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를 약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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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량한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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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31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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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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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이는 곳-5

DUMMY

새의 부리처럼 앞으로 길쭉하게 돌출된 벼랑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사방 수십 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고지에서 저 회색 산맥 너머에 펼쳐진 수림과 구릉, 평야와 택지를 주시했다.


“대저 천하에 사람은 여러 민족이 있는 법인데, 그 겨레를 논하자면 장이, 단이, 토인, 목인, 해인이 있다.”


맨 앞에서 검은 평원을 굽어보던 운유가 불쑥 말했다.


부민들은 그의 말을 경청했다.


“하얀 초원에서는 우리 장이족, 단이족과 같은 기마민족만이 살았으나, 검은 평원에는 숲과 산, 강과 늪이 많아서 생김새와 습속이 사뭇 다른 이민족들이 공존하고 있다.”


부민들은 운유의 출처 모를 박학다식함에 이미 익숙해졌던바. 검은 평원에 대한 그의 설명을 새삼스럽게 의심하지 않았다.


회색 산맥에서 운유의 길잡이가 틀린 적이 없었으니 이번에도 그냥 그러려니 할 따름이었다.


“이민족들은 우리처럼 말을 잘 타지 못하지만, 그것이 그들을 얕잡아볼 까닭은 되지 못한다. 너희는 이를 명심하여 그들의 터전에서 성급한 행동을 삼가야 한다.”


부민들은 운유의 당부에 명심하겠노라 답했다.


이윽고 그들은 비탈길을 내려가 진정으로 검은 평원에 발을 디디게 되었다.



+++



회색 산맥을 넘자마자 그들을 맞이한 건 울창한 삼림이었다.


하얀 초원에서는 보기 힘든 식생의 초목이 빽빽하게 솟아 있는 숲은 늦가을의 정취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


앙상한 가지를 뻗은 활엽수와 바늘 같은 잎사귀가 촘촘한 침엽수들. 말발굽에 바스락거리며 부서지는 마른 낙엽들은 마치 별세계에 온 듯 이색적인 것이었다.


그 풍광은 그들에게 형용할 수 없이 복잡다단한 감흥을 주었다. 평생 나고 자랐던 고향을 등지고 생경한 타향에 왔다는 게 실감 나자, 낯설고 두려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들뜬 기분이었다.


마음이 싱숭생숭하기로는 운린도 남들과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검은 평원이 어떠한 곳인지를 가끔이나마 운유한테서 전해 들었었고, 덕분에 남들보다는 덜 막연히 검은 평원에 대해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역시 직접 두 눈으로 보는 것은 그 느낌이 확연히 달랐다.


그녀는 피부로 와닿는 이질감에 약간 심란하고 긴장되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자꾸만 운유를 바라보게 되었다. 이 낯선 땅에서 그들의 운명은 전적으로 운유에게 달린 셈이었으니까.


‘그나저나 쟤는 참 태평하네. 근심 걱정 따위는 눈곱만큼도 없는 것 같아.’


운린은 선두에서 나아가는 운유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검은 평원에 들어선 운유는 고향에 돌아온 사람처럼 편안해 보였다. 이미 풍파를 다 겪어 기상천외한 세상사에도 놀라지 않는 여유로움이 그를 감싸고 있었다.


영락없는 어린애의 겉모습으로 이처럼 고요하고 유유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운유는 종종 운린을 그 괴리감에서 갈팡질팡하게 했다.


‘어떨 때는 여전히 애 같은데 또 어떨 때는 부쩍 어른스러우니. 하여간 종잡을 수가 없네.’


그렇게 운린이 내심으로 생각하던 와중이었다.


주위의 부민들이 별안간 웅성댔다. 저만치 멀리에서 꼼지락대는 웬 사람의 형체가 그들의 시야에 포착되었기 때문이었다.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었음에도 초원의 목자들답게 눈이 밝은 그들은 그 형체를 세세히 관찰할 수 있었다.


등에 망태기 같은 것을 메고 있는 남자는 나무껍질처럼 거친 갈색 피부와 긴 팔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목구비가 장이족, 단이족들과는 사뭇 달랐다.


장이족과 단이족은 귀의 장단을 제외하면 그 생김새가 매우 흡사했다. 그들은 대체로 작은 얼굴과 호리호리한 몸, 새뽀얀 피부와 날렵하고 뚜렷한 이목구비를 지니고 있었다.


반면 저 망태기를 메고 있는 남자는 몸이 통통하고 머리가 컸으며, 코가 납작하고 입술이 두툼했다.


“목인[木人]이다.”


운유가 말했다.


“저것이 운유 님께서 말씀하셨던 그 이민족입니까?”

