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실리쿠스 비스콘티, 너는 도대체 뭐하는 놈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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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x
작품등록일 :
2024.07.26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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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2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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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7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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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놈들은 나한테 이러면 안 된단 말이야

DUMMY

"이봐요. 당신은 내게 그런 소리를 해선 안됩니다." 악마가 말했다. "지금 내가 허풍을 떠는 것으로 보이십니까? 나는 진짜 악마란 말이에요."


"그래서 뭐 어쩌라고요."


"예?"


"당신이 악마인데 나더러 뭐 어쩌라는 거예요. 그래 지금 나를 지옥으로 보내기라도 하겠다는 거요?"


"그건 아닌데요... 당신이 어쩌다 죽지만 않으면 나도 당신은 어쩔 수가 없지요."


"악마치고는 뿔이 없는데."



로베르가 다 꼬부라진 혀로 끼어들었다.



"악마치고는 꼬리도 없단 말이지. 피부도 빨갛지 않고 말이야. 그런데 어찌 우리가 당신을 악마라고 볼 수 있겠소? 이렇게 속일 생각하지 마시오. 우리가 그래도 교육받지 못한 놈들이지만 악마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아요. 다 저... 교회에 그려져있단 말이오. 거기서 당신같은 사람은 못 봤단 말이오."



잠시 후 악마가 말했다.



"자, 이러면 됐습니까?"


"안 돼지, 안 돼!"



게랙탱이 말했다.



"그런 속임수를 쓰는 사람은 벌주를 마셔야 해."



사람들이 달려들어서 악마의 주둥이를 잡고 술을 들이부었다. 악마는 지옥에 살지만 일하면서 술을 마실 생각은 꿈에도 못 꾸면서 살고 있었다. 단숨에 독한 화주가 부어지자 식도부터 위장까지 펄펄 끓는 것 같았다. 악마가 숨을 몰아쉬면서 말했다.



"이 모습을 보고도 믿지 못하겠다는 거요?"



바실리쿠스가 등 뒤로 돌아가서 양 손으로 날개를 잡고 퍼덕거렸다.



"이거 제법 잘 만들었는데요? 보나마나 박쥐날개에 염색을 한 거겠죠."


"남의 날개에 함부로 손 대지 마시오! 정말 예의범절도 모릅니까? 이렇게 크고 예쁜 박쥐날개가 어디있다고 그러시오?"


"그렇다면 이건 꼬리인가?"



롤마르가 악마의 빨간 꼬리를 홱 잡아당겼다.



"구현도가 상당한걸. 어떻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네."


"남의 꼬리를 함부로 만지지 마쇼."



뿌리쳐진 롤마르가 기분이 나빠져서 씩씩거리며 이렇게 말했다.



"제작년에 우리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그 사람은 지금쯤 지옥의 유황불에 고통을 받고 있을 거야. 그렇담 너는 방금 전까지 우리 어머니를 괴롭히다가 여기 왔다는 말이 되는 건데. 네가 진짜 악마라면 무슨 배짱으로 감히 내 앞에 나타난 거지?"


"어머니 이름이 뭔데요?"



롤마르는 그에게 귓속말로 어머니의 존함을 얘기해주었다. 악마는 장부를 꺼내 살펴보았다.



"흠... 저는 이제 일어나보겠습니다."



그들이 악마를 다시 자리에 앉혔다.



"벌주야, 벌주!"


"롤마르의 어머니를 괴롭히는 자식에게 벌주를 먹여야 해."


"그것이 어머니의 원수를 갚은 일이라면 얼마든지 하겠어."



그렇게 악마의 위장 속에 또 한 번 뜨거운 화주가 부어졌다. 악마는 비몽사몽이 되어 그들과 함께 잔을 기울이기 시작하더니 탁자에 수그려서 푸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나도 이런 일이 좋지는 않습니다. 여러분들이 어느날 갑자기 사람으로 태어난 것처럼 나 역시 어느날 갑자기 악마로 태어나 하느님께 거두어져 이렇게 살고 있는 거란 말입니다. 사람들이 자기 멋대로 지옥으로 떨어지는 게 내 잘못은 아니지 않습니까?"


"이 양반아, 사람은 누구나 힘들어. 왜 당신 혼자만 힘들 거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징징짜는 소리를 하는 거지? 아직 그렇게까지 취할 시간은 아니란 말이야. 우리 모두와 속도를 맞춰. 그렇지 않으면 진짜로 때려줄 거야."


