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이름없는 무사로 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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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림
작품등록일 :
2024.07.29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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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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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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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

DUMMY

근위기사단에 도착한 카르마는 곧장 부단장을 찾아갔다. 서류더미에 파묻혀 있는 부단장은 카르마의 등장에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대답했다.


“오랜만이군. 카르마 경.”

“네. 잘 지내셨습니까?”

“나는 잘 있었네. 아랑류의 전승자를 찾겠다 하고 나가더니 이제 적합한 인물을 찾은 건가?”


부단장의 물음에 카르마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적합한 인물은 찾았지만 전승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

“재밌군. 자세히 말해줄 수 있나?”


부단장의 물음에 그는 아랑과 있었던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카르마의 이야기를 들은 그는 펜을 손에서 놓은 뒤 카르마에게 시선을 주었다.


“자네가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오고 있네. 이건 별 문제없지만 각 지역 간의 거리에 비해 출입보고가 잦아. 이건 순간이동 마법 외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데 맞는가?”

“네. 푸른 탑의 제자에게 도움을 받았습니다.”

“흐음, 아무리 근위기사라 해도 순간이동 마법을 이리 쉽게 이용할 순 없을 텐데··· 여행을 하면서 금광이라도 찾았나?”


부단장의 물음에 카르마는 잠시 고민했다. 아랑이 스스로를 숨기고 싶어 하니 카르마는 그에 대해서 너무 깊게 언급하지 않으려 주의했다.


“운이 좋게 아카데미의 수석 마법사와 인연이 닿았을 뿐입니다.”

“수석 마법사라?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아카데미도 졸업하지 못한 마법사가 홀로 여러 사람을 이동시킬 순 없겠지. 결국 탑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는 건데··· 대단한 연줄이 있는 양반인가 보군?”

“그것 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의 대답에 단장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알겠네. 보고는 여기까지 듣지. 완전히 복귀한 건가?”

“아닙니다. 다시 가보겠습니다.”

“그래, 조심히 가게.”


부단장실을 나오면서 카르마는 속으로 가슴을 쓸어 내렸다. 도통 속을 알 수 없는 사내. 카르마는 그가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서 자신을 떠보는 건지, 아니면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척하며 자신이 숨기고 있는 정보를 캐내려 하는지 구분할 수 없었다.


‘어려운 사람이야.’


고개를 흔들며 기사단 밖으로 나온 카르마는 훈련장으로 향했다. 그를 알아본 동료들의 인사를 받으며 나아간 그는 곧 반가운 인물을 만날 수 있었다.


“스승님.”

“아, 카르마 경. 오랜만일세. 그리고 스승님이 뭔가. 그냥 편하게 부르라니까.”

“가르침을 받았는데 당연히 스승으로 모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나이 들어 보여서 싫네. 제발 좀 이름으로 부르게.”

“알겠습니다. 헤레이스 경.”


곧장 말을 잘 듣는 카르마의 모습에 그는 미소를 지었다.


“모험을 하면서 성취가 좀 있었나 보오?”

“네. 운이 좋게 기연을 얻었습니다.”

“성취를 축하하네.”

“감사합니다.”


카르마에게 밝은 미소를 지어준 뒤 헤레이스는 물병을 집어 마셨다.


“이제 완전히 복귀한 거요?”

“아직 아랑류를 전승하지 못했습니다.”

“전승하지 못했다? 그럼 적합한 사람은 찾았소?”

“네.”


그의 말에 헤레이스는 땀을 닦으며 말했다.


“무슨 문제라도 있소?”

“제가 고른 사람은 마력회로가 완전히 막힌 사람입니다.”

“그런 안타까운 일이···”


유감을 표하는 헤레이스를 보며 카르마가 입을 열었다.


“혹 무슨 방법이 있겠습니까?”

“자네도 알다시피 선천적으로 마력회로가 막힌 이들이 기사를 지원하는 경우는 없다시피 하네. 적어도 내가 아는 사례는 없네.”

