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써가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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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신
작품등록일 :
2024.07.22 11:54
최근연재일 :
2024.08.10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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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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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2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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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화. 회귀(23) ]

DUMMY


강우가 타고 있는 고급세단은 담벼락이 성처럼 웅장한 한 저택의 입구 앞에 멈춰 섰다.


그러나 대문은 곧바로 열리지 않았고.


강우의 차량은 한참동안 그 앞에서 대문이 열리길 기다려야만 했다.


잠시 후, 마침내 겨우 허락이 떨어진 듯 철옹성 같던 거대한 대문이 열렸고.


차량은 미끄러지듯 천천히 저택 내부로 진입하였다.


다시금 눈앞에 광활한 정원이 펼쳐지며 안으로 운전해 한참을 더 들어가야 했는데.


그렇게 안으로 몇 분의 시간이 흐른 후에야.


비로소 본채인 거대한 저택 한 채가 등장했다.


그 외관은 마치 단순한 집이 아닌 하나의 예술작품을 연상케 했다.


이 저택의 주인인 미연이 외국의 유명한 건축가를 손수 모셔와 공을 들여 만든 집이었다.


고귀한 것들을 좋아하며 사치가 가득한 미연의 성정을 그대로 나타내는 집이기도 했다.


“여기서부터는 걸어가셔야 합니다.”


원래는 조금 더 저택본채 가까이로 차량을 몰고 들어갈 수 있건만.


‘이 노인네 또 심술이 났나보네’라고 생각하며 강우가 차에서 내려 걸어 들어갔다.


어쨌건 강우를 문전박대 할 수도 있었건만 안으로 들여보내 준 것에 감지덕지해야 했다.


그렇게 강우가 정원을 지나 계단을 한참 오른 뒤 저택 문 앞에 섰고.


못마땅한 어투로 중얼거리듯 외쳤다.


“송여사님. 접니다. 주회장이요.”


잠시 후 본채 저택의 문이 열리며 화려하고 웅장한 집 내부가 펼쳐졌고.


휘황찬란하다 못해 과한 인테리어와 함께.


저 멀리 거실에서는 미연이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사용인들의 안내를 받으며 장모인 미연에게로 향하던 강우가 대뜸 물었다.


“윤석이는요.”


“아직 안 들어왔다. 꼴에 애비라고 자식이 걱정되긴 하나 보지?”


강우는 미연의 말을 무시하고 주변을 둘러봤다.


변한 게 없이 그대로인 이 집은 올 때마다 적응이 참 안 되는 것 같았다.


마치 부의 과시라도 하듯이 화려하게 지어놓은 이곳은.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닌 마치 드라마 세트장을 연상케 했다.


사람의 온기나 사용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정갈한 집이었다.


본디 집이란 사람 살기 편안하면 그만일 텐데 말이다.


과거 이곳에서 데릴사위로서 꽤 많은 시간을 살았었건만.


강우는 여전히 이곳에 올 때마다 낯설고 적응이 안 되었다.


숨이 턱턱 막혀오는 느낌에 강우는 목에 맨 넥타이를 느슨하게 당겼다.


그런 강우의 모습에 꼴도 보기 싫다는 듯 표독스러운 송여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길 어디라고 얼굴을 들이밀어.”


“예전 장모님 댁이니까 얼굴을 들이밀겠지요.”


이런 천대가 익숙한 강우는 아무렇지도 않게 미연의 맞은편 쇼파에 털썩 걸터앉았다.


“하. 말본새 하고는. 천하기 그지없게.”


자신을 경멸스럽게 바라보는 미연의 표정은 아무리 봐도 익숙해지지 않는 강우였다.


“그 천한 전 사위랑 이젠 아무런 관계도 아니셔서 좋으시겠습니다. 남이니까요.”


“배은망덕한 놈. 실실대며 배 뒤집어 까대고 이 집으로 기어들어 올 땐 언제고.”


“제가 개새끼입니까? 배를 뒤집어 까게. 실실대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만.”


“뭐가 어째? 우리 집 재산이랑 후계자 자리 노리고 들어온 속 시꺼먼 놈이. 이래서 검은 머리 짐승은 기르지 말라했건만.”


“그렇게 억울하셨으면 주리에게 회장직을 넘기시지 그러셨어요.”


“그이만 반대 안 했어도 네놈에게 줄 일은 절대 없었다.”


주리는 강우의 죽은 전(前) 부인이자 윤석을 낳은 친모였고, 미연의 딸이었다.


석우그룹의 창립자이자 전(前) 회장이던 안석우는.


여자는 기업을 이끌 수 없다며 사위인 자신에게 회장 직함을 물려주었다.


마침 주리는 형제가 없는, 무남독녀의 외동딸이었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강우는 회장직에 오르자마자 주리의 아버지이기도 한 석우의 마음을 알아차렸다.


사실 주리가 여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자유롭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 일부러 물려주지 않았던 것이었다.


말만 회장이지 참으로 고된 자리였고.


회사가 커지면 커질수록 이사들과 주주들에 시달렸다.


