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이름없는 무사로 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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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림
작품등록일 :
2024.07.29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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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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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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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이크 (4)

DUMMY

크르르르.


웅크린 채 낮게 으르렁 거리는 드레이크의 모습은 위협적이었다.


꿀꺽.


긴장감에 카르마와 유니코스는 마른 침을 삼켰다.


“우리 셋이서 가능하겠는가?”

“겁먹으면 지는 걸세.”

“일단 따라오긴 했는데 이건 아닌 것 같아.”

“겨우 떨어뜨려 놓은 걸 이대로 보내 줄 순 없지.”


놈에게서 눈을 때지 않은 채 아랑은 녀석을 노려보았다. 드레이크 역시 그에게서 눈을 때지 않은 채 함부로 움직이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이해할 수 없는 대치상태. 누가 봐도 드레이크가 날뛰기 시작하면 세사람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게 분명해 보였지만 녀석은 숨쉬는 것 하나까지 조절하며 아랑에게서 시선을 때지 않았다.


“우리가 움직이면 즉시 불을 뿜을 걸세.”

“노인장, 카 소협에게 뭐 좀 둘러줄 수 있나?”

“도움이 될만한 소환수는 없을 것 같고··· 에르가 걸어준 인첸트의 속성을 바꿔줄 순 있어.”

“불을 피하고자 빙속성을 부여하면 눈폭풍이 불어 닥칠 경우 카 소협이 버틸 수 없을 거네.”

“그럼 마법방패를 하나 걸어 줄게. 정타는 못 막아도 스치는 건 한 번 막아줄 거야.”


유니코스는 드레이크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카르마의 등에 손을 댔다. 그러자 그의 갑옷에 있던 붉은 색 룬이 활기를 되찾고 그의 주변에 뿌연 희미한 장막이 형성되었다.


“인챈트의 지속시간을 늘리고 마법방패를 하나 부여했어.”

“감사합니다.”

“너는 어쩔 거야?”

“내 걱정은 마시오.”

“알겠어. 그럼 작전은?”

“노인장은 카 소협을 집중 지원해주시오.”

“응.”

“자네는 무리하지 말고 놈의 시선을 끄는 데 집중하게.”

“정말 그거면 되겠나?”


그의 물음에 아랑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면 되네.”


아랑이 뛰쳐나갈 준비를 하자 유니코스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진짜 갈 거야?”

“노인장은 뒤에서 지원만 하시오. 놈이 다시 날려고 하면 날개를 뚫어 버리시오.”

“으아아, 미치겠네.”


그들을 주시하고 있던 드레이크는 콧김을 내뿜기 시작했다. 대치가 끝나고 곧 결전이 시작되려던 순간, 성문이 요란스럽게 열렸다.


끼이이익!


“노스 웨버의 기사들이여! 돌격하라!”

“와아아아아!”


갑작스러운 돌격명령에 그들은 뒤를 돌아봤다.


“뭐, 뭐야?”

“백작님이 직접 나섰나 보군.”


웨버 가문의 깃발을 달고 있는 기사들이 뛰쳐나가자 카르마는 성벽 위를 주시했다. 병사들을 직접 지휘하고 있는 백작의 모습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가져온 장비를 전부 쓰시오!”

“진작에 가져왔네!”

“거참, 사람 무안하게···”


기사들이 돌진하자 드레이크는 그들을 향해 불을 내뿜었다.


크와아아아!


불길이 뻗치자 기사들은 양옆으로 갈라져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놈은 머리를 오른쪽으로 꺾어 좌익의 기사들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타 죽기 싫으면 달려라!”


꽁지에 불이 붙자 말은 미친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덕분에 첫번째 불길에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불을 내뿜은 뒤 드레이크는 날개를 펼치며 몸을 일으켰다. 놈이 앞발을 구르며 꼬리를 흔들자 백작이 소리쳤다.


“놈이 꼬리를 휘두른다! 기사단은 선회하고 궁수는 놈의 날개를 사격하라!”


