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천재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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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저블
그림/삽화
아침10시10분
작품등록일 :
2024.08.06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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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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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8.1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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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장기, 다단계, 사이비, 꽃뱀

DUMMY

“이거 드세요.”


엘프 여신, 강림천사, 얼굴로 연예인 귀싸대기를 때려줄 여자 차지혜가 내게 음료수를 내민다.

난 운동을 멈추고 차지혜를 바라봤다.

바닥은 땀으로 흥건해 있고 찌릿한 냄새가 올라온다.

남들은 그런 날 피하는데 이여자는 왜?


“저기 저한테 왜 이러세요?”


“네?”


내 질문에 오히려 차지혜가 놀라서 묻는다.


“저한테 왜 이러시냐고요? 왜 음료수를 주고 그러세요?”


“그, 그건 원 플러스 원이라서···”


“다른 사람들한테 줘도 되잖아요.”


“그러면 괜히 오해 받을 까봐···”


조심스럽게 말하는 차지혜는 너무나 아름다웠지만 난 실망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랬다. 다른 훈남을 주면 관심있어 준줄 알고 오해를 받을 수 있으니 자신이 먹기에는 너무 많은 음료를 비곗살을 출렁거리며 운동하는 아저씨에게 준 것이다.

버리기엔 아까우니까.

비곗살 아저씨에게 줘봐야 오해 받을 일은 없으니까.

마치 한참 떠오르고 있는 여자 아이돌에게 이상형이 누구냐고 묻는 질문에 연결성이 전혀 없는 중년이나 나이든 연예인 이름을 대는 것처럼 말이다.

만분의 일, 아니 백만분의 일 정도의 아름다운 가능성을 꿈꾸다가 현실로 내팽개쳐진 기분이었다.


“버리기는 아깝고 다른 사람 주면 오해 받으니까 나한테 준거다 이거죠?”


“아, 아니 그건 아니고.”


기분이 더러웠다. 이제 와서 무슨 변명을 하시려고.

난 눈을 내리깔았다.

찌린내나는 땀으로 흥건한 바닥, 그 땀을 스프링쿨러처럼 뿌리고 있는 내 모습이 비참하게 느껴졌다.


“저기 안 주셔도 됩니다.”


나는 눈을 내리깐 상태로 말했다.

새 인생을 시작하려는 지금, 내게 좋은 기폭제로 삼을 것이다.

그래 그정도면 된 것이다.

저렇게 아름다운 여자가, 헬스장의 모든 훈남들이 선망하는 저 완벽한 여자가 내게 뭐하러···


“그게··· 오해하진 마세요. 아저씨 멋있어서요.”


그래 그렇게 둘러대셔야 하겠지 그런데 늦었어요. 이미 비곗살 아저씨는 상처 받았어요.


“마음은 고맙습니다. 이제 음료는 주지 마세요.”


그렇게 말하곤 하던 스트레칭을 계속 이어서 했다.

차지혜는 음료수 병을 잠시 들고 있더니 돌아서서 가 버린다.


씁쓸했다.

생각해보니 참 난 양심도 없다.

삼십이 넘은 그것도 이혼을 한 비곗살 아저씨 주제에 감히 저 완벽에 가까운 여자를 마음속에 품었다니.

그런데 그게 죄는 아니지 않은가?

저렇게 예쁜 여자가 음료수를 주는데 착각하지 않을 남자가 어딨어?

아랫 입술을 깨물며 운동에 전념하려 하는데 내 눈에 탈의실의 그 남자 세 놈이 나를 보고 희죽 웃고 있는게 보였다.

저놈들도 아마 나를 비웃고 있는 것이리라.




***




“저어.”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나가려는데 헬스장 밖에서 누군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차지혜였다.


“네?”


놀라서 그녀를 바라봤다.

달라붙는 스판 청바지에 셔츠, 포니테일로 묶은 머리, 아주 평범한 차림이지만 빛이 나는 것 같이 느껴지는 미모였다.


“저어 혹시 안 바쁘세요?”


“왜요?”


“같이 식사라도··· 아니면 맥주라도 한 잔 할까 하고.”


왜 이러는 걸까요?

나는 차지헤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 봤다.

내 눈과 마주친 차지혜는 눈길을 돌린다.

도대체 왜? 이 여자는 내게 밥을 먹자고 하는 걸까? 맥주? 술을 먹자고?

