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이름없는 무사로 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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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림
작품등록일 :
2024.07.29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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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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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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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버 성으로

DUMMY

노스웨버 산맥으로 이동하기 전 일행들은 장비를 점검했다.


“드레이크를 사냥하려면 필요한 게 많겠죠?”

“벨 할멈이 쓸만한 걸 줬으니 짐을 좀 줄일 수 있겠군.”

“네, 정말 편리하네요.”

“이제 날이 쌀쌀해지는 것 같으니 옷도 좀 챙겨야 할 것 같습니다.”

“네, 노스웨버는 상당히 추운 지역이지요. 모두 방비를 잘 하세요. 특히 옷 갈아입는 거 싫어하는 분.”


에르멜라의 핀잔에 아랑은 어깨를 으슥해 보였다.


“이게 보기보다 따뜻하네.”

“정말 그러고 가시게요?”

“물론이네.”

“그러지 말고 털옷 좀 챙기시죠?”

“됐네.”


아랑의 고집에 에르멜라는 한숨을 쉬었다.


“그럼 저는 옷과 식량을 담당할 테니 카르마 경은 장비를 점검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스미스 님은 사고만 치지 마시구요.”

“내가 언제 사고를 쳤다고···”


그의 말에 에르멜라가 얼굴을 붉혔다.


“그! 헐벗은 여자랑 사고치지 말라고요!”

“아, 그 녀석한테 사냥에 필요한 물건들을 좀 달라고 해야겠어.”

“그, 그 여자한테 간다고요?”

“그래, 그럼 나중에 보세.”


복장이 터져 바둥거리는 에르멜라를 뒤로 한 채 아랑은 미아를 찾아갔다.


“어이!”

“그쪽이 나를 찾아오다니, 기분이 묘한 걸?”

“드레이크를 사냥하기 위한 도구가 좀 필요한데 줘봐.”


당당한 그의 태도에 미아는 코웃음을 쳤다.


“허? 줘봐? 부탁하는 태도가 영 아닌데?”

“그럼, 내가 언제 자네에게 부탁을 했나?”

“예쁘다, 예쁘다 하니까 정도를 모르네?”


그녀의 말에 도적들이 아랑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스릉.


검을 뽑는 소리와 함께 곳곳에서 검기가 피어 오르기 시작하자 아랑은 자신의 검을 뽑았다.


“마력도 없는 양반이 뭘 하려고?”


그 말과 동시에 아랑의 검에서 검강이 솟구쳐 올랐다.


“저런 미친···”

“예쁘다, 예쁘다 하니까 정도를 모르는 구려. 오랜만에 주입식 예절교육을 알려주겠네.”

“자, 잠깐, 아저씨, 아니 오빠!”


미아가 사정했음에도 아랑은 손속에 정을 두지 않고 미아에게 예절을 주입해 주었다.


내공을 실어 혈도를 공략하니 외상이 남지 않고 기맥을 자극해 내공증진에 미미한 도움이 되니 아랑의 주먹질은 폭력보다는 경락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 고통이 커 당하는 사람은 죽을 맛이었다.


“수, 숙녀를 마구잡이로 패다니···”

“이게 바로 어디서든 통하는 주입식 예절교육이네. 이제 좀 사냥도구를 넘길 생각이 드나?”

“선량한 서민들의 장비를 빼앗다니···”

“무슨 소리인가? 도적들을 손 봐주었을 뿐이지. 그리고 빼앗다니? 자네들이 기쁜 마음으로 내게 주는 거 아닌가?”

“무슨 헛소리를!”


그녀의 말에 아랑은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하아, 아직 교육이 덜 된 것 같군.”


아랑이 어깨를 풀며 다가오자 미아는 세차게 고개를 젓기 시작했다.


“아, 아니! 잠깐! 드릴 게요! 드린다고요!”


***


정비를 마친 인원들은 노스웨버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인벤토리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짐이 늘어나자 그들은 순간이동을 포기하고 마차를 타고 이동했다.


“생각보다 많이 안 들어가는 군.”

“대부분의 아티팩트는 사용자의 마력량에 비례해 위력이 강해지니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르지요.”


그 말에 아랑은 선천진기를 마력처럼 써볼까 하다가 괜히 그녀가 괘씸해서 입을 다물었다.