백작의 지휘에 따라 나팔이 울리자 기사들이 선회하는 동시에 드레이크가 꼬리를 크게 휘둘렀다. 간발의 차이로 꼬리를 피한 기사들이 다시 놈을 향해 말머리르 돌리는 사이 줄을 매단 작살들이 놈의 날개를 꿰뚫었다.


크아아아악!


날개를 꿰뚫은 작살들은 서로 얽히고 땅에 박혀 단단하게 고정되었다. 하지만 드레이크가 한 번 몸을 크게 움직이자 모조리 뽑혀 나갔다.


크에에에엑!


덕분에 고통이 컸는지 놈이 크게 비명을 지르자 말들이 날뛰기 시작했다.


“워, 워!”


기사들이 말을 진정시키는 사이 드레이크의 입가에서 불꽃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카 소협. 가세.”

“알겠네.”


드레이크가 기사들을 향해 불을 뿜으려는 순간 놈은 다른 방향에서 달려오는 아랑의 모습을 보곤 머리를 돌렸다.


크와아아아!


거대한 화마가 덮쳐오자 두 사람은 좌우로 갈라져 달리기 시작했다. 불길이 아랑을 쫓아가자 그는 불길을 피해 달리며 조금씩 드레이크와 거리를 좁혀 나갔다.


그들이 시간을 벌어주는 사이 말들을 수습한 기사단은 다시 드레이크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움직임에 드레이크의 눈이 기사단을 향해 돌아가자 아랑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지금이다.’


몸에 호신강기를 두른 뒤 그는 납작 엎드려 땅굴을 파 화마를 피했다. 드레이크가 불길을 거둔 뒤 아랑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카르마는 입술을 깨물었다.


“젠장!”

“스, 스미스···”


아랑이 잿더미가 됐다고 생각한 그들은 감정이 격해졌지만 지금은 먼저 간 동료를 챙기는 것보다 앞에 있는 괴물을 처리하는 게 먼저였다.


크아아악!


오러가 실린 창이 드레이크를 찔러대자 녀석은 비늘에 마력을 보내 오러를 막아냈다.


“뭔 놈의 비늘이···”

“놈이 꼬리를 휘두른다!”


낮게 휘둘러지는 꼬리에 기사들은 말을 박차며 허공을 날았다.


콰과과과과!


말과 흙더미, 바위, 그리고 몇몇 기사가 드레이크의 꼬리와 함께 휩쓸려 나가자 기사들의 눈에 공포가 감돌기 시작했다.


“저, 저 괴물을 잡을 수 있을까?”

“이건 아닌 것 같아···”


뒷걸음질을 치는 기사들을 향해 드레이크가 큰 발을 들어올리자 궁수들은 미친듯이 화살을 쏘아댔다. 이에 녀석은 성벽을 향해 불길을 내뿜었다.


“으아아아악!”


불이 붙은 궁수들이 비명을 지르고 발리스타가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기사들의 투지도 재가 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화마가 덮쳐오는 순간 성벽 밑에 웅크린 사람들만 살아남아 상황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드레이크가 성벽을 공격하는 사이 놈에게 접근한 카르마는 망설임 없이 놈의 등을 향해 몸을 날렸다.


“흡!”


돌무더기를 딛고 단번에 놈의 등에 안착한 그는 검에 오러를 피워낸 뒤 망설임 없이 놈의 등에 칼을 꼽았다.


크아아아!


드레이크가 급히 마력을 운용해 비늘을 강화했지만 이미 들어간 칼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으아아아!”

“놈이 날뛴다!”


카르마를 떨어뜨리기 위해 녀석은 커다란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휘말린 기사와 말이 뭉개졌다.


“유니코스 님!”

“왜!”

“인첸트를 검에 옮겨 폭발시킬 수 있겠습니까?”

“그럼 나도 올라가야 하잖아!”

“부탁드립니다!”

“이게 부탁한다고 될 일이야!”


작정하고 날뛰는 드레이크의 등 뒤에 오르는 건 도저히 불가능해 보였다.


“더는 버티기 힘듭니다! 방법 좀 찾아주십시오!”


카르마의 말에 유니코스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으으··· 룬을 검에 딱 대고 있어!”

“알겠습니다!”


