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실리쿠스 비스콘티, 너는 도대체 뭐하는 놈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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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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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6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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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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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밤의 산송장들 (2)

DUMMY

잠시 후에 오르베스쿠가 머리에 대고 냄새를 킁킁 맡더니 (머리가 없는데 어떻게 냄새를 맡았는지는 작가도 알 수 없다) 말했다.



"지금 그것보다 더 큰 문제가 생겼네."


"그게 뭔데?"


"지금 우리 머리에서 오줌 냄새가 나고 있다는 사실이야."


"오줌냄새라니?"


"오줌냄새가 나고 있어." 그가 말했다. "한 번 맡아보라구."



아르파니엘이 깜짝 놀라 뒤늦게 머리에 코를 박더니 (물론 그들의 코는 잘려나가고 없었다) 거센 분노로 온몸을 떨었다.



"자네 말이 맞구만. 이건 바실리쿠스의 오줌 냄새가 분명해! 지금까지 맥주 냄새겠거니, 이놈들은 뭔 오줌같은 맥주를 마시는가 생각만 했었는데, 맥주가 고약한 게 아니라 진짜로 오줌이었구나? 왜 녀석들은 오줌을 마시고 있었지? 왜 우리 머리에 오줌을 부었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스스로의 처지가 참담하고 세상은 비참하여 흐느껴 울게 되었다.



잠시 그때로 돌아가보자. 아직 로베르가 바실리쿠스와 함께 헛간 밖으로 나와서 저놈들 뒷담을 하며 바람을 쐬고 있을 때였다. 안쪽에서는 여전히 떠들썩한 소리가 나고 있었는데, 그렇다고 완전히 흥취에 오른 건 아니고 사람 두 명이 나가니까 분위기가 내려앉아서 소란을 피우다가도 이따금 하품을 하거나 눈꺼풀을 껌뻑거리는 중이었다.



그중에서도 개랙탱은 개랙프리드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언제 어디서든 튀어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자연 저 굵디 굵은 다리통으로 시선이 향하게 됐다. 그곳에는 의자에 걸터놓은 두 괴물의 머리통이 고 사이에 딱 끼워져 있었는데, 계속 보고있다 보니까 그게 누군가의 머리통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떠올랐는지 장 기겁을 하면서 저게 도대체 무엇이냐고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그 말에 개랙프리드가 더 잘 보여주려고 탁자 위에 얹었다가 놓쳐버렸다. 번번히 휘적거리다가 잡지도 못하고 두 머리통이 그만 맥주통에 풍덩 빠져버리고 말았다.



"그냥 저렇게 둡시다."



그걸 보더니 탁자에 엎어진 롤마르가 말했다.



"차라리 덜 썩게 놔두죠. 맥주의 힘으로! 싹 난 보리와 거품의 힘으로요. 놈들에게 주는 벌이죠."



썩는다라? 듣고보니 걱정이 들었다.



"그걸 생각 못 했네. 형님한테 보여주기 전에 썩어버리면 어떡하지? 지금은 소금도 없는데."


"소금은 왜요?"


"보통 수급을 잘라가면 소금으로 머리를 절이지 않나. 지금 그게 없다고."


"절여요?" 롤마르는 역겹다는 듯이 통 안을 흘깃 보았다. "맥주통에 들어갔으니 썩지는 않겠죠."


"그걸 자네가 어떻게 알아?"


"맥주가 썩는 거 본 적 있습니까? 다 주님의 기적이에요."


"나도 맥주가 썩는 건 못 봤지만 그건 썩기도 전에 사람들이 다 마셔버리니까 그런 거고. 자네는 그런 것도 모르나?"


"저는 저번에 썩은 맥주를 한 번 먹어봤었는데요, 썩은 게 아니라 저 강에 나는 이회토를 넣어 만든 맥주였죠. 몰 모르테 사람들은 그런 걸 좋다고 먹더군요. 하지만 썩은내가 나는 맥주가 있다 할지라도 그걸 먹고 체하기 전까지는 썩었는지 아닌지 알 수가 없어요. 그런데 우리는 맥주에서 썩은 냄새가 나면 피하고 보지 않습니까? 그러니 썩었는지 아닌지는 알 수가 없는 일이죠. 그건 제 잘못이 아니라구요."


