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이름없는 무사로 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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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림
작품등록일 :
2024.07.29 20:14
최근연재일 :
2024.08.3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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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1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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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

DUMMY

훈련이 시작되자 카르마는 아랑외의 다른 사람의 접근을 막았다. 아랑류 전승의 의미를 들은 나에른은 기꺼이 카르마를 위해 장소를 제공했다.


“스미스, 잠은 잘 잤나?”

“네. 카르마 경.”

“오늘부터 훈련의 시작이다. 아직도 검을 들 생각이 없나?”


그의 말에 아랑은 짜증이 났다.


‘조용히 떠나려고 했는데 이 애송이에게 발목을 붙잡히다니···’


올리비아를 보며 무위를 되찾기로 결심한 그는 그녀가 장성한 뒤 단전을 고치기 위한 여정을 떠나기로 마음 먹었다.


때가 무르익었다고 판단하자마자 카르마가 나타나 설쳐대니 아랑은 심기가 불편했다.


“검을 들 생각이 있다고 하면 검을 돌려주실 겁니까?”


예상치 못한 도전적인 질문에 카르마는 눈을 크게 떴다.


“호오··· 의욕이 좀 생겼나보군. 좋다! 연병장 열바퀴를 돌고 오면 생각해보지.”


그의 말에 아랑은 묵묵히 연병장으로 발을 옮겼다.


‘범인은 어느정도 속도로 달릴 수 있는 거지?’


잠시 고민하던 그는 연병장을 천천히 뛰기 시작했다.


“더 빨리!”


그 말에 아랑은 속도를 조금 높였다.


“잘 달리는 군! 그대로 열바퀴를 뛰면 된다!”


이렇게 말하면서 카르마는 얼굴에 미소를 띄웠다.


‘저 속도로 잘해야 한바퀴는 돌 수 있으려나?’


그는 일반인이 달리는 속도로 연병장을 돌고 있는 아랑이 얼마가지 않아 기진맥진할 거라 생각했다.


반면 아랑은 카르마의 반응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충분한가 보군.’


아랑이 조금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연병장을 열 바퀴 뛰고 돌아오자 카르마의 입이 벌어졌다. 땀한방울 맺혀 있지 않은 그의 모습에 카르마는 마른침을 삼켰다.


‘이건 나도 힘든데···’


이상함을 감지한 그는 즉시 아랑에게 질문을 던졌다.


“자네, 부모가 동대륙 사람이라 했지?”

“네.”

“혹시 무공을 익혔는가?”


그 물음에 아랑은 손가락으로 관자놀이 근처를 긁었다.


“아, 아닙니다.”

“솔직히 말해도 괜찮네.”

“저는 모릅니다.”

“모른다··· 어쩌면 자네가 모르는 사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내공이 있을지도 모르네. 혹시 그런 기억은 없는가?”


집요하게 파고드는 카르마의 모습에 아랑은 눈살을 찌푸렸다.


‘실수했군.’


귀찮아진 상황에 그는 후회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이에 그는 모르쇠로 일관하기로 마음먹었다.


“모르겠습니다.”

“흐음, 영문을 모르겠다면 들여다보면 되겠지. 상의를 탈의하고 자리에 앉게.”

“네?”


아랑은 당혹스러워 자신도 모르게 카르마에게 되물었다.


‘내공을 밀어 넣어 내 몸상태를 확인할 셈인가?’


아랑이 멍하니 있자 카르마는 불쾌한 표정과 함께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자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니 걱정 말고 상의를 탈의하게.”


그 말에 아랑은 상의를 탈의했다.


‘그럼 그렇지. 내공을 밀어 넣었다간 죽을 수도 있는데 어떤 놈이 그런 짓을 하겠어?’


외부의 내공이 침범한다면 본능적으로 이를 밀어내는 게 일반적이었다. 아랑이 카르마의 내공을 받아드린다고 해도 그들 정도의 실력차면 순간적인 반동으로 인해 카르마가 죽을 수도 있었다.


선천진기 역시 상단전을 형성하기 전이라면 별문제가 없겠지만 상단전을 형성한 이상 보통의 내공처럼 방어기재가 발동할 수 있었다.


