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이름없는 무사로 살겠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서강림
작품등록일 :
2024.07.29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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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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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5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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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이크 (2)

DUMMY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일행들을 보며 아랑이 입을 열었다.


“동양에는 이무기라는 영물이 있네.”

“이무기?”

“뱀이 천년을 수련하면 승천해 용이 될 자격을 가진다고 하지. 이 용이 될 자격을 얻은 뱀을 이무기라고 하네.”

“그래서요?”

“백 년도 살지 못하는 인간도 공부를 하는데 있어 요령을 피우는데 천년의 수련이 어디 쉬운 일이겠나? 이들 역시 편법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네.”

“기연을 통해 용이 된다는 건가?”


카르마의 말에 아랑은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승천에 실패한 놈들이 편법을 찾아 해맨다는 군. 그 방법 중 하나가 여의주를 찾는 거네.”

“그게 무엇인가요?”

“용의 상징과 같은 일종의 보주요. 이무기에게는 없고 용에게는 있는 것이지.”

“그 보주를 얻으면 용이 될 수 있다고 믿는 개체들이 있다, 이건 가?”

“맞네. 그리고 드레이크도 놈들과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네.”


아랑의 말에 에르멜라는 고개를 저었다.


“드레이크가 무슨 보물을 얻으면 드래곤이 된다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어요.”

“나도 마찬가지일세.”

“나도.”

“생명체가 더 강한 힘을 원하는 건 당연한 일. 꼭 드래곤이 되려는 것이 아니더라도 놈은 이곳에 있는 무언가를 원하고 있네. 그리고 웨버 영지에서 이상 기후가 발생하고 있지.”

“이상기후와 드레이크의 공습을 연관 지을 생각은 하지 못했어요.”

“그냥 상상일 뿐이오.”

“그래도 이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네. 충분히 생각해 볼 가치가 있어.”


카르마의 말에 아랑은 팔짱을 꼈다.


“만일 일이 이렇게 굴러간다면 백작도 조심해야 하네.”

“이상기후를 만들어 낼 정도의 강력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으면서 숨기고 있다는 건 확실히 의도가 불손해 보이네요.”

“일이 꼬이는 군··· 혹시 두 분께서는 감지마법을 사용할 수 있으십니까?”


카르마의 물음에 에르멜라가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나도 가능은 해.”

“노인장 성능은 믿기 힘드니 소저가 고생 좀 해주시오.”

“그, 그럴 게요.”


대놓고 유니코스를 깎아내리는 말에 에르멜라는 당혹스러운 웃음을 흘렸다.


“나도 노력해볼 게.”

“좋을 대로 하시오.”


고개를 돌리는 아랑의 모습에 카르마가 끼어들었다.


“자,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내일 각자 핑계를 대서 성을 돌아다녀 보도록 합시다.”


나름대로 계획을 짜보았지만 드레이크는 그들의 계획대로 움직여줄 생각이 없었다.


땡땡땡땡!


“몬스터가 온다!”


늦은 새벽, 한바탕 난리가 나자 일행들은 장비를 갖추고 급히 성벽으로 올라갔다.


“숫자가 더 많아진 것 같은데요?”

“이번에 끝장을 보려는 것 같습니다.”

“낮에 2번 발리스타를 완성했지만 날이 어두워 놈들을 식별하기가···”


에르멜라가 말하는 순간 황소만한 바위가 발리스타 위로 떨어졌다.


“매직쉴드!”


에르멜라가 단말마와 함께 지팡이를 내밀자 발리스타 위에 성벽 바깥쪽으로 비스듬하게 내려간 마법진이 형성되었다.


텅!


경쾌한 소리와 함께 튕겨 나간 바위는 성벽 밑에 모여 있는 몬스터를 향해 떨어졌다.


콰직!


마법을 시전한 뒤 식은땀을 흘리는 에르멜라를 보며 동료들이 그녀에게 모여들었다.