카르마가 갑주를 검에 밀착시키자 유니코스는 자신의 활을 소환했다.


“꽉 잡아!”


유니코스가 시위를 놓자 초록빛 섬광이 카르마를 향해 쏘아졌다. 섬광이 카르마의 등에 닿자 빛이 갑옷에 녹아들면서 마치 식물의 뿌리처럼 카르마의 갑옷에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절 맞추면 어떻게 합니까!”

“인첸트 옮겨 달라면서!”


뿌리처럼 퍼져 나가는 초록빛 룬은 곧 화염과 같은 붉은 룬을 감싸기 시작했다. 잠시 후 룬이 녹으며 카르마가 맞대고 있는 검에 깃들기 시작했다.


“튀어!”

“알겠습니다!”


카르마가 뛰어내리자 드레이크가 그를 향해 머리를 돌렸다. 그 순간 굉음과 함께 놈의 등에서 폭발이 일었다.


콰아아앙!


쿠오오오오!


동시에 고통에 찬 드레이크의 포효와 놈의 비늘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이윽고 카르마를 노려보는 분노의 휩싸인 놈의 눈에 광기가 맴돌며 입가에는 불길이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온다!”


아직 땅에 착지하지 못한 카르마가 드레이크의 불길을 피할 방법은 없었다. 그가 뒤를 돌아보는 순간 드레이크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워리어!”


유니코스의 영창과 함께 카르마의 방 밑에 방패를 든 정령이 소환되었다.


“밟고 뛰어!”


카르마가 방패를 밟자 정령은 힘 것 방패를 밀어 올려주었다. 덕분에 추진력을 얻은 카르마는 화마를 피할 수 있었다.


크와아아아!


하지만 불길은 단발성에 그치지 않았다. 드레이크가 머리를 돌려 카르마를 추적하자 불길이 그를 쫓아왔다. 그러자 카르마에게 걸려있던 마법방패가 벌겋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젠장! 워터실라!”


영창과 함께 카르마의 곁에 사람 형상을 한 물이 소환되었다.


“오랜만··· 이 시발!”


눈 앞의 화마에 정령은 급히 마법을 통해 불을 진화하려 했다.


“이게 무슨 막돼먹은 짓이야!”

“상황이 급해서 그래! 진짜 미안!”

“오늘 빚은 잊으면 안된다! 워터 실드!”


물줄기 형상으로 변한 정령은 카르마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덕분에 카르마는 몸이 타버리는 것을 면한 채 바닥에 착지할 수 있었다.


“헉, 헉, 헉···”

“괜찮아?”

“괜찮습니다.”


카르마는 포션을 마신 뒤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갈무리했다.


“놈에게 한 방 먹이긴 했는데···”


성벽은 불길에 휩싸였고 기사단은 궤멸된 상황. 고통과 분노에 휩싸인 드레이크는 마구잡이로 날뛰며 주변을 파괴하고 있었다.


“··· 다시 해보겠습니다.”

“뭐?”


유니코스의 물음에 그는 포션을 하나 마신 뒤 바닥에 뒹구는 검을 집었다.


“놈의 등에 검을 꽂을 테니 아까처럼 해주 실 수 있겠습니까?”

“녀석이 바보도 아니고 두 번은 안 통할 거야.”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의 말에 유니코스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마나포션을 하나 꺼내 마시기 시작했다.


“화염 인첸트와 마법방패. 맞지?”

“네.”


검에 룬이 깃들자 검신이 불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살아 돌아와.”

“알겠습니다.”


고통과 분노에 이성을 잃고 날뛰는 드레이크의 모습은 공포 그 자체였다. 놈에게 향하는 카르마의 발걸음은 무겁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그는 걸음을 멈출 수 없었다.


‘에르멜라 양, 스미스···’


쓰러진 동료들과 웨버 성의 병사들. 그가 지금 발걸음을 돌리면 이들은 드레이크에게 대항한 용사에서 그저 드레이크가 벌인 학살의 피해자로 기록될 게 분명했다.


‘그렇게 둘 순 없다.’


결심을 굳힌 그는 떨리는 손으로 검을 세게 쥐었다. 동시에 그는 두려움을 잊기 위해 조금씩 속도를 높여 뛰기 시작했다.


