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이름없는 무사로 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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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림
작품등록일 :
2024.07.29 20:14
최근연재일 :
2024.08.3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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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5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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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정의 시작

DUMMY

천천히 길을 걷던 아랑은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생각했다. 데스턴가에서 입은 은혜는 충분히 갚았다. 이제는 자신을 위한 여정을 시작할 때였다.


우선 그는 봉인해둔 태화단전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여정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이곳에는 동대륙에서 보지 못한 포션이라는 치료제, 그리고 마법과 기도에 의한 치료가 병행되는 의술이 있었다.


이런 서대륙에서라면 자신의 단전을 원상태로 돌려놓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한줄기 희망과 함께 아랑은 발걸음을 내딛었다.


‘성녀 양반이 실패했으니 연금술사 양반을 찾아가야겠군.’


최후의 결전에서 그녀의 포션은 파티에 큰 도움이 되었다. 치유의 기적을 위해서 기도를 올려야 하는 사제들과 달리 연금술사는 미리 제조해둔 포션을 통해 보다 빠른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연금술사는 치료 포션뿐만 아니라 식량과 병충해방지, 추위 및 더위 극복 등 전투 외의 상황에서 도움이 될만한 포션을 제조할 수 있었기에 파티의 보급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그 양반이라면 벌써 뭔가를 준비해두고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겠군.’


준비성이 철저한 사람인 만큼 아랑은 기대를 가지고 발걸음을 내딛었다. 다만 종잡을 수 없는 그녀의 행적에 아랑은 그녀의 행방을 찾을 생각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 순간 등 뒤에서 누군가 그를 불러 세웠다.


“스미스! 기다리게!”

“기사 양반? 무슨 일이오?”

“자네에게 아랑류를 가르쳐 주겠다고 하지 않았나? 아직 전수가 끝나지 않았으니 함께 가세.”


카르마의 말에 아랑은 볼을 긁었다.


“흐음, 다른 사람을 찾아보는 건 어떻겠소?”

“전에도 말했다시피 아랑류는 아무에게나 전수하는 게 아닐세. 육체의 자질과 재능보다는 그 사람의 됨됨이가 우선시되는 검술이지. 수도를 떠나 지금껏 방랑하면서 자네만한 인물을 본 적 없네.”

“그럼 조금 더 견문을 넓혀보는 건 어떻겠소?”

“자네는 마력회로가 막혀 있음에도 자작과 기사들을 급습하는데 성공했지. 그 기백과 실력에 아랑류가 더해지면 자네의 뜻을 보다 쉽게 펼칠 수 있을 걸세.”


포기하지 않는 카르마의 모습에 아랑은 한숨을 쉬었다.


“마력회로가 막혀 있으면 그··· 검술을 익히지 못하는 거 아니오?”

“당연히 동작만 흉내는 것을 아랑류라고 할 순 없겠지··· 하지만 자네를 위해 방도를 찾아보겠네.”


카르마의 눈에 자신은 마력회로가 막혀버린 천하의 둔재임이 분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 카르마의 모습에 아랑은 미소를 지었다.


‘데리고 다니면 재미있을지도 모르겠군.’


세상 물정이 어두운 그는 파티의 도움을 많이 받았었다. 아랑이 가는 곳마다 사기꾼이 들러붙어 그가 손 봐준 도적과 불량배가 수백이니 파티원, 특히 왕녀 세르핀이 그 뒷수습을 담당했다.


연금술사의 행방을 찾기 위해서는 사람들과 엮일 수밖에 없었다. 아랑이 사고를 친다면 자연스럽게 세르핀의 눈이 그에게 향할 게 분명했다.


‘일대일은 자신 있지만···’


혼자 있는 마법사는 그에게 그리 큰 위협이 되지 못했지만 조합이 갖춰진다면 마법사만큼 두려운 존재가 없었다. 기사단과 마탑까지 동원한 세르핀은 몸이 정상이었을 때도 정면 돌파하기 힘든 상대였다.