“괜찮소?”

“그냥 놀라서 그래요.”

“마력이 부족한 건 아니고?”

“이정도로는 끄덕 없어요.”

“드레이크가 계속해서 바위를 떨어뜨린다면 에르멜라 양이 먼저 지칠 겁니다. 뭔가 대책이 필요합니다.”


카르마의 말에 그녀는 배낭을 열어 보였다.


“벨 님이 주신 포션이 떨어지기 전에 대책을 마련해 주세요.”

“이정도면 놈이 먼저 지치지 않을까?”

“아무리 품질이 뛰어난 포션이라도 남용은 사용자의 몸을 병들게 하네. 대책을 마련해야 해.”


카르마의 말에 아랑은 고개를 끄덕인 뒤 유니코스를 보았다.


“노인장도 저런 마법을 쓸 수 있소?”

“나는 신체변형마법과 정령소환이 주류라서 헤헤···”

“기대도 안 했소.”


성벽을 기어오르는 몬스터들을 둘러본 뒤 아랑이 입을 열었다.


“몬스터는 병사들에게 맡기고 우리는 마법사를 먼저 지켜야 할 것 같네만.”

“자네 말이 맞네. 어둠을 이용해 놈이 대담하게 나오니 더욱 주의 해야지.”

“발리스타가 파괴되면 즉시 낮게 활강하며 불을 뿜기 시작할 거예요.”

“그럼 답이 없습니다. 발리스타 만은 어떻게든 지켜야 합니다.”

“노력해 볼 게요.”


그들이 대화하는 사이 아랑은 어두운 하늘을 올려보았다.


‘바위를 가지러 갔나?’


드레이크를 찾던 아랑은 곧 바위를 쥔 채 이곳을 향해 날갯짓을 하는 놈의 모습을 발견했다.


“카 소협은 소저와 노인장에게 붙어 있게.”

“자네는 어쩌려고?”

“드레이크가 보이니 발리스타를 쏘아보려 하네.”

“놈이 보인다고?”


아랑의 말에 일행들은 밤하늘을 올려보았다. 운이 없게도 구름이 들어 별빛마저 없는 하늘에서 그들은 도저히 드레이크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내가 눈이 좀 좋네.”


1번 발리스타로 향한 그는 발사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병사들을 보며 말했다.


“놈이 보이는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나는 보이는데 내 지시를 따라보겠는가?”

“죄송하지만 외부인의 명을 따를 순 없습니다.”


그 말에 아랑은 기사 하나를 납치해 왔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병사와 기사 모두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드레이크가 보이니 내가 발사권한을 가져야겠네.”

“그, 그리 하십시오.”

“고맙네.”


아랑이 그를 놔주자 전신 판금을 입고 있던 기사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이제 문제없겠는가?”

“무, 물론입니다.”

“자, 그럼 발리스타를 움직여 보세.”


아랑이 발리스타를 붙잡자 병사들이 그의 곁에 달라붙었다. 드레이크를 조준한 그는 거리가 좁혀질 때를 기다렸다.


아랑이 드레이크를 식별하고 조준까지 하고 있는데도 발사명령이 떨어지지 않자 병사 하나가 입을 열었다.


“저 무사님, 발리스타의 발사각이 거의 한계치입니다. 혹여나 놈이 머리위까지 오길 기다리는 거라면 발리스타는 수직으로 발사할 수 없음을 알려드리는 바입니다.”

“그건 몰랐군. 고맙네. 그럼 이제 승부를 봐야겠어.”


낮에 트롤을 향해 발사할 때 발리스타의 위력을 보아 둔 아랑은 현재의 거리면 충분히 사격을 시도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쏘게.”

“하나 번, 발사!”


퉁!


경쾌한 소리와 함께 날아가는 강철볼트를 보며 아랑은 눈살을 찌푸렸다. 갑자기 날아든 볼트에 드레이크는 바위를 포기하며 급히 회피기동을 펼쳤다.


