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써가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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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신
작품등록일 :
2024.07.22 11:54
최근연재일 :
2024.08.10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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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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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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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화. 폭행사건(1) ]

DUMMY

희원은 미연의 집을 나오고 나서, 운전하며 돌아가는 내내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미연에 맞서 정면돌파로 대항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자신은 잃을 것이 많았다.


무엇보다 그녀와 싸우던 정적들이 하나같이 안 좋은 꼴을 면치 못하는 것을 많이 봐왔다.


과거 자신의 자식인 성현 역시 잘못 될 수도 있었고...


그렇기에 미연을 향한 희원의 두려움은 학습된 것이었고,


결코 대항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기반 된 것이었다.


뜯겨진 희원의 입술에서는 어느새 비린 피가 흘러나왔다.


희원이 미연에게 꺼낸 제안을 다행히도 승낙 받았다.


이 기회를 이용해 희원은 윤석의 마음을 돌릴 생각이었다.


어릴 때는 자신을 줄곧 잘 따랐으니 아직 기회가 있을지도 몰랐다.


그리고는 그런 윤석을 역이용해 미연을 회유할 틈을 엿보고자 하였다.


어차피 미연이 원하는 것은 윤석이 무사히 석우그룹의 오너가 되는 거였다.


그것을 일찍 충족시켜준다면 더는 자신과 성현을 건들지 못할 것이었다.


희원에게 있어 성현과 함께 지내는 것, 그거 말고는 더는 바라는 게 없었다.


돈은 여태껏 성현과 같이 살날만 꿈꾸며 많은 액수를 저축해 놨다.


윤석을 방패삼아 시간을 벌고, 그 사이 자신은 성현에게 다가갈 생각이었다.


그리고 성현의 마음을 어떻게든 돌려 함께 외국으로 도망갈 계획이었다.


물론 미연의 영향력은 해외까지도 뻗어있었기에 무작정 나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미연이 원하는 것을 다 쥐어주고서, 이뤄줘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렇게만 된다면 더는 자신들 모자에게 관여를 안 할 것이었기에.


희원에게도 강우와 윤석의 사이를 회복시키는 것이 목표였다.


희원역시 강우를 무척이나 사랑했지만, 성현만큼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강우를 두고 성현과 둘이서만 함께 떠날 계획이었다.


예전에도 미연에게 희원은 그저 입 닫고 조용히 살 테니 떠나게 해 달라 애원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미연은 절대로 보내주지 않았고. 못 가도록 모든 힘을 동원해 막았었다.


혹여 희원이 자신의 영향권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딴 마음을 품을까 봐서 였다.


희원 자신역시 연고도 없는 해외에서 살아갈 생각도 막막하긴 해서였을까.


과감하게 해외로 도피해볼 생각이나 시도조차 못했던 것 같다.


그 당시에는 가진 돈도 없었고, 간단한 영어조차 언어도 구사할 수 없었기에.


해외 가서도 먹고 살 길이 막막하였고, 한국보다도 더 모진 환경이 될 거 같았다.


어린아이를 데리고 무작정 떠나는 것은 그저 모험인 것만 같아 그저 포기해버렸었는데.


그러나 지금 와서는 너무도 후회하는 일 중에 하나였다.


아무것도 시도해보지도 않은 채 그저 성현을 놔버려서 죄책감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힘들다고 도망간 건 너였잖아. 네가 선택해 놓고. 왜, 이제 와서 후회돼?’


아까 전 미연이 희원 자신에게 한 말이 정곡을 찌르며 계속 마음을 어지럽혔다.


희원은 단순히 미연의 협박이 두렵고 무서워서 도망친 것만이 아니었다.


갑자기 닥친 남편의 죽음으로 순식간에 가장이 되어버렸었다.


어린 두 아이와 늙은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아가야 할 생활고도 두려웠고 버겁게 느껴졌다.


일찍이 결혼한 자신도 아직 어린 나이었기에 스스로가 가엾게 여겨졌었다.


그래서 미연의 협박을 핑계 삼아 너무도 쉽게 성현의 손을 놔버렸는지도 몰랐다.


이미 과거를 후회해봤자 돌이킬 수 있는 것은 없었다.


희원은 앞으로라도 성현을 지켜주고 보듬어줄 수 있는 엄마노릇을 하고 싶었다.


성현이 자신을 거부하고 받아들여주지 않더라도 말이다.


그러기 위해선 희원 자신역시 대책을 세워야했다.


미연은 희원 자신이 오래도록 간직하고 있는 비밀에 매우 불안해하였다.