또한 석우는 자신의 기업을 키우기 위해 미연과 중매 결혼했던 것이었던 터라.


미연네 집안의 입김과 참견은 석우가 회장이던 때부터 심하게 작용해왔었다.


석우가 주리에게 회사를 물려주지 않았던 건 진정으로 딸을 아껴서였던 것이었다.


그만큼 석우는 주리를 끔찍하게 생각하였고, 모든 다 해주었다.


석우그룹의 회장직만 빼고 말이다.


오죽하면 주리가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에 큰 반대 없이.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별 볼일 없는 자신을 사위로 맞아들였겠는가.


심지어 강우 자신에게는 다른 사랑하는 애인이 있던 터였다.


그러나 주리는 계속해서 끈질기게 강우 자신을 좋아한다며 따라다녔고.


결국 주리에 질린 강우의 애인은 강우의 곁을 아무 말 없이 떠나버렸었다.


이후 버림받은 느낌과 상실감에 강우는 주리와 서두르듯이 결혼해버렸고.


이 지긋지긋한 집안에 발을 들이며 악연이 시작하게 된 것이었다.


“하. 자식새끼는 보고 싶지도 않았나보지? 내 손에 방치해두게?”


“여사님이 멋대로 데려갔잖아요. 자기가 키우겠다며.”


“첩이나 데려다놓고 뒹구는 집구석에서 애가 뭐가 되겠어? 구박받을 게 뻔해서 데려왔지.”


“말조심하시죠. 그 사람 첩 아닙니다. 현재 제 부인이고 제가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뭐가 어째?”


화가 난 듯 미연이 옆에 있던 화병을 집어 들어 강우에게 던졌고.


정통으로 화병을 얻어맞은 강우의 머리에서는 곧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걸핏하면 손이 나가시고. 변한 게 없으시네요.”


“감히 내 딸을 우롱하고 그 천한 계집년과 희희낙락한 주제에. 뭘 잘했다고 큰소리야?”


“주리가 죽고 가정부로 우연히 들어왔던 것뿐입니다. 예전엔 윤석이도 그녀를 좋아해서 잘 따랐고요.”


“가정부로 들였는데 부인자리를 꿰차? 그게 말이야 궤변이야?”


“옛 정에 이끌려서 점점 가까워지다 연인 사이로 다시 발전한 것뿐입니다. 이것에 대해선 더는 할 말이 없습니다. 여사님께 변명해야 할 이유도 없고요.”


“도둑놈이 제발 지린다고. 찔리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지. 하, 참나.”


“아무리 비난하셔도. 하늘을 우러러 주리와 윤석이에게 부끄러운 짓 한 적은 없습니다. 오히려 주리가 저에게 했다면 모를까.”


“뭐?”


“끝까지 모를 줄 알았습니까? 윤석이가 제 자식이 아닌 거.”


“너... 너...”


“주리가 저를 따라다닐 때 이미 임신한 상태였던 걸 죽을 때까지 비밀로 하실 생각이셨습니까. 차라리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시지 그러셨어요.”


“시, 시끄럽다. 어디서 우리 주리를 모욕해!”


“저는 제 아이인 줄로만 알고 책임감에 결혼하였습니다. 이런 집인 줄 알았으면 결코 안 들어왔을 겁니다.”


“네놈이 감히... 그동안 우리 집에서 네놈한테 해준 게 몇인데!!!”


미연이 옆에 놓여있던 방석을 강우에게 던졌고.


강우의 피가 나는 곳을 또다시 강타하며 떨어졌다.


방석에 잔뜩 강우의 피가 흠뻑 묻어났지만.


강우는 아랑곳 않고 손수건을 꺼내어 피가 나는 곳을 지혈한 후 말을 이어갔다.


“오늘 이집에 온건. 윤석이를 데려가기 위해서입니다.”


“네놈이 뭔데 내 새끼를 데려가? 당장 썩 꺼져라. 내 딸을 잡아먹은 것도 모자라, 감히 내 손주까지 뺏어가려 해?”


“그동안 무심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여사님께서 윤석이를 잘 돌봐주는 줄 알고 가만히 놔뒀던 겁니다.”


“이 괘씸한 놈. 그 말의 저의가 뭐야? 내가 내 새끼를 방치라도 했다는 거냐?”


“방치가 아니라 과잉보호지요. 학교에서 엇나가는 윤석이를 더 엇나가게 하셨다면서요.”


화나 보이는 강우의 표정에 미연이 어이없다는 투로 대꾸했다.


“내 새끼가 그럼 기가 죽게 학교를 다니게 하라는 말이냐? 그깟 수준 떨어지는 곳으로 보낸 것도 서러워죽겠는데.”


“그 방식이 애를 잘못되게 만드는 겁니다, 여사님. 아무튼 오늘 윤석이가 돌아오는 즉시 데려갈 거니까, 그렇게 아세요.”


“절대 안 된다, 이놈.”


미연이 사용인들을 보며 말했다.


“뭐해? 당장 이놈을 끌어내지 않고?”


