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이름없는 무사로 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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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림
작품등록일 :
2024.07.29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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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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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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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아랑의 말에 벨은 유니코스를 끌어 안았다.


“저 아저씨 누구야? 무서워···”

“나도 저 아저씨 싫어.”


서로를 껴안으며 아랑을 향해 인상을 쓰는 벨과 유니코스의 모습에 아랑은 기가 찼다.


“허, 둘이 뭐하는 거요? 여기가 고아원이 아니라 경로당인가?”

“아저씨, 저리 가세요. 도와주세요!”


벨이 카르마와 에르멜라를 향해 외쳤지만 그들은 그저 아랑을 바라볼 뿐이었다.


“거참, 할망구 끝까지 발뺌은···”


벨의 앞에서 쭈그려 앉은 아랑은 검으로 죽립을 밀어 올렸다.


“나요. 벨 할멈.”

“너··· 너!”


벨의 반응에 유니코스가 입을 열었다.


“누구야? 아는 사람이야?”

“벨 할멈. 내가 도움이 좀 필요해. 아, 그리고 할멈이 껴안고 있는 노괴마물은 나이가 일백이 넘은 남자 엘프요.”

“뭐라고?”


클라리벨의 눈이 커지자 아랑은 유니코스를 향해 말했다.


“노인장이 안고 있는 양반은 약물 부작용으로 어린아이가 된 할망구요.”

“뭐어어?”


눈이 마주친 두 사람은 즉시 서로에게서 떨어졌다. 그리고 동시에 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우웨에에엑!”

“둘이 나이대도 딱 맞고 좋구만 왜들 저런 담?”

“사내자식이 왜 여장을 하고 소녀에게 접근하는 거냐?”

“너야 말로 다 늙어서 뭐하는 짓이야? 그리고 소녀? 네가 어디를 봐서 소녀라는 거야!”

“얼씨구? 좋다고 둘이 껴안고 놀더만 뭐하는 거야?”


아랑의 말에 두사람이 동시에 그를 노려보았다.


“너는 좀 닥쳐!”

“죽이 척척 맞는 게 궁합도 좋네. 여장 노괴마물과 소녀 행세를 하는 할망구라? 둘이 아주 한 폭의 그림 같아.”

“시끄러! 내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놀다니! 네놈은 정령의 저주를 받을 것이야!”

“페도 변태 엘프! 네놈은 왕국의 형벌에 따라 교수대에 올라야 할 것이다!”

“솔직히 할망구 손 좀 잡았다고 교수형은 좀···”

“넌 좀 닥치라고!”


열을 내는 클라리벨을 보며 유니코스는 자신의 양손을 번갈아 보았다.


“이, 이 손으로 저 할망구의 손을 붙잡았어··· 우웨에에엑!”


구역질을 하는 유니코스를 보며 아랑은 가슴을 펴며 외쳤다.


“키야! 속이 다 시원하구나!”


구역질을 멈춘 채 몸을 떨고 있는 유니코스에게 다가간 아랑은 그의 귓가에 손을 대고 말했다.


“저 할망구가 남자 관계도 복잡했지. 숨겨둔 자식도 여럿 있을 걸?”

“으아아아악!”


발작을 하기 시작한 유니코스의 모습에 아랑은 웃음을 터뜨렸다.


“이놈아! 난 자식은 없단 말이다!”

“그, 그럼 처녀가 아니란 말인가?”

“백 살 먹은 할망구 한테 뭘 바라는데?”


그 말에 유니코스는 구역질과 발작을 다시 시작하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차, 차라리 죽여줘···”


엘프의 순수한 슬픔에 아랑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그에게 동정심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 그래도 몸이 이렇게 된 이후로는 사내를 가까이 한 적이 없다.”

“너는 그냥 좀 닥쳐···”

“그, 그러마···”


울고 있는 유니코스를 뒤로 한 채 아랑은 클라리벨에게 다가갔다.


“벨 할멈. 내가 왜 찾아왔는지 알고 있지?”

“그래. 마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구나.”


그 말에 카르마와 에르멜라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정말··· 현자 클라리벨 님이신가요?”

