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써가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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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신
작품등록일 :
2024.07.22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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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0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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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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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7화. 꼬여버린 운명(7) ]

DUMMY


안방으로 들어온 강우는 침대 위가 볼록 튀어나온 것을 보고는 멈칫했다.


머리끝까지 이불을 덮은 채 누워있는 희원이었다.


“여보? 왜 그래 당신? 무슨 일이야?”


의아한 듯 묻는 강우에 희원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혼자 있고 싶은데. 혹시 오늘만 다른데서 주무시면 안 될까요.”


결코 거부할 수 없게 만드는 반강제적인 명령조였다.


제법 단호하게 말하는 희원의 어조에서 강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굳이 무게를 잡지 않아도 강우에게 있어서 항상 희원의 말은 절대적이었다.


원래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진다고 하였던가.


언제나 강우에게 있어 희원은 우위였고, 결코 그녀의 말을 거스르지 못하게 만들었다.


희원도 그것을 아는 듯, 이런 식으로 간간히 그것을 써먹었고.


강우는 못내 이런 사실이 서글프면서도 매번 져주었다.


그만큼 강우에게 있어 희원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었으니까.


비록 희원에게 있어서 강우는 제일 소중한 이가 아닐 수도 있음에도 말이다.


“미안해요.”


희원은 사과의 말을 나지막이 읊조렸다.


하지만 진심이 담긴 어조라기보다는 강우가 그저 빨리 방에서 나가주길 바라는 것 같았다.


‘혼자 있고 싶으니까 얼른 나가라는 거겠지.’


희원이 이럴 때마다 강우는 반발심이 들며 청개구리 짓을 하고 싶었지만.


그럴수록 희원이 자신에게서 더욱 멀어진다는 것을 알기에 차마 실행은 하지 못했다.


강우에게 있어서 희원은 잡히지 않는 공기와도 같았다.


눈에 보이지 않고 형체가 없는 체로 그저 빠져나갈 궁리만 하는 투명한 어떤 것.


그게 이 세상의 그 무엇보다도 희원과 강우의 사이를 잘 대변하는 단어이리라.


그럼에도 희원은 강우에게 있어서 가장 의지가 되는 존재였다.


정작 희원 본인은 강우에게 의지하거나 기댈 생각조차 하지 않지만 말이다.


가끔 희원은 기분이 울적해져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였다.


그리고 그럴 때 마다 왜 그러는지 이유는 결코 말해주지 않았다.


강우는 애써 서운함을 감춘 채 희원에게 되물었다.


“갑자기 무슨 일이야... 이번에도 나한테 얘기해주기 힘든 일인가?”


“그냥. 혼자 있고 싶어서 그래요. 그뿐이에요.”


매번 저렇게 나오지. 정말 끊임없이 반복재생 되는 이야기처럼 레퍼토리조차 그대로였다.


순간 강우는 차오르는 감정을 억지로 억누르며 떨리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제발. 무엇이 되었든 얘기해주고. 같이 아픔을 나누면 안 될까? 부탁이야.”


“...”


“그게 뭐든 내가 당신을 비난할 거 같아? 천만에. 난 언제나 당신 편이야.”


“알아요. 당신은 내 편인 거.”


“매번 말만 그렇게 하면서 정작 신뢰는 해주지 않잖아. 조금만이라도 믿어주면 안될까.”


“그만. 다음에 얘기해요.”


“당신 이러는 거 볼 때마다 나도 너무 괴롭고 힘들어.”


“제발. 그만하고 나가줘요.”


원래 반말보다 나긋나긋 조용한 존대가 더 무서운 법이었다.


희원의 말에 강우는 하려던 말을 미처 더 하지 못한 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강우가 그렇게 희원에게 말을 편하게 하라고 했건만.


희원은 언제나 자신이 강우보다 6살이 적다며 끝끝내 존댓말을 고집했다.


마치 희원에게 있어서 강우는 언제나 모시고 사는 고용주인 듯 대하였다.


희원이 더 이상 이 집의 입주가정부가 아닌, 정식 부인이 된지 수년의 세월이 흘렀건만.


이럴 때마다 둘 사이의 간극은 희원의 선 긋기로 좁혀지지 않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오늘도 강우는 희원을 위해 져 주어야만 했다.


어떠한 이유도 핑계도 듣지 못한 채로 자기 방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된 것이다.


“..그래. 알겠어. 오늘은 내가 다른 방에서 자도록 할게. 혹시라도 무슨 일 있으면 불러.”


“... 그럴게요.”


“잘 자. 사랑해.”


마지막 사랑해라는 말에 강우의 온갖 감정이 들어있었다.


그것을 아는 듯 희원이 잠시 몸을 움찔했지만.


이불을 덮어쓴 채라 강우에게는 그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강우는 자신의 말이 끝나고 잠시간 희원의 답을 기다렸지만.


그 말을 끝으로 어떠한 대답도 들려오질 않았다.


아무리 기분이 안 좋아도 자신에게도 사랑해란 말을 억지로라도 들려줄 줄 알았건만.


너무나도 매정하게 침묵하는 희원에 기분이 더욱 상해버린 강우였다.


상처받은 얼굴로 강우는 조용히 방문을 닫고 나와 옆방으로 향했다.


마치 풀이 죽은 강아지 마냥 축 처져서는 말이다.


이걸 내색조차 하지 못하는 자신의 신세가 처량해 마지않아 스스로가 가엾기도 하였다.


희원이 저럴 때마다 강우는 자신이 어찌해야하는지 몰라 안절부절 했다.


혹시라도 스스로가 실수한 게 있나 싶어 종일을 돌아보며 반성도 하여 보았고.