사용인들이 우물쭈물하며 강우의 곁에 슬금슬금 다가오던 그 때였다.


윤석이 자신의 방문을 열고 벌컥 튀어나온 것이.


강우는 물론, 미연까지 당황하여 그런 윤석을 쳐다봤다.


“유, 윤석이 너 언제 집에 들어온 거야? 어디로 들어왔어?”


미연이 당황하여 윤석을 쳐다보고.


윤석은 눈에 눈물이 고인 채 화가 나서는 강우를 노려보았다.


“나 안가요.”


“윤석아.”


방 안에서 이 모든 대화 내용을 듣고 있었던 듯 상처받은 표정의 윤석에.


강우가 어쩔 줄을 몰라 하며 일어서는데.


윤석이 소리를 꿱 지르며 말했다.


“친아버지도 아닌 남의 집 가서 뭐하는데!”


“윤석아, 그게 아니라...”


“나 다 알아요. 그동안 아버지가 나를 봤던 경멸 어린 시선이요.”


“...”


강우가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윤석은 주먹을 꽉 쥐며 혼자 중얼거렸다.


“내가 아버지자식이 아니었던 게 맞았구나...... 걔 말이 다 맞았어.”


“뭐? 그게 대체 무슨 말이야? 알고... 있었니?”


“알 바 아니잖아요. 아저씨.”


윤석이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가 버렸고.


충격 받은 표정의 강우가 주춤거리며 윤석의 방문으로 향하려는데.


곧장 강우를 막아선 미연이 이내 그의 뺨을 세게 날렸다.


어찌나 세게 때렸는지 강우의 얼굴이 휙 돌아갈 정도였다.


“당장 돌아가라. 내 새끼 상처주고. 다시는 여기 발 들일 생각조차 하지 마!”


미연이 화가 나서는 사용인들을 쳐다봤고.


사용인들은 그런 강우를 질질 끌고 밖으로 떠밀었다.



***



그렇게 미연의 집에서 강제로 내쫓기듯이 나온 강우였다.


그는 한동안 발을 떼지 못하고 윤석의 방이 위치한 창문만 바라봤다.


한참이나 윤석의 방만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결국 강우가 발길을 조심스럽게 옮기는데.


그의 뒷모습은 처량 맞다 못해 비참해 보였다.


한편.


윤석은 그런 강우를 방 안에 숨어서 끝까지 지켜보고 있었다.


제발 강우가 자신에게 다시금 와주길 바라면서.


그러나 오늘도 강우는 윤석을 외면했다.


아니, 다가올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역시 윤석 자신은 강우의 친아들이 아니라서 어떠한 애정조차 없는 것이었던 건가.


이런 생각이 윤석을 지배하며 마음을 갉아먹었다.


윤석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서는 방안의 물건을 다 때려 부쉈다.


그럼에도 화가 풀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분노가 차올라 무슨 일이든 벌이고 싶었다.


한참을 그렇게 씩씩대다 윤석은 핸드폰을 집어 들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야, 애들 다 소집해. 찌질이 새끼들도 다 집합시켜라. 오늘 다 족쳐버릴 거니까.”


이내 통화를 종료한 윤석이 나갈 채비를 하며 중얼거렸다.


“다 뒤질 줄 알아. 장난감 같은 새끼들.”


윤석에게 자신보다 약한 대상들은 언제나 샌드백처럼 분풀이하기 좋은 것들이었고.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되기는커녕 당연한 것이라 여겼다.


이 세상에서 힘이 없고 약한 것들이 잘못이지, 윤석 자신의 잘못이 아니었다.


이렇듯 타인을 괴롭히는데 어떠한 죄책감도 없는 윤석이었다.


어릴 적부터 자신의 발밑의 사람들에게 멋대로 굴어도 그 누구 하나 반박하지 못했다.


또한 윤석이 어떤 사고를 쳐도 감싸주는 든든한 빽인 친할머니 미연이 있었다.


윤석은 오늘은 또 그 찌질이들에게 어떤 고통을 안겨 줄까 생각하며 방을 나섰다.


갑자기 그 생각을 하니 몸에 열이 오르면서 흥분되었다.


지금 이 순간만은 아버지 강우와의 일은 아무래도 좋았다.


그렇게 악마보다도 더욱 사악한 미소를 씨익 지으며 윤석은 방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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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 41화. 폭행사건(1) ] 24.07.31 77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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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 33화. 꼬여버린 운명(3) ] 24.07.24 89 1 10쪽
32 [ 32화. 꼬여버린 운명(2) ] 24.07.23 98 1 10쪽
31 [ 31화. 꼬여버린 운명(1) ] 24.07.22 104 1 10쪽
30 [ 30화. 회귀(24) ] 24.07.22 98 1 10쪽
» [ 29화. 회귀(23) ] 24.07.22 90 1 12쪽
28 [ 28화. 회귀(22) ] 24.07.22 86 2 14쪽
27 [ 27화. 회귀(21) ] 24.07.22 88 2 10쪽
26 [ 26화. 회귀(20) ] 24.07.22 91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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