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이름없는 무사로 살겠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서강림
작품등록일 :
2024.07.29 20:14
최근연재일 :
2024.08.30 18:20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1,698
추천수 :
9
글자수 :
179,874

작성
24.08.28 20:28
조회
13
추천
0
글자
12쪽

드레이크 (3)

DUMMY

불이 붙은 나무 윗동들이 떨어지자 성벽에서는 한바탕 난리가 났다.


“으아아악!”


폭격을 피하지 못한 병사들이 비명을 질렀고 몸이 멀쩡한 병사들은 불을 끄기 위해 달려 다녔다.


콰직!


발리스타에도 불덩이가 떨어졌지만 에르멜라가 지키고 있는 덕분에 무사할 수 있었다.


“다들 괜찮소?”

“모두 무사해요!”

“놈이 저런 식으로 머리를 쓸 줄이야···”

“생각보다 더 까다로운 놈이군요.”


드레이크의 행동에 혀를 내두르는 동료들의 모습에 아랑은 하늘을 올려보았다.


“다행히 혼란을 틈타 마을을 공격하는 대신 추가 폭격을 위해 물러난 것 같네.”

“이런 식의 공습이 반복되며 답이 없어요. 무슨 방법이 있을까요?”


에르멜라의 말에 카르마가 골머리를 앓는지 인상을 썼다.


“녀석이 발리스타의 발사각 한계를 아는지 발리스타 머리위로 활공하고 있습니다. 이러면 거리가 좁혀졌을 때 하나의 발리스타는 사용할 수 없으니 여간 곤란하게 아닙니다.”

“그렇다고 멀리서 쏘면 녀석이 손쉽게 피해버리지 않나.”

“놈은 장전시간이 있다는 것도 파악하고 있으니 섣불리 발사했다가 피해를 주지 못한다면 멋대로 날뛰기 시작할 거예요.”

“그게 최악의 결과겠군요.”


그 때 성벽에서 몬스터의 괴성과 인간의 함성소리가 들려왔다.


“교전이 한참이군. 위에서는 불덩이가 정면에서는 몬스터가 몰려오니 난리통이 따로 없구먼.”

“뭔가 방법이 필요해요. 놈이 생각을 바꿔 성벽에 돌을 떨어뜨리기 시작하면 성벽이 무너질 수도 있어요.”

“성벽이 뚫리면 답이 없습니다.”

“다행히 마을도 성벽도 아닌 발리스타만 집중적으로 노리고 있어서 버티고 있긴 합니다만··· 녀석의 생각을 알 수 있어야지요.”

“머리가 좋다 한들 놈은 결국 몬스터가 아니겠는가? 우선 자신의 위협하는 대상을 먼저 공략하는 거겠지. 발리스타를 지키면 시간을 벌 수 있을 걸세.”


아랑의 말에 카르마는 고개를 저었다.


“시간은 우리편이 아닐세.”

“그럼 무슨 방법이 있는가?”


카르마가 입을 다물자 눈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매서운 눈폭풍은 불을 꺼뜨리고 모든 온기를 가진 생명체를 웅크리게 만들었다.


“젠장! 얼음과 불의 노래가 따로 없군!”

“일단 모여!”


유니코스의 말에 일행들은 그를 중심으로 모여들었다.


“파이어리 서펜츠!”


불뱀이 그들을 감싸자 눈폭풍의 추위는 더 이상 그들에게 닿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유니코스 님.”

“이 정도로 뭘!”

“유니 님 덕분에 살았어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는 유니코스를 보며 아랑은 고개를 저었다.


“병사들은 괜찮나 봐야겠네.”

“내가 좀 도와 줄게!”

“그냥 거기 계시오. 상태가 좋지 않은 자를 끌고 올 테니 좀 돌봐 주기나 하시오.”


눈 폭풍 속으로 들어간 아랑은 방향을 잃고 홀로 웅크리고 있는 병사들을 모아 한돼 뭉치게 했다.


“혼자 있으면 죽네. 따라오게.”


병사들을 인솔한 뒤 그는 상태가 좋지 않은 이들을 끌고 와 불뱀 곁에 뉘였다.