“그래. 숲과 늪에 터를 잡고 사는 이들이지.”


목인족 남자는 낙엽을 파헤치며 나무 열매 따위를 줍고 있었는데, 특기할 만한 점은 바지를 입지 않고 치마를 입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부민들은 치마 입은 남자를 신기하게 쳐다봤다.


“아, 저놈도 우리를 발견했나 봅니다.”

“도망가는데······ 잡아 올까요?”


운부의 행렬을 발견한 목인족 남자는 화들짝 놀라 달아났는데, 어찌나 다급했던지 뛰다가 발이 꼬여 자빠져서는 그만 망태기의 나무 열매들을 다 쏟아버리고야 말았다.


“아이고 저런.”

“푸하하!”


아깝게 쏟아버린 나무 열매들을 도로 주워 담을 생각도 못 하고 도망하는 목인족 남자를 보며 부민들은 낭랑하게 웃었다.


“운유 님. 저놈은 이 숲의 길을 잘 알지 않겠습니까? 말씀만 하신다면 당장 잡아 와 길잡이를 시키겠습니다.”


몇몇 혈기왕성한 단이족 청년들은 운유에게 거듭 청했다. 사냥감이 무방비하게 도주하는 걸 보고만 있기엔 몸이 너무 근질거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운유는 웃음기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목인족은 숲에 함정을 깔아놓길 즐긴다. 너희는 다만 활에 시위를 걸어놓고 행여나 벌어질 전투를 대비해라.”

“전투를 대비하라 하심은, 저 목인족들이 싸움을 걸 수도 있다는 뜻입니까?”


젊고 활발한 사냥꾼인 단이족들은 운유가 전투를 예고하자 호기롭게 웃었다. 목인족의 볼품없는 모습을 확인한 그들은 벌써부터 전투를 빙자한 사냥과 손쉬운 승리를 기대하고 있었다.


“이곳은 목인족의 땅이다.”


운유는 부민들의 자만함을 헤아렸으나 입 아프게 여러 번 경고하지는 않았다. 스스로 경험해보면 저절로 신중해질 테니.



+++



양옆으로 가시덤불과 냇물이 흐르는 오솔길을 지날 무렵이었다.


그들의 맞은편에 한 무리의 기마가 나타났다. 동족일까 하여 바라보니 뜻밖에도 목인족들이었는데, 아까 봤던 목인족과는 또 다르게 치마 대신 바지를 입고 있었다.


바지 입고 말 탄 목인족들이 말했다.


“한참이나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야 왔구나! 하하.”


목인족들의 말에 운부의 부민들은 중의적으로 놀랐다.


“우리말을 할 줄 아는군?”

“저놈들도 말을 탈 줄 아는 건가?”


그러나 목인족들의 발음과 자세는 어설프기 짝이 없었던바. 그 놀라움은 금세 비웃음으로 바뀌었다.


“흔츠미나 기드리구 이써따? 하하, 뭐라는 거야? 하나도 못 알아먹겠네.”

“저놈들은 왜 타지도 못하는 말 위에 앉아 있는 거지? 말이 불쌍해.”

“이제 막 걸음마 뗀 애들 수준도 못 되면서 감히 우리 흉내를 내다니. 상당히 기분 나쁜걸.”


목인족들의 어눌한 말하기와 어설픈 말타기는 부민들의 눈에 몹시도 우스꽝스럽게 보였다. 그래서 부민들은 목인족들을 향해 삿대질하며 낄낄댔다. 다분히 노골적인 조롱이었다.


하지만 목인족들은 모욕을 받고도 전혀 개의치 않는 기색이었다. 그들은 도리어 여유만만하게 가슴을 펴고 부민들을 응시했다.


그 시선이 이어지자 부민들은 서서히 웃음을 그치고 얼굴을 굳혔다.


목인족들의 묵묵한 시선은 그들을 애송이 보듯 가소롭게 낮잡아보는 시선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단이족 청년 처녀들의 드센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이었다.


따지고 보면 독립한 지 얼마 안 된 그들은 풋내기 애송이들이 맞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불쾌했다.


부민들은 날카로운 눈으로 목인족들을 노려보았다. 오금이 저릴 만큼 살벌한 눈빛이었으나 목인족들은 덤덤하고 여유로운 태도를 견지했다.


그렇게 침묵 속에서 양측의 기싸움이 벌어지던 와중, 말 탄 목인족 가운데 한 명이 선두로 나왔다.


가슴에 청동 거울을 달고 있는 그는 목인족들의 우두머리인 성싶었다.


“하여간 네놈들의 거만함은 별수가 없구나! 내 몸에 너희 피가 일부나마 흐른다는 게 역겨울 지경이야. 네놈들을 몽땅 잡아다 나무에 목매달아 버린다면 얼마나 장쾌할까?”