"그래, 그건 나도 먹어봤어. 근데 그게 아니라 지금 우리한테 필요한 건 머리를 절일 소금이란 말이야. 난 자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어."



롤마르가 취해서 헛소리를 하자 그나마 정신이 있었던 개랙프리드가 대꾸해주었다.



그런데 말했듯이 개랙탱이 그의 비위를 맞추려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음이다. 거기다 오줌이 마려워서 다리를 덜덜 떨고 염소와 양에게 옮은 것 때문에 사타구니까지 벅벅 긁고 있었다. 혼자만 사타구니를 긁고 있자니 서글픈 생각이 드는데 갑자기 그에게 이 모든 문제를 한번에 해결하는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롤마르가 "하루 정도는 괜찮겠죠." 하고 있을 때 이 자식이 바지를 벗더니 통 안에 오줌을 싸갈기는 것이다. 롤마르와 개랙프리드는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자네 지금 뭐하나?"



그러자 소금을 보충해주었다는 간단한 대답이 돌아왔다.



개랙탱은 사내대장부로 태어난 여러분이 인간이란 몸에서 수없이 소금을 만들어내는 존재하는 걸 잊은 게 참 이해하기 어렵다는 듯이, 머리 썩는 냄새와 오줌 냄새 둘 중 무엇이 더 지독하겠냐는 자못 이성적으로 보일 수 있는 질문까지 하면서 단숨에 사태를 휘어잡아버렸다.



평소같았으면 이 미친놈아 그게 무슨 헛소리냐고 하겠지만, 이미 다들 제정신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거 참 기막힌 생각이라고 하면서 다같이 바지춤을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누구 오줌이 세고 더 오래가나 내기를 하더니 하나둘 곯아떨어지고 말았다.



그렇게 된 것이다.



물론 오르베스쿠와 아르파니엘이 그런 사실을 알 리가 없다. 그들이 아는 건 저 눈앞의 바실리쿠스뿐이다.



"지금 바실리쿠스한테 가서 물어보자. 왜 우리 머리통에서 오줌 냄새가 나고 있는지 말이야."



이 때 바실리쿠스는 클리셰의 허리며 목덜미를 붙잡고 부드러운 말로 어르고 달래고 있었다.



"정말 이상한 사람이네. 이 야밤에 씻지도 않을 거고 목이 마르지도 않으면서 무슨 물이 있는 곳을 찾겠다고 이리 사람을 귀찮게 하는 거야."



그녀가 말하면서 저 아래까지 내려가 오줌을 싸고 왔다. 그 틈을 타고 오르베스쿠와 아르파니엘이 흔들거리는 야생귀리 수풀 사이로 다가왔다.



"이보게, 바실리쿠스.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거지만, 만약 지금 우리를 버리고 도망을 간다면 평생 자네를 따라다니면서 괴롭힐 거야."


"머리를 씻을 물만 찾아준다면 더 이상 못살게 굴지 않겠네. 그건 그렇고 지금 여기서 오줌 냄새가 나는데 설마 자네가 한 짓은 아니겠지?"



바실리쿠스는 클리셰 때문에 속에 천불이 활활 타고 답답한데 이때다 싶어서 참았던 화를 터뜨렸다.



"에이씨 또 뭐야 이건! 왜 자꾸 그런 몰골로 사람을 놀래키는 거야. 거울이나 보고 오란 말이에요. 또 뭡니까? 예? 지금 내가 그런 걸 신경쓰게 생겼어요? 대체 평소에 어떻게 살았으면 대갈통에서 오줌 냄새가 날 때까지 씻지도 않고 있었던 겁니까? 지금 본인들이 더러워서 냄새나는 걸 나한테 뒤집어씌우는 거죠? 내가 뭐하러 당신을 머리에 오줌을 싸겠냐고요. 생각해봐요. 평소에 제대로 좀 씻고나 다녔으면 이렇게 물을 찾아다닐 일이 있었겠어요? 어휴... 알았으니까 일단 저리 가봐요. 가라니까요."