“유니 님, 저희는 살만하니까 이분들을 먼저 챙겨주세요.”

“알겠어.”


유니코스는 그사이 눈발이 몸과 옷에 얼어붙어 떨고 있는 병사들을 불뱀으로 감싸주었다. 그러자 얼음이 녹으며 그들의 표정이 편안해졌다.


잠시 병사들에게 시선을 준 아랑은 곧 다시 하늘을 올려보았다. 또 나무 윗동을 한아름 가져오는 드레이크의 모습에 그는 눈매를 가늘게 떴다.


“오는 군.”

“이 눈폭풍을 뚫고 온다고요?”

“여기만 몰아치지 놈이 있는 곧은 괜찮은 것 같소.”

“산을 넘은 것도 아니고 여기서 저기까지 얼마나 차이가 난다고 기후가 다르다니요?”

“그러니 이건 자연현상이 아니라는 뜻이지.”

“도대체 여기에 뭐가 있는 건지···”


얼굴을 구기는 에르멜라를 보며 아랑은 죽립을 매만졌다.


“놈은 이런 눈폭풍을 뚫고 올 수 없는 거요?”

“날개가 피막으로 되어 있긴 하지만 어느정도 버틸 수는 있을 거예요.”

“그래도 가장 약한 부위인 건 변함이 없는 거군.”

“네. 놈이 계속 접근하고 있나요.”


그녀의 물음에 아랑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

“그러면 이 정도는 버틸 수 있나 보네요.”


그녀의 말을 들은 뒤 아랑은 주변을 살폈다. 갑작스러운 눈폭풍에 병사들뿐만 아니라 몬스터들도 교전을 멈추고 제 살길을 찾기 바빴다. 다만 놈들은 드레이크가 두려워 도망치지 못하고 성벽 밑에 웅크리고 있었다.


전황을 파악한 아랑은 카르마를 보며 입을 열었다.


“카 소협, 움직일 수 있겠나?”

“물론이네.”

“내가 신호하면 2번 발리스타로 가서 사격을 해주게.”

“알겠네.”

“에르멜라 소저, 병사들을 부탁하오.”

“네. 스미스 님.”

“카 소협에게 도움이 될 만한 걸 줄 수 있소?”

“갑옷에 화속성 인첸트를 걸어 드릴 게요. 못해도 10분은 갈 거예요.”

“좋소. 그럼 노인장, 나와 함께 1번 발리스타로 갑시다.”

“나는 왜?”

“이번 일에 가장 중요한 게 노인장이요.”

“뭘 할 건지 설명 좀 해줘.”


유니코스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자신을 올려보자 아랑은 그의 뒷덜미를 낚아챘다.


“야!”

“시간이 없으니 가면서 설명하겠소. 카 소협, 자리를 잡고 대기하게.”

“알겠네.”


발리스타에 도착한 아랑은 발리스타를 밀어 드레이크를 조준하기 시작했다. 몰아치는 눈폭풍에 유니코스는 눈살을 찌푸렸지만 꼿꼿이 선채 입을 열었다.


“어쩌려고?”

“불뱀을 조금 멀리 소환할 수도 있소?”

“얼마나 멀리?”


그의 물음에 아랑은 드레이크를 가리켰다.


“미쳤어?”

“가능하오?”

“조금 더 가까워지면 가능은 할 것 같은데··· 이 녀석은 죽었다 깨어나도 드레이크를 못 이겨.”

“이길 필요는 없소. 그냥 조금 따뜻하게 만들어 주면 되오.”

“잠시 감싸고 있는 정도라면 버틸 수 있을 거야. 하지만 그걸로 어쩌게?”


유니코스의 물음에 아랑은 발리스타를 잡으며 말했다.


“아무리 추위에 강해도 표면이 젖은 상태로 얼어버린다면 순간 날개를 움직이지 못하지 않겠소?”


그 말에 유니코스의 눈이 커졌다.


“아! 이 녀석으로 눈을 녹인 뒤 소환을 해지해 드레이크의 날개에 맺힌 물을 얼리려는 거구나!”

“그 정도로 놈을 완전히 얼리진 못하겠지만 이전처럼 회피기동을 하진 못하겠지.”

