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이름없는 무사로 살겠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서강림
작품등록일 :
2024.07.29 20:14
최근연재일 :
2024.08.3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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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2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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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위를 드러내다

DUMMY

늦은 밤, 불안한 마음에 잠을 이루지 못한 올리비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에 기댔다.


‘영지전이라니···’


갑작스러운 전란에 휩싸인 그녀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낮에 보았던 적의 군세는 가문의 것보다 훨씬 강대해 보였다. 전쟁이 일어난다면 피해가 커질 게 분명한 상황. 그녀는 혼사를 받아드리는 방안을 고민해보았다.


하지만 그 고민은 오래 가지 않았다.


‘누가 보아도 막달라 가문은 싸움을 걸고 싶어하는 눈치였어.’


노골적인 도발. 어느 귀족이 자신의 딸을 희롱한 집안에 그것도 첩으로 딸을 시집 보내겠는가? 의도적인 도발을 한 것으로 보았을 때 그들의 목표는 자신이 아닌 다른 무언가였다.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건가···’


생각이 여기까지 닿자 그녀는 창가 밑에 주저앉아 양다리를 끌어안았다.


‘무예를 익혔더라면 앞장서서 싸울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에 천장을 올려보는 순간 창가가 벌겋게 물들기 시작했다.


“뭐, 뭐지?”


창밖을 내다보자 벌겋게 타오르는 불길이 눈에 들어왔다.


“불이야!”


땡땡땡땡!


누군가 소리를 지르고 종을 치자 주민들이 양동이를 들고 물을 길러 불을 끄기 시작했다.


“불이야! 모두 나와!”


정신없이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며 올리비아는 급히 옷을 갖춰 입고 저택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그녀를 본 주민들이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아가씨! 위험합니다! 안전한 곳으로 피해 계십시오!”

“불길이 거세지고 있어요! 물로는 끄기는 힘들어 보이니 도끼를 가져와 주세요!”


그 말에 어느새 다가온 카르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 주변을 정리해서 불이 번지지 않게 하려는 거군요?”

“맞아요. 불길과 너무 가까운 곳은 위험하니 거리를 조금 둔 뒤 작업을 진행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거기 자네들, 나와 함께 가지.”


카르마가 장정들을 데리고 이동하자 올리비아는 주민들을 통솔하는데 힘을 썼다. 덕분에 불길은 더 이상 번지지 못하고 서서히 힘을 잃기 시작했다.


“후우···”


화재현장을 진두지휘한 올리비아는 연기를 많이 마셨는지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방랑기사 하나가 다가와 그녀를 부축했다.


“불길이 잡히기 시작했으니 이제 그만 쉬셔도 됩니다.”

“그래도 마무리되는 걸 봐야···”

“현장을 관리할 사람은 많습니다. 굳이 아가씨께서 마무리 지을 필요는 없습니다. 이만 저택으로 모시겠습니다.”

“네. 걸을 수 있으니 폴 님이 이곳을 지켜주시지요.”


그 말과 함께 올리비아는 자리에 주저 앉았다.


“아가씨!”

“조금 쉬면 괜찮아 질 겁니다.”

“연기를 마신 게 영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그녀를 들춰 업은 폴은 저택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


화재 근원지 주변을 정리한 뒤 카르마는 인원점검을 실시했다.


“모두 괜찮나?”

“괜찮습니다!”

“남아있는 사람이 없는지 확인하고 돌아간다.”

“알겠습니다!”


작업 인원을 무사히 돌려보낸 뒤 카르마는 올리비아를 찾기 시작했다.


“아가씨께서는 어디 가셨나?”

“아, 자리에서 쓰러지시더니 폴 경이 직접 저택으로 모셨습니다.”

“폴이라면 이번에 들어온 방랑기사를 말하는 것인가?”

“네. 카르마 경.”


그의 말에 카르마가 살짝 인상을 썼다.


“대가를 바라고 참전한 이들에게 아가씨를 맡길 순 없지. 함께 간 자가 있는가?”

“없습니다.”

“알겠네.”


저택으로 향한 그는 남작가 식솔들에게 올리비아의 행방을 묻기 시작했다.