‘목적지가 확실하다면 혼자 가는 게 빠르겠지만 사람을 찾아야 한다면 동행인을 두는 게 나을 수도 있지...’


마음을 정한 아랑이 입을 열었다.


“그럼 내가 검술을 익힐 때까지 동행할 것이오?”

“물론이네. 자네가 가고 싶은 곳으로 따라가지.”

“좋소이다. 그럼 함께 동행합시다.”


그 말에 카르마가 헛기침을 몇 번 했다.


“크흠, 그나저나 자네 말투가 많이 바뀐 것 같군.”

“내가 기사 양반보다 나이가 배는 많을 거요.”

“나보다 어려 보이는데? 또 농을 치는 겐가? 그리고 사제관계에 있어서 나이는 중요하지 않네.”

“물론, 실력이 중요하지.”


그 말에 아랑은 자신의 죽립을 몇 번 건드렸다.


“자네가 정오때까지 내 죽립을 건드린다면 내, 자네에게 구배지례를 하고 스승으로 모시겠네.”

“구배···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예의를 갖춰 스승으로 모시겠다는 뜻이겠지?”

“그렇네. 단, 자네가 실패할 경우 나를 가르칠 생각은 하지 말고 그저 조용히 동행하는 걸로 하지.”

“좋아, 그렇게 하지. 날뛰는 야생마가 길들이는 맛이 있는 법이니 말이야.”


자세를 잡는 카르마의 모습에 아랑은 미소를 지었다.


“검을 써도 좋네.”

“마력도 다루지 못하는 이에게 검이라니?”

“자네 말에 의하면 난 꽤 뛰어난 살수가 아닌가?”

“어차피 자네의 검은 내 갑주를 뚫을 수 없네.”


자신만만한 카르마의 모습에 아랑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어떤 결과에도 딴말 하기 없기네.”

“물론이지. 그럼 시작하겠네.”


카르마가 달려들자 아랑은 가볍게 그의 턱에 주먹을 꽂았다.


퍽!


카르마가 맥없이 쓰러지자 아랑은 불을 피우기 시작했다.


“갈 길이 머니 밥이나 먹고 가세.”


***


“으으···”


뜨거운 햇살에 카르마는 눈살을 찌푸리며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러자 손가락사이로 낯익은 죽립을 쓴 남자의 모습이 나타났다.


“아직 정오가 되지 않았는데··· 내 손속에 정을 너무 두었나보네.”

“그, 그게 무슨···”


카르마가 기억을 더듬는 사이 아랑의 주먹이 그의 머리를 때렸다.


“이보게, 일어나시게.”

“으으···”


아랑의 목소리에 카르마는 머리를 매만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점심을 준비했네. 좋은 걸 많이 들고 다니더군.”


널부러진 자신의 취사도구와 음식에 카르마는 고개를 저었다.


“혼자 여행을 하려면 이 정도는 준비해야지···”

“정오가 지났네. 약조는 기억하고 있겠지?”

“사내가 어찌 두말을 하겠는가···”


시무룩해진 카르마를 보며 아랑은 작게 웃었다.


“반격을 하는 게 어디 있냐고 따질 줄 알았더니.”

“변명을 한다면 더 추해질 뿐이네. 패배의 원인은 자기 자신에게서 먼저 찾아야 하는 법 아니겠는가?”


아랑은 카르마의 답이 만족스러웠다.


‘사람은 괜찮군.’


식사를 마치고 그들은 다시 길을 걷기 시작했다. 홀로 말에 타 있던 카르마는 아랑을 향해 입을 열었다.


“말에 오르겠는가?”

“나는 됐네.”

“피로하면 말하게.”


그의 말에 아랑이 고개를 끄덕이자 카르마가 말했다.


“어디로 갈 생각인가?”

“사람을 찾고 있어서 정보를 좀 구하고 싶은데 말이지···”

“정보라면 상인이나 용병, 혹은 도적길드에서 구하는 게 보통이지.”

“각각 장단점이 있겠군?”


