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이름없는 무사로 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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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림
작품등록일 :
2024.07.29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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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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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8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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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날이 밝자 일행들은 하나둘씩 각자의 방에서 나와 여관 1층에 모이기 시작했다.


“앞으로 일정이 어떻게 되나요?”

“길드에 정보수집을 맡겨 놨으니 조금 더 기다려 볼 생각이네.”

“당분간은 자유시간이군요.”


에르멜라의 말에 아랑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는 소녀들과 놀다 올 게!”

“노인장은 앞으로 어떻게 할 거요? 여기 남을 거요?”


아랑의 물음에 유니코스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지금가지 생각해봤는데 역시 육체까지 완벽한 소녀가 되는 게 먼저야. 여기서 사귄 친구들과 헤어지는 건 아쉽지만 이게 맞는 것 같아.”

“알겠소. 마음 가는 대로 하시구려.”


유니코스의 말에도 담담한 아랑의 모습에 에르멜라는 가슴을 쓸었다.


“저는 수도에 온 김에 기사단에 들렸다 오겠습니다.”

“그럼 카 소협도 볼일을 보고 오게.”

“··· 이름 좀 제대로 불러주면 안되겠나?”

“자네를 아껴서 이러는 거니 그러너니 하게.”


그의 말에 카르마는 고개를 저었다.


“그럼 다들 나중에 보게.”

“스미스 님은 여관에 계시게요?”

“여독이 아직 풀리지 않아 조금 더 쉬고자 하오.”


아랑의 말에 에르멜라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를 보았다.


“어디 아프신 건 아니죠?”

“그냥 피곤한 것이니 걱정 마시오.”


그리 둘러대며 아랑은 심란한 마음을 뒤로 한 채 일행들을 보냈다. 홀로 남은 아랑은 술을 주문해 마시기 시작했다.


꿀꺽꿀꺽.


차가운 맥주가 목구멍을 타고 배속으로 흘러 들어가 그 냉기에 몸이 절로 떨릴 지경이었다. 하지만 술이 넘어갈수록 그의 정신은 점차 흐려졌다.


‘가끔씩 이런 것도 나쁘지 않지.’


선천진기로 술독을 몰아내며 적당한 취기를 유지한 채 술을 마시자 묘한 기분과 함께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무공에 대한 그의 애착이 얼마나 깊었는지 그는 라엘을 용서했음에도 심란한 마음을 물리칠 수 없었다.


“아저씨, 왜 혼자 궁상을 떨어?”


낯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들자 미아가 거리를 유지한 채 그에게 말을 걸어오고 있었다. 그 모습에 아랑은 미소를 지었다.


“뭐가 그리 무서워 거리를 두고 있나?”

“그쪽이 술 취했을 때는 봐주는 게 없으니까 그렇지···”

“그럼 나중에 오겠나?”

“그런데 그쪽이 술 취했을 때 야시꾸리한 게 최고조에 이른 단 말이지···”


그 말에 아랑은 맥주를 들이켰다.


“또 손가락 꺾이고 싶나?”

“내가 그 야릇한 모습에 못 참고 손을 뻗었다 아작이 났지. 이런 미녀의 손가락을 꺽어버리다니··· 아저씨, 혹시 그런 취향은 아니지?”

“내 몸에 함부로 손을 대고 살아남은 자는 몇 없네.”

“그럼 영광으로 생각해야 하나?”


실실 웃는 그녀의 모습에 아랑은 한숨을 쉬며 의자를 뺐다.


“앉게.”

“오, 이제 숙녀를 어떻게 대하는지 배웠나봐?”

“한잔 하겠나?”

“오오, 여관에서 여자에게 술도 먹일 줄 알고? 그동안 뭘 하고 다닌 거야?”

“헛소리할 거면 그냥 가게.”


점원이 맥주를 가져오자 미아는 호쾌하게 맥주를 들이켰다.


“키야! 역시 시원한 맥주가 최고야! 벨 할멈이 없었으면 이런 호사를 누리지 못했겠지?”

“편리한 점이 많긴 하더군.”


클라리벨의 말이 나오자 미아의 표정이 조금 서글퍼졌다.


“다 같이 다닐 때가 그리워.”