“아가씨께서 저택으로 돌아오셨는가?”

“아직 오지 않으셨습니다. 아가씨께 무슨 일이 생겼나요?”

“화재현장을 지휘하던 중 쓰러져 폴이라는 방랑기사가 저택으로 모셨다고 들었네. 확실히 아직 오지 않으신 건가?”


그의 말에 하녀의 안색이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네. 만약 아가씨께서 쓰러지셨다면 이를 알리기 위해 소리를 치면서 저택으로 들어오셨겠지요. 하지만 전혀 그런 소동이 일지 않았습니다.”


그 말에 카르마의 얼굴이 굳기 시작했다.


“일단 영주님께 이를 알려야겠네.”


영주를 찾아간 카르마는 지금의 상황을 그에게 알렸다. 카르마의 말을 들은 나에른은 얼굴에서 핏기가 빠지기 시작했다.


“그 말은 올리비아가 실종 상태라는 겁니까?”

“일단 행적이 확인되지 않고 있는 건 확실하니 사람을 풀어 수색을 시작하시지요.”

“알겠습니다.”

“일단 주민들을 시켜 아가씨를 찾게 하고 훈련된 병사들은 저와 함께 목책밖을 수색하기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 말은··· 딸아이가 납치를 당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까?”


얼굴이 완전히 하얗게 질려버린 나에른을 보며 카르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가씨와 저번에 들어온 방랑기사들이 사라졌습니다. 강력한 용의자가 방랑기사이니 막달라 가문의 사람이 방랑기사로 위장을 해 이쪽으로 넘어왔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숨을 쉰 카르마는 자신의 생각을 계속해서 말했다.


“막달라 가문이 목책밖의 영지를 약탈하지 않은 걸로 보아 그들은 온전한 영지를 원하는 거겠지요. 그렇다면 남작님의 항복을 받아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데 그 수단 중 하나가 아가씨를 인질로 잡는 겁니다.”

“마침 용병들도 같이 들어왔으니 그들이 소란을 일으키고 올리비아를 납치했다고 하면··· 상황이 들어 맞는군요.”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던 나에른은 후회에 가득한 목소리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용병과 방랑기사는 항상 조심해야 하거늘··· 눈앞의 적이 강대해 독이든 사과를 집어먹었구나···”


낙심하는 나에른을 보며 카르마가 입을 열었다.


“아직 확실한 건 아닙니다. 하지만 어서 아가씨의 신변을 확보하는 게 좋아 보입니다.”

“맞습니다. 카르마 경께서 병사들을 이끌어 주시겠습니까?”

“그건 모양세가 좋지 않으니 지휘권은 다른 자에게 주고 저는 수색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카르마의 말에 나에른은 고개를 끄덕였다. 외부의 기사에게 지휘권을 주는 건 남작이 자신의 기사들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모습으로 비칠 수도 있었다.


“역시 훌륭하십니다.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아닙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일 뿐입니다. 그럼 당장 수색을 시작하겠습니다. 병사들은 준비가 되는대로 각각 목책의 정, 후문으로 보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나에른과 대화를 마친 뒤 카르마는 즉시 목책의 정문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안에서 불을 질러 혼란을 일으켰다면 외부의 아군을 안으로 들이는 게 수순. 내부 통제가 완전히 되지 않았으니 적진과 가까운 정문을 공략할 가능성이 높다.’


정문에 가까워지자 교전의 흔적과 함께 정문을 점거한 용병들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불까지 피웠는데 왜 오지 않는 거지?”

“이렇게 완벽하게 작전을 수행한 적이 없는데 말이야.”

“저쪽에서 일이 틀어지다니··· 우리 쪽 잘못이 아니니 보상은 확실하게 주겠지?”


용병들의 대화를 들으며 카르마는 용병들의 배치상태를 확인했다.


‘들키지 않고 망루에 있는 자를 잡을 방법이 없으니 당당하게 정면으로 들어가 위압감을 주는 게 낫겠군.’


판단을 내린 카르마는 검을 뽑은 뒤 정문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잘도 이런 짓을 벌였군.”

