가 가죽 자켓과 잠바 등으로 갈아입고 나온 직후였다.


“야. 너네 쪽팔리니까 저리로 좀 가줄래?”


“너도 입고 왔어야지 성현아. 교복차림 뭐야.”


재은이 성현을 나무라며 품속에서 선글라스를 꺼내 들어선 썼고.


그런 재은과 눈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인 지욱 역시 선글라스를 장착했다.


그리고는 지욱이 성현을 빤히 쳐다봤는데.


말은 안하지만 무슨 말을 할지 예상이 갔던 성현이 대답했다.


“그렇게 수상하게 안 가도 돈만 주면 살 수 있어.”


이미 인터넷을 뒤지며 다 알아본 성현이었고.


심지어 통화까지 미리 해 본 직후였다.


역시나 세상은 돈이면 안 되는 것은 없었다.


돈만 있으면 모든 살 수 있고. 소중한 고객님과 손님이 될 터였다.


성현의 말이 끝나자마자 어쩐지 재은과 지욱이 실망한 표정을 지었는데.


시무룩한 이들에 하는 수 없다는 듯 성현이 말했다.


“뭐, 굳이 우리 신상 밝히는 것도 좋지 않으니까.”


교복을 입고 가면 구태여 눈에 띌 수도 있겠지.


다시금 반짝이는 네 개의 동공이 성현을 쳐다봤다.


그러나 성현은 단호박처럼 단칼에 자르듯이 말했다.


“그치만 가죽 자켓은 사양한다.”


성현은 넥타이를 푸르고 교복 조끼를 벗은 뒤, 가방에서 잠바를 꺼내어 겉에 걸쳤다.


교복 바지와 셔츠는 일반 정장처럼 보이니까 상관없을 것이었다.


“자, 가자.”


“출발!”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재은과 덩달아 상기된 표정의 지욱.


그러나 이들의 표정은 곧, 어두컴컴한 조명이 달린 골목에 들어서자 바뀌었다.


“이런 데에 판다고?”


“지욱이 넌 이런 곳을 어디서 안거야?”


성현이 침을 꿀꺽 삼키며 지욱에게 물었다.


애초에 여기에 도청기가 판다는 정보를 알려준 건 지욱이었다.


“그냥. 어디서 주워들었어.”


지욱 역시 처음 와보는지 긴장한 낯빛이 역력한 채로 대답하였고.


“보, 보건 쌤이라도 데려올 걸 그랬나.”


재은은 척 보기에도 안쓰러울 정도로 몸을 달달 떨고 있었다.


“야아, 쫄지 마. 누가 보면 마약 파는 데인 줄.”


성현은 아무런 생각 없이 재은의 손을 잡아주었다.


어떠한 감정도 없이 그저 무서워하는 거 같아서였다.


다른 누구라도 이렇게까지 몸을 떨면 잡아주었을 것이었다.


왜냐하면 이 일에 끌어들인 것은 성현 자신이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재은은 움찔하며 상기된 얼굴로 성현 자신을 올려다봤다.


‘아뿔싸.’


그제야 성현은 자신이 실수한 것을 깨닫고 재은의 손을 놨다.


병원사건 이후 성현을 쳐다보는 재은의 눈빛이 미묘하게 달라졌었다.


그리고 성현은 그것으로 재은과 한번 이야기해봐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후 뭐라고 얘기를 꺼내기도 뭐해서 그저 덮어주던 차였다.


“무슨 고민 있어?”


그러던 중 밤늦게까지 자지 않고 성현의 시름을 눈치 챈 다현이 물었었고.


성현은 실명을 거론하지 않은 채 친구의 이야기라며 다현에게 이 일을 털어 놓았다.


물론 모든 일을 얘기하진 못하고 아주 간단하게만 말이다.


성현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다현은 아주 간단명료하게 말했다.


“좋아하는 거네.”


“아...”


그제야 성현은 자신을 보던 재은의 그 눈빛은 모두 열렬한 호감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병원사건 때 스스로도 충격적인 발언들을 했던 터라.


이 선택지를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데.


설마 재은이 자신을 좋아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물론 회귀 전에도 윤석네에게 찍히기 전 재은과의 어떤 핑크빛 기류가 있긴 했지만.


이번에는 그런 구실조차 주지 않았었고, 그럴만한 사건이나 일도 없었다.


어차피 미래에 재은이 결혼하는 것은 다른 남자이기도 했고.


애초에 주윤석네를 주시하느라 의식조차 못하고 있었던 터였는데.


그러나 이제부터는 조심해야 할 거 같다는 생각이 성현의 머릿속에 스쳤다.


자신은 17살의 진성현이 아니었다.


속에는 곪을 대로 곪고, 썩을 대로 썩어버린 28살의 진성현이 들어앉아 있었다.


그러한 성현의 눈에 재은이 여자로 보일 리도 만무하였고,


무엇보다 성현 스스로가 재은과 다른 이들을 속이는 거 같아 죄책감이 들었다.


그들이 알고 있는 진성현은 자신이 아니었다.


성현이 한창 생각에 잠겨있는데.


갑자기 지욱이 특유의 낮은 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착했다.”