노스웨버에 가까워지자 서서히 추워지는 날씨에 그들은 몸을 웅크렸다.


“으으, 벌써 이렇게 춥다니···”

“이 정도면 눈이 와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네요. 스미스 님, 진짜 안 추우세요?”

“이게 보기보다 따뜻하네.”

“고집부리지 말고 그냥 옷을 껴입으세요.”

“괜찮네.”


아랑의 고집에 진절머리를 낸 뒤 에르멜라는 유니코스를 챙겼다.


“유니 님, 괜찮으세요?”

“에르가 따뜻한 옷을 사줘서 괜찮아. 고마워.”


귀여운 털옷을 입고 미소 짓는 그의 모습에 에르멜라는 저절로 환한 미소를 지었다.


“유니 님이 좋아하시니 기쁘네요.”


그 때 바람이 거세지자 인원들은 팔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이따금씩 섞여 있는 눈발에 그들은 비명을 질렀다.


“벌써 눈이라니!”

“정말 미친 동네군요.”

“날씨가 이래서야··· 에르멜라 소저. 기후마법을 사용할 수 있소?”


아랑의 물음에 에르멜라는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


“왜요? 날씨는 춥고 옷은 껴입고 싶지 않으니 날씨를 바꾸고 싶나요?”

“자네들이 힘들어 하니 하는 말이지.”


담담한 그의 말투에 에르멜라는 아랑을 훑어 보았다. 거센 바람에 힘들어 하는 인원들과 달리 아랑은 산들바람을 맞는 사람처럼 평온하게 바람을 맞이하고 있었다.


‘옷자락이 크게 휘날리지 않고 심지어 죽립도 날아갈 생각이 없잖아? 정말 보통 옷이 아니었나 보네···’


거센 바람 속 홀로 평온한 그의 모습은 꼭 다른 세계에서 온 존재처럼 보였다. 잠시 딴 생각을 하던 에르멜라는 곧 뼈마디를 파고드는 바람에 정신을 차렸다.


“기후마법과 기우제의 차이점을 아시나요?”

“모르오.”

“기후마법은 마법사가 하는 거고 기우제는 마법사가 아닌 자들이 하는 거죠. 마법사라면 누구나 기후마법을 쓸 수 있지만 누구도 원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장담할 수 없어요.”

“어려운 마법이라고 들었네만 보통 상황이 악화되는 걸 우려하지 않소?”

“당연히 이상기후가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해야지요. 마치 기우제를 지내서 홍수가 생길 걸 걱정하듯이 말이예요.”


그녀의 말에 아랑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알겠소.”

“순간적으로 눈폭풍을 만들어 내는 블리자드 같은 마법과 기후마법은 좀 다른 거 알고 계시죠?”

“서로 다르오?”

“입김을 한 번 세게 부는 거랑 하루, 혹은 몇 날 며칠 동안 부는 것의 차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편할 거예요.”

“확실하게 이해했소.”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유니코스가 몸을 웅크리며 말했다.


“그러니까 에르는 이 상황을 타파하지 못한다는 거지?”

“네. 죄송해요. 유니 님.”

“괜찮아. 파이어리 서펜츠!”


유니코스의 외침에 불뱀이 하나 소환되어 그의 몸을 감쌌다.


“이제 좀 살겠네···”

“유, 유니코스 님, 저희도 좀 부탁해도 되겠습니까?”

“아, 그게 내가 신체변형마법만 열심히 공부했더니 다른 건 좀 못해. 하나가 최대 소환 개수야.”

“그럼 옆에 좀 붙어도 될까요?”

“물론이지.”


유니코스를 중심으로 인원들이 모이기 시작하자 아랑은 어깨를 으슥해 보였다.


“내가 길을 열 테니 잘 따라오게.”

“알겠어.”


기상은 점점 더 악화돼 결국 눈보라가 휘날리기 시작했다. 이를 힘겹게 뚫고 나가자 경비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정지! 누구냐!”

“모험가요!”

“사람이다! 발사 금지!”


그들에게 몰려온 경비들은 두꺼운 담요를 들고 인원들을 둘러싸 눈보라로부터 보호했다. 성안으로 들어가자 경비들은 혀를 내둘렀다.