“누, 누구냐!”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용병들이 횃불을 여기저기 비추자 빛에 반사된 카르마의 갑옷이 번쩍이기 시작했다.


“카, 카르마 경!”

“배신자에게 어떤 처분이 내려지는지 알고 있겠지?”

“저희는 카르마 경과 싸울 생각이 없습니다. 카르마 경도 데스턴가를 위해 피를 흘릴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그냥 서로 못 본 척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맞습니다. 아무리 카르마 경이라도 해도 이 정도 숫자를 감당하려면 부상을 피할 수 없을 겁니다.”

“배신자들과 대화할 생각은 없다.”


카르마가 달려들자 용병들은 욕을 내뱉으며 무기를 들었다.


“젠장!”


망루에서 화살이 날아오자 카르마는 어깨를 움직여 갑주로 화살을 막았다.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화살을 처리한 뒤 그는 정면에 있는 용병을 찔렀다.


“커억!”


정면에 있던 용병이 풀썩 쓰러지자 카르마는 검을 회수해 자신의 좌측을 노리는 용병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촤아아.


검로를 따라 생긴 상처에서 피가 솟구치기도 전에 카르마는 몸을 돌리며 자신을 향해 도끼를 내려치려는 용병의 목을 베었다.


푸왁!


용병의 머리가 날아가자 남은 용병들은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순, 순식간에 세명이 당했어···”

“죽으면 끝이야! 난 여기서 빠지겠어!”


하나가 도망치자 용병들은 수의 우세함도 잊은 채 달아나기 시작했다.


‘야간에 무리한 추적을 하다가 역으로 당할 수도 있다. 저들은 병사들과 함께 쫓는다.’


카르마는 이미 교전 전에 도망칠 준비를 하고 있던 그들을 힘들 게 쫓는 대신 망루를 오르기 시작했다.


망루에 오르자 떨리는 손으로 시위를 당긴 채 그를 겨누고 있는 용병의 모습이 보였다.


“내가 오르고 있을 때 쏘지 않고 지금도 시위를 놓지 않는 걸 보면 협상을 원하는 거 같군.”

“마, 맞습니다. 집결지를 알려줄 테니 그냥 보내주십시오.”

“그건 안되겠네. 자네는 이번사태의 중요한 증인이기도 하니까 말이야.”


그 말과 함께 카르마는 건틀릿을 착용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용병을 향해 달려들었다.


피융!


그와 동시에 화살이 쏘아졌지만 화살은 맥없이 카르마의 갑주에 막히며 바닥에 떨어졌다. 용병을 제압한 그는 밑에 있는 병사들을 향해 외쳤다.


“비키게.”


자리가 생기자 카르마는 용병을 망루 밖으로 던졌다.


“아아아악!”


바닥에 떨어진 용병은 어디가 부러졌는지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중요한 증인이니 잘 감시하게. 저자를 남작님께 보내고 나머지는 추적에 참여하게.”


말을 마친 뒤 용병에게 다가간 카르마가 그를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집결지가 어디인지 말해. 아니면 몇 군대가 더 부러질 거야.”


***


기사들을 손 봐준 뒤 아랑은 유유히 적진을 빠져나왔다. 기사들이 박살 나자 병사들은 알아서 도망을 쳐 적은 스스로 와해되었다.


‘이 정도면 걱정이 없겠지.’


기사들은 전투불능에 병사들은 흩어졌으니 아랑은 이 정도면 차려 놓은 밥상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저택으로 돌아가던 중 그는 한무리의 용병을 발견했다. 급히 움직이는 그들의 모습에 아랑은 수상함을 느꼈다.


‘데스턴 마을에서 오는 것 같은데···’


한낱 용병들의 얼굴을 외우지 않은 아랑은 그들이 데스턴가에 들어온 용병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감이 경종을 울리자 그는 일단 용병들의 길을 막았다.


“어디를 그리 바쁘게 가시오?”

“엇! 저놈은!”

“카르마에게 검을 배우던 자다!”

“여기 왜 있는 거지?”

“일단 쳐!”


