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써가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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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신
작품등록일 :
2024.07.22 11:54
최근연재일 :
2024.08.10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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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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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화. 회귀(21) ]

DUMMY


“아비가 되어서 자식 일에 너무 무심했군. 사과하지.”


“네?”


화를 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강우가 오히려 사과를 건넸고.


순간 성현과 지욱이 놀라 강우를 쳐다보았다.


“사과요?”


“그래. 어쨌거나 내 자식이 피해를 입혔다고 하니. 내가 자식을 잘못 키웠네.”


강우의 입에서 순순히 저런 말이 나올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저 그 주윤석의 아버지가 이 사람이라는 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 일이 있으면 알려주게.”


강우는 자신의 직통 핸드폰 번호가 적힌 명함을 내밀었다.


성현이 그 명함을 받아 들어선 품속에 넣는데.


강우가 성현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자네가 이번에 변호사랑 협상을 해 합의금을 받았다는 그 친구인가?”


“네. 그렇습니다.”


대답하면서 순간 성현은 마음이 찔렸다.


강우의 앞에서 자식단속이네 돈이고 권력이고 어쩌네 하였지만,


결국 돈에 영혼을 팔 듯 영상을 찍어 보내 합의금을 받아낸 건 자신이었다.


“그래. 그렇구만. 돈은 받아서 어디다 썼나? 듣기로는 주식도 받았다던데.”


강우 역시 자세하지는 않지만 대강의 내용은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성현은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대답했다.


“아... 돈은 생활비로 썼습니다.”


생활비로 쓸 돈 빼고는 나머지는 투자를 할 요량이었지만.


성현은 둘러대며 형식적인 답변을 했다.


솔직하게 일일이 대답해줄 의무도, 이유도 없었으니까.


“그렇게 생활도 빠듯한데 왜 돈 절반은 주식으로 받은 거지? 뭘 알고 받은 건지 궁금하구만.”


“그.. 소문에 합병한다는 말이 들어서요.”


차라리 잘되었다 싶어 성현은 떠보듯이 말을 이어갔다.


“외국계 기업과 합병한다는 찌라시가 증권가에 돌더라고요. 많은 사람들이 현재 석우그룹 주식을 매수하고 있고. 실제로 많이 오르지 않았나요?”


“일반인까지 알 정도로 소문이 파다한지는 몰랐군.”


잠시 말할지 말지 고민하는 듯 하던 강우가 이내 말을 던졌다.


“그 찌라시 사실일세.”


“예? 사실이라고요?”


“왜 그렇게 놀라나? 자네 역시 그 찌라시를 믿고 주식을 달라 한 거 아니었나?”


“그건 그렇지만...”


미래를 이미 알았던 성현에게 찌라시 내용이 사실이라는 건 처음 듣는 것이었다.


실제로 회귀 전 주가조작 사건이 터지고 그런 내용은 일체 보도된 적이 없었다.


“지금 검토중이고, 인수합병하기로 한 회사와 열렬히 협상중이기도 하지. 아직 미정이지만, 잘 될 가능성이 크고.”


“그게 사실이라면...”


“주식이 단기간에 오를 만큼 소문이 퍼진 건 좀 놀랐었지만. 석우그룹 관계자들은 거의 아는 실정이니까. 세상에 비밀은 없지 않은가.”


“아.. ”


예상치 못한 변수인가. 아니면 과거에도 이랬는데 자신만 몰랐던 것인가.


성현의 머릿속은 혼란으로 가득 찼다.


옆에서 가만히 듣고만 있던 지욱도 동요하는 표정으로 성현을 쳐다봤다.


정말 석우그룹이 주가조작에 연루되는 것이 맞느냐고 묻고 싶은 표정이었다.


아니면 회장 주강우 역시 주가조작에 연루가 되어있었던 것인가?


일이 터지니까 자기만 혼자 쏙 빠져나온 거고?


하지만 그러기엔 강우는 너무나도 당당해 보였다.


성현은 순간 혹시라도 미래가 틀어져서 바뀐 건가 싶어 머릿속에 하얘졌다.


‘아니면 다행이기는 하지만. 그럼 우린 여길 왜 온 거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지.’


지금 이 상황에서 뭘 어떻게 해야할 지, 목표가 사라진 기분이었다.


자신이 잘못 알고있는 거면 차라리 잘 된 거였지만.


그러기엔 뭔가 또 석연찮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어지러운 표정으로 성현이 멍하니 앉아있는데, 회장실로 전화벨소리가 울렸다.


전화를 받은 강우가 이내 “가지.”라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고.


곧 멍하니 앉아있는 성현과 지욱을 쳐다보며 말했다.


“오늘은 이만 일어나야겠네. 바빠서 말이지.”


“바쁘신 분을 오래 붙들고 있어 죄송합니다.”


성현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서고 지욱 역시 눈치를 보며 따라 일어섰다.


“아닐세. 이런 얘기 해줘서 고맙네. 같이 나가도록 하지.”


강우가 회장실의 문을 가리키며 성현과 지욱에게 나가자는 제스쳐를 취하는데.


성현이 다급하게, 한 마디를 던졌다.


“회장님. 부탁드릴 사안이 있습니다.”


“뭔가?”


“아무리 찌라시가 돌았다고 하지만. 갑자기 네다섯배 주가가 오른 건 이상하지 않으십니까?”


성현은 이판사판, 기왕 이렇게 된 거 강우를 떠보기로 마음먹었다.


더불어 그가 주가조작에 대해 알고 있던 알지 못하던 말이라도 살짝 흘려볼 생각이었다.