“그렇군요···”


담담한 척하지만 실망감을 숨기지 못하는 그의 모습에 헤레이스는 카르마의 어깨를 두드렸다.


“나는 경험과 지혜가 부족해 잘 모르지만 할아버님이라면 아는 게 있을 지도 모르네.”


그의 말에 카르마의 눈이 커졌다. 하지만 곧 그는 고개를 숙였다.


“헤럴드 경께서는 2년 전 포랄 최강의 검 자리를 내려놓고 은거하셨지 않습니까? 어디에 계신지도 알 수 없고 찾아간다 해도 과연 절 만나주실지···”

“기연을 좋아하시니 우연한 만남을 뿌리치진 않을 걸세. 그리고 열흘 전 할아버님께서 노스웨버 산맥 근처에서 수련을 하고 있다는 편지를 받았으니 그곳으로 가면 뵐 수 있을지도 모르지.”


그 말에 카르마는 얼굴에 생기를 되찾았다.


“감사합니다. 헤레이스 경.”

“감사는 무슨, 온 김에 대련이라도 하고 가겠나?”

“한 수 부탁드리겠습니다.”


***


저녁이 되자 인원들은 하나둘씩 여관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돌아오는 길에 유니코스를 만난 에르멜라는 반갑게 그를 불렀다.


“유니 님!”

“에르! 딱 맞게 도착했네! 그런데 뭘 그렇게 많이 샀어?”

“이럴 때 기분 좋죠? 유니 님에게 어울릴 것 같아서 산 게 좀 있어요.”


쇼핑백을 뒤진 에르멜라는 리본이 달린 머리띠와 옷을 꺼내 보였다.


“어때요?”

“예뻐! 나 주는 거야?”

“물론이죠.”

“잘 입을 게! 고마워 에르!”


토끼처럼 폴짝이는 유니코스를 보며 에르멜라는 미소를 지었다.


“다른 분들도 좋아했으면 좋겠는데···”


여관에 가까워지자 유니코스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에르··· 저 안에서 사악한 기운이 느껴져···”

“마, 마족인가요?”


그녀의 물음에 유니코스는 창백해진 얼굴을 천천히 저었다.


“심연보다 깊고 칠흑보다 어두운 존재··· 나는 더 이상 저곳에 다가갈 수 없어···”


가슴을 움켜쥔 유니코스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기 시작하자 에르멜라는 그를 뒤로 물러나게 했다.


“제가 상황을 보고 올 게요.”

“조심해, 에르··· 어두운 존재에게 잡아 먹혀서는 안돼···”


결국 유니코스를 뒤로한 채 에르멜라는 여관으로 들어섰다. 긴장감과 함께 여관에 들어섰지만 내부의 모습은 평범하기 그지없었다.


조금 시선을 돌리자 아랑과 술을 마시고 있는 미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여전히 파격적인 복장을 한 채 아랑에게 교태를 부리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에르멜라는 눈살을 찌푸렸다.


“저 흉물스러운 걸 탁자위에 올려놓고 뭘 하는 거지?”


그녀의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미아는 가슴을 탁자에 올린 채 몸을 꼬며 아랑에게 말을 걸었다.


“언제까지 비싸게 굴 건데에에?”

“자네는 절대 이 상황을 되돌릴 수 없네.”

“내가 뭐 어때서?”

“난 문란한 여자가 싫테도?”

“어떤 신화의 여신은 달빛이 비추는 샘에 들어가 처녀성을 되찾는다고 하는데 나도 그 샘에 들어가면 상대해 줄 거야?”

“자네는 정신머리가 글러 먹었네.”

“유니콘 보다 더 한 새끼.”


미아의 말을 가볍게 무시한 채 잔을 들이켜는 아랑의 모습에 에르멜라는 그들을 향해 다가갔다.


“이제 것 마신 건가요?”

“그리 되었소.”


아랑에게 시선을 준 뒤 그녀는 미아를 보며 말했다.


“푸른 탑의 제자 에르멜라입니다. 저번에는 제대로 인사도 드리지 못했네요.”

