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이름없는 무사로 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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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림
작품등록일 :
2024.07.29 20:14
최근연재일 :
2024.08.3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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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6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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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남의 대륙 후기지수 양성

DUMMY

도적들의 연계에 카르마는 점차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칫.”


눈속임용 비수는 갑주로 버틴 뒤 이어서 따라오는 검격을 막아낸 카르마는 주변을 살폈다.


‘지부장이 없어?’


잠깐 공세에 집중하는 사이 지부장을 놓친 그는 급히 지부장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카르마는 이내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촤아아!


은은한 초록빛을 내는 검이 쇄도하자 카르마는 급히 몸을 틀어 치명상을 피했다.


“도적 따위가 어찌···”

“흥, 수도 촌놈은 역시 아무것도 모르는 군. 제일 돈이 되는 비급서를 털어먹지 않는 도적이 어디 있냐!”


세인즈가 달려들자 카르마는 그를 힘 것 내밀었다. 그 뒤 그는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콜록콜록! 독인가?”

“내게 딱 맞는 독속성 오러가 발현해서 말이지.”


서대륙에서 기사의 뿌리는 마법사로부터 시작되었다. 드래곤에게서 마법을 전수받은 그들은 드래곤처럼 심장에 마력을 쌓기 시작했고 이에 영향을 받은 기사 역시 심장에 마력을 쌓는 심법이 발전했다.


마법의 근원이 되는 심장에서부터 시작된 심법을 익혀서 인지 오러에는 독공이나 빙공 같은 특별한 수련 없이도 속성이 부여되는 경우가 있었다.


평범한 푸른색 오러를 띄고 있는 카르마의 검을 보며 세인즈는 입꼬리를 올렸다.


“잘나신 근위기사 나으리께서는 무속성이신가 보군.”

“그래, 덕분에 속성을 가지고 있는 놈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지.”


카르마가 달려들자 세인즈는 부하들 뒤로 몸을 숨겼다. 다시 시작되는 공세에 카르마는 검을 쳐내기 바빴다.


‘쯧쯧쯧’


그런 카르마의 모습을 보고 있던 아랑은 속으로 혀를 찼다.


‘과감하게 달려들어 수를 줄일 생각은 하지 않고 오러를 쓰는 녀석의 마력이 고갈되길 기다리나 보군.’


속성 오러가 갖는 단점은 무속성에 비해 마력의 소모가 크다는 것이었다. 방어자세를 취하다 상대방의 마력이 다되면 반격하는 건 가장 일반적인 공략방법이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이를 깨달았는지 카르마는 적극적으로 공세에 나서기 시작했다.


“커억!”


도적들이 쓰러지는 숫자만큼 카르마의 갑주에 상처가 늘었다. 투구를 쓰지 않아 얼굴에는 검상을 입어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허억허억···”


카르마가 숨을 헐떡이자 세인즈는 여유롭게 검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내가 지치길 기다린 것 같다만 네놈이 먼저 지쳐버렸군.”

“아이들을 납치해서 더러운 돈벌이 수단으로 쓰는 네놈 따위는 기사에게 덤빌 용기도 없겠지.”

“뭐라? 저놈을 당장 죽여버려!”


카르마에 도발에 얼굴이 벌게진 세인즈가 소리를 지르는 순간 카르마는 기침을 하며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컥컥!”

“잠깐··· 중독돼서 제대로 서있지도 못하는 놈을 다 함께 상대할 필요는 없겠지.”


부하들을 물린 세인즈는 카르마를 향해 걸어갔다.


“고통스럽게 죽여주마.”


그 말에 카르마는 세인즈를 향해 검을 들이밀었다.


“너 같은 쓰레기를 치우는 게 기사의 사명이니··· 이자리에서 네놈을 반드시 죽이겠다.”


남은 힘을 쥐어짜 세인즈에게 대항하는 카르마의 모습에 아랑은 조약돌을 몇 개 주워들었다.


“이제 좀 도와줘 볼까?”


카르마가 검을 휘두르는 것을 빠짐없이 지켜본 아랑은 곧장 그의 검술에서 보완해야 할 점을 찾아냈다. 카르마가 검을 길게 뻗자 아랑은 그의 왼쪽 오금과 오른쪽 팔꿈치를 향해 조약돌을 던졌다.


파팟!


‘한 치만 깊게 들어가도 위력이 달라진다.’


부하들을 방패삼아 눈에 익힌 카르마의 초식에 세인즈는 가볍게 카르마의 검을 쳐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매서워진 그의 찌르기에 세인즈는 놀라 급히 검을 휘둘렀다.


챙!


“윽!”


세인즈가 중심을 잃자 카르마는 양손으로 검을 잡아 내려쳤다. 그 모습에 아랑은 또다시 카르마의 오금을 향해 조약돌을 던졌다.


“이 자식은 무릎을 쓸 줄 모르는 건가?”


카르마의 무릎이 굽혀지면서 위력이 가중되자 세인즈는 진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죽기를 작정하고 덤비는 건가?’