클리셰가 돌아오자 다시 벙글벙글 웃었다.



"세상에서 제일로 착한 누이야, 내가 언제 너한테 이런 부탁 한 적 있었니? 부디 내 얼굴을 봐서라도 이번 딱 한 번만 아무것도 묻지 말고 내 말좀 들어줘. 그럼 네가 나에게 가뭄하늘에 소낙비 같은 사람이 되어주는 게 아니고 뭐겠어? 너가 물 냄새를 잘 맡잖아. 우리는 지금까지 네가 착하고 말도 잘 듣고 사람들이랑 싸우지도 않고 아주 똑부러진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클리셰답지 않게 이렇게 심술을 부리다니, 내가 그동안 너를 잘못 봤던 건 아니잖니."


"오빠는 말을 잘 하네. 아주 세치혀를 타고났단 말이지." 이번에는 기분이 좋아진 것 같았다. "평소에 그렇게 잘했으면 오늘 이렇게 성질 부릴 일도 없었잖아. 그런데 그냥 비도 아니고 소낙비라고 할 건 또 뭐야. 한 번 내려서는 사람이 목을 축이기도 전에 그쳐버리는 비는 얄밉기 그지없어. 그럴바엔 차라리 내리지도 말지, 바람이 비 냄새를 섞어서 보내지도 말지. 서둘러 빨래를 걷은 사람만 바보가 되는 거잖아. 이런 이야기에서는 으레..."



말을 하려다가 휘청거렸다.



"생각이 안 나네."


"잘 된거야. 너의 그 예언이랍시고 하는 말들은 도무지 들어맞는 일이 없다니까. 되려 니가 하는 말의 반대로만 이루어지는 것 같다고. 그러니 그런 쓸데없는 말들은 이제 그만해."



그러다 은근슬쩍 바실리쿠스가 등에 올라탔는데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주는 듯 했다.



"자, 자, 빨리 가자, 빨리!"


"어디로 가요?"



그 말과 동시에 그녀가 출발했다. 바실리쿠스는 넘어질 뻔했으나 능숙하게 중심을 잡고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바실리쿠스가 저 멀리 달빛에 은같이 번쩍이는 강줄기를 가리켰다.



"저기로 가자!"


"아아, 저쪽으로 가자고요?"


"그래."



어쩐지 불안했다. 아니나 다를까 왼으로 방향을 돌리면서 "난 이쪽으로 갈 건데." 한다.



"임마, 이쪽이 아니라 저쪽으로 가야 해."



대답없이 콧소리만 낸다. 뛰기보다는 퉁퉁 걷고 있었다. 일부러 무릎을 크게 올리면서 발굽소리를 냈다. 풀잎이 닿으면 간지러했다.



"저쪽으로 가야 한다니까."


"알았어요, 알았어."



그러더니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슬슬 간다.



"난 이쪽으로 갈 거야."


"빨리 가자니까!" 못 참고 바실리쿠스가 박차를 팍 때리면서 외쳤다. "허이! 허이! 가자! 가자!"



잠시 후에 발굽이 뚝 멈췄다.



"어머, 지금 허락도 없이 내 목덜미를 때렸어."



바실리쿠스가 고개를 들어보니 둥그렇게 뜬 눈으로 막 노려보고 있었다. 왜 때리냐고 승질을 내는데 어이가 없다. 어서 가자고 좀 두드린 건 사실이다.