“그 사이 발리스타로 놈의 날개를 꿰뚫고!”


흥분한 유니코스를 보며 아랑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하겠소?”

“할 수 있어!”


기합이 잔뜩 들어간 그를 보며 아랑은 고개를 끄덕였다.


“소환이 가능한 거리가 나오면 즉시 놈의 몸을 불뱀으로 감싸시오.”

“알겠어.”


한기가 뼛속까지 스며들고 흩날리는 눈발이 시야를 가렸음에도 두 사람은 드레이크에게서 눈을 때지 않았다. 드레이크가 점점 가까워지자 유니코스가 힘 것 영창했다.


“파이어리 서펜츠!”


영창과 함께 드레이크의 등 위에서 소환된 불뱀이 녀석을 옳아 맸다.


크와아아아!


그러자 녀석은 나무 윗동을 던진 채 포효하며 불뱀을 떨어뜨리기 위해 발버둥치기 시작했다.


“저러다 강제로 역소환 되겠어!”

“아직 놈이 충분히 젖지 않았소. 조금만 더 버티시오.”

“으으, 제발 조금만 더 버텨줘···”


유니코스의 마음이 전달됐는지 불뱀은 드레이크의 몸에 단단히 들러붙은 채 흩날리는 눈발을 녹이고 있었다. 드레이크의 날개에 이슬이 맺히기 시작하자 아랑은 검을 만지작거렸다.


‘눈발이 약해진다.’


눈이 이전만큼 오지 않자 드레이크의 날개가 젖는 속도도 늦어졌다. 드레이크가 불뱀을 찢어버릴 것처럼 난동을 부리자 유니코스가 다급히 외쳤다.


“더는 안 돼!”

“소환을 해지 하시오.”


약간 부족해 보이는 면이 있었지만 아랑은 유니코스의 말을 따랐다.


“소환해제!”


유니코스가 소환을 해제하자 불뱀이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눈폭풍도 칼로 잰 것 마냥 멈춰버렸다.


“이 무슨···”


눈폭풍에 의해 날개가 얼어붙은 드레이크의 움직임을 순간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 아랑이었지만 예상치 못한 사태에 멍하니 하늘을 보았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거머리 같은 불뱀이 떨어지자 드레이크는 고개를 몇 번 세차게 흔든 뒤 성벽을 향해 날갯짓을 하기 시작했다.


“이제 어떡해?”

“힘이 빠졌을 텐데 달려드는 걸 보니 약이 바짝 오른 모양이오. 잘하면 맞출 수 있을지도 모르지.”

“못 맞추면 우리 다 죽어!”

“최선을 다 해보리다.”


아랑이 발리스타를 발사하려는 순간 등 뒤에서 푸르스름한 빛이 일기 시작했다.


“블리자드!”


영창과 함께 4개의 마법진이 밤하늘을 수놓자 드레이크의 주변에서 눈폭풍이 일기 시작했다.


“커헉!”

“에르!”


에르멜라가 쓰러지자 유니코스와 아랑이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가슴을 움켜쥔 채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에르멜라는 아랑을 보며 외쳤다.


“스미스 님!”

“··· 젠장.”


그녀의 외침에 아랑은 다시 드레이크의 날개를 조준했다. 날개에 맺혔던 이슬이 투명하게 얼어붙어 푸른 마법진을 반사하자 드레이크의 날개가 밤하늘의 은하수처럼 신비로운 빛을 머금었다.


“지금이네!”


아랑의 외침과 함께 두 개의 강철볼트가 드레이크를 향해 날아들었다.


쐐에에에엑!


공기를 가르는 매서운 기세에 드레이크는 방향을 바꾸어 볼트를 피하려 했다. 하지만 얼어붙은 날개는 순간적으로 놈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크아아아!


놈이 포효하자 날개에 들러붙은 얼음이 깨져 나갔다. 그와 동시에 두개의 강철볼트의 놈의 양날개를 꿰뚫었다.


키야야야아아!


고통에 찬 비명이 울려 퍼지자 사람들은 귀를 막고 몸을 웅크렸다. 오직 아랑만이 바닥으로 추락하는 녀석에게서 시선을 때지 않은 채 놈을 주시했다.

