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실리쿠스 비스콘티, 너는 도대체 뭐하는 놈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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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x
작품등록일 :
2024.07.26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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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2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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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7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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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째리는 눈매 좀 보게나

DUMMY

"이것들이 감히 누구 얘기를 몰래 쑥덕거리는 거야?"



역시나 엘로이즈였다. 바실리쿠스는 그녀에게 뒷덜미를 잡힌 것보다도 방금 전해들은 그 얘기 때문에 거북하여 말을 뚝 끊었다.



"아니, 진짜로 내 얘기를 하긴 했었나 보구만?"


"얘기를 하긴 누구 얘기를 했다고 그러세요."



코넬리아가 얼버부렸다.



"갑자기 누가 뒤에서 홱 잡으니 놀라서 그런 거지 별 뜻이 있었겠어요?"


"그래, 그러면 내가 잘못했어."



엘로이즈가 웃으며 말했다.



"나야말로 장난 한 번 쳐본 건데 왜 다들 그리 얼어붙고 그래? 누가 보면 내가 아주 못되먹은 사람인 줄 알 거 아니냐. 아주머님이 기다리고 계시니까 어서 가자고."


"민토네 사부님도 이 일을 알고 계십니까? 아이고, 이거 정말로 부끄럽게 되었네, 그려. 이제와서 보니 생각없이 일을 벌인 게 후회막심입니다. 제가 여러분 앞에서 어떻게 고개를 들겠어요."


"그렇게 쌩 난리를 치면서 가는데 모르길 바라는 게 이상한 거지. 나도 멀리서 얘들이 교회 문을 빠져나와 산으로 향하는 모습을 보았는데 온몸에 시꺼먼 옷들을 칭칭 둘러감고 있어서 저게 뭔가 싶더라고. 설마 위장을 한답시고 저런 꼴을 한 건가 생각했는데 여기 와서 보니 그게 맞았더구나. 얘는 원래 그런 애라 치더라도 사제놈은 도대체 왜 그런단 말이냐!"



그들은 한바탕 웃었다.



"그러고보니 그 늑대새끼란 애는 어디 있는 거야? 나도 아직 한 번도 보질 못했네."


"저 앞에서 사제님과 함께 걸어가고 있어요. 아니, 그건 그렇고 다들 여긴 어떻게 알고 온 거예요? 설마 우릴 미행한 건 아니겠죠?"


"미행한 거 맞아 이놈아, 맞아!"



실은 아까 저녁에 가스파르 한 놈을 때려잡겠다며 달려가는 두 사람을 먼저 본 건 엘로이즈였다. 그녀는 사람 모습을 한 채로 우물에서 물을 길어가다 바실리쿠스를 보고 인사하려고 했다. 하지만 저편에서 영주의 시동이 먼저 인사하는 꼴을 보고 일단 지켜보기로 하였다. 그랬더니 바르간트는 침을 뱉으며 돌아가고 두 사람은 온몸에 이상한 옷가지를 칭칭 감은 채로 뒤뚱뒤뚱 걸어가는 것이었다. 그 모습이 너무 우스운 나머지 혼자만 볼 수 없겠다 생각하고 엘로이즈는 즉시 돼지우리로 달려가 이 사실을 민토네에게 보고했다. 말레이카가 불안한 눈을 끔뻑거렸다.



"아까 우리와 같이 사는 늑대아이가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아서 한바탕 난리를 피웠었거든요. 그러더니 사냥꾼 로베르 씨 아들 가스파르의 짓이 분명하다면서 오늘 당장 그놈을 잡지 않으면 나는 지옥에 떨어질 것이라 호언장담을 했어요. 쿠미누스 사제님도 평소에 그 애를 아끼곤 하였으니 두 사람이 함께 그 꼴로 나간 거면 무슨 사단이 일어날 지 몰라요."


"아니, 늑대아이는 또 무슨 소리야? 내가 없는 사이 또 식구가 늘어난 거야?"



엘로이즈는 자초지종을 전해듣고 크게 노했다.



"이 미친 사람들아 그러면 돼지 뜯어먹는 늑대새끼랑 그동안 한솥밭 먹고 지내왔단 말이야?"



말레이카가 아무리 진정시켜도 들어먹지를 않았다.