우두머리 목인족이 능글맞은 얼굴로 말했다. 어조는 쾌활한데 정작 그 내용은 심한 저주와 욕설이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너희 같은 나그네에게조차 관대히 기회를 준다. 남의 땅을 지나가고 싶으면 응당 성의를 보여야지? 가축과 귀한 것을 바쳐라! 순순히 바친다면 길을 빌려주마.”


목인족들이 큰 목소리로 우두머리의 요구를 따라 외쳤다.


바쳐라! 바쳐라! 바쳐라!


목인족들의 우렁찬 목소리가 숲을 쩌렁쩌렁하게 흔들었다.


하지만 부민 중에서 목인족들의 위압에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정신이 다른 데에 팔려있어서 뭘 바치라느니 어쩌느니 는 헛소리는 아예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던 탓이었다.


우두머리 목인족에게 부민들의 눈길이 집중되었다. 부민들은 우두머리 목인족을 유심히 관찰했다.


다른 목인족들보다 좀 더 하얀 피부와 좀 더 선명한 이목구비.


단이족과 닮은 구석이 약간 있는 듯했다.


“······네 몸에 우리 겨레의 피가 흐른다고?”


부민들은 굉장히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의 심미안으로 목인족의 외모는 대단히 추한 것이었기에.


“어떤 비위도 좋은 연놈이 저런 것들이랑 애를 낳은 거지······?”


어느 단이족이 중얼거리자, 우두머리 목인족이 껄껄댔다.


“내 아버지는 승자의 권리대로 전리품을 취했을 뿐. 너희 민족의 계집이 무슨 뜻을 표하겠는가?”


우두머리 목인족의 대꾸가 내포하는 바는 자명했다. 일찍이 저 목인족들이 단이족들과 싸워 여인을 빼앗고 겁탈했다는 의미였다.


그 뻔한 도발에 부민들의 낯빛은 한없이 살기등등해졌다.


“운유 님. 허락해주신다면 즉시 저놈의 입을 찢어 죽이겠습니다!”


분노한 단이족 청년들이 입 모아 외쳤다. 그들이 탄 마필들도 덩달아 흥분하여 푸르륵 거친 숨결을 뿜어댔다.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맴돌며 삽시간에 험악한 분위기가 들끓었다.


운유는 한 손을 들어 단이족 청년들의 요란한 목소리를 잠재웠다.


그리고 가볍게 맥의 옆구리를 차서 앞으로 나아가며 무미건조하게 뇌까렸다.


“아무도 따라오지 마라. 함부로 나서는 자는 목을 베겠다.”


우수에는 청동검, 좌수에는 구리 도끼를 쥔 운유가 철마를 몰아서 홀로 달리기 시작했다.


양측의 거리는 다소 애매하게 벌어져 있었기에 그는 처음부터 전속력으로 질주했다. 철마가 나는 듯이 달리니 그리 멀지 않은 거리가 몇 호흡 만에 좁혀졌다.


말 탄 목인족들은 운유가 달려오는 모습을 멀뚱히 보고만 있었다. 무기를 뽑으며 대응하지도, 전열을 정비하지도, 하다못해 회피하지도 않았다. 당최 무슨 자신감인지 알기 힘들었다.


운유는 차분하게 우두머리 목인족을 주시했다.


우두머리 목인족도 다른 목인족들처럼 제자리에서 옴짝달싹도 하지 않은 채 운유를 응시하고 있었는데, 때때로 시선이 땅바닥을 오가곤 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떠올랐다.


그래서 운유도 그를 향해 나른하게 웃어줬다.


‘이쯤인가.’


신호를 주자, 맥이 땅을 박차며 펄쩍 뛰어올랐다.


눈을 부릅뜬 목인족들은 예기치 못하게 도약한 기마를 쳐다봤다. 철마가 어찌나 높이 도약했던지, 눈으로 그 궤적을 쫓던 목인족들은 고개를 한계까지 젖혀야 했다.


늦가을의 해가 철마에 가려지며 창졸간 목인족들의 머리 위로 그늘이 드리워졌다.


“어, 어어.”


철마가 곤두박질쳤다. 정확히 우두머리 목인족의 머리 위로 철퇴 같은 말발굽이 떨어졌다.


우두머리 목인족은 단말마조차 내뱉지 못하고 그대로 곤죽이 되어 짓이겨졌다. 우두머리 목인족이 타고 있던 마필 역시 허리가 부러져 즉사했다.


“허어억······!”


우두머리 목인족이 철마에 덮쳐져 참혹히 죽어버리자, 다른 목인족들은 그 충격에 휩싸여 얼빠진 소리를 냈다.


