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써가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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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7.22 11:54
최근연재일 :
2024.08.10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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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2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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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화. 회귀(17) ]

DUMMY


재은의 성화에 못 이겨 결국에는 철판 떡볶이를 먹고서는.


성현과 재은, 세훈, 지욱은 그 다음코스로 노래방까지 왔다.


그리고 곧 몇 분도 채 지나지 않아 성현은 노래방에 따라온 것을.


오늘 하루 했던 선택들 중 최고로 후회했다.


“우갸갸갸갸갸갸갹. 말 달리자아! 말 달리자아아아아아아아악!”


성현은 인상을 찌푸린 채 귀를 틀어막았다.


마이크를 잡고 열심히 노래를 부르는 것은 다름 아닌 지욱이었다.


엄청난 음치까지는 아니었지만. 지욱은 빗나간 음정에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댔고.


평소에 스트레스를 온통 노래에 쏟는 듯 열창해댔다.


그리고 그런 지욱의 옆에서 보태듯이 재은과 세훈이 신나서는 탬버린을 쳐댔다.


재은과 세훈은 지욱의 노래가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인지 환호성까지 지르며 호응했다.


이는 아주 강력한 고성방가에 끔찍한 소음을 덧대는 꼴이었다.


성현에게는 너무나 고역이었던 지라, 노래를 찾는 척 리모컨을 들고 취소 버튼을 눌렀다.


뚝.


곧 노래가 끊겼고. 아주 고요한 적막이 한순간에 찾아왔다.


무슨 일이냐는 의문이 담긴 얼굴로 일제히 성현을 쳐다봤고.


그 다음엔 시선을 성현의 손에 들린 노래방 리모컨으로 향했다.


한창 흥이 달아오르면서 즐겁게 놀던 중 갑자기 방해받은 원망의 표정을 지으며 말이다.


“이런, 실수.”


성현은 잘못 눌렀다는 듯이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그러나 그런 성현의 표정은 전혀 진심이 담기지 않은 듯.


지욱은 잘못 누른 척하는 성현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살기가 어린 표정은 여태껏 봤던 지욱의 시종일관 하나뿐인 표정들 중 가장 분노가 가득 담겨 있었고.


성현은 금방이라도 자신을 어떻게 해버릴 거 같은 시선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상대는 운동으로 다져진 괴력의 소유자인 지욱이라는 것을 잠시 간과했었다.


“실수. 실수라니까.”


성현은 애교 있는 목소리로 양손을 한데 모으며 사과하는 제스처를 취했고.


이들을 다시 달랠 겸 어쩔 수 없이 아까 부르던 노래를 새로이 틀어주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 노래 반주가 시작하자마자 노래방 기계 앞에 아이들이 쪼르르 모여들었고.


다시금 신이 난 지욱은 목청껏 노래를 시작했다.


지치지도 않는지 재은과 세훈은 또다시 장단을 맞춰주며 흥을 돋구었는데.


이들과 자신은 정말 안 맞는 거 같다는 생각과 함께.


성현은 참다못해 노래방 문을 열고 뛰쳐나갔다.


이대로 이 안에 있는 것은 감옥, 아니 지옥과도 다름없었다.


저 지욱의 진심어린 열창은 사람을 진정으로 미쳐 버리게 만들 거 같았기 때문이다.


성현은 자신이 미치기 전에 빠져나오는 것 현명하다고 판단했다.


저들은 이미 노래에 심취했는지 성현이 방을 나서는 것조차 모르는 눈치기도 했고.


‘하아. 그냥 이대로 집에 가버릴까.’


성현이 한숨을 쉬며 노래방 복도를 터덜터덜 걸어가고 있을 때였다.


툭.


성현의 어깨가 누군가의 단단한 몸뚱이에 툭 하고 부딪혔다.


무엇인가 불안한 예감에 성현이 고개를 들어보는데.


‘헉.’


놀란 성현은 순간 숨쉬는 것도 잊은 채 빤히 위를 올려다봤다.


