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각성자로 회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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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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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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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6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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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2

DUMMY

“... 오빠! 현우 오빠!”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강현우는 정신이 들었다.

머리가 멍하고 시야는 흐릿했다.


“정신 좀 차려봐. 어제 몇 시까지 야근을 했길래 상태가 이 모양이래?”


눈을 몇 번 껌벅였더니 시야가 조금 밝아졌다.


“내가 김 부장 그 새끼 만나면 조저 버릴 거야. 맹세한다! 씹탱구리 새끼!”


입에 착착 달라붙는 욕설이 귀에 때려 박혔다.

그런데 그 소리가 듣기에 무척이나 좋았다.

이제야 초점이 잡혔는지 주변이 또렷하게 보였다.


“지연아···”


강현우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토록 그리던 사람.

10년 동안 한순간도 잊어 본 적이 없던 사람.

이 사람을 생각하며 구차한 삶을 꾸역 꾸역 버텼지만.

이 사람이 너무 보고 싶어 죽을 것 같았던.

그 사람이 지금 눈앞에 있었다.


“왜?”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바라보는 서지연을 강현우가 꽉 끌어안았다.

강현우의 몸이 가늘게 떨렸다.

오른팔에 유난히 더 힘이 들어갔다.


“오빠··· 힘들면 퇴사해. 괜찮아.”


서지연이 강현우의 등을 토닥였다.

힘든 티를 내는 사람이 아닌데.

얼마나 힘들었으면···

김 부장 이 개새끼!


“그런 거 아니야··· 오늘따라 니가 이뻐 보여서 그래.”

“그래? 오빠 생일이니까 신경 좀 썼지. 암. 그렇구말구.”


강현우가 서지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럼 어디가 바뀐 건지도 알겠네?”

“···”


강현우가 잠시 멈칫했다. 몸이 가늘게 떨려왔다.


‘시간!’


때마침 머리를 스치는 생각에 강현우가 정색을 하며 시간을 확인했다.

12시 30분.


“저기요? 답변을 주셔야죠? 강현우 씨?”

‘첫 게이트의 발생 시점은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12시 30분 전후. 장소는···’


강현우가 주위를 빠르게 살펴보았다.

세종대왕 동상이 눈에 들어왔다.


‘광화문 광장.’


치직—


장소와 어울리지 않는 소음에 고개가 돌아갔다.


치지지직—


허공에 유리가 깨지는 것과 같이 금이 생기고 있었다.

불과 몇 걸음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부우욱—


두꺼운 천이 찢어지는 소리.

거대한 손톱이 공간을 찢어내며 불쑥 튀어나왔다.

그리고 균열을 비집고 새하얀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늑대? 하얀 늑대?

분명 늑대와 유사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두 발로 서서 걷고 있었으며.

늑대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컸다.


‘그래... 이 녀석이었어.’


강현우는 늑대를 닮은 마수를 노려보았다.

서지연을 한순간도 잊지 않았던 것처럼.

눈앞에 있는 마수 역시 한순간도 잊지 않았다.


아우우우—


균열 빠져나온 마수가 고개를 쳐들고 하울링을 했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몸이 얼어붙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 실제로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피어!’


슈욱—


마수가 가볍게 팔을 휘둘렀다.

마수의 길고 날카로운 손톱이 강현우를 향했다.

딱히 노린 것은 아니었다.

가장 가까이에 강현우가 있었을 뿐.


그날과 같았다.

한쪽 팔이 잘리고 서지연을 잃었던 그날.

삶의 의미가 사라져버린 10년 전 그날.


그리고 그날 이후의 10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죽지도 못하고 제대로 살지도 못했던.

증오심과 열패감에 휘둘려 스스로를 갉아먹었던.


날아오는 마수의 손톱을 보며 강현우는 이를 악물었다.

부릅 뜬 눈에서 실핏줄이 터졌다.

똑같은 결과를 반복하려고 돌아온 게 아니었다.

굳어버린 몸뚱이를 움직이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으아아아아악!”


촤아악— 쿠당탕—


강현우가 서지연을 감싸며 마수의 손톱을 등으로 받아냈다.

등이 불에 데인 듯 화끈했다.

칼날이 등을 깊이 파고드는 느낌이 들었다.

강현우는 서지연을 안은 채 10여 미터를 굴러가 내동댕이 쳐졌다.


“지연아!”


서지연의 상태부터 확인했다.

