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써가는 인생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스토리신
작품등록일 :
2024.07.22 11:54
최근연재일 :
2024.08.10 15:49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5,187
추천수 :
63
글자수 :
241,478

작성
24.07.22 16:34
조회
98
추천
1
글자
10쪽

[ 30화. 회귀(24) ]

DUMMY


“집으로 가지.”


“네, 회장님. 저, 그런데...”


강우의 전담 운전기사인 김기사는 백미러로 강우의 상태를 흘끗흘끗 살폈고.


그런 김기사의 시선에 강우가 고개를 들며 거울 속으로 시선을 맞췄다.


“뭔가?”


“머리에 피가 심하게 나시는듯한데.”


그도 그럴게, 머리를 지혈 중인 손수건이 새빨갛게 물들어있었다.


생각보다도 꽤 많은 양의 출혈로 강우는 살짝 현기증을 느꼈다.


미연의 무식하다 못해 난폭한 성정이 강우의 상처로 고스란히 드러나는 듯했다.


“병원부터 가셔야 할 거 같습니다. 아니면 이박사님 호출할까요?”


“괜찮네. 그렇게 심하게 다친 것도 아니야.”


“그렇다기엔 피가...”


이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고.


과거에도 미연 때문에 머리가 깨진 적이 많았다.


그렇기에 강우는 단순히 피부가 찢겨져 출혈이 나는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내일. 병원은 내일 가보겠네. 오늘은 그냥 집으로 가주게. 쉬고 싶어.”


지금은 누구와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그저 아내 희원이 보고 싶을 뿐이었다.


그런 강우의 마음을 알아차린 김기사가 더는 병원에 가잔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그 대신 강우의 마음을 달래주듯이 자신이 분개해서는 씩씩댔다.


“또 송여사님 짓입니까? 진짜 하다하다 너무 하시네요. 고소라도 준비하시는 게...”


“어디 하루 이틀인가, 이런 적이. 걱정 고맙네.”


머리에서 손수건을 살짝 떼어서 확인해보며 강우가 대꾸했다.


마음 따뜻하고 정 많은 김기사에게는 늘 고마운 강우였다.


무엇보다 오랜 시간을 강우를 위해서 일을 해주기도 했고.


강우가 송여사의 집에서 분가할 때는 함께 따라와 준 유일한 이이기도 했다.


김기사와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점점 피가 멎어갔고.


이를 확인하고는 손수건을 상처부위에서 완전히 떼었다.


집에 도착하기 전에 상처부위가 어떻게든 지혈이 되어서 다행이었다.


아니면 머리에 피를 줄줄 흘린 채 집에 들어가야 할 판이었으니까.


강우는 차 시트 뒤에 꽂혀있던 비닐봉지에 피로 흠뻑 젖은 손수건을 버렸다.


그리고는 지친 얼굴로 잠시 눈을 감았다.


너무도 많은 일이 일어났던 긴 하루였다.


강우는 애써 마음을 다스리며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그런 노력이 무색할 정도로 무겁고 거대한 돌멩이가 강우의 마음을 꽉 짓눌렀다.


점점 깊은 심해로 점점 가라앉는 듯 한 착각이 들었다.


숨을 쉴 수 없이 갑갑하면서, 누군가 심장을 난도질하는 기분.


목구멍에 무언가 걸린 듯이 갑갑하면서 이물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 이물감은 점점 강우를 삼키듯 통증으로 이어졌다.


“윽”


눈을 번쩍 뜬 강우는 괴로운듯 가슴을 꽉 움켜잡았다.


강우의 갑작스런 신음소리에 김기사가 놀라서는 반응했다.


“괘, 괜찮으십니까?”


“잠시만 멈춰서 줄 수 있을까.”


“네! 알겠습니다.”


김기사는 잠시 차를 도로 갓길에 정차시켰다.


그리고는 몸을 돌려 강우를 바라봤다.


“음료라도 한잔 사다드릴까요.”


“부탁함세. 자네 것도 함께 사와.”


강우가 품에서 지갑을 꺼내 블랙카드를 내밀었고.


카드를 받아든 김기사는 잠시 밖으로 나가 근처 카페로 향했다.


그러는 동안 강우는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윤석의 전화번호를 누르고서는 전화를 할까 말까 고민에 잠겼다.


한참이나 손가락을 망설이던 강우는 결국 핸드폰을 도로 집어넣었다.


도저히 전화를 걸어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지금쯤 그 녀석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윤석의 상처받은 얼굴이 아른거리며 강우는 저도 모르게 눈앞이 뿌옇게 흐려졌다.


“이런.”


강우는 눈가에 살짝 고인 눈물을 손으로 훔쳐냈다.


윤석과 관련된 일이면 마음이 약해지는 강우였다.


똑똑.