“주위에 이목이 많으니 불필요한 말은 하지 말게.”

“나를 뭘로 보고··· 이미 사람들은 다 물려 놨거든?”


그 말에 아랑은 고개를 들었다.


여관안은 사람들로 북적였으나 자세히 그들을 들여다보자 아랑은 그들이 숙련된 도적임을 알 수 있었다. 여관직원 역시 길드원임이 분명해 보였다.


“많이 늘었군.”

“뭐야? 우리 애들인 줄 몰랐어?”

“몰랐네.”

“아저씨, 많이 약해지기 했구나··· 어쨌든 이 일대는 안전하니 편하게 말해도 돼.”

“대륙 최고의 길드를 우군으로 두니 편하군.”

“띄워줘도 떨어지는 거 없어.”


새침한 얼굴을 하면서도 미아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있었다.


“그래서, 무슨 일로 찾아왔는가?”

“당연히 정보가 있어서 찾아왔지.”

“성과가 벌써 나왔는가?”

“그럼, 우리 길드를 뭘로 보고?”


그 말에 아랑은 자세를 바로했다.


“실례하지.”


선천진기를 운용한 아랑은 취기를 몸밖으로 배출했다. 그의 몸에서 증기가 올라오자 미아는 코를 움켜쥐었다.


“윽, 술 냄새!”

“술을 그리 좋아하는 양반이 내숭은···”

“먹는 걸 좋아하지 냄새 맡는 걸 좋아하진 않아!”

“그래서, 찾은 게 뭔가?”


그의 물음에 미아는 당당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드레이크! 드레이크를 찾았어.”

“개체수가 적은 몬스터로 알고 있었는데··· 역시 대단하군.”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아랑의 모습에 미아는 고개를 저었다.


“너무 순진하니까 놀릴 맛도 안 나네··· 아저씨, 드레이크처럼 존재감이 강한 몬스터는 나타났다 하면 소문이 쫙, 퍼져요. 떴다! 하면 모르고 싶어도 모를 수가 없는 게 희귀 몬스터야.”

“그것도 그렇겠군.”


아랑이 즉시 수긍하자 미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수집된 자료들 중 드레이크에 관한 자료가 있나 확인해 봤더니 열흘 전 쯤에 노스웨버 산맥에서 보고가 있었어. 마을이 공격을 당해 토벌대를 꾸리려 하지만 잘 되지 않는 것 같아.”

“왜 그런 가?”

“첫번째 습격을 받았을 때 피해가 너무 컸어. 주축이 되야 할 백작가가 휘청일 정도로 피해를 봤으니 목숨이 아까운 용병이나 모험가들이 달라붙지 못하는 거지.”

“그럼 그곳의 사람들은 어찌하고 있는가?”

“왕국에 도움을 요청하고 성안에 모여서 똘똘 뭉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겠지.”

“그럼 어서 움직여야겠군.”


아랑의 말에 미아는 눈을 크게 떴다.


“제대로 된 지원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거기 있는 인원들과 해결해 보겠네.”

“뜬금없이 나타난 동대륙 무사가 드레이크를 잡아 볼 테니 군사를 내달라 하면 잘도 도와주겠다. 그치?”


그녀의 말에 아랑은 뺨을 긁었다.


“혼자 해볼 생각이었는데···”

“미쳤어? 옛날이면 모를까, 소드 마스터라 할지라도 마법사와 군의 지원이 있어야 공략할 수 있는 게 드레이크야. 무리하지 말고 제대로 된 지원을 받아서 가.”

“지원을 받을 방도가 없지 않는가?”


그의 말에 미아가 신경질 적으로 머리를 긁었다.


“으으, 골치 아프네. 내가 용사니까 따라와라! 한마디면 해결될 일을 돌고 돌아서 해결해야 한다니···”

“인생이 그런 거 아니겠는가?”

“늙은이처럼 말하지 마!”

“늙은이인 걸 어쩌나?”

“생긴 건 멀쩡 하잖아!”

“껍데기 보다 마음이 중요한 것을··· 쯧쯧쯧···”

“늙다리 티 낼 때마다 꼴 보기 싫어서 죽겠어!”