골목 사이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자.


전자용품등을 판매하는 한 가게가 보였다.


가게는 대충 판잣집에 임시간판을 세워놓은 채였다.


안으로 들어가니 내부는 제법 일반적인 평범한 가게처럼 보였다.


하긴, 인터넷에 치니 전화번호까지 떡하니 나와 있었고.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곳인데 괜한 의심으로 스스로가 위축된 것일 수도 있었다.


아, 도청기 파는 거부터가 정상적인 영업은 아니었지.


“어서오세요.”


안에서는 웬 마초같은 스타일의 남성이 나오며 반겼다.


“뭘 찾으시죠?”


남성은 활짝 웃으며 미소를 씨익 지어 보였는데.


이빨 사이사이에 낀 고춧가루가 하나의 장식처럼 돋보였다.


“아. 전화드렸는데요.”


“그 물건 찾으시는 분.”


순간, 남성의 눈빛이 변하면서 날카로워졌다.


“구매하시는 용도가 무엇이죠?”


“공부요.”


“공부?”


“아직 학생이라. 선생님 강의 녹음해두려고.”


성현은 당황했는지 계속 헛소리가 튀어나오는데.


옆에 있던 재은과 지욱이 ‘망했다’는 얼굴로 그런 성현을 일제히 돌아보고.


자신을 바라보는 남성의 표정이 심상치 않음에 성현의 동공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풉. 푸하하하하.”


그러다 갑자기 빵 터지며 웃어 재끼는 남성이었는데.


이내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서랍에서 도청기기를 몇 개 꺼내 책상 위에 좌르륵 올려놓았다.


“학생. 범죄에 쓰면 안 돼요. 알았죠?”


“예? 아아, 네.”


예상외의 반응에 성현과 재은이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고.


포커페이스를 잘만 유지했던 지욱 역시 의문이 가득 담긴 얼굴로 남성을 쳐다봤다.


“예전에 어릴 때에는 도청기가 장난감처럼 문방구에도 팔고 그랬었는데.”


“장난감이요?”


화기애애해진 분위기에 재은이 긴장을 풀며 되묻고.


“네. 아이들이 목소리 녹음하면서 갖고 놀곤 했죠.”


“진짜요?”


“그런데 범죄다 뭐다 하도 악용되어서 도청기가 어느새 나쁜 것으로 인식 되어버렸죠. 사실 지금 이렇게 파는 것도 불법이에요.”


아, 불법이었구나.


회귀 전에 주윤석에게 결코 해서는 안 될 범죄를 저지른 일부터.


뭔가 인생이 꼬여가는 것 같은 성현이었다.


예전에 자신이라면 상상도 못했을 말도 안 되는 짓들을,


요즘 들어 서슴지 않고 하고 있었다.


물론 지금 이것은 남에게 폐 끼치려고 하는 게 아닌,


도우려고 하는 일이지만 말이다.


“그래서 아무에게나 팔지 않아요. 학생 믿고 파는 거니까.”


“... 좋은 데 쓸 거예요. 약속드릴 수 있어요,”


“나도 참, 이런 장사를 하면서도 나름의 기준이란 게 생겼거든요. 딱 봐서 이상한 데 쓸 거 같은 사람들은 내 선에서 걸러요.”


“...”


남성은 신이라도 난 것처럼 쉴 새 없이 계속 떠들었다.

성현이 보기에 어쨌건 이걸 사러 온 저나, 이걸 파는 저이나.


똑같이 범법행위를 하고있는 건 마찬가지인데.


남성은 어쨌거나 자기는 여타 불법거래상들과 조금 다르다며,


변명이라도 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사실 물건은 죄가 없는데. 그걸 악용하는 인간들이 잘못된 거죠. 누가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른 거지.”


“지금 와서는 불법적인 물건이 되었지만. 장난감으로 쓰였던 세상이 그리워요 정말.”


한참이나 긴 연설을 가장한 수다가 이어진 뒤에야 만족했는지.


그제야 남성은 앞에 놓인 제품들을 설명했다.


“이 제품은 저가형으로, 10만원짜리인데. 10m 정도까지 도청이 가능하고. 벽이 두꺼우면 좀 끊기기도 해요. 또 여기 이제품은 5만원짜리로...”


성현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남성의 말을 중단시켰다.


“100만원 이상의 제품으로 보여주세요. 반경은 넓으면 넓을수록 좋아요.”


“호오... 강의 녹음하시려고 한다면서. 그건 아닌가 보죠?”


남성의 눈빛이 다시 날카로워지는 그때, 재은이 방긋 웃으며 끼어들었다.


“수업 땡땡이치고 얘네들이랑 놀러 가려는데. 양심상 아예 빼먹으면 뭔가 불안하잖아요.”


어설픈 변명이었지만.


어쩐지 남성은 공감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맞죠. 내가 모르는 새 진도 나갔을까봐 불안하죠.”


‘이게 먹히네?’


성현은 한 술 더 떠 슬픈 표정을 지으며 말을 얹었다.


“반 아이들한테 녹음해 달라해도 치사하게 안 해주는 애들이 많아서요.”