하지만 이제는 제법 나이가 찬 윤석이 회사 내에서의 입지를 다져가기 시작하고,


그가 강우의 뒤를 이어 회장 자리에 무사히 오르기만 한다면 문제 될 것이 없을 터였

다.


또한 희원과 성현이 떠난 후, 강우와 윤석이 서로를 의지하며 잘 살아 간다면.


미연이 무엇보다 원하는 그림이었고, 희원자신 또한 원하는 바였다.


강우에게는 윤석에게 좀만 더 부드럽게 대하며 잘해주자고 설득해 볼 생각이었다.


강우도 자신의 부탁이라면 무른 경향이 있어, 노력이라도 해볼 것이었다.


희원은 강우의 곁을 떠날 계획을 갖고 있는 자신이 무척이나 싫고 강우에게 미안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희원에게 있어 자식보다 중요하고 소중한 것은 없는 것을.


자신을 사랑해주는 강우에게 무척이나 미안했지만, 성현에게는 더더욱 미안했다.


“목적지에 도착하였습니다.”


차에 설치된 내비게이션에서는 친절한 목소리로 새어나왔다.


희원의 차는 어느새 목적지인 석우백화점에 다다라 있었다.


자신의 남편이자 석우그룹 회장인 강우가 사업 확장을 위해 직접 세운 곳이기도 하였고,


무엇보다 이곳은 강우가 회사 내에서 입지를 인정받을 수 있었던 기반과도 같은 데였다.


그렇기에 희원역시 강우와 자주 왔던 친숙한 공간이었다.


“환영합니다. 사모님.”


입구에 차를 대자마자 안에서는 직원이 나와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고.


발렛파킹을 해주는 직원은 희원의 차키를 받아 운전석에 앉았다.


“안내해드리겠습니다.”


희원은 익숙한 듯 직원의 안내에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곳에는 VVIP 전용관이 펼쳐졌고.


일렬로 늘어선 직원들은 일제히 희원을 향해 허리를 굽혀 인사를 건넸다.


희원은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아무런 말없이 자신의 전용 공간으로 향했다.


안락한 룸처럼 분리된 독립된 희원만의 쇼핑 공간인 이곳은 푹신한 고급 쇼파들이 놓

여있고, 착장 가능한 탈의실, 심지어는 샤워와 마사지까지 가능한 시설들이 늘어져있

었다.


쇼파에 몸을 던지듯이 앉은 희원이 앞에 놓인 카탈로그 책을 훑어보고 있는데.


곧 직원이 각종 다과와 차를 내왔고. 뒤이어 쇼핑 매니저가 인사하며 들어왔다.


희원은 쇼핑 매니저에게 말했다.


“17세 남자애가 입을 만한 옷으로 다 가져와요. 키는 160대 후반 정도에 마른 체형이고요.”


또래들보다 마르고 작은 키의 성현을 봤을 때 희원은 가슴이 미어졌다.


이게 다 왜소한 키의 자신의 유전을 물려받은 탓이 아닌 못 먹어서 그런 거라니.


희원의 죄책감과 미안함은 마치 마르지 않는 샘처럼 끊임없이 샘솟아 올랐다.


“아. 그리고 옷 말고도 요즘 학생들이 애용하는 가방이나 신발도요.”


마음 같아서는 종류별로 다양하게 사주고 싶었지만 희원은 자제하기로 했다.


강우의 이름으로 선물을 보낼 예정이었으니까.


강우에게는 윤석의 것들을 사는 김에 갑자기 생각이 나서,


어제 집에 왔던 학생을 위해 샀다며 둘러대며 대신 전달해 달라고 할 예정이었다.


그러면 성현도 아무런 부담 없이 자신이 산 물건들을 잘 사용해주겠지.


곧 쇼핑 매니저의 진두지휘 하에 직원들이 다양한 물건들을 가져왔고.


희원은 매우 신중하게 물건들을 찬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가장 품질 좋고, 멋지고, 비싸고, 무엇보다 성현의 마음에 들 만한 것을 고르기 위해 말이다.


***


재린고등학교의 쉬는 시간.


성현과 지욱의 자리로 몰려든 재은과 세훈이 함께 과자를 먹는 중이었다.


“어제 어디 그렇게 급하게 간 거야? 알려주면 안 돼?”


재은이 많이 궁금했던 모양인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성현을 바라봤다.


“아. 회장님댁.”


“뭐어?”


재은과 세훈이 놀랐는지 동시에 소리치고.


풀린 눈으로 조용히 앉아 이들의 말을 경청하고 있던 지욱의 눈이 팍하고 커졌다,


“주가 조작 막아달라고 부탁하러 갔었어.”