"다른 건 몰라도 민토네 아주머니가 녀석을 거둬들었다는 건 이해할 수가 없네요. 옛날에 그 누구냐, 그거, 클레오로스 그놈한테 된통 당해놓고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셨어요? 내 그놈 생각만 하면 아직도 분통이 안 풀리는데. 어리다고 봐주면 클나요.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이참에 내 그 자식 얼굴이나 어떻게 생겼는지 함 봐야겠네."


"저번에 한 번 보지 않았어요? 돌아와서 인사하러 왔을 때요."


"안 봤어!"



그러더니 여장을 탁 싸매고 말레이카와 코넬리아를 끌고 본인들도 산으로 들어갔다. 가는 길에 길가를 떠돌던 개니쿠스를 만나고 그 역시 끌고 갔다. 말레이카는 척 보아도 심심한 참에 일이 생겨서 구경하러 가는 눈치임을 알았기 때문에 생각해보니 본인도 조금 심심했던 것 같아서 말없이 따라갔다. 그리고 도착해서 사냥꾼 로베르에게 다짜고짜 대거리를 놓았더니 자기 혼자만 신나서 된통 화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부끄러워진 것이다. 반면에 엘로이즈는 처음에 그랬던 것 치고 이제와서 침착한 척 내숭을 떨고 본인이 나서서 사태를 잘 마무리 하였다 하니 더욱 어이가 없었다.



엘로이즈는 저만치 앞으로 쌩 가버리더니 쿠미누스와 나란히 걷던 아이 옆에 서서 함께 걸었다. 그리고 아이의 얼굴이며 몸매를 요모조모 뜯어보았는데, 어린 게 벌써부터 자색의 태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속으로 놀라면서도 경계의 태를 늦추지는 않았다.



'확실히 옛날부터 야생에서 사는 늑대며 여우들이 사람으로 둔갑하여 아둔한 자들을 꾀어갔다는 이야기를 전부터 들은 적이 있었는데, 지금까진 그저 어리석은 이야기라 치부해왔건만 이렇게 빼어난 자태와 용모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걸 이제는 알겠다. 이런 녀석들이 뒤에서는 가축을 몰래 잡아먹고 입가에 묻은 피를 싹 닦는 법이야. 요 째리는 눈매 좀 보게나, 완전히 사람 잡아먹는 상이로군. 네녀석이 여기까지 기어들어온 이유가 무엇이냐? 언젠가 한 번 날을 잡고 따끔히 추궁해주어야지.'



사라는 자꾸만 옆에서 앞쪽 뒤쪽으로 부담스럽게 쳐다보는 여인을 힐끔힐끔 바라보고 있었다.



'이 아줌마는 왜 자꾸 나를 이렇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걸까. 할 말이 있으면 말하면 될 텐데.'



엘로이즈는 다시 뒤로 돌아가더니 혼자 고개를 끄덕거렸다.



"확실히 그렇군. 크면 제법 볼 만하겠어."


"보셨죠? 제가 괜히 벌써부터 불안해하는 게 아니라니까요."


"너 그러면 저 애의 보호자가 된 거냐?"



그 말에 바실리쿠스는 가만히 서서 생각했다.



'그것도 그러네. 왜 내가 저 쥐방울만한 녀석이 일거일동을 감시하고 안달나 했던 거지? 처음에는 분명 저런 녀석 따위 길가에 거렁뱅이마냥 알몸으로 돌아다닌다 하여도 조금도 마음이 아프지 않았을 거야.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더라?'



그렇게 있다 보니 다른 일행들은 모두 저만치 앞으로 가버리고 말았다. 여전히 바실리쿠스는 숲속 한가운데 서서 생각에 잠겨있었다. 개니쿠스가 바실리쿠스를 혼자 뒤에 남겨놓고 놀려주자는 말을 하여서 다들 쏜살같이 뛰어나가고 주위는 삽시간에 고요해졌다. 바실리쿠스는 뒤늦게 자기 혼자만 남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어차피 늦었다고 생각하니 그냥 이 밤을 따라 천천히 걷기로 하였다. 귀뚜라미가 찌르륵 찌륵 울어대고 있었다. 밤바람이 흐뭇하고 하늘에는 별도 떠있어서 가을이라 그런지 마음이 절로 구슬프게 변하고 입에서는 노래가 나왔다.



