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써가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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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7.22 11:54
최근연재일 :
2024.08.10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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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2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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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화. 꼬여버린 운명(1) ]

DUMMY


강우 자신을 석우그룹에 끌어들인 장본인이자, 윤석의 친어머니인 안주리.


그녀는 석우그룹의 전대 회장 주석우의 하나뿐인 딸로서 재벌가에서 귀하게 자랐다.


그런 그녀가 처음 자신을 쫓아다닐 때는 솔직히 호기심도 일었었다.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 초라한 자신을 재벌 딸이 좋아해주다니.


하지만 그뿐이었다. 애초에 주리와 자신은 다른 세계의 사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러한 강우의 냉대와 무관심이 주리를 더 끓게 만들었다는 것을 당시에는 몰랐다.


당시 강우는 희원과 사귀고 있었고 열렬히 사랑했었으니 말이다.


주리가 자신을 쫓아다녔지만 그때마다 냉정하고도 단호하게 내치며 거절했다.


그러나 주리는 참으로 끈질기게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강우를 따라다녔고.


이는 강우도 두 손 두 발 다 들 정도였다.


무엇보다 주리가 이럴 때마다 강우는 연인이었던 희원에게 미안했다.


그래서 그녀의 마음이 상하지 않도록 매번 상황을 잘 설명하며 용서를 구했고.


희원에게 더더욱 잘하기 위해 노력했다.


주리가 혹여 희원에게 해를 끼치거나 접근하지 못하게 매일 붙어 다니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 강우는 희원이 다 괜찮은 줄로만 알았다.


희원이 그 어떤 내색도 하지 않았기에.


하지만 그건 강우만의 혼자 생각일 뿐이었다.


이유도 말해주지 않고 어느 날 갑자기 희원이 강우의 곁을 훌쩍 떠나버렸다.


강우에게 붙잡을 기회조차 주지 않고서 참으로 매정하게도 말이다.


희원은 마치 이 세상에 없던 사람처럼 그녀의 가족들과 함께 아예 자취를 감춰버렸다.


실의에 빠진 강우는 세상을 다 잃은 듯 폐인이 되었다.


그리고 그런 강우의 곁에는 어느새 주리가 함께 있었다.


늘 곁에서 위로해주고 다정하게 대해주는 주리에 강우도 빠져들었고.


그렇게 둘은 점점 가까워지며 연인사이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리고 주리와 연인이 된지 채 얼마 지나지도 않은 시점이었을 거다.


주리는 자신이 강우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었다며 책임지라고 했다.


아이를 핑계로 강우와의 결혼을 서둘렀고 모든 것은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강우역시 무책임하고 비겁해지긴 싫었기에 주리와 평생을 약속했다.


데릴사위로서 시댁에 들어가 살며 미연으로부터 갖은 모욕을 당했지만.


그래도 다 괜찮았다.


자신은 주리의 남편이자 윤석의 아버지였으니까 버틸 수 있었다.


그렇게 오랜 세월을 견디고서 참아왔던 것 같다.


주변의 간섭으로 많이 지치긴 했어도 강우는 자신의 가족들을 진심으로 사랑했다.


또한 누구보다도 가정을 지키려고 노력하기도 하였다.


일이 많아져 집에 늦게 가더라도 꼭 주리와 윤석의 잠든 얼굴을 확인했고.


출장을 갈 때면 매일같이 집에 안부전화를 걸어 주리를 안심시켰다.


윤석이 혹여 아빠얼굴을 까먹을까 시간을 쪼개어 유치원에 직접 데려다준 적도 많았다.


한 달에 한 번씩은 반드시 시간을 내어 가족여행을 가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그런 강우가 지켜내려 했던 가정은 곧 산산 조각나듯 깨져버리게 되었다.


윤석이 딱 10살이 되던 해였다.


평소 몸이 많이 약했던 주리는 크고 작은 잔병치레를 많이 했었다.


강우는 누구보다도 걱정하며 그런 주리를 밤새 간호한 적이 많았다.


그러나 하늘도 참 무심하게도 사위가 고요했던 어느 날 밤.


주리는 윤석과 강우의 곁을 갑자기 떠나버렸다.


사망원인은 급성패혈증으로 인한 쇼크사.


이유는 추측만 할뿐 의사도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렇게 강우는 한동안 실의에 빠져 살았다.


