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써가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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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신
작품등록일 :
2024.07.22 11:54
최근연재일 :
2024.08.10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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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0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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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9화. 폭행사건(9) ]

DUMMY

얼이 빠져선 성현은 민성의 얘기를 듣고 한참이나 멍하니 있어야 했다.


성찬형이 도대체 왜. 그것보다 민성에게 자신을 밟으라고 직접 야구방망이를 챙겨줬다니.


성현은 지금 자신이 민성으로부터 듣고 있는 게 무슨 얘기인가 싶었다.


“그. 그리고...”


“뭐야, 말해.”


“야구방망이로 머리를 내려치라고 당부했어.”


“너 거짓말 하지 마.”


“내가 왜 이런 걸로 거짓말을 하겠냐.”


“그럴 이유가 없잖아.”


“나, 나야 모르지.”


민성은 자신의 말을 믿어달라는 듯이 처연한 눈빛으로 성현을 쳐다봤다.


확실히 이 상황에 거짓말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성현은 너무도 어이없고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혀서 대꾸할 수가 없었다.


‘대체 성찬형이 왜. 뭐 때문에?’라는 생각만 계속 머리에 맴돌았다.


그런 성현의 표정을 살피던 민성이 이어 말했다.


“내가 그건 위험한 거 아니냐니까. 사람은 그렇게 쉽게 죽거나 다치지 않는 질긴 동물이라고 하더라. 그리고 자기 말 안 들으면 내 비밀 다 까발리겠다고 협박했어.”


“오민성 네 비밀?”


“아. 그건...”


“뭐야. 말해.”


그러나 말하기 힘든 듯 민성은 입을 꾹 다문 채 시선을 피했다.


성현이 갑자기 입을 열 생각조차 않는 민성에, 한숨을 내쉬며 품에서 봉투를 하나 꺼냈

다.


그리고는 민성의 앞에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


“이게 뭔지 아냐?”


“뭐, 뭔데.”


“너 선처해달라는 장문의 간절하고도 간곡한 글.”


“어, 어?”


사실 장문은 맞았지만 그다지 간절하거나 간곡하진 않았다.


하지만 성현은 능청을 떨며 봉투를 계속 흔들었다.


“내가 너 때문에 깁스하는 바람에. 한 손으로 쓰기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냐?”


민성이 봉투를 한참을 쳐다보다가 뺏으려는 듯 달려들었다.


그러나 성현은 재빨리 다시금 봉투를 품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여기 보는 사람 많은데. 설마 또 폭력을 쓰실라고? 너 진짜 콩밥 제대로 먹고 싶냐?”


역시 민성은 반성의 기미조차 전혀 없었다.


성현은 이런 새끼를 위해 선처해준다는 것이 마음에 안 들었지만.


민성의 입에서 흘러나온 정보에 비하면 그 가치가 있는 듯했다.


“말해. 비밀이 뭐야.”


“아...”


“찢어버린다?”


“자, 잠깐.”


한참이나 고민하던 민성이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 나 중학교 때 왕따였다.”


“뭐?”


성현은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


오민성이 왕따를 당했다고?


“아무도 모르게 일부러 먼 곳까지 전학 온 건데. 성찬형이 그걸 알고 있더라.”


“너가 왕따를 당했다고?”


“어. 애들한테 맨날 맞고 다녔고. 지긋지긋해서 몸 키우고 운동했어. 고등학교 입학하

고 부터는 센 척하며 다닌 거고. 더 이상 예전처럼 살기 싫어서 주윤석한테 붙어서 일부러 더 나서서 애들 괴롭히고 그랬어...”


“하...”


성현이 한탄이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었다니. 무한굴레란 말인가.


성현은 어쩐지 민성이 가엾기도 하면서 오히려 더 괘씸해졌다.


지도 당해봤으면 그 아픔과 괴로움을 누구보다도 잘 알거면서.