그 때 뒤에서 누군가 쑤석거리며 다가오는 사람이 있었다. 잔뜩 긴장한 채로 기다려보니 어둠 속에서 오줌 쌀 만한 수풀을 찾으러 나온 사냥꾼 로베르였다. 그들은 달빛으로 서로를 알아보고 어색하게 인사를 했다. 바실리쿠스는 기분이 언짢으려다가 저번에 도르헤를 죽이고 나서 함께 밤파수를 보고 술부대를 나누어먹던 인정을 생각하니 절로 마음이 풀리는 것 같았다. 그 때 사냥꾼들 무리 중에 로베르가 함께 있었고 바실리쿠스는 그걸 잊지 않았던 것이다.



"로베르 아저씨, 왜 우리가 이렇게 애들 때문에 싸워야 했던 겁니까? 난 저번에 아저씨와 함께 가레랑의 명령에 따라 함께 불을 피우고 음식을 나누어먹었던 일을 아직까지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고작 이런 일 때문에 그래서야 되겠어요?"



오줌을 싸고 돌아온 로베르 역시 그 때 생각이 나던 차였으므로 이렇게 말했다.



"자네가 잘 말했네, 바실리쿠스. 실은 나도 그 때 생각이 나서 자네에게 부끄럽고 미안해지는 참이었다네. 그런데 이렇게 먼저 말을 해오다니 우리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는 걸 알겠어."



그들은 서로 어깨에 팔을 감고 늦은 시간까지 운영하는 술집으로 가서 늦은 새벽까지 한바탕 마시면서 놀기로 하였다. 탁자에 안주와 술잔을 부려놓고 악사들에게 돈을 던져주며 연신 박수를 쳐대고 놀다보니 혓바닥은 꼬부라지고 머리는 연신 흔들어대며 흥청망청하게 되었다. 갑자기 바실리쿠스가 소리를 질렀다.



"어이, 게랙탱 이 새끼야! 너 저번에 나를 밀고했잖아!"



다름이 아니라 게랙탱이 롤마르와 함께 이미 취해서 어깨동무를 한 채로 들어오는 것이었다. 그 소리를 듣자 롤마르와 함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들이 들어오지도 못하고 엉거주춤하며 서 있자. 로베르는 바실리쿠스와 함께 파수를 섰던 날의 기억을 되살려보았다. 모든 것이 그날 시작되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반쯤 잊고 살았는데 아닌 게 아니라 본인도 그 때 게랙탱과 함께 바실리쿠스를 없애버리자고 함께 미쳐서 소리를 질렀던 것이 뒤늦게 떠올랐다.



'맙소사! 이렇게 보면 나 역시 그날 게랙탱을 부추겼던 것이나 다름없어. 술이 문제다, 술이! 우리는 그날 이후 싹 잊어버렸지만 저 게랙탱은 자기 편이 그래 많다고 생각하고 한 번 유세를 부려보자 판단했을지도 모르지. 그런 부끄러운 짓을 해놓고 어찌 이제와 모른 척 할 수 있겠는가. 어찌 우리만 쏙 빼달라 말할 수 있겠어?'



그래서 힘껏 넉살을 부려서 이 밤부크 사람들을 같은 탁자에 앉혀놓고 술과 안주를 나누어먹기 시작했다. 처음엔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던 바실리쿠스도 차차 기분이 나아지더니 나중에는 악사들 옆에 서서 뱃살을 꺼내들어 북처럼 흔들고 두드리면서 재롱을 부리기 시작했다. 다들 그 모습에 죽어라 웃어댔다.



"그러고보니 참으로 이상한 일입니다. 어떻게 우리 모두가 그날 그렇게 미쳐버릴 수가 있었죠?"


"여러분들이 아직 모르고 계신 듯 한데 사실 그건 다 이유가 있습니다."



테이블 한쪽에 앉아있던 사람이 웃으며 말했다. 갑자기 모르는 목소리가 들려와 깜짝 놀랐다. 누군가를 초대한 적도 없는데 갑자기 못 보던 사람이 앉아있으니 의아했는데, 그 하는 말은 또 엉뚱해서 다들 고개를 갸웃했다.