더 나은 남편이 되고자 책이나 인터넷 등을 찾아보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들은 다 부질없고 소용없는 짓이었다.


희원의 히스테리 틱 한 우울감은 어떤 주기도 형식도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원인을 찾아보려고 강우는 나름대로 백방으로 노력도 해봤지만.


점점 더 미궁으로 빠져드는 듯 난해해져만 갔다.


희원에게 심리 상담을 권하기도 해보았고, 부부 상담을 받아본 적도 있지만.


희원은 결코 그 속내를 조금이라도 보여주려고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앙칼진 고양이마냥 오히려 더욱 더 꽁꽁 숨겼으면 숨기고 들려 했지.


그리고 그런 희원의 모습을 볼 때마다 강우는 답답했고, 속상했고, 상처를 받았다.


자신은 사랑해 마지않아 밑바닥까지 여실히 드러내며 모든 것을 보여줬는데.


상대방은 그렇지 못할 때 오는 상실감과 허무함은 매우 컸다.


내가 사랑하는 만큼 상대방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만 같아 아팠다.


그래서 강우는 희원 몰래 그녀 때문에 눈물을 훔친 적도 몇 번 있었다.


윤석이 친아들이 아니었단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감정은 아예 메마른 거 같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듯 세상의 모진 풍파란 풍파를 다 겪었어도 눈물은 또 흐르는 법이었다.


특히나 그게 사랑하는 가족과 관련된 일이라면 말이다.


그럼에도 강우는 늘 희원과의 관계에 있어서 노력해왔다.


어떻게든 그녀의 벽을 부수고 넘어가려고 말이다.


그러나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희원은 가끔 끝없는 우울감에 사로잡혀 종일을 혼자 울었다.


강우가 달래주려고 옆으로 다다가기만 하면 매정하게 선을 그어버리기 일쑤였고 말이다.


끊임없이 무슨 이유인지 물어보기도 하고, 다그치기도 하고 심지어 애원하거나 윽박도 질러봤지만 이 모든 것들은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매번 희원은 그저 입을 꾹 다물고만 있을 뿐이었다.


결국 포기하다시피 한 강우는 가끔 희원이 기분이 좋지 않은 날이면 혼자 있도록 놔두었다.


자신은 희원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으며 위로도 받고 응원도 받았건만.


희원은 강우에게 그럴 기회조차 주지 않아 너무도 섭섭한 감정을 숨기려고 노력하며 말이다.


강우는 사람마다 방식이 다른 거라며 애써 스스로를 위로했다.


희원에게 느끼는 거리감과 찝찝함은 마음 한구석에 묻어버렸다.


희원은 언제나 자신에게 무언가를 숨기듯이 초조해했고, 불안해했다.


강우는 그럴 때마다 자신이 의지조차 할 수 없는 무능한 사람인거 같아 허무함을 느꼈다.


제 하나뿐인 여자조차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게 만들다니.


강우는 제 탓이라 여기며 스스로를 탓하게 되었고.


희원은 그걸 알면서도 끝끝내 홀로 무언가를 삭혀내며 고통스러워했다.


‘저러고 또 밤새 울겠지. 옆자리를 조금만이라도 내어줬으면 좋으련만.’


무엇이 그녀를 저렇게 슬프게 만드는지 알아내고 싶어 술을 먹여 취하게 만든 적도 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도 더 희원은 입이 무겁고 의지력이 강한 사람이었다.


결국 아무것도 못 알아낸 채로 다음날 강우는 술에 깬 희원에게서 한마디를 들어야했다.


자신에게 알아내고 싶은 것이 있다면 직접 물어보라면서.


정작 물어보면 중요한 요점은 알려주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강우는 그런 그녀의 대답이 암묵적으로 더는 관여하지 말라는 말로 들렸다.


물론 희원의 외도나 그런 것은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강우가 아는 희원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성격상 자신에게 공표하고 차라리 이 집을 나갈 사람이었으니까.


강우는 희원이 저러는 이유가 그녀의 과거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다.


예전에 자신을 떠나고 나서부터 자신을 다시 만나기까지의 10여 년간의 그 기간 말이다.


희원은 강우에게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해서 아무것도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다.


그렇기에 강우역시 구태여 알아내려고 하지 않았다.


그건 희원에 대한 믿음과 신뢰의 문제였기에.


억지로 그녀의 대한 것을 알아내어 그녀를 상처주고 싶지 않았다.


그랬다가는 그녀가 도망갈까 무섭기도 하였고 말이다.


가끔 오늘같이 초조해지는 날이면 그녀에게 사정을 말해 달라 독촉을 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저 애기가 조르듯 가끔 부리는 투정과도 같은 거였다.


무엇보다 강우 자신도 감당할 수 없는 사연이 숨겨져 있을까봐 두렵기도 하였다.


하지만 무슨 뼈 서린 한이 있듯 희원이 저렇게 흐느끼고 있는 날에는, 알고 싶기도 했다.


그게 무슨 일이든 간에 자신이 품어주고 싶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더더욱 강우는 언제가 될 진 모르겠지만 기다리기로 하였다.


희원 그녀가 먼저 입을 열어줄 때까지.


그녀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존재로서 강우 자신이 진심으로 사랑하는 이였기 때문이었다.


강우는 그녀를 열렬히 사랑했고 사랑하고 사랑할 것이다.


설령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는 그녀를 계속 사랑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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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 33화. 꼬여버린 운명(3) ] 24.07.24 89 1 10쪽
32 [ 32화. 꼬여버린 운명(2) ] 24.07.23 99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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