“아닌데?”

“네?”

“그런 사람이 아니야.”


그 대답을 끝으로 그녀는 아랑에게 시선을 돌렸다.


“둘이서 얘기하지.”

“편한대로.”


클라리벨은 아랑의 팔뚝에 손을 얹은 채 스크롤을 한 장 꺼냈다. 그러자 스크롤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이내 클라리벨과 아랑의 모습이 사라졌다.


콰아아아.


한적한 숲속 오두막에 도착한 두 사람은 오두막을 향해 걸었다. 클라리벨이 문에 손을 대자 오두막을 감싸고 있던 마법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방비를 철저히 해두었구려. 준비해 둔 게 있나 보오?”

“아직 완성품이 아니야. 재료가 좀 더 필요해.”


그녀가 문을 열자 아랑은 그녀의 뒤를 따라 오두막으로 들어갔다. 작고 볼품없던 외부의 모습과 달리 넓은 내부는 다양한 마도구들로 채워져 있었다.


“이쪽이야.”

“기념품으로 몇 개만 주면 안 되겠소?”

“고향에 가기 전에 시장에서 몇 개 사면 되잖아.”

“할멈의 물건이랑 그게 같나?”

“투정부리지 말고 얼른 따라와.”


방문을 열자 붉은색과 푸른색이 오묘하게 섞여 있는 액체가 가득 들어있는 플라스크가 아랑의 눈에 들어왔다.


“이거요?”

“어, 엘릭서를 제조하고 있어.”

“엘릭서라면···”


기억을 더듬던 아랑은 이내 눈을 뜨며 기억을 떠올렸다.


“아! 할멈이 항상 말하던 궁극의 비약이 아니오?”

“그래, 내 인생의 목표지. 젊음의 비약은 어쩌다 보니 얻었지만 몸을 복원하는 약은 아직 만들지 못 했어.”

“복원이라?”


그 말에 클라리벨은 눈을 감았다.


“단순히 상처가 낫는 것이 아닌 결손 된 부위를 다시 나게 해 다치고 병들기 전의 완벽한 몸상태로 만드는 궁극의 치료제. 일찍이 나는 그것을 만드는 걸 인생의 목표로 세웠었지.”

“사제들도 잘린 팔은 붙일 순 있지만 잃어버린 팔을 나게 할 순 없으니 과연 궁극의 치료제라 할 수 있겠구려.”

“그래. 수천번의 실패 끝에 여기까지 왔어. 이제 정말 끝이 보이는데 재료를 구할 수 없어.”

“뭐가 필요하오?”

“말하면 알고?”

“당연히 삽화가 들어간 의뢰서를 줘야 찾아올 거 아니오?”


아랑의 말에 그녀는 미소 지었다.


“그래, 아주 당당한 게 너 답구나.”


책상을 뒤지던 클라리벨은 종이 몇 장을 꺼내 그에게 건넸다.


“옛다. 이것들을 구해주면 된다.”

“대부분 모르는 약재구먼··· 젊음의 샘물 같은 건 진짜 있긴 한 거요?”


그의 물음에 클라리벨은 눈썹을 치켜 올렸다.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던 아랑은 고개를 저었다.


“한 번 찾아 보리다.”

“그래, 재료들 중에는 외부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있으니 이걸 가져가거라.”


클라리벨이 팔찌를 건네자 아랑은 질색하며 입을 열었다.


“기생오라비도 아니고 팔찌가 뭐요?”

“이건 아공간 주머니다. 인벤토리라고 하지. 팔찌에 착용하고 공간을 열고자 하면···”


그 말과 함께 클라리벨의 곁에 작은 공간이 열렸다.


“이곳에 물건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지.”

“오호라. 나중에 기념품 챙겨갈 때 유용할 것 같소.”

“크크, 네게 아티팩트 하나 못해 준 게 마음에 걸렸는데 잘 됐네. 마음에 든다면 가져.”

“주려고 한 게 아니었소?”

“그건 아티팩트 중 내 인생역작이라 부를 수 있을 법한 물건이야.”

“그럼 감사히 쓰겠소.”