열을 내던 미아는 뭔가가 떠오른 듯 머리를 긁던 손을 머리에서 땠다.


“아! 좋은 생각이 났어.”

“뭔가?”

“우리가 밑밥을 좀 깔아놓을 게.”

“밑밥이라니?”


아랑이 되묻자 미아는 답답하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았다.


“이 아저씨가 진짜··· 백작가에 소문을 좀 내놓는 거지. 약간의 지원이 있으면 토벌을 시도해 볼만한 실력자가 왔다는 식으로 말이야.”

“자네 말대로라면 소드마스터 정도의 무위가 있어야 그들이 움직이지 않겠나?”

“아저씨, 그 정도 안 돼?”

“보다시피 몸에 내공이 없는 상태네.”


그 말에 미아는 다시 머리를 움켜쥐기 시작했다.


“대가리 아프네 진짜··· 무슨 그런 양반이 혼자 드레이크를 잡겠다고···”


짜증 섞인 말투로 중얼거리던 미아는 순간 눈을 크게 뜨며 탁자를 내려쳤다.


“아! 일행 중에 제로 브레이커와 푸른 탑의 수석 마법사가 있으니 이걸 좀 이용하면 되겠어!”

“그거 괜찮군.”

“그럼 우리가 밑밥을 좀 뿌리고 있을 테니 시간을 좀 줘.”

“부탁하겠네.”


미아가 손짓을 하자 수하 두 명이 여관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미아는 잔을 들어 아랑에게 술을 권했다.


“오늘 할 일은 끝난 것 같은데 마저 마시지?”

“모처럼이니 이런 것도 필요하겠지.”


아랑이 맥주 잔을 받자 미아는 자신의 잔을 들어 그의 잔에 부딪쳤다.


“뭐 때문에 술을 푸는 거야?”

“라엘을 만났네.”

“라엘··· 최후의 결전 이후로 상태가 좋지 않아. 신성력이 말을 듣지 않는 모양이야.”

“나 때문에 번뇌에 휩싸였네.”

“그게 무슨 말이야?”


미아의 물음에 아랑은 그동안 있었던 일을 그녀에게 설명해주었다. 아랑의 말을 들은 미아는 충격을 받은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라엘이 그럴 리가 없잖아···”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무슨 사정이 있었겠지.”

“사정? 불구가 된 사람을 고칠 수 있음에도 방치한 것에 무슨 사정이 필요한데?”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정이 분명 있을 거라 믿네.”


덤덤히 술을 들이켜는 아랑의 모습에 미아가 인상을 썼다.


“아저씨는 화도 안나?”

“목숨을 건져준 은인에게 무공을 살리지 못했다고 원망할 순 없는 노릇 아닌가?”

“그,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한데···”


그의 말에 미아가 우물쭈물 하자 아랑이 입을 열었다.


“교단에 대해 조사해 줄 수 있겠나?”

“교단이 은근히 털기가 어려워. 신앙심 때문인지 교단에 해가 될 법한 일은 입밖으로 도통 꺼내려 들지 않으니 말이야.”

“시도는 해볼 수 있는 거 아닌가?”

“시도는 해볼 수 있지. 어떤 걸 조사하면 되는데?”


그녀의 물음에 아랑은 맥주를 들이켰다.


“라엘이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고 싶네.”

“그래··· 어떤 일이든 의문을 남기지 않는 게 제일 좋지. 나도 궁금하기도 하고 말이야. 그런데 만약, 원치 않은 진실이 드러나면 어쩌려고?”

“받아드려야지.”


아랑의 말에 미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쪽 답네.”


그 말고 함께 잔을 입가로 가져간 미아는 곧 요란스럽게 잔을 탁자에 내려놓았다.


“캬아! 오늘은 다 잊어버리고 코가 비뚤어지게 마셔보자고!”

“그렇게까지 마시고 싶진 않군.”


칼 같은 아랑의 태도에 미아는 교태를 부리며 그에게 조금 다가갔다.


“왜에에? 오랜 만에 좀 달려보자? 응?”

“자네는 전과가 있지?”

“아, 거참. 언제 적 얘기를 꺼내는 거야? 내가 아직도 아저씨를 노리고 있을 것 같아?”