종일 음식도 입에 잘 대지 않았고,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윤석의 앞에서는 애써 자신의 힘듦을 내색하지 않았다.


자신이 슬퍼하는 모습이 윤석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까봐서 였다.


자신은 아버지이고, 책임져야할 소중한 자신의 아들이 있었기에.


어떻게든 힘을 내려고 노력했으며 윤석을 돌보았다.


아직 죽음을 모르는 10살 윤석은 주리의 장례식 날에도,


오랜만에 본 친척들에 신나서는 깔깔대며 웃고 있을 뿐이었다.


강우는 그것이 참 마음이 아프기도 하였고, 윤석이 몰라서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그 이후 윤석이 엄마는 어디 간 것이냐면서 보고 싶다고 주리를 찾아댔고.


잔인하게도 결국 강우는 윤석에게 죽음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설명해야만했다.


윤석은 주리가 다신 볼 수 없는 곳으로 갔다는 것을 인지하게 됐고.


엄마한테 간다며 펑펑 우는 윤석을 껴안고, 함께 목 놓아 울었던 기억이 아직까지 선명했다.


그렇게 윤석의 보호자로서 그를 정성껏 돌보며 살아가던 강우였다.


하루는 주리의 유품을 정리하며 마음을 추스르고 있는데.


강우는 주리가 쓰던 금고에서 종이를 하나 발견했다.


세월의 흔적이 묻은 누렇게 빛바랜 오래된 종이였다.


무엇인가 싶어 그것을 펼쳐본 강우는 곧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결코 믿을 수가 없어 몇 번이고 눈을 비비며 봤던 것 같다.


종이는 윤석과 강우 자신의 친자 검사 결과지였다.


그리고 그 결과는 충격적이게도 불일치로 적혀 있었다.


현실을 부정하던 강우는 그럴 리가 없다며 윤석과의 친자확인을 직접 다시 해봤고.


믿을 수 없게도 윤석이 강우 자신의 친아들이 아닌 것은 사실이었다.


가족 하나만을 보고 모든 걸 견뎌왔던 남자의 인생은 그 날 이후 송두리째 뿌리 뽑혔다.


사랑하였고, 참으로 사랑했던 이에게 뒤통수를 세게 맞은 기분을 아는가.


그 기분은 참으로 역겨우면서도 동시에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물씬 피어올랐다.


생각해보면 참으로 이상하긴 했다.


사귄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주리가 임신했던 것과 그렇게 결혼을 서둘렀던 이유까지.


늘 궁금했지만 딱히 의심해보려고 하지는 않았던 것들이었건만.


마음속에 꽁꽁 숨겨왔던 의문과 약간의 의심들이 이제야 퍼즐처럼 맞춰지는 것 같았다.


주리를 향한 강우의 감정은 곧 엉뚱한 곳으로 튀어 올랐고.


결코 윤석의 잘못이 아님을 강우 스스로도 알았건만.


걷잡을 수 없는 증오와 분노가 윤석을 향하였다.


강우는 윤석을 볼 때마다 허탈했고, 허무했다.


무엇을 위해 그렇게 살아왔나 싶고 자신의 인생을 부정당한 것만 같았다.


윤석만 보면 끓어오르는 감정을 스스로도 조절하지 못하겠던 강우는, 대놓고 윤석을 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건 어린 윤석도 느낄 정도였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냐며 제 앞에 와 목 놓아 울 때는 가슴이 찢길 것만 같았다.


이럴 거면 차라리 죽을 때까지 모르는 게 더 나았을 것을.


왜 하필 금고 속에 진실을 감춰놓고 정리하지 않았냐는 원망까지 들었다.


숨길 거면 차라리 끝까지 숨기던가.


물론 매사에 거리낄게 없던 주리 성격에는 언젠가 진실을 알려줄 요량이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금고 속에 고이고이 숨겨 두었던 것이었을 테고.


저도 늘 강우를 보며 양심에 찔렸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왜 그게 하필 그때였던 것인지 강우는 늘 묻고 싶었다.


주리를 잃고 한창 힘든 와중에 말이다.


강우의 가슴은 칼로 찢기듯 난도질을 당했고.


산산조각이 나버린 심장은 다시는 회생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정말 기적적이게도 옛 연인이었던 희원, 그녀를 다시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



“회장님. 댁에 도착하였습니다. 회장님?”