바실리쿠스라고 이 두터운 말근육을 모르겠는가? 손이 아프면 아팠지. 그런데 듣고보니 때렸다고 뭐라하는 사람한테 이게 때린 거냐고 대꾸놓는 것도 좀 아닌 것 같았다. 그가 말문이 막힌 사이 클리셰는 이때다 싶어서 설교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 못된 손버릇은 언제쯤 고칠 생각이야? 갈수록 심해지기만 하는구나. 그렇게 다른 애들 다루듯이 나를 가축 취급하도록 내버려 둘 줄 알고? 이제 오빠 생각을 알겠다. 채찍이 있었으면 채찍으로 때리고 회초리가 있었으면 회초리를 들고 내 머리를 팍팍 때렸을 거야. 나중에는 짐을 들어라 마차를 끌어라 하면서 나는 평생 남의 짐만 들다가 늙어서 질긴 고기가 되어버리겠지? 절대 그렇게 살진 않을 거야. 애를 낳는 것도 전쟁에 나가는 것도 남의 짐을 끄는 것도 싫어. 죽을 때까지 나 혼자 들판을 뛰어다니면서 바보처럼 살다가 갈 테야. 술 좀 마신 게 무슨 벼슬이라고 그런 행동을 언제까지 봐줄 줄 아나 봐? 내가 이래서 오빠를 등에 태우려고 하지 않는거야. 그것도 모르고 허구언 날 소리를 지르다니, 오빠는 정말 돼지로구나. 오빠는 정말 돼지야. 돼지, 돼지야!"



신랄한 비난과 힐난은 끝으로 갈수록 대범해지더니 마지막 말을 하면서는 앞발을 위로 쳐들고 깔깔 웃어젖혔다. 풀벌레가 찌륵거리는 건 요정이 장난을 치기 때문이라고 했다. 놈들이 왁! 하면 놀래서 밤에 새벽까지 질리게 운다는 것이다. 바실리쿠스도 덩달아 웃는다. 바람에 비 냄새가 났다.



"너는 나를 돼지라고 부르는 걸 정말 좋아하는구나."


"오빠를 돼지라고 부르는 게 왜이리 웃긴 지 모르겠네. 이제 오빠는 큰일났어. 평생 나한테 돼지 소리를 듣고 살아야 할 거야."


"내가 돼지면 너는 말이잖아."


"난 사람인걸."


"왜 난 돼지고 넌 사람이라는 거야?"


"오빠는 돼지고 난 사람이니까 그러지!"


"그래?" 바실리쿠스가 말했다. "그럼 그렇다고 하자!" 고개를 뒤로 젖히며 웃었다. "네가 그렇다면 그런 셈 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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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밤의 산송장들 (2) 24.08.21 5 0 12쪽
77 가을밤의 산송장들 (1) 24.08.20 5 0 15쪽
76 네놈을 파괴할 거다 24.08.18 5 0 12쪽
75 흠모의 정이 피어올랐다 24.08.17 5 0 13쪽
74 오르베스쿠와 아르파니엘 24.08.17 5 0 12쪽
73 네놈들은 나한테 이러면 안 된단 말이야 24.08.17 3 0 12쪽
72 요 째리는 눈매 좀 보게나 24.08.17 7 0 12쪽
71 못된 것들 (3) 24.08.16 4 0 11쪽
70 못된 것들 (2) 24.08.15 5 0 11쪽
69 못된 것들 (1) 24.08.15 5 0 11쪽
68 느므딘의 어쌔신 (3) 24.08.15 5 0 12쪽
67 느므딘의 어쌔신 (2) +2 24.08.14 7 0 14쪽
66 느므딘의 어쌔신 (1) 24.08.14 5 0 12쪽
65 바보같은 이야기의 결말 (3) 24.08.13 5 0 12쪽
64 바보같은 이야기의 결말 (2) 24.08.13 5 0 12쪽
63 바보같은 이야기의 결말 (1) 24.08.13 6 0 11쪽
62 당신에게 거짓말을 했어요 24.08.12 6 0 11쪽
61 당신이 무서웠어요 24.08.12 5 0 12쪽
60 이게 다들 참 어떻게 된 일일까 24.08.11 4 0 11쪽
59 여기서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겠구나 24.08.11 4 0 13쪽
58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닐텐데 24.08.11 4 0 11쪽
57 누이야 내 말 좀 들어보렴 24.08.10 5 0 12쪽
56 저는 어리석고 소견없는 여인이라 24.08.10 7 0 11쪽
55 저는 악마숭배자입니다 24.08.10 6 0 12쪽
54 바실리쿠스가 고문을 받고 있어요 24.08.09 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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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콩가루 고문 (1) 24.08.09 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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