용병들이 달려들자 아랑은 턱을 매만졌다.


‘머리수가 많으니 몇 놈만 남겨두면 되겠군.’


기사들과 달리 이들은 돈을 따라 무기를 휘두르는 왈패나 다름없는 자들이었다. 이에 아랑은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고 용병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헉···”


차마 인지하기도 전에 열명이 넘는 용병이 쓰러지자 남은 자들은 그저 굳은 채 아랑을 쳐다볼 뿐이었다.


“바른대로 말하지 않으면 당장 죽일 걸세.”

“마, 말씀하십시오!”


남은 용병들이 바닥에 엎드리자 아랑이 입을 열었다.


“왜 도망치고 있었는가?”


겁에 질린 용병은 아랑의 질문에 막힘 없이 대답했다.


“목책 안에 불을 질러 주의를 끌어 기사들이 영애를 납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그 뒤 빠져나오는 길이었습니다.”


그 말에 주변 공기가 서늘하게 바뀌자 용병은 이마가 터지도록 자신의 머리를 바닥에 짓눌렀다.


“소저를 어디로 데려갔나?”

“아, 아마 더그 숲 가장 높은 봉오리에 있는 산채일 겁니다. 그자들이라면 막달라 가문에 영애를 바로 넘기지 않고 양쪽 가문과 협상해 영애의 몸값을 최대한 높이려 할 겁니다.”


그 말에 아랑은 발걸음을 돌렸다. 이에 용병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그것이 그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용병이 알려준 장소에 당도하자 산적들과 접선하는 방랑기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의 곁에는 포박된 올리비아가 있었다.


‘좀 많군.’


숫자도 많고 인질까지 있는지라 무공없이 그들을 상대하는 건 힘들다고 판단한 아랑은 천천히 그들을 향해 다가갔다.


아랑이 나타나자 그들은 아랑을 향해 무기를 뽑았다.


“누구냐!”


겁에 질린 올리비아의 모습에 아랑은 일단 양손을 들어 보였다.


“쇤네는 그저 마을에서 도망친 소작농일 뿐입니다.”

“오늘은 대어를 낚아 기분이 좋으니 가진 것만 내놓고 그냥 가거라.”


선심 좋게 말하는 산적을 보며 아랑이 입을 열었다.


“저분은 저희 아가씨인데 같이 내려가도 되겠습니까?”

“뭐? 네놈이 재밌는 말을 하는 구나?”


산적들이 웃음을 터뜨리자 방랑기사들은 인상을 썼다.


“소란 피우지 말고 빨리 끝내지?”

“여자 하나로는 흥미거리가 부족했는데 마침 잘된 거 아니겠소?”

“흥미? 몸값을 제대로 받고 싶다면 여자는 절대 건드리지 마.”

“몸에 흉이 생기지 않고 순결을 잃지 않으면 상품성이 떨어지는 게 아니지 않소? 나도 이런 일을 한 두 번 해본 게 아니니 걱정 마시오.”


그 말에 아랑은 바닥에 엎드렸다.


“제발 저희 아가씨를 그냥 보내주십시오. 저분은 남들과 원수질일 하나 만들지 않고 선량하게 살아왔습니다. 무슨 원한이 있어 이런 일을 저지른 단 말입니까?”

“원한? 우리도 이 아가씨와 원수진 일이 없네. 그저 이 아가씨가 가진 힘에 비해 재산이 많고 이쁘다는 게 문제일 뿐이지.”


그 말에 아랑의 목소리가 가라 앉았다.


“아무 죄도 없는 아가씨를 그런 이유로 괴롭히겠다는 말입니까?”

“괴롭히다니? 서로 좋은 일을 하자는 거지. 참한 아가씨도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될 거야.”

“두목이 개발한 계집이 꽤 되지요?”

“어떤 년은 스스로 두목에게 돌아왔다면서요?”

“이 아가씨도 그렇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생긴 것도 반반한데 그럼 이 아가씨는 내가 책임질까?”


웃음을 터뜨리는 산적들을 보며 아랑은 미동도 없이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그 모습에 방랑기사는 검을 뽑아 아랑에게 다가왔다.