김기사가 뒷문을 열어주며 강우를 불렀다. 옛 생각에 잠겨있느라 듣지 못했던 강우가 뒤늦게야 알아채고는, 고개를 들며 차에서 내렸다.


“아, 그래. 고생했어, 김기사. 그만 퇴근하게.”


“회장님도 오늘 하루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응, 뭔가?”


김기사가 주머니에서 박하사탕을 꺼내어 강우에게 내밀었다.


“가끔씩 피곤하고 힘들 때는 달달한 게 도움이 되더라고요.”


“이 사탕은 어젠가 내가 사주었던 밥 식당에서 가져왔던 것이 아닌가?”


“이런, 들켰네요... 회장님 돈으로 회장님께 생색 한번 내봤습니다요.”


“... 고마워. 사탕 잘 먹겠네.”


“들어가십시오, 회장님.”


김기사는 강우에 인사를 건넨 후 다시 운전석에 올라타고는 고급 세단을 몰고 사라졌다.


본래라면 강우의 집에 차량을 주차하고 나서 퇴근하는 게 맞지만.


강우는 김기사에게 흔쾌히 자신의 차량을 내어주며 출퇴근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김기사를 향한 강우의 작은 배려라면, 배려였다.


어차피 강우의 집에는 굳이 저 차 말고도 많은 차량이 있었으니까.


강우는 그런 김기사가 모는 차량이 골목을 빠져나갈 때까지 잠시 멍을 때리며 봤다.


그리고는 손에 쥐고 있던 김기사가 줬던 박하사탕을 주머니에 넣고는, 이내 자신의 저택 안으로 들어섰다.


미연이 사는 저택에 비하면 매우 소박한 편이었다.


하지만 수백 평이 넘는 마당이 딸린 저택이었다.


웬만한 부자가 아니고서야 일반인들은 평생 동안 감히 꿈도 꿔볼 수 없는 집이었다.


그리고 강우가 이런 부를 누릴 수 있던 것은 주리와 결혼한 덕택은 맞긴 했다.


그 사실이 참으로 씁쓸한 듯 픽하고 바람 빠진 소리를 내던 강우는 마당에 들어섰다.


그리고 그런 강우를 보자마자 달려 나와서는 반기는 강아지 두 마리.


혀를 내민 채 헐떡이며 자신의 주인을 알아보고는 온갖 아양을 떨고.


강우가 그들을 쓰다듬으며 종일 착잡했던 마음을 애써 달래고 있는데.


안채의 저택에서는 현관문을 열고 한 여자가 나왔다.


많아봐야 30대 중후반쯤 되어 보이는 아주 젊어 보이는 미모의 여성은,


기품 있어 보이는 우아함과 고고함이 몸 전체에 배어있는 듯 했다.


소멸될 거 같이 작은 얼굴에 각져 있는 사각형의 턱은,


그녀만의 고급스런 분위기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그 아름다움을 미처 설명할 길이 없는 여성은 강우를 향해 걸어왔고.


강우는 그녀를 보자마자 드디어 집에 왔다, 라는 안도의 얼굴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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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 42화. 폭행사건(2) ] 24.08.01 65 1 9쪽
41 [ 41화. 폭행사건(1) ] 24.07.31 77 1 10쪽
40 [ 40화. 꼬여버린 운명(10) ] 24.07.30 84 1 14쪽
39 [ 39화. 꼬여버린 운명(9) ] 24.07.29 88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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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 36화. 꼬여버린 운명(6) ] +1 24.07.26 82 1 13쪽
35 [ 35화. 꼬여버린 운명(5) ] 24.07.26 81 1 11쪽
34 [ 34화. 꼬여버린 운명(4) ] 24.07.25 81 1 9쪽
33 [ 33화. 꼬여버린 운명(3) ] 24.07.24 89 1 10쪽
32 [ 32화. 꼬여버린 운명(2) ] 24.07.23 99 1 10쪽
» [ 31화. 꼬여버린 운명(1) ] 24.07.22 105 1 10쪽
30 [ 30화. 회귀(24) ] 24.07.22 98 1 10쪽
29 [ 29화. 회귀(23) ] 24.07.22 90 1 12쪽
28 [ 28화. 회귀(22) ] 24.07.22 87 2 14쪽
27 [ 27화. 회귀(21) ] 24.07.22 89 2 10쪽
26 [ 26화. 회귀(20) ] 24.07.22 91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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