그때 마침 카페 음료수 두 잔을 픽업해온 김기사가 창문을 두드렸고.


강우는 창문을 내려 음료와 카드를 건네받았다.


“고맙네.”


강우는 차가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얼음까지 씹어 먹을 기세에 어느새 운전석으로 돌아와 착석한 김기사가 물었다.


“회장님, 한 잔 더 사다드릴까요?”


“괜찮아. 출발하지.”


“네, 알겠습니다.”


강우는 얼음만 든 빈 음료 컵을 뒷좌석의 위치한 컵홀더에 꽂아놓았다.


그리고는 가만히 먼 창밖을 멍하니 내다보았다.


그런 강우의 표정은 매우 심란해 보였다.


김기사는 단박에 강우에게 무슨 일이 더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비단 송여사에게 머리를 맞은 일 때문만은 아닌 거 같았다.


강우의 말대로 송여사의 무시를 받았던 일들은 비일비재했기 때문이었다.


그때마다 강우는 그저 똥을 밟았던 양 무심하게 넘겼었다.


그런데 오늘은 그런 날들과는 어딘가 묘하게 달랐다.


김기사가 아까보다도 더 가라앉은 강우의 모습에 걱정이 되어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안색이 좋지 않아 보여서.”


“... 안 괜찮네. 하나도 안 괜찮아.”


“아...”


강우가 솔직하게 대답하자, 김기사가 오히려 더 당황했다.


그리고는 곧 입을 다물었다.


어떤 말을 한들 위로가 안 될 거 같았기 때문에.


어쩐지 처량해 보이기까지 한 강우의 모습이었다.


김기사는 그런 강우의 쓸쓸함이 자신에게까지 와 닿는 것만 같았다.


조금이라도 툭 치면 무너져 내릴 거 같은 강우의 모습이 유리창으로 비쳤고.


그렇게 고요함과 적막만 흐른 채 차량이 한창 도로를 달리고 있을 때였다.


“... 김기사. 자네 자식은 초등학생 하나와 중학생 하나랬지?”


“맞습니다, 회장님. 아주 비글 같은 놈들이지요.”


뜬금없는 물음에 김기사가 백미러로 강우와 눈을 맞추며 대답했다.


정적인 분위기보다는 차라리 이게 한결 나았다.


“자식과 사이는 좋은가? ”


“전혀요, 이것들이 요새 사춘기인지 말을 안 들어 먹어서요. 자식새끼 키우기 한번 힘드네요.”


김기사는 과장스런 반응으로 호들갑을 떨면서 말했다.


차라리 유쾌한 대답으로 분위기를 전환시켜 강우의 기분이 나아지길 바라는 그였다.


“그렇군. 자네도 참 고생이 많겠어.”

김기사는 곧 강우의 깊은 시름이 자식문제와 연관이 있음을 눈치챘다.


윤석을 미연이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 것은 알았지만 정확한 이유까지는 알지 못한 터였는데.


아무래도 다른 이유가 있었고, 그건 강우를 심란하게 만드는 모양이었다.


“... 저 회장님. 혹 표정이 어두우신 게 윤석이와 관련이 있어서 그러신 거라면. 함께 여행을 가보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여행? 여행이라...”


미연의 집에서 있었던 일이나 그들의 사정에 대해서 알 턱이 없던 김기사는,


그저 윤석과 강우가 크게 싸운 줄로만 추측하고 조언을 이어나갔다.


“회장님도 윤석이와 날 잡아서 여행이라도 다녀오시면 어떠실까 싶어서요. 저도 자식놈들이랑 만날 천 날 피터지게 싸우지만 그럴수록 일부로라도 여행을 자주 다니곤 합니다.”


“김기사 당신은 참 좋은 아버지이구만. 부럽네.”


차라리 강우도 윤석과 보통 일들로 싸우고 화해할 수 있는 평범한 부자 사이기를 바랐다.


하지만 이미 깨져버린 유리처럼, 둘 사이는 여행 같은 걸로 회복될 리 만무했다.


애초에 강우 자신에게 상처받은 윤석에게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지도 모르겠는 것을.


아니, 과연 말을 붙여볼 수나 있으면 차라리 다행일 지경이었다.


그러나 그런 강우의 타들어가는 속을 모르는 김기사는 계속해서 위로해주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다.


강우의 착잡한 마음이 대화를 통해 조금이나마 해소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에이, 세상에 좋고 나쁘고 기준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저 노력하는 거지요 좋은 방향으로.”


“그치. 노력, 노력이라... 나는 노력을 했나싶네. 아무것도 하지 않았거든.”


강우의 씁쓸한 미소에 김기사가 농담반 진담반으로 유쾌하게 대답했다.