그 말에 아랑은 거리낌 없이 팔찌를 받아 손목에 찼다.


“기생오라비 어쩌구 하던 놈이, 킥킥.”

“벨 할멈 인생 역작이라면 얘기가 다르지.”


그와 함께 아랑은 공간을 열어 재료 리스트를 그 안에 넣었다.


“꺼낼 때는 어떻게 하는 거요?”

“원하는 물건을 떠올리면 스스로 나올 거야.”

“그럼 안에 있는 물건을 전부 기억해야 하는 거요?”


아랑의 말에 클라리벨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탄식을 내뱉었다.


“허, 당연히 기억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 말에 아랑은 눈을 껌뻑였다.


“이거 좀 문제가 있는 것 같소.”

“에휴, 이놈아. 그럼 목록 리스트를 작성해 그것의 존재만 기억하고 있으면 문제없이 내용물을 찾을 수 있을 거 아니냐?”

“오, 역시 천재 연금술사 양반!”

“하여간 검든 놈들이란···”


혀를 차던 클라리벨은 아랑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


“이제 가자. 이놈아.”

“그럼 갑시다.”


고아원으로 돌아가자 일행들이 어색하게 그들을 맞이했다. 특히 유니코스는 클라리벨에게 시선도 주지 않은 채 구석에 앉아 있었다. 그 모습에 아랑이 한마디 쏘아 붙였다.


“거참, 노인네 성격 하고는.”

“노인 아니라고! 인간으로 치면 이제 막 스물 남짓이라고!”

“어쨌든 페도라는 건 변하지 않는구려.”

“나는 소녀들에게 그런 마음을 먹은 적 없어!”

“성인 여자의 손이 닿으면 발작하는 걸로 보아 심각한 문제가 있어 보이는구려.”

“나는 그저 더 없이 순수한 존재일 뿐이야···”


아직도 정신적으로 힘들어 보이는 유니코스를 내버려둔 채 아랑은 카르마와 에르멜라에게 시선을 주었다.


“카 소협과 에르멜라 소저는 괜찮소?”

“네, 별 문제없습니다만··· 저분이 정말 현자 클라리벨 님이신가요?”


에르멜라의 물음에 아랑은 클라리벨에게 시선을 주었다.


“아니, 난 그런 사람 아니야. 난 10살 벨이라고.”

“그렇다고 하는구려.”


그 말에 유니코스가 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우웨에에엑!”

“적당히 해!”


잠시 소란이 인 뒤 고아원 원장이 그들을 향해 다가왔다.


“형제자매님들. 괜찮다면 오늘은 이곳에서 묵고 가시지요.”

“그런 민폐를 끼칠 수는 없습니다.”

“형제님 같은 훌륭한 기사와 그 파티가 이곳에 머문다면 더 없이 큰 영광일 겁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럼 이부자리를 준비해 두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원장은 자리에서 물러나며 아랑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 모습에 아랑은 클라리벨에게 전음을 날렸다.


-저자가 할멈의 정체를 아나?


이에 클라리벨은 텔레파시를 통해 답했다.


-어. 수도교회의 주교였던 사람이야.

-나에 대해 알고 있다면 내 얼굴을 확인하지 못했더라도 할멈을 찾아온 동대륙의 무사라는 단서만으로 내 정체를 추측할 수도 있겠어.

-그럴 가능성이 있지. 네가 돋보이는 걸 싫어한다는 사실은 어지간한 고위직 인사라면 전부 알고 있는 사실이야. 그러니 눈치 것 행동하는 거겠지.

-나와 얘기를 하고 싶어하는 것 같은 눈치던데?

-그럼 오늘 밤에 고해성사를 해봐.


그 말에 아랑은 인상을 쓰며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가 잠든 새벽 아랑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고아원 안쪽에 있는 참회실에 들어섰다.


“나를 부르던 눈치던데···”

“역시 눈치채셨군요.”

“내가 누군지 알고 부른 거요?”

“그 아이를 찾아온 동대륙의 무사라면 짐작가는 인물이 있지요.”


매우 조심스러운 그의 태도에 아랑은 작게 웃었다.