운유는 그렇게 아연실색한 목인족들이 제정신을 되찾을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았다. 청동검과 구리 도끼가 섬뜩한 빛을 흩뿌려대니, 이윽고 피보라와 비명이 난무했다.


“마, 막아! 그래 봐야 혼자, 컥!”


우두머리를 잃은 혼란에도 불구하고 누군가가 사기를 북돋고자 고함질렀다. 현명하고 신속한 판단이었지만, 압도적인 무력 앞에서는 아무 소용 없는 것이었다.


철마가 물어뜯고, 들이받고, 뒷발질하여 걷어찰 때마다 마필들은 구슬프게 울며 나가떨어졌다. 그 위에 탄 목인족들도 낙마하여 죽거나 혹은 깔려 죽어버렸다.


“으, 으아악! 말들이······! 통제가 안 돼!”


철마와 일심동체처럼 움직이는 저 긴 귀의 소년에 비하면 목인족들은 그저 목마에 탄 지푸라기 인형과 진배없었다.


겁먹어 날뛰는 말을 진정시키기에 급급하다가 청동검과 구리 도끼에 목이 우수수 잘려나가니, 숫자의 우위가 무색하게도 목인족들은 운유를 에워싸긴커녕 외려 피해 다녀야 했다.


그리하여 눈 깜짝할 사이에 목인족 수십 명이 저항조차 못 해보고 도살당하자, 후미에 있던 어느 목인족이 저도 모르게 외치며 말머리를 돌려 달아났다.


“괴물, 괴물이다! 모두 도망쳐! 괴물은 이길 수 없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말 탄 목인족들은 마을에서 손꼽히는 우수한 전사들이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우두머리 목인족과 그 곁에 있던 목인족들은 최고의 용사들이었다.


한데 그 최고의 용사들이 변변한 칼질 한 번 못 해보고 운유의 손에 도살당했으니, 다른 목인족들은 차마 더이상 싸울 용기가 나지 않았다.


“안 돼! 도망치지 마라! 다 같이 뭉치지 않으면 사냥당한단 말이야!”


그나마 아직 용기를 잃지 않은 목인족이 이를 만류하고자 애썼으나, 이미 이탈자가 생겨버린 목인족들의 무리는 금세 균열이 가서 와장창 무너져버렸다.


좀 전까지의 여유는 온데간데없이 뿔뿔이 흩어져 달아나는 목인족들.


운유는 그 목인족들을 추격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시체 하나를 주워서는 왔던 길을 되돌아오더니, 스스로가 도약했던 바로 그 지점에 휙 던져버렸다.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 있던 땅에 무거운 시체가 떨어졌다. 그러자 땅이 쑥 꺼지며 은폐되어있던 커다란 구덩이가 나타났다.


“······!”

“······!”

“······!”


운유의 용맹 무쌍을 넋 놓고 구경하던 부민들은 이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항아리처럼 입구는 좁고 바닥은 넓게 파여 있는 구덩이에는 뾰족하게 깎은 말뚝이 촘촘하게 꽂혀 있었다.


“목인족은 함정을 잘 판다.”


운유는 부민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검은 평원은 하얀 초원과 다르다. 삼림, 야산, 택지가 많으므로 하얀 초원에서처럼 싸우면 반드시 계략에 망한다.”


혈기가 앞서서 운유가 누차 훈계했던 바를 귀담아듣지 않았던 몇몇 부민들은 부끄러움에 눈을 내리깔았다.


‘아까 무턱대고 달려들었다가 저 함정에 빠졌더라면?’


만약 아무것도 모른 채 돌진하다가 선두가 저 함정에 걸려 떨어졌다면, 그 후미까지도 뒤엉키고 부딪쳐서 제대로 난리가 났을 터였다.


그리고 그런 난리판에 목인족들이 치고 들어왔다면, 제아무리 단이족들이 말을 잘 탄다고 해도 속수무책이었을 터.


섬뜩한 상상이 뇌리를 스치니, 비로소 젊은 단이족들은 이민족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느꼈다.


이민족들은 그들과 생긴 것도, 사는 것도 달랐다. 그렇다면 싸우는 것도 다를 터였다.


목인족들이 어설프게 말을 타고 나타났을 때, 단순히 깔보고 비웃을 게 아니라, 어설픔을 알면서도 당당히 나타났던 그 자신감의 원천을 의심해야 했었다.


“하지만 너무 기죽을 필요는 없다. 기왕 이렇게 됐으니 연습으로나 삼아 볼까······.”


시무룩해진 부민들을 일견한 운유가 활을 뽑아 쥐며 읊조렸다.


“사냥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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