솔직히 그의 입장을 아예 이해 못하는 건 아니었지만.


민성으로 인해 피해 받은 학생들의 상처는 누가 보상해준단 말인가.


맞기 싫어서 남을 괴롭혔다는 건 그저 민성의 자기 합리화일 뿐이었다.


“핑계대지 마.”


“알아. 핑계인거. 근데 너도 알다시피 잡아먹지 않으면 잡아먹히는 게 우리들의 세계잖냐. 그냥 차라리 남을 때리고 피해 입힐지언정 쳐 맞고 다니고 싶지는 않았어.”


“그런 거 신경 안 쓰고 평범하게 공부만 하는 애들도 많아.”


“혹여 일진들 성질 건드릴까봐 늘 조마조마하면서 눈치보고 사는 게 신경 안 쓰는 거라고? 그저 회피하는 거겠지.”


솔직히 민성의 말이 다 맞았다.


어쨌거나 학교라는 곳은 하루 종일 학생들이 있어야 하는 곳이고.


그들의 전부이자 그들이 속한 사회속의 또 다른 세계였다.


어른들이 결코 관여하거나 항상 살펴보며 보호해줄 수도 없는 체계.


엄연히 청소년들 사이에서 질서와 위계, 지위가 존재하였다.


또한 거기서 곧 소위 말하는 일진, 힘센 애들과 집단이 군림하는 세상이기도 했고.


힘 있는 이들의 말이나 행동은 또 다른 법이 되기도 하였다.


회귀전의 성현이 윤석의 무리에게 괴롭힘 당할 때도 수많은 학생들은 방관했다.


그들은 모른 척 회피했고, 자신들도 휘말리지 않기를 수도 없이 빌었을 테다.


학생들의 세계란 참으로 잔혹하고도 냉정하였고.


성인들이 속한 일반의 사회와 그런 점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물론 그러한 환경에서 도와준 재은과 같은 이들이 있었지만 말이다.


“너한테 그런 건 정말 미안했다. 진심이야.”


민성의 말에 성현은 순간 욱해서 한손으로 민성의 멱살을 잡았다.


“미안하다면 다냐? 너 때문에.”


‘나랑 우리 다현이가 얼마나 괴로웠는데.’


성현은 차마 뒷말까지는 잇지 못했다.


아직 이 세상에서는 벌어지지 않은 일이었다.


민성은 고개를 푹 숙였다.


아마도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는 것일까.


어쨌든 목적이 있어서 시작한 사과이기는 했지만.


마지막 말만큼은 그도 진심인 거 같았다.


성현은 민성을 놓아주고는.


품에서 선처해준다는 내용이 적힌 종이가 들어있는 봉투를 꺼내어 그의 앞에 툭하니 던졌다.


민성은 아무 말 없이 봉투를 주웠고.


성현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다.


머릿속에는 온통 성찬형의 대한 의문만이 가득 찼다.


‘성찬형. 주의해야겠어.’


저 말이 사실이라면, 혹 회귀전의 일도 그와 관련이 있는 것일까.


성현은 머릿속이 복잡해져왔다.


그리고 뭔가 자신이 알던 것과는 다른 무언가 있는 거 같아 순간 싸늘함마저 들었다.


일단은 아직 진실을 알지 못하기에.


성현은 당분간 몸을 사리면서 찬형에 대해 더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민성의 말이 사실이라면 자신은 알지 못하는 적을 상대하고 있는 것이었기에.


***


그렇게 한 달이라는 시간이 더 흘렀고.


민성은 특수폭행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게 되었다.


원래는 기소가 될 만한 사항이었으나.


성현의 선처 때문인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듯했다.


그러나 사실 성현은 여기서 끝낼 생각이 없었다.


‘기회는 제대로 이용 해야지.’


민성과 일진무리들에게 선처를 해준 것도 순순히 해준 것이 아니었다.


원래 방심하고 난 뒤에 좌절의 여파가 제일 무서운 법이라고 했던가.