‘반드시 해낸다.’


놈과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두려움도 커져만 갔다. 두려움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그는 함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


그 기백에 드레이크가 카르마를 향해 머리를 돌렸다. 놈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카르마의 머리속에 주마등이 스쳐 지나갔다.


주마등과 함께 느려진 세상 속, 그는 드레이크의 꼬리가 자신에게 향하는 것을 보았다. 급히 지면을 박차고 뛰어올랐지만 놈은 그것을 예상했는지 충돌직전 꼬리를 들어올렸다.


‘젠장.’


충돌직전 유니코스가 소환한 정령이 방패를 든 채 그의 앞을 막아섰다.


콰직!


정령이 꼬리를 막아내는 순간 뒤로 밀리며 카르마에게도 충격이 가해졌다.


정령은 강제로 소환이 해지되고 마법방패는 완전히 파괴된 채 카르마는 공중에 떠올랐다. 허망한 눈으로 드레이크를 보는 그의 눈은 공허하기 짝이 없었다.


‘이제 끝인가?’


자신을 향해 입을 벌리는 드레이크의 모습에 그는 끝까지 놈에게서 시선을 때지 않았다. 그 순간 놈의 머리위에서 한줄기 짧은 빛이 솟구쳐올랐다.


‘그랜드 마스터?’


그리고 주마등이 걷히며 드레이크의 뿔이 잘려 나갔다.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의식을 잃어가면서도 카르마는 의문의 인물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헤럴드 경?’


노스웨버 산맥에 은거했다는 포랄의 소드 마스터가 깨달음을 얻은 뒤 달려왔다고 확신한 그는 안도의 미소와 함께 눈을 감았다.


멀어져가는 의식 속에서 들려오는 드레이크의 포효에 그는 놈이 큰 부상을 입었음을 확신했다. 그 거대한 포효속에서도 들려오는 낯익은 목소리를 그는 차마 듣지 못했다.


“거참, 더럽게 흔들어 대네.”


정신없이 머리를 흔드는 드레이크의 머리위에서 그는 꼿꼿이 선채 놈의 잘린 뿔을 안아 들었다.


“이제 어쩌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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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이름없는 무사로 살겠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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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평화에는 대가가 따른다 24.08.30 7 0 12쪽
» 드레이크 (4) 24.08.29 11 0 12쪽
29 드레이크 (3) 24.08.28 14 0 12쪽
28 드레이크 (2) 24.08.25 19 0 11쪽
27 드레이크 (1) 24.08.24 15 0 12쪽
26 전운 24.08.23 14 0 13쪽
25 웨버 백작 24.08.22 15 0 13쪽
24 웨버 성으로 24.08.21 22 0 12쪽
23 기사단 24.08.20 24 0 12쪽
22 정보 24.08.18 27 0 12쪽
21 그날의 기억 24.08.17 28 0 13쪽
20 부패 24.08.15 27 0 12쪽
19 도적의 여왕 24.08.14 29 0 13쪽
18 북새통 24.08.13 31 0 12쪽
17 신뢰와 상처 24.08.12 30 0 15쪽
16 도움 24.08.11 34 0 12쪽
15 현자를 찾아서 24.08.10 36 0 15쪽
14 푸른 탑 (3) 24.08.09 37 0 14쪽
13 푸른 탑 (2) 24.08.08 39 0 14쪽
12 푸른 탑 (1) 24.08.07 49 0 13쪽
11 남의 대륙 후기지수 양성 24.08.06 47 0 12쪽
10 여정의 시작 24.08.05 52 0 12쪽
9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는 법 24.08.04 59 0 13쪽
8 잠자는 호랑이의 코털을 뽑다 24.08.03 67 1 12쪽
7 무위를 드러내다 24.08.02 75 1 16쪽
6 가문의 위기 24.08.01 75 1 11쪽
5 함정 24.07.31 71 1 13쪽
4 조금 치는 루키와 썩은 물 24.07.30 95 1 13쪽
3 싸움구경 24.07.29 128 0 13쪽
2 웅크리다 24.07.29 176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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