아무리 선천진기가 보통의 내공보다 유한 성질을 가진다고 해도 그들 사이에는 현재 카르마가 넘을 수 없는 벽이 몇 개나 존재했다.


카르마의 말에 안심한 아랑이 상의를 탈의하고 자리에 앉자 카르마가 양손을 그의 등에 댔다. 카르마의 심장에서 내공이 뿜어져 나오는 게 느껴지자 아랑은 눈을 크게 떴다.


‘내가 생각한 거 아니라면서!’


놀란 아랑은 급히 기맥을 닫아 카르마의 내공이 몸안으로 들어오는 걸 원천봉쇄했다.


마력이 아랑에게 스며들지 않자 카르마는 인상을 썼다.


“으음···”


일이 잘 풀리지 않는 듯 계속해서 불편한 기색을 보이는 카르마의 모습에 아랑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마터면 애 잡을 뻔했네···’


아무리 마력을 밀어 넣어도 아랑에게 닿지 않자 카르마는 한숨을 쉬었다.


‘마력회로가 완전히 막힌 건가···’


둔재중의 둔재. 신이 버린 완벽한 재능이란 건 이자와 같은 자를 말하는 게 분명했다.


‘사실상 오러를 다루는 기사가 되는 건 불가능··· 그렇다면 심법은 포기하고 호위병의 역할이라도 할 수 있게끔 검법의 형(形)만이라도 가르쳐야겠군.’


아랑의 몸상태를 확인한 그는 한숨과 함께 아랑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첫날이니 가볍게 검을 쥐는 것부터 연습해보지.”


자신을 동정 어린 눈으로 보는 그를 보며 아랑이 대답했다.


“네. 카르마 경.”


아랑이 검을 쥐자 카르마는 검을 뽑으며 입을 열었다.


“검을 잡아 본 적도 없는데 곧바로 아랑류를 익히기에는 무리가 있을 테니. 우선 내가 하는 걸 보고 따라해 보게.”


카르마는 검을 쥐고 위에서 아래로 천천히 내려쳤다.


“이 동작을 반복해서 하면 되네.”

“알겠습니다.”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 아랑은 고의적으로 카르마의 동작을 약간 비틀어 흉내 내었다.


“그게 아니지. 좀더 위쪽을 잡고 검을 더 들어올린 뒤 내려치게.”


지루한 자세교정에도 카르마는 아랑에게서 눈을 때지 않고 그를 지도해 주었다. 쟁기질보다 지루한 훈련에 아랑은 슬며시 입을 열었다.


“저번에 그 무뢰배들과 싸우는 모습을 보았는데 본래 검술은 목소리가 커야 강해지는 겁니까?”


아랑의 물음에 카르마는 웃으며 말했다.


“하하! 입을 놀리면 호흡이 불규칙해지고 몸의 반응이 느려지지. 하지만 이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장점도 있네.”

“그게 뭡니까?”

“이름 값. 아랑류와 제로 브레이커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들의 표정을 보았는가?”


유명한 무공이나 높은 지위 등을 이용해 상대방의 기를 꺾는 방법은 이곳에서도 잘 먹혔다.


“하수들 상대로는 이만한 요령도 없네. 자네도 내게 검을 배웠다고 하면 어지간한 도적놈들 정도는 검도 뽑지 않고 물리칠 수 있을 걸세.”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그 말을 끝으로 아랑은 더는 입을 놀리지 않고 성실히 훈련에 임했다. 고된 훈련에도 묵묵히 잘 따라주는 아랑을 보며 카르마는 안타까움에 하늘을 올려 보았다.


‘신이시여, 어찌하여 저자를 사내 구실도 못하게 만들고 기사가 될 일말의 가능성까지 앗아가셨습니까?’


***


훈련을 마친 카르마가 저택으로 돌아오자 마침 자리를 나서는 나에른의 모습이 보였다.


“훈련은 잘 되고 있는지요?”

“체력은 무척 뛰어난 자이기는 한데··· 아쉽게도 기사가 되는 건 어려울 듯합니다.”