성현은 SNS를 이용해 ‘재린고등학교 익명의 고발자’페이지를 만들었다.


그리고는 이것을 이용해 이번의 민성과 무리들의 사건을 낱낱이 알렸다.


#집단폭행 #테러 #일진 #학교폭력 #재린고등학교


결국 SNS로 이 사건이 일파만파 알려지며 화두가 되었고.


성현은 모자이크 처리된 뉴스에 나오기까지 했다.


원래 학교에서는 이를 두고 경찰로 넘어간 사건이니,


괜히 문제를 키우지 않으려고 외면하려 했지만 더는 그럴 수가 없었다.


학생주임을 비롯한 선생 몇몇과 학부모들의 거센 항의가 일었다.


결국 이 일의 주동자로 여겨진 오민성은 강제전학 처분을 받게 되었고.


나머지 무리들은 출석정지 5일 처분을 받게 되었다.


지욱 역시 방어차원이지만 폭력을 썼단 이유로 교내봉사 10시간을 받았다.


‘지욱이까지 교내봉사 받은 건 좀 그렇지만.’


모든 것은 성현이 뜻하는 대로 흘러갔다.


일단 주윤석의 수족이나 다름없던 민성을 치워버린 것으로 만족했다.


또한 주윤석의 무리들 역시 이 일이 있었으니 당분간 잠잠할 거 같았다.


성현은 SNS에 개설한 ‘재린고등학교 익명의 고발자’페이지를 잘 키워볼 생각이었다.


아직 ‘재린고등학교 익명의 고발자’ 팔로워 수나 이용자는 미미했지만.


앞으로도 학교폭력 등의 제보를 받아 게시글을 올려볼 생각이었다.


물론, 주윤석을 무서워하는 학생들이 용기내서 제보해줄 지는 미지수긴 하였지만.


성현은 이것을 통해 안전한 학교를 만들고 싶었다.


어른들의 눈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의 청소년들 세계 속 보호받을 수 있는 대책.


그래서 다현이 내년에 학교에 왔을 때는 조금 더 안전해지길 바랐다.


학생들 사이에 엄연히 존재하는 질서나 계급 같은 것을 조금이라도 무너뜨리고 말이다.


어쨌거나 이번일은 결론적으로는 순탄하고 원만하게 잘 끝나긴 했다.


지욱도 어느새 틈틈이 교내봉사를 다 마친 상태였다.


성현은 지욱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고마운 마음도 들었다.


그래서 성현은 매일같이 집에서 과일이나 야채를 잔뜩 챙겨왔다.


그리고선 아침마다 짝궁이기도 한 지욱에게 내밀었다.


“오늘은 사과야.”


“오늘은 바나나.”


“이거 할머니가 챙겨주신 거다? 영광인줄 알아. 특별히 찐감자다.”


“야, 대파먹어. 초장 찍어먹으면 맛있어.”


그때마다 지욱의 당황한 표정을 보는 게 재미있기도 했다.


그리고 지욱은 애써 표정을 숨긴 채로 다 받아서는 우걱우걱 씹어 먹었다.


거절해도 될 텐데 굳이 다 먹는 게 미련하기도 하고 약간 귀엽기도 하고.


성현은 마치 동물을 사육하는 것만 같아 웃음을 참았다.


“성현아 우리는 왜 안줘.”


“맞어. 우리도 줘. 사람 차별 해?”


그리고 이런 성현의 지욱에게만 펼치는 애정공세를 질투한 건지.


쉬는 시간마다 자리로 다가온 재은과 세훈이 삐져서는 뭐라 했다.


“아. 알았어. 내일부턴 너네 것도 싸올게.”


회귀 전에는 주윤석의 셔틀이었었는데.


지금은 뭐 자의적으로 새로운 셔틀이 된 건지.


성현은 귀찮아하면서도 다음날부터 재은과 세훈의 몫까지 챙겨왔고.