“이 몸은 도적의 여왕이시다. 지금 헌팅 중이니까 다른데 앉지?”

“허, 헌팅이요?”

“그래, 내가 저 아저씨 자빠뜨리려고 얼마나 애썼는데···”


그 순간 아랑이 검집을 풀어 미아의 머리를 내려쳤다.


빠악!


“아악! 진짜!”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게.”

“나, 나를 이렇게 대한 남자는 그쪽이 처음이야···”

“거참, 되게 질척거리네··· 자네들 두령이 취한 것 같으니 그만 데려가게.”


수하들이 다가오자 미아는 소리를 질렀다.


“안 취했어! 오늘은 끝까지 달리기로 했잖아!”

“그건 자네 생각이고. 이제 일행들이 올 때가 됐으니 그만 가게.”

“내, 내가 부끄러워?”


불쌍하면서도 새침해 보이는 미아의 얼굴을 보며 아랑은 망설임 없이 말했다.


“부끄러우니 그만 가주게.”

“어떻게 나 같은 미녀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어휴.”


아랑이 죽립을 당기며 등을 보이자 미아의 얼굴이 벌게졌다.


“그래, 간다! 가! 망할 고자새끼···”


미아와 도적들이 나가자 에르멜라는 아랑을 보며 말했다.


“도적의 여왕과도 아는 사이 인가요?”

“저번에 말했다시피 의뢰를 맡겼네.”

“좀··· 친해 보이던데요?”

“그건 저쪽 생각이고.”


잔을 비운 아랑은 에르멜라의 짐을 보며 말했다.


“뭘 이리 많이 산 거요?”

“아, 여러분들 옷이랑 필요한 것들을 좀 샀어요. 이거 한 번 입어 봐요.”


에르멜라가 세련된 평상복을 꺼내자 아랑은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히 입겠소.”

“네. 제발 어디 갈 때는 깨끗한 옷을 입으세요.”

“생각해 보리다.”


아랑이 대답하는 순간 유니코스가 여관으로 들어왔다.


“심연의 괴수는 물러간 것인가···”

“노인장과 저 녀석은 상극이겠구먼.”

“그 괴수와 아는 사이야?”

“그럼, 이 참에 우리 파티에 영입할까 생각 중인데?”


그 말에 유니코스가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유, 유니 님!”

“으으··· 절대 안돼···”

“유니 님이 이렇게 힘들어 하시는데 다시 한 번 생각해보시면 안될까요?”

“절이 싫으면 중이 나가야지 무슨···”

“스미스 님!”


에르멜라가 도끼눈을 뜨자 아랑은 딴청을 피웠다.


“농 일세. 나도 저 녀석은 부담스러워서 싫어. 그나저나 반응이 찰지구먼. 놀리는 맛이 있어.”


그가 웃음을 터뜨리는 사이 카르마가 들어오자 일행은 한 테이블에 앉아 대화를 나눴다.


“드레이크에 관한 정보를 입수했네.”

“보기보다 실력은 있나 보군요?”

“대륙 최고의 도적 길드이니 이름 값은 하겠지. 다음 행선지는 노스웨버 산맥으로 할까 하는데 다들 어떤 가?”

“설마··· 저희끼리 드레이크를 사냥하는 건 아니겠지요?”

“영주에게 있어서 드레이크는 골치 덩어리이니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네.”

“그, 그 괴수는 따라오지 않는 거지?”

“지속적으로 접선해 직접 정보를 전달해 줄 거야.”


그 말에 유니코스의 얼굴이 흑빛이 되었다.


“나도 마침 노스웨버 산맥에 볼일이 생겼는데 잘 됐군.”

“카 소협은 그곳에 무슨 일로 가려는 겐가?”


아랑의 물음에 그는 목소리를 조금 낮추며 입을 열었다.


“전 포랄 최강의 검이신 헤럴드 경이 그 근방에서 수련을 하고 있다는 정보를 얻었네.”

“포랄의 소드 마스터 헤럴드 경이요?”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뜨는 에르멜라를 보며 카르마가 입을 열었다.