“회장님이야 워낙 바쁘시니까. 그래도 저와는 달리 윤석이에게 많은 부를 남겨 주시지 않습니까. 제 자식 놈들은 이 아버지랑 노는 것보다 돈 잘 벌어오는 아버지를 더 좋아할 겁니다. 하

하...”


“... 그러지는 않을 걸세. 누가 봐도 자네는 좋은 아버지니까.”


김기사의 가상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강우의 기분은 도통 풀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강우는 다시금 창밖의 먼 빌딩들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강우 역시 윤석이 자신의 친자식이 아닌 것을 알고 나서 많이 혼란스러웠다.


이미 오래전에 안 이 사실은 줄곧 강우를 배신감에 사로잡혀 치를 떨게 만들었다.


하지만 윤석에게는 말하지 않았고, 어떻게든 숨기려고 노력했건만.


그 노력이 무상하게도 오늘 이 사실을 제 입으로 윤석에게 이실직고해버린 꼴이었다.


어떻게 알았는지는 몰라도 윤석은 이미 눈치채고 있던 것 같았지만 말이다.


강우는 어른들의 사정으로 상처받았을 윤석에게 미안했다.


죄책감이 물밀듯 밀려왔지만. 강우는 선뜻 윤석에게 손을 내밀어 안아줄 수 없었다.


윤석이 아까 자신에게 했던 말들은 모두 사실이었기에.


경멸 어린 시선까지는 아니지만. 그동안 윤석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미연이 윤석을 데려가겠다고 했을 땐, 선뜻 그러라고 했다.


참 이기적이지만, 자신이 괴로울 바엔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윤석을 아들로서 무척이나 사랑하고 아꼈으나.


동시에 그만 보면 전 아내인 주리가 떠올라 괴로웠다.


그 감정이 강우 자신도 무엇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이는 어쩌면 주리를 쏙 빼닮은 윤석에게서 그녀를 투영해보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녀에 대해 느낀 배신감이나 분노와 증오의 감정을 대신 느끼며 말이다.


강우는 주리의 얼굴을 떠올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순식간에 미간 사이의 잡힌 주름은 그의 복잡한 마음을 대변하는 듯 암영을 드리웠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다시 써가는 인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9 [ 49화. 폭행사건(9) ] +1 24.08.10 39 3 11쪽
48 [ 48화. 폭행사건(8) ] 24.08.10 26 1 9쪽
47 [ 47화. 폭행사건(7) ] 24.08.09 52 1 15쪽
46 [ 46화. 폭행사건(6) ] 24.08.08 46 1 11쪽
45 [ 45화. 폭행사건(5) ] 24.08.07 52 1 10쪽
44 [ 44화. 폭행사건(4) ] 24.08.04 60 1 11쪽
43 [ 43화. 폭행사건(3) ] 24.08.02 59 1 10쪽
42 [ 42화. 폭행사건(2) ] 24.08.01 65 1 9쪽
41 [ 41화. 폭행사건(1) ] 24.07.31 77 1 10쪽
40 [ 40화. 꼬여버린 운명(10) ] 24.07.30 84 1 14쪽
39 [ 39화. 꼬여버린 운명(9) ] 24.07.29 88 1 14쪽
38 [ 38화. 꼬여버린 운명(8) ] 24.07.28 83 1 11쪽
37 [ 37화. 꼬여버린 운명(7) ] +1 24.07.27 82 2 10쪽
36 [ 36화. 꼬여버린 운명(6) ] +1 24.07.26 82 1 13쪽
35 [ 35화. 꼬여버린 운명(5) ] 24.07.26 81 1 11쪽
34 [ 34화. 꼬여버린 운명(4) ] 24.07.25 81 1 9쪽
33 [ 33화. 꼬여버린 운명(3) ] 24.07.24 89 1 10쪽
32 [ 32화. 꼬여버린 운명(2) ] 24.07.23 99 1 10쪽
31 [ 31화. 꼬여버린 운명(1) ] 24.07.22 105 1 10쪽
» [ 30화. 회귀(24) ] 24.07.22 99 1 10쪽
29 [ 29화. 회귀(23) ] 24.07.22 90 1 12쪽
28 [ 28화. 회귀(22) ] 24.07.22 87 2 14쪽
27 [ 27화. 회귀(21) ] 24.07.22 89 2 10쪽
26 [ 26화. 회귀(20) ] 24.07.22 91 1 9쪽
25 [ 25화. 회귀(19) ] +1 24.07.22 100 2 11쪽
24 [ 24화. 회귀(18) ] 24.07.22 98 1 9쪽
23 [ 23화. 회귀(17) ] 24.07.22 110 1 10쪽
22 [ 22화. 회귀(16) ] 24.07.22 115 1 10쪽
21 [ 21화. 회귀(15) ] +1 24.07.22 112 1 10쪽
20 [ 20화. 회귀(14) ] +1 24.07.22 113 2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