쿵!


놈이 떨어지자 아랑은 우선 에르멜라를 살폈다.


“괜찮소?”

“저, 저는 괜찮아요. 이제 어쩌실 셈이죠?”

“어쩌긴 어째. 놈을 잡아야지.”

“어떻게요?”


물음과 함께 에르멜라가 기침을 하며 고통스러워하자 아랑은 그녀를 바닥에 뉘였다.


“소저는 제 역할을 다 했으니 그 이상은 생각하지 말고 그만 쉬시오.”

“아무리 땅에 떨어졌다 해도 놈은 드레이크에요. 여기 있는 병력이 전부 달려들어도 잡기 힘들 텐데 저까지 누워있을 순 없어요.”


에르멜라가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유니코스는 울 것만 같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에르···”


유니코스의 눈을 본 에르멜라는 아무 말없이 그와 시선을 교환했다. 두 사람의 암묵적 합의가 끝나자 에르멜라는 자리에 누웠다.


“그럼 좀 쉴 게요. 뒷일을 부탁해요.”

“걱정 말게.”

“에르, 이거 좀 안고 있어.”


유니코스가 불뱀을 소환해주자 에르멜라는 그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조심하셔요.”

“응.”


두 사람이 인사를 나누는 사이 아랑은 성벽 난간을 향해 걸어갔다.


“카 소협! 가세!”

“알겠네.”


난간에 선 두 사람은 망설임 없이 성벽아래로 뛰어내렸다.


“나도 같이 가!”


뒤따라온 유니코스를 보며 아랑이 물었다.


“노인장, 우는 거요?”

“응. 에르가 힘들어 하잖아.”

“소저는 강하니 괜찮을 거요.”

“나도 그랬으면 좋겠어.”

“에르멜라 양에게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무리를 했는지 쓰러졌네.”

“괜찮아야 할 텐데···”

“벨 할멈이 준 포션이 잔뜩 있으니 어지간한 병원보다 나을 걸세. 우리는 앞에 있는 놈에게 집중하도록 하지.”

“알겠네.”


드레이크의 앞에 선 아랑은 천천히 검을 뽑아 들었다. 그 스산한 예기에 놈은 살기를 내뿜으며 그들을 노려보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차라리 이름없는 무사로 살겠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1 평화에는 대가가 따른다 24.08.30 7 0 12쪽
30 드레이크 (4) 24.08.29 10 0 12쪽
» 드레이크 (3) 24.08.28 14 0 12쪽
28 드레이크 (2) 24.08.25 18 0 11쪽
27 드레이크 (1) 24.08.24 15 0 12쪽
26 전운 24.08.23 13 0 13쪽
25 웨버 백작 24.08.22 15 0 13쪽
24 웨버 성으로 24.08.21 21 0 12쪽
23 기사단 24.08.20 23 0 12쪽
22 정보 24.08.18 26 0 12쪽
21 그날의 기억 24.08.17 28 0 13쪽
20 부패 24.08.15 26 0 12쪽
19 도적의 여왕 24.08.14 28 0 13쪽
18 북새통 24.08.13 31 0 12쪽
17 신뢰와 상처 24.08.12 30 0 15쪽
16 도움 24.08.11 34 0 12쪽
15 현자를 찾아서 24.08.10 36 0 15쪽
14 푸른 탑 (3) 24.08.09 37 0 14쪽
13 푸른 탑 (2) 24.08.08 39 0 14쪽
12 푸른 탑 (1) 24.08.07 49 0 13쪽
11 남의 대륙 후기지수 양성 24.08.06 47 0 12쪽
10 여정의 시작 24.08.05 52 0 12쪽
9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는 법 24.08.04 59 0 13쪽
8 잠자는 호랑이의 코털을 뽑다 24.08.03 67 1 12쪽
7 무위를 드러내다 24.08.02 75 1 16쪽
6 가문의 위기 24.08.01 75 1 11쪽
5 함정 24.07.31 71 1 13쪽
4 조금 치는 루키와 썩은 물 24.07.30 95 1 13쪽
3 싸움구경 24.07.29 127 0 13쪽
2 웅크리다 24.07.29 176 2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