“어떻게 저걸 뚫고 들어올 생각을 하셨을까?”

“갑자기 날씨가 저렇게 되더구려.”

“이런··· 하마터면 큰 일 치를 뻔 했소. 이렇게 어린 아이도 있는데 말이오.”


경비들의 접근에 불뱀을 코트안에 숨긴 유니코스는 곧 소환을 해지했다.


“도움에 감사하오. 나는 용병이고 저쪽은 푸른 탑의 마법사와 근위기사요.”


신분패를 확인한 경비는 패를 그들에게 돌려주었다. 아직 숨을 고르고 있는 일행들의 모습에 아랑은 일단 그들을 여관으로 옮겼다.


“몸을 따뜻하게 하고 좀 쉬고 있게.”

“감사합니다. 스미스 님.”

“나는 이 망할 날씨와 드레이크에 대해서 좀 알아보겠네.”


1층으로 내려간 아랑은 술과 음식을 사주며 사람들에게 말을 붙였다.


“이곳 날씨가 원래 이렇게 지랄 맞소?”

“경비대가 시끄럽더니 댁들이 눈폭풍에서 살아남은 자들이오?”

“그렇소.”

“대단하구만. 여기 화제의 인물이 나타났다!”


사람들이 몰려들자 아랑은 어깨를 으슥해 보였다.


“열렬한 환대에 몸 둘 바를 모르겠구려.”

“고생했으니 내가 한 잔 사지.”

“감사히 마시겠소.”


독한 위스키를 단번에 들이 킨 아랑은 만족스럽게 숨을 내뱉었다.


“후아, 좋은데?”

“이 양반 술 좀 마실 줄 아네!”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리자 아랑은 다시 한 번 변덕스러운 날씨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그들은 자신이 들었던 이야기를 말하기 시작했다.


“원래 이 정도는 아니었네.”

“듣기로는 산에서 뭔가 발견됐다고 들었어.”

“드레이크와 함께 저주받은 물건이 나타난 건 아닌지 걱정스럽네.”


드레이크라는 말에 아랑은 화제를 돌렸다.


“흐음, 드레이크라? 드레이크가 아직도 이 근방에 있소?”

“저번에 마을을 공격한 뒤 지금까지 잠잠하니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소.”

“그 흉악한 놈이 노스웨버 산맥을 자기 영역으로 삼고 그 근방을 떠돌고 있지 않겠는가?”

“놈의 영역으로만 가지 않으면 한동안은 잠잠할 것 같기도 하고···”


사람들의 말을 정리하며 아랑은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혹시 소드 마스터가 은거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은 적 있소?”

“소드 마스터가 이 근방에 있다면 드레이크를 토벌하기 위해 성을 찾아왔지 않겠소?”

“소드 마스터가 모두 정의로운 사람이라는 법이 있나? 괜한 일에 휩쓸리기 싫어서 자리를 피했을 수도 있지.”


아랑이 알고 있는 헤럴드라면 이런 일을 모른 척할 거 같진 않았다. 이에 그는 헤럴드가 좀 더 먼 곳에 있을 거라 추측했다.


대충 원하는 정보를 들은 아랑은 마을을 둘러보며 상황을 주시했다. 토벌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방어에 치중하고 있는 병사들의 모습을 보며 아랑은 거리를 걸었다.


‘무리하게 토벌을 진행하지 않은 덕분에 상황이 그리 나쁘진 않군.’


거리를 돌아본 아랑은 여관으로 돌아와 인원들을 살폈다. 기력을 회복한 그들의 모습에 아랑은 자신이 보고 들은 걸 그들에게 말해주었다.


“다행히 최악의 상황은 피한 것 같네요.”

“그래도 이 정도 병력으로 토벌을 시도하는 건 굉장히 위험해 보입니다. 왕국의 지원이 올 때가지 버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 역시 같은 생각이에요. 유니 님은 어떤 가요?”

“나도 전투는 자신이 없어서 피하고 싶어···”


유니코스의 대답에 일행들의 눈은 아직 의견을 내지 않은 아랑에게 향했다.


“무리하게 일을 진행한다면 애꿎은 희생자가 속출할 테니 일단 기다리는 게 맞는 것 같네.”

“네. 이게 상식적인 행동이죠.”