"내가 얼마나 취했는가는 내가 잘 알아요. 내가 살아도 당신들보다 수백년은 더 살았으니 그렇게 가르칠 생각하지 말라구요."


"네가 정말 악마라면 우리 지방에서 일어나는 모든 악행들도 네놈 짓이란 말이냐?"


"몇 달 전에 돼지가 아이를 잡아먹고, 또 그 어미가 목을 메단 것도 네놈 짓이지?"


"그러고보니까 이놈이 아까 우리를 부추겼다는 말을 했어."


"나도 그 소리를 똑똑히 들었어."



악마가 씨익 웃었다.



"이제야 그 말이 귀에 들어오셨습니까? 한 번 잘 생각해보시라구요. 게랙탱, 그날 밤 당신이 그로가네를 끌어들이려다 실패한 날, 그날 밤 곧장 바실리쿠스를 흠씬 때려주겠다고 다른 동료 두 명과 함께 숲속으로 들어갔죠."


"아니, 그런 짓을 했단 말이야?"



바실리쿠스가 소리질렀다.



"이 썩어빠진 시궁쥐 같은 자야, 나는 그렇다 치더라도 그로가네 형님은 왜 끌어들여? 그 사람이 그런 명예롭지 못한 짓을 할 거라고 생각했어?"


"일단 계속 들어보지, 바실리쿠스. 일단 이놈이 하는 말을 들어보자구."



악마가 실실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일이 틀어지자, 당신은 두 명의 동료들을 이끌고 숲속으로 들어갔어요. 그리고 그곳에서 여기 있는 로베르 씨를 포함한 사냥꾼들을 바실리쿠스로 착각하고 주먹다짐을 벌였지요. 그 날 당신은 본인과 함께 두 명의 밤부크 사람이 함께 있다고 생각했겠죠. 3대 4의 지독한 혈전이었죠. 하지만 잘 생각해보라구요. 이 가마욱스 땅에 밤부크에서 온 사람은 당신과 롤마르, 단 둘 뿐이라는 걸요. 그렇다면 나머지 한 명은 누구였을까요?"



로베르가 곰곰히 생각하다가 끼어들었다.



"그렇다면 그날 밤 네놈이 나를 때렸다는 사실이 되는데?"



악마가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로베르가 달려들었다. 사방에서 녀석의 팔과 가슴을 붙잡고 뜨거운 벌주를 반잔이나 부어버렸다. 맥주와 화주가 섞이면서 머릿속으로 무서운 숙취가 달려들었다. 악마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이놈들아, 이 멍청한 놈들아, 나는 진짜 악마라고! 네놈들은 나한테 이러면 안 된단 말이야. 너희들은 나를 보고 두려움에 빠져 혼미백산하며 달아나야 한단 말이야!"



술 취한 사람들은 '멍청한 놈들' 이 한 단어가 꽂혀서 벌떡 일어났다.



"에아? 이 새끼 감히 그런 말을 한단 말이냐?"



그리고 우르르 몰려가 악마를 흠씬 때려준 뒤에 밖으로 내쫒아버렸다. 그리고 자기들끼리 얼마간 술을 더 마시다가 각자 집으로 헤어졌다. 사거리를 빠져나온 악마는 몸 이쪽저쪽이 안 아픈 데가 없었다. 연신 "아야, 아야." 하면서 걸어가다가 얼마간 길 아래로 내려가 으슥한 나무둥치에 앉아서 쉬었다. 그런데 그곳에 먼저 앉아 기다리고 있던 사람이 있었다.



"쯧쯧, 이 사람아, 심심풀이로 인간들 앞에 제 모습을 드러내면 못 쓰지. 그래서는 이 업계에서 오래 살아남을 수 없단 말이야."



악마는 화들짝 놀라 일어났다.



"아니, 당신은 누구십니까? 저를 얼마나 안다고 그런 말을 하시죠?"


"자네는 그래 자랑스레 본인이 악마라고 떠벌리고 다닌 주제에 본인과 같은 악마는 알아보지 못하는구만. 그래, 부를 거면 선배님이라고 부르시지."



악마는 그 요사한 기운을 보아 하늘같은 대선배임을 직감하고 즉시 무릎을 꿇어 읍했다. 선배악마는 그 모습이 즐거워서 얼마간 껄껄거리다가 그 위에 걸터앉았다.