물론 거짓말이지만. 사실 이 모돈 일의 주동자는 회장이었다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 분도 한 패이면 어떡하라고.”


“그건 아니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성현은 한 패가 아니라 그 분이 범인이란다라는 말을 애써 목구멍으로 삼켰다.


“그 때 걔는 없었어?”


감히 이름도 담기 싫은 듯 치를 떨며 세훈이 조심스럽게 성현에게 물었다.


“걔? 주윤석... 아...응. 없었어.”


“다행이다.”


가장 먼저 지욱이 안심이라는 듯 옆에서 웅얼거렸고.


“와, 그니까. 얼마나 끔찍한 일이야.”


세훈 역시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심이라는 듯 말했다.


“그런데 그 회장님은 자기 아들이 학교에서 어떤 짓을 하고 다니는 지 아시고도 그냥 놔두는 걸까.”


역시나 예리한 재은이 냉철한 지적을 하였다.


성현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남의 집안사 괜히 얘기해봐야 자신에게 득이 될 것도 없고.


무엇보다 정확히 알지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저. 혹시 진성현이 누구야?”


그때였다. 또랑또랑한 여자목소리가 뒷문에서 크게 울려 퍼졌다.


성현과 일행들이 뒤를 돌아보고.


반에서 한 아이가 성현이 저기 앉아있는 것을 알려주려는 듯, 성현을 가리켰다.


여자애는 성현을 보더니 곧장 다가와서는 말했다.


“이거.”


그리고는 편지봉투를 하나 내밀었고.


성현은 어리둥절하게 받아든 채로 물었다.


“이게 뭔데?”


“열어봐. 전해줬으니 난 간다.”


여자애는 생각보다도 시크하게 할 말만 하고 곧장 성현네 교실을 떠났다.


성현이 이게 뭔가 싶어 눈을 껌뻑이는데.


옆에 있던 세훈이 눈을 반짝 빛내며 성현에게 말했다.


“연애편지 아니야?”


“연애편지?”


덩달아 놀란 재은이 편지를 과하게 의식하였고.


지욱 역시 눈을 껌뻑거리며 성현이 들고 있던 편지에 눈길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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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 49화. 폭행사건(9) ] +1 24.08.10 39 3 11쪽
48 [ 48화. 폭행사건(8) ] 24.08.10 26 1 9쪽
47 [ 47화. 폭행사건(7) ] 24.08.09 52 1 15쪽
46 [ 46화. 폭행사건(6) ] 24.08.08 46 1 11쪽
45 [ 45화. 폭행사건(5) ] 24.08.07 52 1 10쪽
44 [ 44화. 폭행사건(4) ] 24.08.04 60 1 11쪽
43 [ 43화. 폭행사건(3) ] 24.08.02 59 1 10쪽
42 [ 42화. 폭행사건(2) ] 24.08.01 65 1 9쪽
» [ 41화. 폭행사건(1) ] 24.07.31 78 1 10쪽
40 [ 40화. 꼬여버린 운명(10) ] 24.07.30 84 1 14쪽
39 [ 39화. 꼬여버린 운명(9) ] 24.07.29 88 1 14쪽
38 [ 38화. 꼬여버린 운명(8) ] 24.07.28 83 1 11쪽
37 [ 37화. 꼬여버린 운명(7) ] +1 24.07.27 82 2 10쪽
36 [ 36화. 꼬여버린 운명(6) ] +1 24.07.26 82 1 13쪽
35 [ 35화. 꼬여버린 운명(5) ] 24.07.26 81 1 11쪽
34 [ 34화. 꼬여버린 운명(4) ] 24.07.25 81 1 9쪽
33 [ 33화. 꼬여버린 운명(3) ] 24.07.24 89 1 10쪽
32 [ 32화. 꼬여버린 운명(2) ] 24.07.23 99 1 10쪽
31 [ 31화. 꼬여버린 운명(1) ] 24.07.22 105 1 10쪽
30 [ 30화. 회귀(24) ] 24.07.22 99 1 10쪽
29 [ 29화. 회귀(23) ] 24.07.22 90 1 12쪽
28 [ 28화. 회귀(22) ] 24.07.22 87 2 14쪽
27 [ 27화. 회귀(21) ] 24.07.22 89 2 10쪽
26 [ 26화. 회귀(20) ] 24.07.22 91 1 9쪽
25 [ 25화. 회귀(19) ] +1 24.07.22 100 2 11쪽
24 [ 24화. 회귀(18) ] 24.07.22 98 1 9쪽
23 [ 23화. 회귀(17) ] 24.07.22 110 1 10쪽
22 [ 22화. 회귀(16) ] 24.07.22 115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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