“기사가 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요. 아무리 훌륭한 스승을 둔다 한들 어찌 한 순간에 기사가 될 수 있겠습니까?”


그의 말에 카르마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노력을 해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에게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스미스의 마력회로가 완전히 닫혀 있었습니다.”


카르마가 훈련을 하며 있었던 일을 설명하자 나에른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 일이···”

“검법만이라도 가르쳐 그가 아가씨를 호위할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시다니··· 정말 대단할 따름입니다.”


나에른의 말에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 그는 영주에게 질문을 던졌다.


“어디를 가시려던 참이십니까?”

“아, 어제 난동을 피운 자들을 마저 심문하려 합니다.”

“저도 같이 가도 되겠습니까?”

“그리하시지요.”


율드와 용병들을 구금해둔 곳으로 가자 심문관과 이를 기록하는 서기의 모습이 보였다.


“어찌 되었는가?”

“어제와 같은 말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곧 막달라 가문에서 찾아올 것이오! 당장 나를 풀어주지 않는다면 자작가의 보복을 감내해야 할 것이오!”

“보복? 남의 영지에서 내 딸아이와 영지민을 위협해 놓고 보복이라?”

“흥, 기사의 감금은 영지전을 일으키기 위한 명분으로 차고 넘치오.”


그 말에 나에른의 얼굴이 벌게졌다.


“막달라 자작이 네놈을 버릴지 거둘지 어디 지켜보자구나.”

“내가 아무 생각도 없이 그런 행패를 벌인 줄 아시오?”

“그게 무슨 소리냐?”


나에른의 말에 율드가 코웃음을 쳤다.


“막달라 자작께서 명분을 원하시니 내가 만들어 드렸을 뿐이지. 물론 이곳에 제로 브레이커 카르마 경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지만 말이오.”

“무슨 연유로 꼬투리를 잡는지 모르겠지만 자작의 뜻대로 되진 않을 거다.”


옥에서 나오자 나에른은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못했다.


“막달라 자작가에서 왜 이런 일을 벌인 건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영지전이라도 일으킬 모양인데 혹 뭔가 걸리는 게 있으십니까?”

“데스턴 마을의 전력이 약하니 단순히 영지를 확보하기 위해 일을 벌이는 걸 수도 있지만 막달라 자작은 그렇게 단순한 인물이 아닙니다.”

“그럼 일단 자작의 행보를 지켜봐야겠군요.”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하인이 달려와 나에른에게 허리를 숙였다.


“막달라 자작령에서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뭐라고 하는지 한 번 들어 보자구나.”


저택으로 돌아가자 자작가의 사람들이 나에른을 기다리고 있었다.


“데스턴 남작님을 뵙습니다. 저는 막달라 자작가의 후계자 제임스입니다.”

“그래, 자작가의 자제께선 어제의 일을 사과하기 위해 찾아오셨소?”


그의 말에 제임스는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치며 입을 열었다.


“사과를 하다니요? 저희는 가문의 기사 율드 경을 구금한 데스턴 남작님께 책임을 묻고자 찾아왔습니다.”

“책임?”


나에른의 얼굴이 붉어지자 제임스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영지를 방문한 손님을 폭행하고 구금까지 해놓고는 사과를 원하신다니요? 데스턴가의 예법은 이런 식입니까?”

“저자들이 내 영지에서 무슨 짓을 한지는 알면서 그런 말을 하는 거요!”

“그럼 이야기를 들어 보시죠.”


옥에서 끌려나온 율드와 용병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억울함을 호소했다.


“저희는 그저 명대로 자작님의 서신을 전달하려 왔을 뿐입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폭행을 당하고 무구를 빼앗겨 구금되었습니다.”

“저, 저자들이···”


나에른의 손이 떨리기 시작하자 카르마가 앞으로 나섰다.


“막달라 가문의 공자께서는 아랫사람을 너무 믿는 것 같습니다.”

“그대는 누구인데 나와 남작님의 대화 사이에 끼어드는 것이오?”


그의 등장에 율드와 용병들은 입술을 깨물었다.


“카르마라고 합니다. 제가 저들을 제압한 장본인입니다.”