"자네 속셈이나 한 번 들어보지. 그 멍청한 인간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서 어쩌려고 했었어? 이 지방이 누구 관할인지도 모르고 감히 그런 짓을 했단 말이야?"


"아니, 그렇다면 선배님께서 이 넓은 지방을 홀로 관리하신단 말입니까? 그런 줄도 모르고 굼뱅이 앞에 주름잡듯 했으니 맞아도 쌉니다, 싸요!"


"무슨 속셈으로 인간들을 놀려먹으려 했는지나 말씀하시지."



악마는 대선배 악마에게 더욱 기묘한 예를 표하기 위해 읍한 자세에서 아예 땅바닥으로 부복을 하여 누웠다. 선배 악마는 그 위에 아빠다리를 했다.



"그저 단순한 계제일 뿐이었지요. 지옥에서 죄를 지은 사람들에게 고문을 하는 것도 지겹던 차, 어느날은 이런 생각이 드는 겁니다. '이놈들은 이미 한 번 죽어서 괴롭히는 재미가 없어. 자기가 내일 죽을 지 살 지 몰라 불안해하는 실제 사람들을 괴롭혀야지 재미가 있을 것 같단 말이야.'"


"그거 정말 악마같은 생각이로군."


"그래서 어떻게 하면 여기 사람들을 한바탕 골려줄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여기까지 이르게 된 겁니다." 후배악마는 말하다가 침을 탁 뱉었다. "설마 그 짐승같은 놈들이 겁없이 악마를 쥐어팰 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까? 알았다면 시도도 안 했을 거예요."


"그래... 그런 이유로 내 영역을 침범했단 말이지...!"



후배악마가 머리를 조아렸다.



"제가 알았다면 감히 그런 짓을 했겠습니까? 지상이 악마들끼리 구역을 정해놓는다는 것도 방금 알았습니다."


"하지만 괜찮아. 난 그저 자네가 하는 짓이 우스워서 한바탕 비웃어주려고 온 거니까 말이야. 이보게, 훌륭한 악마는 일을 그런식으로 처리하지 않아. 자네의 악행은 너무나도 어리석었어. 왠 줄 알아?"


"어째섭니까?"


"사람들은 악마의 존재를 알아차리기만 하면... 그러니까 본인들의 악행에 악마가 끼어들었다는 생각이 들면 그 즉시 자기들 안에서 악마를 빼어버린단 말이지. 무슨 말인지 알겠어? 악마가 빠져나간 본인들은 더 이상 죄악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야. 악마의 존재를 인식한 순간 그놈은 대못처럼 빼어버리기만 하면 되는, 그런 편리한 반지가 되는 거지."



후배악마는 기가 막혀 와아! 소리를 냈다.



"그렇다면 자신들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죄악을 부추기는 것이 훌륭한 악마의 모범이 되겠군요! 그렇다면 저 셀레미즈 수도원의 에레디오스 역시 선배님의 작품이십니까?"


"아니, 그놈은 그냥 지 혼자 미쳐서 그랬던 거였지. 허나 그놈이 세상의 오묘한 이치를 깨우치고 있었다는 사실 하나는 부정할 수 없겠구만. 어쨌든 내가 한 일은 따로 있어. 나는 그동안 아주아주 무시무시하고 악독한 계획을 세워서 두 사내를 단숨에 파멸시키고 말았거든. 그 얘기를 듣고 싶나?"



후배악마가 가르침을 얻겠다고 무릎을 꿇자 선배악마는 좀 전의 나무둥치로 돌아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 그럼 이제부터 이야기를 시작할게. 긴 얘기는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아. 여기서 수십 리 떨어진 어느 마을에 같은 여인을 사랑하는 두 사내가 있었지. 사내들의 이름은 아르파니엘, 오르베스쿠인데 여인의 이름은 아르네이즈였어. 이놈들은 허구언 날 본인이 더 아르네이즈를 사랑한다, 그러니 내가 더 자격이 있다 입씨름을 벌였단 말이야. 그렇게 한 번 붙었다 하면 해 뜨는 시간에 시작하여 해가 한 번 지고 다음날에 다시 떠오른다 하여도 눈치를 못 챌 정도였지. 미쳐도 단단히 미쳐버린 게야. 그런데 하루는 그중 한 명이 내기를 하자고 나서지 뭔가.