충격에 기절했을 뿐 다행히도 다른 이상은 없었다.


“후우— 후우—”


과거와 달리 서지연이 죽는 것은 간신히 막아냈다.

오른팔도 붙어 있었다.

다만 손톱을 받아낸 등짝은 온전치 않을 것 같았다.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지금은 상태를 확인할 여유 따위는 없었다.


재빨리 일어선 강현우가 마수의 위치를 확인했다.

마수와 강현우의 눈이 마주쳤다.

마수는 강현우가 날아간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흥미롭군···]

‘!’


낮은 중저음의 바닥을 긁는 듯한 목소리.

직감적으로 마수의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머릿속을 직접 울리는 목소리에 순간 심장이 멈출 듯 놀랐지만.


‘정신 차려! 강현우!’


이를 악물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크릉— 저벅 저벅—


그 사이 공간의 균열은 완전하게 게이트의 모습을 갖추었다.

그리고 다른 마수들을 하나 둘 뱉어내기 시작했다.

하얀 늑대 마수보다는 덩치가 작은 짙은 회색의 늑대 마수들이었다.


크르릉—


하얀 늑대 마수가 게이트를 향해 낮게 울었다.

다른 마수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듯했다.

그리고 강현우를 다시 한번 쳐다보았다.


[다음에···]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이었다.

불길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마수가 등을 돌려 움직였다.

강현우는 멀어지는 마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언제까지 넋 넣고 쳐다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

다른 마수들이 눈깔을 번들거리며 사람들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도망쳐!”


강현우가 최대한 크게 소리쳤다.

아직 경직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들.

상황 판단이 되지 않아 멍하니 있는 사람들.

마수를 보고 신기해하는 사람들.

강현우의 한 마디가 방아쇠가 되었다.


“우아아악!”

“이게 뭐야!”

“살려 줘!”


모두에게 위험 신호가 켜지며 마수를 피해 달아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펼쳐졌다.

강현우는 혼란을 틈타 서지연을 엎고 빠져나왔다.

조금 있으면 각성자가 나타날 것이다.

최초의 각성자.

그가 마수를 모두 죽이고 상황을 정리할 것이다.


“...”


나도 각성자인데···

자신이 함께 한다면 조금 더 빨리 끝나지 않을까.

그러면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릴 수 있지 않을까.

불쑥 치고 올라오는 생각들.


“가자.”


하지만 강현우의 고민은 짧았다. 감상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었다.

마음 한구석이 무거웠지만 이내 털어 버렸다.

지금 가장 중요한 사실은 지연이를 살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위험 요소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고.

해야 하는 것을 파악하고 할 수 있는 것을 하자.


“그래도 경고는 했잖아.”


스스로를 위로하는 듯한 혼잣말을 내뱉었다.

서지연을 등에 업고 30분 정도를 부지런히 걸었다. 작은 공원이 보였다.

첫 게이트에서 출몰한 마수가 활동했던 범위는 대략 반경 1km.

이 정도 걸었으면 충분히 벗어났을 것이었다.

공원 벤치에 서지연을 조심히 내려놓았다.


“으···”


서지연이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그 난리 통에 잘도 잔다.


“후···”


강현우가 벤치에 털썩 주저앉아 길게 숨을 내뱉었다.


‘살았다···’


이제서야 실감이 났다.

지연이가 살아 있다.

오른팔도 멀쩡했다.

과거로 돌아왔고 결과를 변화시켰다.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 수 있다.

강현우는 잠든 서지연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 * *


“크르릉—”


짐승의 낮은 으르렁 거림이 들려왔다.

역한 누린내가 코를 자극했다.

강현우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고개를 돌리니 늑대 마수 한 마리가 보였다.


마수는 침을 질질 흘리며 붉게 충혈된 눈깔을 희번덕거렸다.

코를 킁킁거리며 강현우의 자취를 따라오고 있었다.

관목에 가려져 있어 강현우를 아직 발견하지 못한 듯했지만 시간문제였다.


‘분명 벗어났을 텐데···’


기록상의 마수 활동 범위는 확실히 벗어났다.


‘좋은 쪽으로만 바뀌는 건 아니겠지···’


자신의 회귀로 인해 과거가 바뀐 것이리라.

과거를 바꾸려고 노력했으니 바뀌는 게 당연한 거지.

환영할 일인 거다.

강현우는 조용히 벤치에서 일어섰다.