“여기까지 온 이상 살아서 나갈 수 없다.”


기사가 검을 내려치는 순간 아랑의 신영이 흐려지더니 검은 빈 허공을 가르고 바닥을 내려쳤다.


“이 무슨!”


그들은 상상도 하지 못할 이형환위의 경지. 기사가 놀라 여기저기에 시선을 두는 사이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난 아랑은 그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자네들은 내가 바닥에 엎드렸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지. 당연히 내가 누군지 모르니 저지를 수 있는 일이네. 거기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겠네.”


바뀐 분위기에 기사는 뒷걸음질 쳤지만 산적들은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냐!”

“하지만 누군가 은인을 구하기 위해 산적의 산채까지 찾아와 자리에 엎드리는 행위··· 이게 무슨 의미인지는 자네들도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네.”

“알지!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미친 놈이지!”

“아하하하하!”


그들의 웃음소리에 아랑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 그건 목숨을 건 행위지. 자네들은 목숨을 걸고 은인을 구하려는 자를 조롱하고 그와 그의 은인을 해하려 했고 말이야.”


옷차림을 바로 한 그는 말을 이었다.


“강호에는 이런 말이 있네. 다른 이의 목숨을 노린 자는 자신의 목숨도 내놓아야 한다.”

“저놈이 대체 뭘하는 거냐?”

“보기 힘든 미친놈인데 조금 더 구경해 보시지요.”

“상대방이 아무리 하수라도 목숨을 걸었다면 그에 맞는 대우를 해줘야 하는 게 강호의 도리인 것을··· 내, 이를 간과했으니 그대들에게 사과하겠네.”


그 말과 함께 아랑이 절도 있는 동작으로 산적들을 향해 포권지례를 올렸다. 이 상황에선 웃음을 터뜨려야 했지만 산채의 그 누구도 숨소리 하나 내지 못한 채 아랑을 쳐다보았다.


“무사 아랑. 그대들을 상대함에 온 힘을 다하겠소.”


그 말과 동시에 숲의 기류가 바뀌더니 아랑을 중심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북명신공’


“저, 저게 뭐야···”


알 수 없는 현상에 그들은 멍청하니 아랑을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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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평화에는 대가가 따른다 24.08.30 7 0 12쪽
30 드레이크 (4) 24.08.29 11 0 12쪽
29 드레이크 (3) 24.08.28 14 0 12쪽
28 드레이크 (2) 24.08.25 19 0 11쪽
27 드레이크 (1) 24.08.24 16 0 12쪽
26 전운 24.08.23 14 0 13쪽
25 웨버 백작 24.08.22 16 0 13쪽
24 웨버 성으로 24.08.21 22 0 12쪽
23 기사단 24.08.20 24 0 12쪽
22 정보 24.08.18 27 0 12쪽
21 그날의 기억 24.08.17 29 0 13쪽
20 부패 24.08.15 27 0 12쪽
19 도적의 여왕 24.08.14 29 0 13쪽
18 북새통 24.08.13 32 0 12쪽
17 신뢰와 상처 24.08.12 30 0 15쪽
16 도움 24.08.11 34 0 12쪽
15 현자를 찾아서 24.08.10 37 0 15쪽
14 푸른 탑 (3) 24.08.09 38 0 14쪽
13 푸른 탑 (2) 24.08.08 39 0 14쪽
12 푸른 탑 (1) 24.08.07 49 0 13쪽
11 남의 대륙 후기지수 양성 24.08.06 48 0 12쪽
10 여정의 시작 24.08.05 53 0 12쪽
9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는 법 24.08.04 60 0 13쪽
8 잠자는 호랑이의 코털을 뽑다 24.08.03 67 1 12쪽
» 무위를 드러내다 24.08.02 76 1 16쪽
6 가문의 위기 24.08.01 75 1 11쪽
5 함정 24.07.31 71 1 13쪽
4 조금 치는 루키와 썩은 물 24.07.30 96 1 13쪽
3 싸움구경 24.07.29 128 0 13쪽
2 웅크리다 24.07.29 177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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