쿠와아아아!


놈이 비명을 지르자 발리스타를 장전하고 있던 병사들이 물었다.


“적중했습니까?”

“피했네. 즉시 바위를 버릴 줄이야. 생각보다 노련한 놈이구먼.”

“아쉽군요.”

“장전을 하고 다른 이의 명령을 받고 있게. 또 놈이 보인다면 돌아오겠네.”

“알겠습니다.”


동료들에게 돌아간 그는 결과를 궁금해하는 그들에게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아깝네요.”

“머리를 쓸 줄 아는 놈이니 보다 작은 돌을 가지고 기동성을 살려 공습을 해올지도 모르겠네.”

“그럼 골치가 아프겠는데요?”

“놈이 좀 더 접근했을 때 사격을 하면 좋을 텐데 발리스타의 발사각이 나오지 않는다는 군.”

“다행히 발리스타가 하나 더 있으니 놈이 한쪽의 발리스타를 노린다면 다른 쪽에서 사격을 해주면 되지 않겠나?”

“그렇기는 한데 그럼 놈의 접근을 허용해야 하네.”

“아군의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군요.”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전쟁은 없네. 놈을 잡는 다면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으니 감수해야지.”


카르마의 말에 아랑은 고개를 끄덕였다.


“보기보다 강단이 있군. 그리 하세.”

“저도 이게 최선이라고 생각해요. 그럼 저는 놈이 노리는 발리스타 곁에 있다가 방어마법을 펼칠 게요.”

“부탁하겠소.”

“나는 뭘 할까?”

“노인장은 혼자 싸돌아 다니다 뒤지지만 마시오.”

“응!”


가시 돋친 말을 해맑게 대답하는 유니코스의 모습에 아랑의 얼굴이 구겨졌다.


“그럼 준비하지.”


하늘을 지켜보던 아랑은 곧 드레이크의 모습을 발견했다.


“다시 1번 쪽으로 오네.”

“그럼 자네가 2번에서 사격해 주게.”

“알겠네.”


1번과 같은 방식으로 사격통제권을 따낸 아랑은 드레이크의 모습을 주시했다.


“뭘 들고 오는 거야?”


뭔가 한아름 들려 있는 드레이크의 앞발을 보며 아랑은 눈살을 찌푸렸다. 거리가 점점 좁혀지자 어둠에 가려진 실루엣이 점점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나무···가지?”


잎사귀가 달려있는 나무 윗동을 한아름 들고 오는 드레이크의 모습에 아랑은 고개를 빼고 놈을 주시했다.


“일단 대기하고 있게. 1번에서 견제사격을 한 뒤 돌아오겠네.”

“알겠습니다.”


아랑이 달려오자 일행들은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무슨 일인가?”

“놈이 나무 윗동을 한아름 들고 오고 있네.”

“그걸 왜?”

“모르겠네.”

“나무에 깔려도 발리스타가 박살나는 건 마찬가지잖아요? 기동성을 높이기 위해 보다 가벼운 나무를 선택한 게 아닐가요?”

“나뭇잎이 잔뜩 달려있는 가지였소. 낙하 시 타격이 없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나무 밑동보다는 위력이 약하겠지.”

“드레이크가 그걸 모르진 않을 텐데요?”

“그렇겠지. 혹시 놈이 나뭇잎을 이용해 뭔가를 숨기고 있을 수도 있으니 견제사격을 통해 놈을 움직이게 해보겠네.”


아랑의 말에 에르멜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회피기동을 하다가 떨어뜨릴 수도 있고요.”

“그러길 바라야지.”


놈을 조준한 아랑은 주저하지 않고 발사명령을 내렸다. 경쾌하게 쏘아진 강철볼트는 하늘을 가르며 드레이크를 향해 쏘아졌다.


키야야야!