위기감을 느낀 그는 부하들을 부르기 위해 카르마를 힘 것 밀어냈다.


“쳐라!”


그 순간 비틀거리며 밀려나던 카르마는 온 힘을 다해 중심을 잡고 세인즈를 향해 몸을 던졌다. 하지만 중독과 고된 전투로 힘이 다한 그는 중심을 잃으며 검을 휘둘렀다.


당연히 맥없이 흘러 갔어야 할 검이었지만 아랑은 이를 그냥 보고 있지 않았다.


팍!


조약돌이 카르마의 복사뼈 밑부분을 때리자 카르마의 발이 공중에 떴다. 그러자 카르마는 본능적으로 몸을 돌려 바닥에 착지하려 했다.


그 순간 본래 양다리가 지면에 수직으로 고정되어 가로축으로 진행되던 검이 다리가 지면과 평행으로 떠버리면서 중심축을 잃어버리니 그의 검은 세로축으로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촤아아악!


세인즈의 복부에서 시작된 검이 그의 가슴과 목, 턱과 이마를 타고 올라가자 붉은 선이 그어지며 피보라가 뿜어져 나왔다.


“허억, 허억···”


바닥에 쓰러진 카르마는 반으로 쪼개지는 세인즈의 모습을 보며 검을 쥔 채 떨리고 있는 자신의 손을 보았다.


“이, 이것이 깨달음인가···”


마치 검이 스스로 검로를 개척하는 듯한 느낌. 이 전율을 잊지 않기 위해 검을 꽉 쥐던 카르마는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


“헉!”


눈을 뜬 카르마는 자신의 손을 보았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검을 찾기 시작했다.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


일평생 단 한번이라도 닿았으면 하는 기회인 깨달음의 기회. 그는 이것을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다.


“검, 검이 어디 있지?”


침대 옆에 놓인 검을 발견한 그는 즉시 검을 잡고 휘두르기 시작했다.


‘이게 아니야.’


검을 휘두를수록 그의 안색은 어두워져갔다. 그의 손아귀에 앉았던 깨달음이라는 작은 새는 그의 손에서 벗어나 영영 돌아올 것 같지 않았다.


털썩.


자리에 주저앉은 카르마는 손으로 바닥을 움켜쥐며 고함을 질렀다.


“으아아아아!”


그 소리에 아랑이 문을 열고 방안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인가?”

“··· 깨달음을 놓쳤네.”


아랑의 등장에 카르마는 스스로를 추스르기 시작했다.


“추태를 부렸군. 미안하네.”

“무인이라면 그럴 수도 있지. 이거 하나 더 먹어두게.”


아랑은 카르마에게 환약을 던진 뒤 카르마의 비명소리를 듣고 올라온 이들을 향해 가볍게 손짓해 그들을 돌려보냈다. 아랑이 던진 환약을 받은 카르마는 그를 바라보았다.


“놈의 수하들이 가지고 있던 걸세. 본인은 면역일지 모르나 수하들은 이런 게 없으면 버티지 못하겠지. 의원에게 확인한 물건이니 먹어도 괜찮네.”

“고맙네.”


힘없이 환약을 씹던 카르마는 침대에 주저앉았다. 절망에 빠진 그의 모습에 아랑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자네가 쓰러져 있는 동안 납치당한 아이들을 집으로 돌려 보내줬네. 다들 자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더군.”


그 말에 카르마가 고개를 들어 아랑을 바라보았다.


“크게 상한 곳이 없으니 이와 같은 일을 하다 보면 또다시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않나? 너무 의기소침해 있지 말게.”

“자네 말이 맞네. 나는 무인이기 전에 기사··· 깨달음의 기회를 놓친 것을 슬퍼할 게 아니라 무사히 가족에게 돌아간 이들을 생각하며 기뻐해야지.”


기운을 되찾기 시작한 그의 모습에 아랑은 양심의 가책을 덜어냈다.


‘애 울릴 뻔했네···’


안도의 한숨을 내쉰 뒤 아랑은 그에게 식사를 권했다.


“뭐라도 좀 먹지?”

“그러지.”


식사를 하며 아랑은 그가 의식을 잃었던 동안 있었던 일을 설명해주었다.


“도적 잔당을 정리한 뒤 놈들을 의뢰소에 넘겼지. 지부장 놈의 현상금이 두둑하더군. 덕분에 용병패도 발급받을 수 있었네.”


아랑이 돈자루를 올려놓자 카르마는 고개를 저었다.


“납치당한 뒤 집으로 돌아간 아이들이 있다고 했지? 그들을 위해 써주게.”

“그러지. 함께 갈 텐가?”

“나는 조금 쉬어야겠네. 대신 좀 부탁하겠네.”

“걱정 말게.”


아랑이 여관을 떠나자 카르마는 식사를 마친 뒤 방으로 돌아가 잠을 청했다. 그가 다시 눈을 뜨자 아침햇살이 그를 반겨주었다.


“일어났는가?”

“일어났네.”

“손님이 찾아왔는데 들어가도 되겠는가?”