이런 일 역시 파티가 알아서 처리했기에 아랑은 아는 게 별로 없었다. 아랑의 물음에 카르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상인길드는 취급하는 정보의 질과 양이 뛰어나지만 비용이 많이 드네. 그에 비해 용병길드는 싼 대신 그 값을 하는 수준의 정보를 내놓지. 마지막으로 도적길드는 모든 게 운 일세. 운이 좋다면 좋은 정보를 싸게 얻을 수도 있고 운이 없다면 의뢰인을 털어먹기도 하니 말이야.”

“불법은 아닌가?”

“당연히 도적길드와의 거래는 불법이지.”


그의 말에 아랑은 자신의 파티에 도적의 여왕이라는 작자가 당당하게 참여한 일을 떠올렸다.


‘역시 권력이 최고인가···’


갑자기 떠오른 공상을 지우며 아랑이 입을 열었다.


“나는 정보료는 고사하고 노자돈도 없으니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정보를 구할 수 없을 것 같네.”

“그럼 어쩌려고 하는가?”

“내가 고향에서 종종 쓰던 방법이 있네.”


성문으로 향하자 경비병이 아랑의 길을 막았다.


“신분패를 확인하겠소.”

“어? 그런 거 없는데?”


그 말과 함께 경비병이 창두를 들이 밀었다. 그 모습에 카르마가 나섰다.


“근위기사단 소속 카르마요. 이자는 내 동행인으로 내가 신분을 보장하겠소.”


카르마의 패를 확인한 경비병이 그를 향해 군례를 올렸다.


“왕가의 검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편안한 여행 되시기 바랍니다.”

“고맙소.”


성으로 들어서자 카르마가 입을 열었다.


“그 방법이라는 게 뭔가?”

“그, 그런 게 있네···”

“뭐 이런 일을 가지고 기가 죽나? 자네 정도 실력이면 용병패 정도는 쉽게 얻을 수 있을 걸세.”


그 말에 아랑이 눈을 빛냈다.


“그래, 이왕 일을 하는 김에 두가지 일을 처리하면 되겠구려.”


***


서민들에게 있어 공포의 대상인 도적. 강도 짓을 일삼으며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데도 거리낌이 없는 이들은 사람들에게 있어 공포의 대상이었다.


사창가 운영과 암거래 등 뒷골목을 통해 얻은 돈으로 뇌물을 바쳐 윗선의 개입을 차단해 양민들을 괴롭히는 이들은 누군가에게는 영주보다 두려운 존재였다.


“흐음, 괜찮은 아이가 있나?”

“아이고, 지부장님, 당연히 있지요. 오늘 들어온 파릇파릇한 아이가 있습니다. 조금 쉬었다 가시렵니까?”

“아니, 장사는 잘되는지 묻고 있는 거잖아.”


지부장의 얼굴이 구겨지자 포주는 연신 허리를 숙였다.


“무, 물론입니다. 지부장님.”

“그럼 사흘안에 상납금을 가지고 와.”

“알겠습니다.”


으름장을 놓고 떠나려는 지부장을 향해 도적 하나가 달려왔다.


“지, 지부장님!”

“무슨 일이야?”

“지금 기사 하나가 영업장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습니다.”

“놈의 소속은?”

“근위기사단 소속이라고 합니다.”


그 말에 지부장의 얼굴이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근위기사가 왜 여기까지··· 엮이면 귀찮으니 돈이나 좀 쥐어 주고 보내.”

“진작에 시도해봤지만 아주 작정하고 온 것 같습니다. 아이들도 전부 놓아주고 지점을 불사르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습니다.”


도가 넘은 행패에 지부장의 얼굴이 터질 듯 붉어졌다.


“기사라고 우리를 깔보는 구나! 당장 애들 불러모아!”

“네, 지부장님!”


열을 내며 큰 걸음으로 이동한 지부장은 곧 여기저기 부숴져 난장판이 된 지점의 모습을 보고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이, 이게 무슨 짓이냐!”