예상이라도 한 듯 몸을 비틀며 볼트를 피한 드레이크는 날갯짓을 하며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속도를 높이는 군.”

“장전시간이 있다는 걸 아는 거예요!”

“2번이 있으니 그건 상관없소. 하지만 놈의 몸이 정말 가볍다는 게 문제요.”

“그럼 진짜 나뭇가지를 들고 온다는 건가요?”

“그런 건 같소.”

“일단 자네는 2번으로 가 있게. 이곳은 에르멜라 양에게 맡기고 함께 다음 수를 생각해 보세.”

“그러지.”


2번 발리스타로 돌아간 아랑은 드레이크를 조준한 채 기다렸다.


‘놈이 나무를 놓는 순간을 노린다.’


에르멜라가 한 번은 막아줄 거라 믿으며 그는 기회를 노렸다. 낮게 활강하면 명중률을 높일 수 있겠지만 그저 반복적으로 낙하물을 실어 나르면 되는 드레이크는 굳이 무리를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하늘 높은 곳에 자리를 잡은 채 1번 발리스타의 발사각 밖에서 드레이크가 한아름 들고 온 나무 윗동을 놓자 아랑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사격을 개시했다.


퉁!


발리스타의 발사음이 들리자 놈은 예상했다는 듯이 속도를 높여 발리스타를 피했다.


“쳇!”


혀를 찬 아랑은 1번 발리스타로 달리며 외쳤다.


“놈이 성벽을 지나쳐가오! 발리스타를 뒤로 돌리시오!”


그의 목소리를 들은 병사들이 발리스타를 회전시키는 사이 드레이크의 포효가 새벽의 어둠을 몰아냈다.


크와아아아아!


새벽녘에 나타난 태양의 등장에 모두의 시선이 하늘로 쏠렸다.


“이게 무슨···”


멍하니 하늘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곧 태양이 분열해 점점 내려온다는 것을 깨닫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불덩이가 떨어진다!”


이윽고 불이 붙은 나무 윗동들이 웨버 성을 강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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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평화에는 대가가 따른다 24.08.30 7 0 12쪽
30 드레이크 (4) 24.08.29 10 0 12쪽
29 드레이크 (3) 24.08.28 14 0 12쪽
» 드레이크 (2) 24.08.25 19 0 11쪽
27 드레이크 (1) 24.08.24 15 0 12쪽
26 전운 24.08.23 13 0 13쪽
25 웨버 백작 24.08.22 15 0 13쪽
24 웨버 성으로 24.08.21 22 0 12쪽
23 기사단 24.08.20 23 0 12쪽
22 정보 24.08.18 26 0 12쪽
21 그날의 기억 24.08.17 28 0 13쪽
20 부패 24.08.15 27 0 12쪽
19 도적의 여왕 24.08.14 29 0 13쪽
18 북새통 24.08.13 31 0 12쪽
17 신뢰와 상처 24.08.12 30 0 15쪽
16 도움 24.08.11 34 0 12쪽
15 현자를 찾아서 24.08.10 36 0 15쪽
14 푸른 탑 (3) 24.08.09 37 0 14쪽
13 푸른 탑 (2) 24.08.08 39 0 14쪽
12 푸른 탑 (1) 24.08.07 49 0 13쪽
11 남의 대륙 후기지수 양성 24.08.06 47 0 12쪽
10 여정의 시작 24.08.05 52 0 12쪽
9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는 법 24.08.04 59 0 13쪽
8 잠자는 호랑이의 코털을 뽑다 24.08.03 67 1 12쪽
7 무위를 드러내다 24.08.02 75 1 16쪽
6 가문의 위기 24.08.01 75 1 11쪽
5 함정 24.07.31 71 1 13쪽
4 조금 치는 루키와 썩은 물 24.07.30 95 1 13쪽
3 싸움구경 24.07.29 128 0 13쪽
2 웅크리다 24.07.29 176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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