재은과 세훈은 아주 만족한 표정으로 지욱과 함께 성현표 간식을 받아먹었다.


심지어 성현이 골탕 먹이려고 마늘이나 양파를 싸온 날도 묵묵히 먹었다.


“야, 너네 먹기 힘들면 그만 먹어.”


“싫어. 다 먹을거야. 이거 다 먹으면 사람 될 거 같아.”


“나도. 성현이 너가 준거잖아. 남기기 싫어.”


눈물까지 흘리며 먹는 이들에 성현이 두 손 두발 다 들었다는 듯 도로 뺏어들었고.


“야아. 내가 잘못했어. 그냥 매점 가서 라면 사줄게.”


재은과 세훈은 먹던 양파와 마늘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는.


씨익 웃으며 성현을 보며 대답했다.


“그래.”


“나는 두 개 먹을래, 성현아.”


“와 이것들을 그냥. 또 낚였네. 낚였어.”


재은과 세훈은 요새 들어 성현을 거리낌 없이 뜯어먹었다.


성현이 주식으로 돈을 꽤 쏠쏠히 벌어들이는 걸 알고 저럤다.


그런 그들에 성현이 푸근한 아버지의 미소로 말했다.


“그래. 많이 먹어라. 이것들아.”


입술끝이 덜덜 떨리는 건 결코 저들의 대단한 먹성이 무서워서가 아니다.


경련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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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 48화. 폭행사건(8) ] 24.08.10 26 1 9쪽
47 [ 47화. 폭행사건(7) ] 24.08.09 52 1 15쪽
46 [ 46화. 폭행사건(6) ] 24.08.08 46 1 11쪽
45 [ 45화. 폭행사건(5) ] 24.08.07 52 1 10쪽
44 [ 44화. 폭행사건(4) ] 24.08.04 60 1 11쪽
43 [ 43화. 폭행사건(3) ] 24.08.02 59 1 10쪽
42 [ 42화. 폭행사건(2) ] 24.08.01 65 1 9쪽
41 [ 41화. 폭행사건(1) ] 24.07.31 77 1 10쪽
40 [ 40화. 꼬여버린 운명(10) ] 24.07.30 84 1 14쪽
39 [ 39화. 꼬여버린 운명(9) ] 24.07.29 88 1 14쪽
38 [ 38화. 꼬여버린 운명(8) ] 24.07.28 82 1 11쪽
37 [ 37화. 꼬여버린 운명(7) ] +1 24.07.27 82 2 10쪽
36 [ 36화. 꼬여버린 운명(6) ] +1 24.07.26 82 1 13쪽
35 [ 35화. 꼬여버린 운명(5) ] 24.07.26 81 1 11쪽
34 [ 34화. 꼬여버린 운명(4) ] 24.07.25 81 1 9쪽
33 [ 33화. 꼬여버린 운명(3) ] 24.07.24 89 1 10쪽
32 [ 32화. 꼬여버린 운명(2) ] 24.07.23 99 1 10쪽
31 [ 31화. 꼬여버린 운명(1) ] 24.07.22 104 1 10쪽
30 [ 30화. 회귀(24) ] 24.07.22 98 1 10쪽
29 [ 29화. 회귀(23) ] 24.07.22 90 1 12쪽
28 [ 28화. 회귀(22) ] 24.07.22 87 2 14쪽
27 [ 27화. 회귀(21) ] 24.07.22 89 2 10쪽
26 [ 26화. 회귀(20) ] 24.07.22 91 1 9쪽
25 [ 25화. 회귀(19) ] +1 24.07.22 100 2 11쪽
24 [ 24화. 회귀(18) ] 24.07.22 98 1 9쪽
23 [ 23화. 회귀(17) ] 24.07.22 110 1 10쪽
22 [ 22화. 회귀(16) ] 24.07.22 115 1 10쪽
21 [ 21화. 회귀(15) ] +1 24.07.22 112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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