학교에 잘 나오지 않던 같은 반이자 윤석 무리의 찬형의 모습이 보이고.


그 역시 성현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놀란 성현이 멍하니 얼어붙어 있는데.


마찬가지로 찬형은 그런 성현을 위에서 한참이나 내려다보았다.


그러다 이내 흥미가 떨어졌다는 표정으로 그냥 슥 하니 지나쳐갔는데.


아마 성현 자신이 같은 반 인지조차 모른다거나 혹은 그냥 관심이 없는 듯하였다.


성찬형은 애초에 매사에 타인에 대해서 관심조차 없었다.


아마 주윤석에게 자신과 지욱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지라도 얼굴도 모를 것이었다.


회귀 하고 나서는 찬형이 학교에 나온 적이 없어.


직접 마주치거나 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성현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눈 끝으로 찬형이 가는 방향의 시선을 쫓는데.


맨 끝에 위치한 방으로 유유히 걸어가는 찬형이었다.


혹여 윤석과 무리들과 함께 있는 것은 아닌지 성현이 열리는 문을 바라보고 있는데.


익숙한 얼굴들이 아닌, 처음 보는 얼굴들이 문이 열리자마자 슬쩍 보였다.


그런데 걔 중에는 윤석의 무리들인 일진들은 분명 아닌데. 어쩐지 낯이 익었다.


학교에서는 한 번도 본적이 없는데. 눈에 익은 얼굴이었다.


성현은 저도 모르게 홀린 듯 방금 찬형이 들어간 방 앞으로 향하였다.


그리고 투명한 유리문으로 안을 들여다봤다.


방 안에는 누군가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노래방 특유의 번쩍이는 다채로운 조명이 반짝이며 내부를 비췄다.


몸집이 거대하고 한 성깔 할 거 같은 이들이 옹기종이 모여 앉아 있었고.


그들은 제각각의 양주잔을 든 채 술을 들이 키고 있었다.


몇몇은 팔이 드러나는 옷을 입었는데, 시커먼 문신을 새긴 채였다.


‘도저히 고등학생이 아닌 거 같은데.’


성현이 척 보기에도 찬형과 함께 있는 일행들은 청소년들의 모습이 아니었다.


마치 조폭 집단과도 같은 행색을 한 이들.


성현은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혹 잘 못 걸리면 큰일 나겠다는 본능이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지욱의 노래를 듣기에는 죽기보다 더 싫지만.


이들의 눈에 띄는 것보다는 차라리 나을 거 같았다.


성현이 원래 자신이 있었던 방으로 돌아가려고 몸을 돌리려던 그때였다.


벌컥.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덩치 큰 한 남자가 안에서 나오고.


놀란 성현이 당황해서는 뒤로 벌러덩 나자빠지는데.


문신 가득한 남자가 넘어져 있는 성현을 째려보았다.


“너 뭐냐?”


남자는 낮은 저음의 목소리로 물었다.


그는 자신의 앞에 걸리적 대는 성현이 거슬린 건지 잔뜩 짜증이 나 보였다.


혹은 방 앞에서 서성대던 성현을 목격하고 수상하게 여겨 나온 것일 수도 있었다.


제발 후자가 아니길 바라며 성현이 중얼거리듯 변명했다.


“아. 방이 헷갈려서...”


남자의 기에 눌린 채 그의 시선을 피하며, 성현이 개미만한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다행히 남자는 성현을 그다지 신경조차 쓰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작고 왜소한 성현이 수상하게 여겨지기조차 않는 듯,


하찮은 것을 보는 양 내려다보며 남자가 말했다.


“비켜.”


“아아, 네.”


성현은 뒤로 철푸덕 주저앉아있던 채로 엉덩이를 끌어 옆으로 길을 비켰다.


남자가 지나가는 앞길의 바닥을 닦아주듯 일사분란하게 말이다.


그런 성현을 한참동안이나 노려보던 남자는 이내 성현을 지나쳐 갔는데.


성현의 눈에 그 남자의 얼굴이 자꾸만 밟혔다.