“자네가 지부장인가?”


죽립을 쓰고 있는 남자의 말에 지부장은 열을 냈다.


“내가 붉은 가죽 길드의, 멜하른 지부장 세인즈다! 네놈이 이 짓을 꾸민 것이냐?”

“사장을 불러도 오지 않길래 일을 좀 벌였네.”

“이놈! 이딴 짓을 한 걸 후회하게 해주마!”


그 모습에 죽립을 쓰고 있는 남자 곁에 있던 기사가 입을 열었다.


“저자는 마력을 다룰 줄 아네. 내가 상대하지.”

“그러시게.”


기사가 앞으로 나서자 세인즈는 검을 뽑았다.


“근위기사라고? 알량한 실력을 믿고 나대는 것 같은데 실력자는 항상 가까운 곳에 있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지.”

“뒷골목에서 대장 노릇을 하더니 겁이 없어졌나? 도적 따위가 기사에게 실력을 논하다니, 간이 필요 이상으로 커졌구나.”

“시끄럽다! 쳐라!”


명령과 함께 도적들이 달려들자 죽립을 쓴 남자는 슬며시 자리를 피했다. 그 모습에 기사가 목소리를 높였다.


“어디를 가는 겐가!”

“자네가 상대한다면서?”

“지부장 놈을 상대하겠다는 거지 이놈들을 어떻게 다 감당해!”

“도와달라고 간청하면 내 도와줄 수도 있네.”

“뭐, 뭐라?”


그 사이 들러붙은 도적들에게 검을 휘두르며 기사가 입을 열었다.


“도움을 청하라니? 자네가 꾸민 일 아닌가!”

“아쉬우면 말하게.”


기사가 혼자 고군분투하는 모습에 세인즈가 외쳤다.


“뒷배가 있는 기사를 먼저 조져! 저 잡놈은 나중에 잡아도 괜찮다!”

“들었지? 저들은 나를 칠 생각이 없다고 하네만?”

“순서만 다른 거지 않나! 나 다음은 자네 일세!”


그 말에 아랑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지. 자네 다음은 저자들 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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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평화에는 대가가 따른다 24.08.30 7 0 12쪽
30 드레이크 (4) 24.08.29 11 0 12쪽
29 드레이크 (3) 24.08.28 14 0 12쪽
28 드레이크 (2) 24.08.25 19 0 11쪽
27 드레이크 (1) 24.08.24 15 0 12쪽
26 전운 24.08.23 14 0 13쪽
25 웨버 백작 24.08.22 15 0 13쪽
24 웨버 성으로 24.08.21 22 0 12쪽
23 기사단 24.08.20 24 0 12쪽
22 정보 24.08.18 27 0 12쪽
21 그날의 기억 24.08.17 28 0 13쪽
20 부패 24.08.15 27 0 12쪽
19 도적의 여왕 24.08.14 29 0 13쪽
18 북새통 24.08.13 31 0 12쪽
17 신뢰와 상처 24.08.12 30 0 15쪽
16 도움 24.08.11 34 0 12쪽
15 현자를 찾아서 24.08.10 36 0 15쪽
14 푸른 탑 (3) 24.08.09 38 0 14쪽
13 푸른 탑 (2) 24.08.08 39 0 14쪽
12 푸른 탑 (1) 24.08.07 49 0 13쪽
11 남의 대륙 후기지수 양성 24.08.06 47 0 12쪽
» 여정의 시작 24.08.05 53 0 12쪽
9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는 법 24.08.04 59 0 13쪽
8 잠자는 호랑이의 코털을 뽑다 24.08.03 67 1 12쪽
7 무위를 드러내다 24.08.02 75 1 16쪽
6 가문의 위기 24.08.01 75 1 11쪽
5 함정 24.07.31 71 1 13쪽
4 조금 치는 루키와 썩은 물 24.07.30 96 1 13쪽
3 싸움구경 24.07.29 128 0 13쪽
2 웅크리다 24.07.29 176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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