“네. 그분이라면 스미스의 마력회로를 활성화시킬 방법을 알고 계실지도 모릅니다.”


그의 말에 아랑은 고개를 저었다.


“자네는 아직도 내게 그 검술을 가르칠 생각인가?”

“물론이지. 자네가 포기하지 않는다면 나도 포기하지 않겠네.”

“난 진작에 포기했는데?”

“내가 어려운 길을 걸을까 그런 것이라면 걱정 말게. 이 정도 고난은 고난이라 부를 수준도 되지 않으니 말이야.”

“··· 그래,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카르마가 하는 짓은 아랑이 인내심을 발휘하는 일에 비하면 매우 쉬운 일이었음이 분명했다. 아랑이 한숨을 쉬자 에르멜라는 빛나는 눈으로 카르마를 보았다.


“정말 대단 하세요. 제가 스미스 님에게 마법을 가르쳐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진작에 포기했을 거예요.”

“저는 이자에게서 재능을 보았습니다. 에르멜라 양도 포기할 수 없는 재목을 본다면 저와 같이 행동했을 겁니다.”

“둘이 죽이 척척 맞는 군. 이 참에 좀 가까이들 앉아 보지 그래?”

“무, 무슨 소리예요!”

“제로 브레이커의 젊은 기사와 아카데미 수석의 젊은 마법사. 선남선녀라 불릴 법한 잘 어울리는 한 쌍 아닌가?”


그의 말에 카르마는 한숨을 쉬었다.


“그런 말은 실례일세.”

“그런 가? 칭찬이라고 한 말이었네만 카 소협이 기분 나빠 할 줄은 몰랐는데···”


그 말에 에르멜라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뭐라고요? 카르마 경, 정말 기분이 나쁘신 건가요?”

“아, 아닙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카르마를 곤경에 빠뜨린 뒤 아랑은 기분 좋게 맥주를 마셨다. 그 모습에 유니코스는 고개를 저었다.


“보기보다 영악하다니까···”

“노인장만 하겠소?”

“됐어. 네 말이 다 맞으니까 그 심연의 괴수만 어떻게 좀 해주면 안될까?”

“생각해 보리다.”


풀이 죽은 유니코스의 모습을 무시한 채 아랑은 창밖을 응시했다.


‘그 망할 영감탱이··· 어설픈 검술에 내 이름을 붙여?’


포랄 최강의 검이 아랑류를 창시했다는 카르마의 말 때문에 헤럴드가 아랑류를 창시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아랑은 그에게 이를 갈았다.


‘오랜만에 손 좀 봐줘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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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웨버 백작 24.08.22 15 0 13쪽
24 웨버 성으로 24.08.21 22 0 12쪽
» 기사단 24.08.20 24 0 12쪽
22 정보 24.08.18 26 0 12쪽
21 그날의 기억 24.08.17 28 0 13쪽
20 부패 24.08.15 27 0 12쪽
19 도적의 여왕 24.08.14 29 0 13쪽
18 북새통 24.08.13 31 0 12쪽
17 신뢰와 상처 24.08.12 30 0 15쪽
16 도움 24.08.11 34 0 12쪽
15 현자를 찾아서 24.08.10 36 0 15쪽
14 푸른 탑 (3) 24.08.09 37 0 14쪽
13 푸른 탑 (2) 24.08.08 39 0 14쪽
12 푸른 탑 (1) 24.08.07 49 0 13쪽
11 남의 대륙 후기지수 양성 24.08.06 47 0 12쪽
10 여정의 시작 24.08.05 52 0 12쪽
9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는 법 24.08.04 59 0 13쪽
8 잠자는 호랑이의 코털을 뽑다 24.08.03 67 1 12쪽
7 무위를 드러내다 24.08.02 75 1 16쪽
6 가문의 위기 24.08.01 75 1 11쪽
5 함정 24.07.31 71 1 13쪽
4 조금 치는 루키와 썩은 물 24.07.30 95 1 13쪽
3 싸움구경 24.07.29 128 0 13쪽
2 웅크리다 24.07.29 176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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