기억날 듯 말 듯 한 얼굴은 분명 어디선가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어디서 봤던 건지 도통 기억이 안 나고.


성현은 걸어가는 남자의 얼굴을 옆 눈으로 힐긋거렸다.


‘분명 어디선가 봤는데...’


기억을 되짚으려 해봐도 도무지 기억이 안나 답답했다.


성현이 바지를 탈탈 털며 몸을 일으키고 있는데.


그때였다.


“야!”


성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고.


성현이 뒤돌아볼 새도 없이 누군가의 팔이 성현의 목뒤로 감겨왔다.


“내 노래. 그렇게 듣기 싫었냐.”


가까이 보이는 큼지막한 익숙한 얼굴에. 성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느새 다가온 지욱은 성현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말했다.


“따라와. 내 노래 들어.”


지욱은 성현을 질질 끌고 방으로 데려가며 말했다.


“아, 잠깐. 잠깐만. 개새끼야!”


저도 모르게 욕설을 뱉은 성현이 저항하려 하였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만큼 지욱은 엄청난 힘의 소유자였다.


하긴 그 주윤석도 손쉽게 밀어버린 것을.


지욱은 거의 자포자기 한 채 순순히 끌려가는 성현을.


마치 짐짝처럼 질질 이끌면서 복도를 가로질렀다.


남자는 바로 옆의 비상구를 통해 밖으로 나간건지 그새 사라져 있었다.


그렇게 성현을 끌고 지욱은 어느새 자신들이 대여한 방의 바로 앞에 섰고.


문을 벌컥 열면서 성현을 힘껏 방안으로 떠밀었다.


타의로 꼼짝없이 다시 돌아오게 된 성현이 한숨을 푹 쉬었다.


그리고는 마치 똥밭에라도 끌려온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어차피 다시 돌아오려 하였지만.


이렇게 억지로 끌려오니 뭔가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다.


‘나도. 운동할거야. 힘세질 거야. 이씨...’


그렇게 내일부터 운동을 해야지라며 성현이 다짐하고 있는데.


지욱이 잠깐 자리를 비운사이.


함께 열창 중이던 세훈과 재은이 성현을 발견하고 끌어당겼다.


성현은 순식간에 그들에게 양쪽에서 어깨에 손을 둘린 채로 함께 몸을 흔들게 되었고.


어느 순간부터인가 그냥 마음을 비운 채 함께 어울리고 있었다.


지욱은 성현을 따라 들어가다 말고, 고개를 옆으로 휙 돌리는데.


그곳에는 어느새 복도로 다시 나온 찬형이 지욱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찬형은 지욱을 보고 가소롭다는 듯 픽 웃음을 날렸고.


지욱은 그런 찬형을 힘껏 노려봐주다가.


이내 문이 부서질세라 세게 쾅하며 닫았다.


지욱은 불안한 표정으로 재은과 세훈과 조잘조잘 떠들고 있는 성현을 쳐다봤다.


윤석의 일로 혹여 또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불안함에 잠깐 성현을 찾으러 나갔었는데.


척 봐도 질이 안 좋아 보이는 덩치의 문신과 눈싸움을 하고 있지 않은가.


사실 눈싸움은커녕 일방적으로 성현이 기가 죽어있는 상태였긴 하지만 말이다.


지욱은 어딘가 모르게 안 좋은 예감이 들어 성현을 억지로 끌고 들어왔던 터였다.


다행히 남자는 관심 없다는 듯이 가버렸고.


그 뒤로는 방 안에서 나온 찬형이 서서 재미있다는 듯이 성현과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욱은 자신의 예감이 제발 틀리기를 바랐다.


이 이상 자신과 친구들에게 안 좋은 일이 일어나질 않기를.


그리고 무사히 졸업할 수 있기를.


재은과 세훈의 노래가 끝나자마자 지욱은 노래 She's gone을 예약하였고.


잔뜩 인상을 찌푸린 성현의 옆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열렬히 열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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