성현의 느낌에 무언가 그래야만 할 거 같았다.


사행성 도박이나 비트코인도 아닌, 주식이었다.


누군가의 힘이 개입한 건 분명히 맞을 것이다.


성현이 기억하고 있는 한 분명 영석이 자본 등을 끌어모은 것이었을 테다.


그리고 지금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회장, 강우뿐이었다.


고등학생들의 힘으로는 이 사건은 절대 해결불가능이었다.


“속는 셈 치고 한번 알아봐 주십시오. 혹여 어떤 세력이라고 개입된 것이 아닌가요.”


“자네, 정말 시건방진 소리들을 많이 하는구만.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어. 누군가 주가조작이라도 한다는 소리인가?”


강우는 간신히 화를 참는 듯 보였고, 성현과 지욱은 그 기세에 눌려 몸을 움찔거렸다.


당연히 강우의 입장에서는 화가 날 만하긴 했다.


성현이 강우와의 간당간당하고 아슬아슬했던 대화의 선을 이미 넘어가 버리기도 한 것이고.


하지만 여기서 말을 하다 말고 끊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성현은 급히 허리를 숙여 마치 폴더 핸드폰처럼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정말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탁드립니다, 회장님. 혹시라도 많은 피해자들이 생길까 우려하여 드리는 말씀입니다.”


“피해자들이 생기건 말건. 자네와 무슨 상관이지? 솔직히 상관없지 않은가. 자네야 불안하면 돈을 빼면 그만이고.”


예상치 못한 답변에 성현이 살짝 강우의 표정을 살폈다.


여전히 아무런 동요도 없는 표정이었지만.


만약 강우가 정말로 아무것도 몰랐다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부터 물어봤을 거 같은데.


그 이유는 묻지 않고 덜컥 피해자들 얘기로 돌리다니.


이는 분명 강우도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증거였다.


이렇게까지 생각이 미친 성현이 잠시 고민하다 강우의 질문에 대답했다.


“솔직히 저야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다른 사람 눈에서 피눈물이 흐를 것을 생각하니 평생 동안 기억에 남아 괴로울 거 같습니다.”


“양심의 문제를 말하는 건가?”


“아니요. 다만 언젠가 제가 행복해졌을 때, 그 행복이 온전하게 누리기 위해선 일말의 찝찝함조차 없었으면 해서요. 그냥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 생각하면 될 거 같습니다.”


“그런가? 재미있군.”


강우가 조소인지 모를 웃음을 픽 지었다.


“회장님도 언젠가 완전한 행복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그 뜻은 내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는 건가?”


“저는 모릅니다. 하지만 고민이 많아 보이셔서요. 언젠가 그 고민들을 모두 내려놓으실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그래. 덕담 고맙군. 그만 가지.”


성현은 지금 자신 스스로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굳이 주윤석의 아버지인 주강우에게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 말이다.


그런데, 어쩐지 완전히 나쁜 사람은 아닌 거 같았다.


사람에게 그렇게 데이고서도 이런 감정이 남아있는 게 스스로도 신기할 지경이었다.


성현은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중년의 남자가 왠지 모르게 믿음이 갔다.


이내 강우의 손짓과 회장실 문 앞에 대기 중이던 비서의 안내에 따라.


성현과 지욱이 회장실을 먼저 나섰는데.


강우는 그런 성현의 뒷모습을 흘끔 보았다.


자신의 젊었을 적 패기 넘치던 시절을 보는 거 같아 어쩐지 자꾸 눈길이 갔다.


참 시건방진 소리를 잘도 내뱉는 것이 묘하게 자신과 닮은 거 같기도 하였다.


지금의 자신은 이빨 빠진 호랑이와도 같았지만 말이다.


복도로 나온 성현과 지욱, 강우는 회장실의 비서와 함께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었다.


그렇게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문득 강우는 잊고 있던 존재를 떠올린 듯 물었다.


“그러고 보니, 함께 왔던 여학생은 어디 갔지? 화장실 간다며 나갔다고 들었는데.”


분명 처음에 여학생도 함께 데려왔다고 비서한테 전해 들었었는데.


성현과 나눈 대화로 그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던 참이었다.


그런데 그건 성현과 지욱도 마찬가지였는지, 그들의 ‘아뿔싸’싶은 표정이 드러났다.


“아... 그 친구가 원래 변비가 심해서 화장실에 오래 있더라고요. 하하... 이 친구가 많이 급했나.”


당황한 성현이 재은을 변비쟁이로 만들었고.


“과민성대장 증후군이요.”


한술 더 떠, 가만히 있던 지욱까지 거들었다.


“그래? 변비에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라. 힘들지.”


이에 강우가 진심으로 걱정해주었고.


“그러게요. 아직 어린 학생이 고생이 많네요. 앉아서 공부만 하느라 그런가.”


심지어 강우의 비서까지 나서며 말을 얹었다.


“아하하.. 그래서 말인데. 저흰 잠깐 화장실 앞에서 기다리겠습니다. 그럼 조심히 살펴가세요.”


성현은 이 일은 재은에게 평생 숨기기로 다짐하며 강우에게 인사를 건넸다.


“흠. 그래. 변비에는 유산균이 좋던데. 잘 챙겨먹으라 전해주고. 이만 가지.”


이 말을 끝으로 엘리베이터에 탔던 비서와 강우의 모습이 문이 닫히며 사라지자.


성현과 지욱은 서둘러 부회장실 쪽으로 몸을 돌려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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