"그 이유란 게 무엇입니까?"


"사실 그건 모두 나 때문이었어요." 그러면서 큰 나뭇잔을 홀짝거리기 시작했다. "모두 내가 부추긴 일이었지요. 그 때 나도 여러분들 근처에 같이 있었는데 눈치채지 못하셨나요?"



아니,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일까? 누구보다 게랙탱과 바실리쿠스는 당황해서 이 새로운 사내의 인상착의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적당한 중키에 마른 외모인데 수염을 좁고 짧게 길렀으며 큰 눈에 좁은 미간 사이로 어쩐지 비열해보이는 웃음을 짓고 있었다.



"아니, 당신이 도대체 누구란 말입니까?"



그렇게 묻자 이 사람이 한껏 거드름을 피우면서 말했다.



"나는 여러분이 그렇게도 두려워하는 악마입니다."



참으로 놀랄 일이었다. 게랙탱과 롤마르, 바실리쿠스와 로베르 네 사람은 하도 어이가 없어 서로를 쳐다보더니 피식피식 웃으면서 어깨를 두드리면서 맥주를 한 잔 따라주었다.



"나리께서 고생이 많으시겠소."



바실리쿠스는 휘청거리며 그의 어깨에 팔을 감았다.



"이봐요, 여기서 그런 실없는 소리 하다간 얻어맞는 수가 있어요."



악마가 화들짝 놀라서 물었다.



"아니, 내가 나 자신을 악마라고 소개하는데 놀랍지도 않으십니까?"


"선생께서 악마라는 사실을 부정하시는 않을게요. 누구든 나 자신이 악마같은 놈이라 주장할 수 있지요. 그걸 부정하지는 않겠어요. 하지만..." 그가 올라오는 구토를 잠시 참았다. "한가지만은 명심해요. 실없는 소리를 하다간 얻어맞는다는 단 하나의 사실을요. 그것만 알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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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여우들 (2) 24.08.22 2 0 13쪽
80 여우들 (1) 24.08.22 5 0 12쪽
79 가을밤의 산송장들 (3) 24.08.21 5 0 13쪽
78 가을밤의 산송장들 (2) 24.08.21 5 0 12쪽
77 가을밤의 산송장들 (1) 24.08.20 5 0 15쪽
76 네놈을 파괴할 거다 24.08.18 6 0 12쪽
75 흠모의 정이 피어올랐다 24.08.17 6 0 13쪽
74 오르베스쿠와 아르파니엘 24.08.17 6 0 12쪽
73 네놈들은 나한테 이러면 안 된단 말이야 24.08.17 4 0 12쪽
» 요 째리는 눈매 좀 보게나 24.08.17 8 0 12쪽
71 못된 것들 (3) 24.08.16 5 0 11쪽
70 못된 것들 (2) 24.08.15 6 0 11쪽
69 못된 것들 (1) 24.08.15 6 0 11쪽
68 느므딘의 어쌔신 (3) 24.08.15 6 0 12쪽
67 느므딘의 어쌔신 (2) +2 24.08.14 7 0 14쪽
66 느므딘의 어쌔신 (1) 24.08.14 5 0 12쪽
65 바보같은 이야기의 결말 (3) 24.08.13 5 0 12쪽
64 바보같은 이야기의 결말 (2) 24.08.13 6 0 12쪽
63 바보같은 이야기의 결말 (1) 24.08.13 7 0 11쪽
62 당신에게 거짓말을 했어요 24.08.12 6 0 11쪽
61 당신이 무서웠어요 24.08.12 6 0 12쪽
60 이게 다들 참 어떻게 된 일일까 24.08.11 5 0 11쪽
59 여기서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겠구나 24.08.11 5 0 13쪽
58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닐텐데 24.08.11 5 0 11쪽
57 누이야 내 말 좀 들어보렴 24.08.10 6 0 12쪽
56 저는 어리석고 소견없는 여인이라 24.08.10 7 0 11쪽
55 저는 악마숭배자입니다 24.08.10 6 0 12쪽
54 바실리쿠스가 고문을 받고 있어요 24.08.09 6 0 11쪽
53 콩가루 고문 (2) 24.08.09 5 0 12쪽
52 콩가루 고문 (1) 24.08.09 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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