“옷만 좀 입겠네.”


복장을 갖춘 카르마가 문을 열자 아랑과 노인, 그리고 소녀 하나가 문 앞에 서있었다.


“아, 자네 덕분에 집으로 돌아간 소저가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고 하더군.”

“감사합니다. 카르마 경.”


소녀와 노인이 허리를 깊게 숙이자 카르마는 손사레를 치며 말했다.


“기사로써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네.”

“이곳에 수많은 기사와 병사가 있었지만 그 누구도 제 말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제 손녀를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사라는 작자들이 이런 일을 방치하다니···”


분노에 눈이 이글거리는 그의 모습에 노인은 고개를 숙였다.


“카르마 경 같은 분이 셋만 더 있어도 이 일대에는 도적이 얼씬도 하지 못할 겁니다.”

“내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아니네.”

“저희에게 있어서 용사 아랑소드 공 다음으로 카르마 경이 가장 존경스러운 기사입니다.”


그 말에 카르마는 얼굴이 벌게졌다.


“나는 그 분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네.”

“저희에게 있어서는 용사님이나 카르마 경이나 뛰어난 실력을 가진 기사이지요. 다만 용사님은 마왕으로부터 전 대륙을, 카르마 경은 저희를 직접 도적으로부터 구해주었으니 카르마 경이 저희에게는 더 큰 은인처럼 느껴집니다.”

“노인장, 그런 말씀하지 마시게.”


얼굴이 터질 것 같은 카르마와 그를 추켜세우는 노인의 모습을 보며 아랑은 미소 지었다. 그가 잠시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때 노인이 품을 뒤지기 시작했다.


“카르마 경께서 강해진다면 더 많은 이들을 도울 수 있을 겁니다. 부디 받아주시지요.”


노인이 품에서 푸른 버섯을 하나 꺼내 바치자 카르마의 눈이 커졌다.


“이, 이건···”

“아푸사논입니다. 마력증진에 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지요.”


그 말에 아랑은 가까이 다가가 버섯이 내뿜는 기운을 느껴보았다. 대자연의 기를 느낄 수 있게 된 그는 아푸사논이 뿜어내는 기운이 영약과 비슷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못해도 십년 내공 증진의 효과가 있겠군.’


귀한 영약을 기꺼이 내놓는 노인의 태도에 아랑의 눈썹이 조금 올라갔다. 카르마 역시 놀란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노인장, 이걸 판다면 자네 손녀의 손녀까지 평생을 끼니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거네. 귀한 물건이니 팔아서 집안을 세우시게.”


한치의 고민도 없이 영약의 가치를 알려주는 카르마의 모습에 아랑은 눈을 크게 떴다. 카르마의 말에 노인은 고개를 저었다.


“평생 약초를 캐다 팔았는데 아푸사논의 가치를 모르겠습니까? 손녀의 손녀가 돈 걱정 없이 사는 것 보다. 그 아이들이 도적으로부터 위협받지 않고 산다면 그게 더 아이들에게 좋은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 말과 함께 노인은 양손으로 아푸사논을 바쳐 카르마에게 내밀었다.


“부디 카르마 경께서 드시고 약자들을 위해 조금 더 힘을 써주십시오.”


그 말에 카르마는 잠시 고민하더니 아푸사논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노인장의 뜻을 알겠네. 그 숭고한 뜻을 따르도록 하지.”


아푸사논을 집은 카르마는 아랑을 보며 말했다.


“스미스, 이걸 먹고 약자들을 위해 싸울 생각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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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웨버 백작 24.08.22 15 0 13쪽
24 웨버 성으로 24.08.21 22 0 12쪽
23 기사단 24.08.20 24 0 12쪽
22 정보 24.08.18 27 0 12쪽
21 그날의 기억 24.08.17 29 0 13쪽
20 부패 24.08.15 27 0 12쪽
19 도적의 여왕 24.08.14 29 0 13쪽
18 북새통 24.08.13 31 0 12쪽
17 신뢰와 상처 24.08.12 30 0 15쪽
16 도움 24.08.11 34 0 12쪽
15 현자를 찾아서 24.08.10 36 0 15쪽
14 푸른 탑 (3) 24.08.09 38 0 14쪽
13 푸른 탑 (2) 24.08.08 39 0 14쪽
12 푸른 탑 (1) 24.08.07 49 0 13쪽
» 남의 대륙 후기지수 양성 24.08.06 48 0 12쪽
10 여정의 시작 24.08.05 53 0 12쪽
9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는 법 24.08.04 60 0 13쪽
8 잠자는 호랑이의 코털을 뽑다 24.08.03 67 1 12쪽
7 무위를 드러내다 24.08.02 75 1 16쪽
6 가문의 위기 24.08.01 75 1 11쪽
5 함정 24.07.31 71 1 13쪽
4 조금 치는 루키와 썩은 물 24.07.30 96 1 13쪽
3 싸움구경 24.07.29 128 0 13쪽
2 웅크리다 24.07.29 176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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