“요즘 애들 참 영악하네요. 내신 때문인가?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


성현은 남성이 ‘나 때는’을 시전하기 전에 입을 막으려.


급히 앞에 놓인 또 다른 도청기를 가리켰다.


“이, 이건 좋아 보이는데. 얼마짜리인가요?”


“이 제품은 벽 유무 상관없이 반경 100km까지 도청 가능하고요. 가격은...”


성현은 침을 꿀꺽 삼켰다. 마침 찾고 있던 거랑 가장 유사한 스펙이었다.


“학생들이니까 특별히 깎아서 천만 원.”


“천만원요?”


재은의 놀란 목소리가 바로 튀어나왔고.


성현역시 지출은 각오했지만. 예상외로 큰 가격에 살짝 동조했다.


“이 장비가 아주 잘 빠졌어요. 그나마 저렴하게 나온 거야. 성능도 좋아서 현직 종사자들도 많이 쓰는 제품이라구.”


남성은 반말과 존대를 섞어 쓰면서 자랑하듯 떠들었다.


이내 잠시 고민하던 성현이 고개를 끄덕였고.


가방 깊숙이 넣어왔던 현찰을 담은 묵직한 봉투를 내밀며 말했다.


“혹시 몰라서 딱 천만원 인출해왔는데. 살게요.”


“우, 우리도 보탤게.”


“됐어. 학생들이 무슨 돈이 있다고.”


“푸하핫. 그러는 그쪽도 학생이라면서요. 학생이 이렇게나 큰 돈을 가지고 다니는 것도 수상하긴 하지만.”


남성이 성현의 말에 또 한 번 웃음이 터졌고.


성현은 자신이 생각해도 어폐가 있는 발언에 헛웃음을 치며 답했다.


“요, 용돈 받아서요.”


“호오. 집이 아주 잘 사나보네.”


그러는 새 남성은 돈을 받아들고선 액수를 센 후, 기계를 건네고.


거래가 끝난 듯 손을 흔들며 인사하였다.


“고객님. 또 오시고요. 설명서 안에 들어있는데 혹 기계 작동법 모르겠으면 전화 주고.”


성현은 수다스런 남성이 또 말을 길게 안 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가게를 나섰다.


“하아...”


한숨이 절로 나왔다.


동시에 앞으로 세웠던 다소 허술한 작전이 막막하며 걱정되었다.


‘도청기 하나 사는 데 이렇게 힘든데. 잘 해낼 수 있을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다시 써가는 인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9 [ 49화. 폭행사건(9) ] +1 24.08.10 39 3 11쪽
48 [ 48화. 폭행사건(8) ] 24.08.10 26 1 9쪽
47 [ 47화. 폭행사건(7) ] 24.08.09 52 1 15쪽
46 [ 46화. 폭행사건(6) ] 24.08.08 46 1 11쪽
45 [ 45화. 폭행사건(5) ] 24.08.07 52 1 10쪽
44 [ 44화. 폭행사건(4) ] 24.08.04 60 1 11쪽
43 [ 43화. 폭행사건(3) ] 24.08.02 60 1 10쪽
42 [ 42화. 폭행사건(2) ] 24.08.01 65 1 9쪽
41 [ 41화. 폭행사건(1) ] 24.07.31 78 1 10쪽
40 [ 40화. 꼬여버린 운명(10) ] 24.07.30 84 1 14쪽
39 [ 39화. 꼬여버린 운명(9) ] 24.07.29 88 1 14쪽
38 [ 38화. 꼬여버린 운명(8) ] 24.07.28 83 1 11쪽
37 [ 37화. 꼬여버린 운명(7) ] +1 24.07.27 82 2 10쪽
36 [ 36화. 꼬여버린 운명(6) ] +1 24.07.26 82 1 13쪽
35 [ 35화. 꼬여버린 운명(5) ] 24.07.26 81 1 11쪽
34 [ 34화. 꼬여버린 운명(4) ] 24.07.25 81 1 9쪽
33 [ 33화. 꼬여버린 운명(3) ] 24.07.24 89 1 10쪽
32 [ 32화. 꼬여버린 운명(2) ] 24.07.23 99 1 10쪽
31 [ 31화. 꼬여버린 운명(1) ] 24.07.22 105 1 10쪽
30 [ 30화. 회귀(24) ] 24.07.22 99 1 10쪽
29 [ 29화. 회귀(23) ] 24.07.22 90 1 12쪽
28 [ 28화. 회귀(22) ] 24.07.22 87 2 14쪽
27 [ 27화. 회귀(21) ] 24.07.22 89 2 10쪽
26 [ 26화. 회귀(20) ] 24.07.22 91 1 9쪽
» [ 25화. 회귀(19) ] +1 24.07.22 101 2 11쪽
24 [ 24화. 회귀(18) ] 24.07.22 98 1 9쪽
23 [ 23화. 회귀(17) ] 24.07.22 110 1 10쪽
22 [ 22화. 회귀(16) ] 24.07.22 115 1 10쪽
21 [ 21화. 회귀(15) ] +1 24.07.22 112 1 10쪽
20 [ 20화. 회귀(14) ] +1 24.07.22 113 2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