“허어, 혼자서 저들을 제압했다? 데스턴 가에 이만한 실력자가 있는 지는 몰랐소이다.”


예상치 못한 변수에 제임스가 난색을 표하자 율드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공자님, 저자는 제로 브에이커 카르마 경입니다.”

“제로 브레이커?”


제임스의 눈동자가 흔들리자 카르마는 검을 양손으로 잡아 들어올리며 입을 열었다.


“별 볼일 없는 이름이지만 제 이름을 걸고 맹세하는 바, 저들이 데스턴 가의 영애를 희롱하고 죄 없는 영지민에게 폭력을 휘둘러 어쩔 수 없이 제압한 바입니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면 공자께서는 제게 책임을 물으시지요.”

“허어··· 어찌 이런 일이···”


‘일이 이렇게 꼬이는 구나. 만약을 대비해 놓길 잘했어.’


제로 브레이커 같은 구원자의 등장은 예상치 못한 변수였지만 막달라 가문은 이번 일에 많은 준비를 했다.


눈에 띄게 동요하는 그의 모습에 나에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카르마 경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믿어야지요. 그럼 저들은 저희 가문에서 처벌할 테니 신상을 넘겨주시지요.”

“그리 하겠소.”


제임스가 잘못을 인정한 이상 보상문제를 걸고 넘어질 수 있었지만 나에른은 저 불쾌한 낯짝을 당장 치워버리고 싶었다.


죄인들을 인계 받은 뒤에도 제임스가 물러나지 않자 나에른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더 볼일이 있소이까?”


그의 물음에 제임스가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아버지께서 보내는 서신입니다.”

“서신이라?”

“저들이 이곳에 방문한 목적이 서신을 전달하기 위함이라고 했지요? 아랫사람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으니 제가 직접 전달하게 됐습니다.”

“흐음··· 무슨 내용이오?”


나에른이 서신을 펼치자 제임스가 입을 열었다.


“아버지께서 저와 따님의 혼사를 논하길 원하십니다.”

“혼사? 그대는 이미 혼례를 치뤘지 않소?”


그 말에 제임스의 미소가 짙어졌다.


“네. 아가씨를 제 첩으로 삼고자 합니다.”


그 말과 함께 나에른은 탁자를 엎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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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평화에는 대가가 따른다 24.08.30 8 0 12쪽
30 드레이크 (4) 24.08.29 11 0 12쪽
29 드레이크 (3) 24.08.28 14 0 12쪽
28 드레이크 (2) 24.08.25 19 0 11쪽
27 드레이크 (1) 24.08.24 16 0 12쪽
26 전운 24.08.23 14 0 13쪽
25 웨버 백작 24.08.22 16 0 13쪽
24 웨버 성으로 24.08.21 22 0 12쪽
23 기사단 24.08.20 24 0 12쪽
22 정보 24.08.18 27 0 12쪽
21 그날의 기억 24.08.17 29 0 13쪽
20 부패 24.08.15 27 0 12쪽
19 도적의 여왕 24.08.14 29 0 13쪽
18 북새통 24.08.13 32 0 12쪽
17 신뢰와 상처 24.08.12 31 0 15쪽
16 도움 24.08.11 34 0 12쪽
15 현자를 찾아서 24.08.10 37 0 15쪽
14 푸른 탑 (3) 24.08.09 38 0 14쪽
13 푸른 탑 (2) 24.08.08 39 0 14쪽
12 푸른 탑 (1) 24.08.07 49 0 13쪽
11 남의 대륙 후기지수 양성 24.08.06 48 0 12쪽
10 여정의 시작 24.08.05 53 0 12쪽
9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는 법 24.08.04 60 0 13쪽
8 잠자는 호랑이의 코털을 뽑다 24.08.03 67 1 12쪽
7 무위를 드러내다 24.08.02 76 1 16쪽
6 가문의 위기 24.08.01 75 1 11쪽
» 함정 24.07.31 72 1 13쪽
4 조금 치는 루키와 썩은 물 24.07.30 96 1 13쪽
3 싸움구경 24.07.29 128 0 13쪽
2 웅크리다 24.07.29 177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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