“나를 불러낸 배포는 어디로 가고 이리 소극적으로 구는거요?”

“용사 아랑소드. 그가 자신의 이름이 알려지는 걸 원치 않자 서대륙에서 그의 동대륙식 이름이 완전히 지워졌지요. 이 대륙에서 동대륙 언어로 쓰여진 ‘아랑’이라는 두 글자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은 백명도 되지 않을 겁니다.”


“이건 뭐, 마왕취급도 아이고 무슨···”

“마왕을 꺾은 게 아랑소드이지 않습니까? 당연히 더 조심해야겠지요.”

“마왕은 다른 이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길 수 없는 존재였소.”


그 말에 원장은 작게 웃었다.


“용사 아랑소드가 아니었다면 누구도 마왕을 꺾을 수 없었을 겁니다. 그의 희생과 용기는 모든 서대륙 사람들의 가슴속에 새겨져 영원히 기억될 겁니다.”


원장의 말에 아랑은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


“크흠, 낯부끄러운 소리는 그만하고. 나를 부른 이유가 뭐요?”

“용사 아랑소드에게 긴히 전할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을 꼭 그분께 전해드리겠습니까?”


끝까지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하는 그의 모습에 아랑은 한숨을 쉬었다.


“말해 보시오.”

“성녀 라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아랑이 침묵을 유지한 채 그의 말을 기다리자 원장은 말을 이었다.


“수도교회에 있던 제가 이곳으로 좌천된 이유는 성녀 라엘의 고해성사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고해성사를 남에게 말해도 되는 거요?”

“원칙적으로는 안됩니다만··· 솔직히 저는 좌천된 것에 대한 원망과 용사 아랑소드에 대한 존경심으로 이를 알리는 것입니다.”


원장의 말에 아랑은 고개를 숙였다.


“나는 라엘 소저에게 목숨을 빚졌소. 그녀에 대한 험담은 듣지 않겠소이다.”


아랑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원장이 급히 입을 열었다.


“험담이 아닙니다. 저는 사실만을 이야기할 뿐입니다.”

“필시 좋은 얘기는 아닐테지··· 그럼 듣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구려.”


아랑이 문을 열자 원장이 소리를 지르듯 그의 등을 향해 외쳤다.


“성녀 라엘은 용사님의 무위를 복원시킬 수 있음에도 그러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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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평화에는 대가가 따른다 24.08.30 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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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드레이크 (3) 24.08.28 14 0 12쪽
28 드레이크 (2) 24.08.25 19 0 11쪽
27 드레이크 (1) 24.08.24 16 0 12쪽
26 전운 24.08.23 14 0 13쪽
25 웨버 백작 24.08.22 16 0 13쪽
24 웨버 성으로 24.08.21 22 0 12쪽
23 기사단 24.08.20 24 0 12쪽
22 정보 24.08.18 27 0 12쪽
21 그날의 기억 24.08.17 29 0 13쪽
20 부패 24.08.15 27 0 12쪽
19 도적의 여왕 24.08.14 29 0 13쪽
18 북새통 24.08.13 32 0 12쪽
17 신뢰와 상처 24.08.12 31 0 15쪽
» 도움 24.08.11 35 0 12쪽
15 현자를 찾아서 24.08.10 37 0 15쪽
14 푸른 탑 (3) 24.08.09 38 0 14쪽
13 푸른 탑 (2) 24.08.08 40 0 14쪽
12 푸른 탑 (1) 24.08.07 50 0 13쪽
11 남의 대륙 후기지수 양성 24.08.06 48 0 12쪽
10 여정의 시작 24.08.05 53 0 12쪽
9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는 법 24.08.04 60 0 13쪽
8 잠자는 호랑이의 코털을 뽑다 24.08.03 68 1 12쪽
7 무위를 드러내다 24.08.02 76 1 16쪽
6 가문의 위기 24.08.01 76 1 11쪽
5 함정 24.07.31 72 1 13쪽
4 조금 치는 루키와 썩은 물 24.07.30 96 1 13쪽
3 싸움구경 24.07.29 128 0 13쪽
2 웅크리다 24.07.29 177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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