'이보게, 아르파니엘, 우리들 중 누가 더 아르네이즈를 사랑하고 있는지 언젠가는 결판을 내야 하지 않겠어? 말이 나온 김에 결정을 내리자구. 누가 더 아르네이즈와 함께할 자격이 있는지 말이야!'



다른 남자가 웃으며 대꾸했어.



'네놈이 언젠가 그런 말을 해올 줄 알고 나 역시 대비하고 있었다. 잘 봐라, 오르베스쿠, 나는 아르네이즈를 위해 이런 짓까지 할 수 있어!'



그러면서 옷을 훌렁 벗더니 높은 절벽에서 아래로 뛰어내린 거야. 아르파니엘은 강물에 풍덩 빠져서는 콧구멍에 피를 흘리면서 돌아와 오르베스쿠를 노려보았지. 오르베스쿠도 질 수 없었어. 그가 말했지.



'그렇다면 나는 저 숲속의 늑대들과 싸워서 살아돌아와보겠네!'



며칠 후 오르베스쿠가 온몸이 찢어진 채로 돌아왔지. 하지만 그들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어.



그 두 멍청이가 얼마나 본인들의 내기에 심취했는지 내가 더 이상 말해서 무얼 하겠나? 하루가 멀다하고 고행과 배짱을 자랑하다 보니 그들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고 머리는 너무 큰 충격을 여러번 받아 곧 이상해지고 말았지. 그러던 어느날 싸움에 지쳤는지 그놈들이 이런 결론을 내린 거야.



'우리 아르네이즈한테 가자! 우리끼리 이러지 말고 그 여자한테 가서 선택하라고 말하는 거야.'


'왜 진작 그 생각을 못했을까? 무엇보다 아르네이즈의 생각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왜 지금껏 생각해내지 못했지? 우리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지금 당장 가보자구!'



하지만 이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던 사실이 하나 있었어. 자기들끼리 그렇게 세월이 멀다하고 싸워대는 동안 아르네이즈는 이미 다른 남자와 눈이 맞아서 살림을 꾸리고 있었거든. 하지만 그들은 개의치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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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여우들 (2) 24.08.22 2 0 13쪽
80 여우들 (1) 24.08.22 5 0 12쪽
79 가을밤의 산송장들 (3) 24.08.21 5 0 13쪽
78 가을밤의 산송장들 (2) 24.08.21 5 0 12쪽
77 가을밤의 산송장들 (1) 24.08.20 5 0 15쪽
76 네놈을 파괴할 거다 24.08.18 6 0 12쪽
75 흠모의 정이 피어올랐다 24.08.17 5 0 13쪽
74 오르베스쿠와 아르파니엘 24.08.17 5 0 12쪽
» 네놈들은 나한테 이러면 안 된단 말이야 24.08.17 3 0 12쪽
72 요 째리는 눈매 좀 보게나 24.08.17 7 0 12쪽
71 못된 것들 (3) 24.08.16 5 0 11쪽
70 못된 것들 (2) 24.08.15 5 0 11쪽
69 못된 것들 (1) 24.08.15 5 0 11쪽
68 느므딘의 어쌔신 (3) 24.08.15 5 0 12쪽
67 느므딘의 어쌔신 (2) +2 24.08.14 7 0 14쪽
66 느므딘의 어쌔신 (1) 24.08.14 5 0 12쪽
65 바보같은 이야기의 결말 (3) 24.08.13 5 0 12쪽
64 바보같은 이야기의 결말 (2) 24.08.13 5 0 12쪽
63 바보같은 이야기의 결말 (1) 24.08.13 6 0 11쪽
62 당신에게 거짓말을 했어요 24.08.12 6 0 11쪽
61 당신이 무서웠어요 24.08.12 5 0 12쪽
60 이게 다들 참 어떻게 된 일일까 24.08.11 4 0 11쪽
59 여기서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겠구나 24.08.11 4 0 13쪽
58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닐텐데 24.08.11 4 0 11쪽
57 누이야 내 말 좀 들어보렴 24.08.10 5 0 12쪽
56 저는 어리석고 소견없는 여인이라 24.08.10 7 0 11쪽
55 저는 악마숭배자입니다 24.08.10 6 0 12쪽
54 바실리쿠스가 고문을 받고 있어요 24.08.09 5 0 11쪽
53 콩가루 고문 (2) 24.08.09 4 0 12쪽
52 콩가루 고문 (1) 24.08.09 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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