“자네는 가지고 싶은 걸 다 가져야 하는 성격 아닌가?”


그 말에 미아는 보란듯이 천천히 입술을 핥았다.


“내가 하고 싶은 놈들이랑은 다 해봤지. 그쪽만 빼고 말이야.”

“나는 문란한 여자는 질색이니 집적거리지 말게.”

“재미없게 구네. 생각 바뀌면 말하라고 마침 여기가 여관이잖아?”


아랑을 향해 한쪽 눈을 깜빡인 뒤 자리에서 일어나던 그녀는 슬쩍 술에 취해 다리가 꼬인 듯 아랑의 앞에서 넘어졌다. 그러자 아랑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붙잡았다.


“어?”


자기에게 넘어왔다고 놀려줄 요령이었지만 왜 인지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저 눈만 깜빡이는 미아를 보며 아랑이 입을 열었다.


“괜찮은가?”


그의 물음에 미아는 대답도 하지 못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지, 진짜 이 녀석에게 마음이 있는 건가?’


그녀가 가지지 못한 유일한 남자. 아랑에게 이를 갈며 그를 공략할 생각으로 세월을 보내 던 그녀는 누구보다 그에 대해 많이 생각했었다.


이런 마음이 변질돼 이런 감정을 불러왔을까? 묘한 떨림에 말없이 자신을 올려보는 미아를 보며 아랑이 입을 열었다.


“다치지 말게. 어서 가서 정보를 물어와야 하지 않는가?”


그 말에 미아의 얼굴이 구겨졌다.


“이 새끼는 먹어 달라고 상을 차려줘도 그걸 뒤집고 지랄이야. 진짜.”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고자새끼.”

“뭐, 틀린 말은 아니네.”


아랑의 말에 미아는 놀라서 양손으로 입을 가렸다.


“진짜야?”

“성생활이 가능은 한데 잘못하면 선천진기가 고갈돼서 죽을 수도 있네.”

“선천··· 뭐? 어쨌든 복상사에 취약한 몸이 됐다는 거야?”

“그런 셈이지.”

“밤일을 못하는 남자를 어떻게 끼고 사냐··· 이건 극복할 수 없는 사랑인가?”


깊은 고민에 빠진 미아의 모습에 아랑은 잔을 들이켰다.


“꿈도 꾸지 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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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평화에는 대가가 따른다 24.08.30 7 0 12쪽
30 드레이크 (4) 24.08.29 10 0 12쪽
29 드레이크 (3) 24.08.28 14 0 12쪽
28 드레이크 (2) 24.08.25 19 0 11쪽
27 드레이크 (1) 24.08.24 15 0 12쪽
26 전운 24.08.23 13 0 13쪽
25 웨버 백작 24.08.22 15 0 13쪽
24 웨버 성으로 24.08.21 22 0 12쪽
23 기사단 24.08.20 24 0 12쪽
» 정보 24.08.18 27 0 12쪽
21 그날의 기억 24.08.17 28 0 13쪽
20 부패 24.08.15 27 0 12쪽
19 도적의 여왕 24.08.14 29 0 13쪽
18 북새통 24.08.13 31 0 12쪽
17 신뢰와 상처 24.08.12 30 0 15쪽
16 도움 24.08.11 34 0 12쪽
15 현자를 찾아서 24.08.10 36 0 15쪽
14 푸른 탑 (3) 24.08.09 37 0 14쪽
13 푸른 탑 (2) 24.08.08 39 0 14쪽
12 푸른 탑 (1) 24.08.07 49 0 13쪽
11 남의 대륙 후기지수 양성 24.08.06 47 0 12쪽
10 여정의 시작 24.08.05 52 0 12쪽
9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는 법 24.08.04 59 0 13쪽
8 잠자는 호랑이의 코털을 뽑다 24.08.03 67 1 12쪽
7 무위를 드러내다 24.08.02 75 1 16쪽
6 가문의 위기 24.08.01 75 1 11쪽
5 함정 24.07.31 71 1 13쪽
4 조금 치는 루키와 썩은 물 24.07.30 95 1 13쪽
3 싸움구경 24.07.29 128 0 13쪽
2 웅크리다 24.07.29 176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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