기억 속에 있는 늑대 마수에 대해 되새겨 보았다.

웨어 울프

2미터 전후의 크기

직립 보행

주무기는 손톱과 이빨

속도형 마수

무리를 지어서 다님

랭크 E


서지연을 업고 도망치는 것을 상상해 보았다.


‘안돼.’


강현우는 고개를 저었다.

웨어 울프는 속도형 마수였다. 따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행히 강현우를 뒤쫓아 온 마수는 아직 한 마리뿐이었다.


‘한 마리라면···’


팟!


마음을 정한 강현우가 웨어 울프를 향해 달려들었다.


퍽!


강현우의 주먹이 웨어 울프의 머리를 강타했다.


쿠당탕—


예상치 못한 기습을 허용한 웨어 울프가 바닥을 굴렀다.


‘속전속결.’


각성자는 기본적으로 육체 능력이 대폭 상승한다.

E급 마수라면 일대일 전투로는 각성자 쪽이 우세했다.


“크르르—”


웨어 울프가 강현우를 향해 자세를 낮췄다.

시간을 오래 끌면 안 된다.

한 마리가 아닐 수도 있다.


“크아앙—”


웨어 울프가 달려들었다.

강현우는 웨어 울프가 휘두르는 손톱을 피하며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꽉!


웨어 울프가 기다렸다는 듯이 주둥이로 강현우의 어깨 부분을 물었다.

강현우 역시 이걸 노렸다.

송곳니가 깊이 파고들었다.


“윽!”


고통을 참아내며 왼손으로 웨어 울프의 목덜미를 움켜쥐었다.


퍽! 퍽!


그리고 오른쪽 주먹으로 웨어 울프의 머리통을 있는 힘껏 내리쳤다.


“캥! 깨앵!”


퍽!


웨어 울프의 비명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마수의 검은 피가 튀어 올랐다.

강현우의 주먹이 웨어 울프의 두개골을 박살 냈다.


털썩—


웨어 울프의 사체가 무너져내렸다.


‘초재생이라니···’


강현우가 웨어 울프에게 물린 어깨를 보며 생각했다.

웨어 울프의 이빨 자국이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게 아물어 가고 있었다.

등판에 입은 상처도 이미 다 아문 것 같았다.

결코 작은 상처가 아니었다.

분명 등을 깊숙이 파고드는 손톱의 느낌이 있었고 뼈를 가르는 소리도 들은 것도 같았다.


[부작용은 없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능력이 각성될지는 알 수 없어요.]

[자신이 가장 염원하는 바를 얻게 될 거다.]


사령관이라는 남자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염원하던 것이라더니. 하긴··· 오른팔이 없는 것이 항상 아쉽기는 했지.’


강현우는 주변에 다른 마수가 없는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

한 마리인 것을 확실히 한 후 웨어 울프의 가슴 부분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퍽! 퍽!


웨어 울프의 가슴뼈를 박살 내고 가죽을 찢어 냈다.


“으···”


내키지는 않았지만 마수의 몸속에 손을 밀어 넣었다.

한껏 인상을 찌푸리며 손을 움직이던 강현우가 옅은 빛을 뿜어내는 무언가를 끄집어냈다.


“코어···”


코어를 주머니에 쑤셔 넣은 강현우가 서지연을 다시 들쳐 업었다.


“광견병 주사라도 맞아야 하려나··· 대충 개과 동물인 거 같은데.”


* * *


“어이구야··· 죽겄다···”


강현우가 앓는 소리를 내며 침대에 몸을 던졌다.

서지연은 집에 데려다주었다.

택시 기사가 힐끔 힐끔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냈지만.


“의심을 안 하는 게 더 이상한 몰골이었으니까.”


서지연이 중간에 깨어난 덕분에 별다른 오해는 생기지 않았다.


“내일 제대로 설명해 줘야 돼.”


물론 더 큰일이 숙제로 남겨졌지만.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야 되냐···

게이트, 마수, 각성··· 회귀는 빼야 되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두통이 밀려오는 것 같았다.


“아··· 모르겠다.”


몸을 돌려 누운 강현우가 주머니를 뒤적였다.

희미하게 빛나는 푸른색의 구체를 끄집어냈다.

늑대 마수의 코어였다.


툭—


코어를 가만히 바라보던 강현우가 코어를 손에 쥔 채 어느새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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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035 24.09.07 137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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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031 +1 24.09.03 18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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