가시가 돋친 에르멜라의 말에 아랑은 헛기침을 했다.


“내가 언제 막무가내로 행동했다고 그러는 건가?”

“고집이 좀 쌔야지요. 어쨌든 저희는 당분간 성에 머무르는 걸로 하는 거죠?”

“그렇게 하세. 그리고 자네들이 몸을 추스른 뒤 영주를 만나 신분을 밝히고 이 일에 좀 더 깊게 관여하도록 하는 게 좋을 것 같네.”

“알겠어요.”


대답을 마친 에르멜라는 카르마를 보며 입을 열었다.


“카르마 경, 혹시 웨버 백작님을 아시나요?”

“젊은 시절에 제로 브레이커에 들었던 적이 있다는 것 정도만 알 뿐입니다.”

“마침 카르마 경이 백작님의 후배이니 일이 잘 풀릴 것 같네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덤덤한 카르마의 말에 유니코스가 그의 등짝을 후려쳤다.


짝!


“그런 말은 당당하게 허리를 펴면서 자신 있게 해야 여자들이 좋아한단 말이야!”

“무, 무슨 말씀이십니까?”

“에르 앞에서 소극적인 모습 보이지 말라고.”


그 말에 에르멜라의 얼굴이 붉어졌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여기서 어울리는 한 쌍은 너희 뿐이잖아?”

“뜬금없이 엮으면 어떻게 해요!”


에르멜라가 소리치자 유니코스는 낮게 웃으며 말했다.


“흐흐흐, 커플링은 소녀의 본능이라고.”

“나도 자네들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네.”

“스미스 님까지 정말!”

“원래 나이든 사람은 젊은 이들 엮어주는 걸 낙으로 삼고 산다네.”

“몇 살이나 먹었다고 그런 말을 해요!”


그녀의 물음에 아랑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못해도 자네들 두사람의 합보다는 많이 먹었을 걸세.”

“거짓말 치지 마요! 스미스 님이 회춘한 그랜드 마스터라도 돼요?”


에르멜라의 외침을 무시한 채 아랑은 입을 열었다.


“자자, 백작 양반의 후배인 카 소협이 있으니 높으신 양반을 만나는 건 걱정하지 말고 오늘은 이쯤에서 해산합시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아랑을 보며 에르멜라가 소리쳤다.


“이대로 가는 게 어디 있어요!”

“내일을 위해 힘을 아껴두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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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평화에는 대가가 따른다 24.08.30 7 0 12쪽
30 드레이크 (4) 24.08.29 10 0 12쪽
29 드레이크 (3) 24.08.28 14 0 12쪽
28 드레이크 (2) 24.08.25 18 0 11쪽
27 드레이크 (1) 24.08.24 15 0 12쪽
26 전운 24.08.23 13 0 13쪽
25 웨버 백작 24.08.22 15 0 13쪽
» 웨버 성으로 24.08.21 22 0 12쪽
23 기사단 24.08.20 23 0 12쪽
22 정보 24.08.18 26 0 12쪽
21 그날의 기억 24.08.17 28 0 13쪽
20 부패 24.08.15 27 0 12쪽
19 도적의 여왕 24.08.14 28 0 13쪽
18 북새통 24.08.13 31 0 12쪽
17 신뢰와 상처 24.08.12 30 0 15쪽
16 도움 24.08.11 34 0 12쪽
15 현자를 찾아서 24.08.10 36 0 15쪽
14 푸른 탑 (3) 24.08.09 37 0 14쪽
13 푸른 탑 (2) 24.08.08 39 0 14쪽
12 푸른 탑 (1) 24.08.07 49 0 13쪽
11 남의 대륙 후기지수 양성 24.08.06 47 0 12쪽
10 여정의 시작 24.08.05 52 0 12쪽
9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는 법 24.08.04 59 0 13쪽
8 잠자는 호랑이의 코털을 뽑다 24.08.03 67 1 12쪽
7 무위를 드러내다 24.08.02 75 1 16쪽
6 가문의 위기 24.08.01 75 1 11쪽
5 함정 24.07.31 71 1 13쪽
4 조금 치는 루키와 썩은 물 24.07.30 95 1 13쪽
3 싸움구경 24.07.29 128 0 13쪽
2 웅크리다 24.07.29 176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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