인신매매, 꽃뱀, 다단계, 사이비종교 다양한 레퍼토리가 머리속을 스쳐갔다.

이렇게 완벽한 여자와 마주 앉기 위해서라면 콩팥 한 개쯤 떼어줄 남자가 디글디글 할 꺼다.


“나한테 왜 이러시는지 모르겠는데요. 전 그쪽과 어울릴만한 사람이 아니에요.”


그래도 난 양심이 있다. 아니 솔직히 어떤 댓가를 치루더라도 대화를 나누고 싶은 마음 굴뚝 같았다.

그정도로 차지혜는 얼굴도 몸도 완벽한 미인이니까.


“뭐가 어울릴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거예요?”


“네?”


“밥 한번 먹자는데 맥주 한 잔 하자는데, 뭐가 어떻다는 거예요? 뭔지 몰라요?”


급기야 화까지 낸다.

난 차지혜를 바라봤다.

화를 내는 얼굴까지도 어떻게 저렇게 귀여울수가?

눈가의 끝이 올라간 커다란 눈과 오똑한 코와 도톰한 입술. 균형잡힌걸 넘어서 절묘한 하모니를 이루는 얼굴은 심장을 덜컹거리게 만들만큼 매력적이다. 게다가 170을 훌쩍 넘는 키에 긴다리, 잘록한 허리, 늘씬한 몸매에 도드라진 가슴과 힢.

왜 이런 여자가 나랑 밥이랑 술을 먹겠다는 거냐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게 정상이잖아.

인신매매는 어렵다 치더라도 다단계나 꽃뱀, 사이비 종교 아니면 뭐냐고?


“그러니까 왜 저랑 밥을 먹고 맥주를 먹으려고 하는 거냐는 거죠?”


그렇게 말하고 말았다.


“아이씨 관둬요!”


차지혜가 얼굴이 빨개진채 화를 내며 말하고선 씩씩거리며 가버린다.

역시 콩팥이었어, 그게 아니면 저렇게 화를 낼리가.

설마, 내가 캣 코인으로 어마어마한 떼부자가 된 걸 알고 노리고 접근한 건가?

생각해보니 아닌거 같은데, 어제 차지혜가 내게 음료수를 줄때엔 가상화폐 가격이 내려가 내가 막 파산되려던 때였는데.


멀리 걸어가는 차지혜를 바라봤다.

아직도 화가난듯 씩씨거리고 걷고 있는데 걸을때마다 그녀의 포니테일 머리가 좌우로 살랑거리는 모습이 귀엽게 느껴졌다.




***




그대로 두길 잘했다. 망할놈의 엘론 머0크, 그 자식 한마디로 이렇게 뛰게 될지 상상을 못했다.

1.25달러, 30억의 8배 240억중에 27억을 빼고 수수료를 뺀 나머지 210억이 내 몫이 되었다.

그중에 70억은 외환계좌에 달러로 키핑되어 있고 한화 계좌로 140억이 입금되었다.


내가 가상화폐를 현금화 한 이유는 가상화폐들에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식까지 자잘한 진동은 느껴졌지만 이거다 싶은 것은 느껴지지 않았다.

무슨 일이 생기지 않는 이상 이렇게 가상화폐와 주식 모두 떨어질 수 있나?


돈을 다 빼 놓은 상태였기에 나는 운동을 하지 않는 시간은 모두 글쓰기에 집중했다.

‘이혼 후 능력각성’도 집필해야 했지만 동시에 드라마 시나리오도 집필해야 했다.


글을 쓸때만큼은 모든걸 다 잊고 초집중 상태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오로지 단 하나, 컨버터블을 타고 가며 내게 퍼큐를 날리던 전 아내 은지선과 내연남 고정훈의 모습은 뚜렷하게 떠올리려 했다.

아니 노력할 필요도 없었다. 모든게 선명하니까.


‘당신을 사랑해요.’


은지선이 침대에서 속삭이던 소리가 떠올랐다.

향긋한 그녀의 살 냄새, 다정다감했던 눈빛, 은지선은 한때 나를 사랑했었다. 그리고 나도 아내를 사랑했었다.

3년동안 아무런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나를 경멸하는 눈빛으로 바뀌기 전까진 우리는 사랑하는 정상적인 부부였다.

아내의 마음이 바꾸어 가는걸 알면서도··· 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난 제대로 된 마음의 준비도 없이 아내를 떠나보내고 말았다.

욕이라도 한마디 찰지게 해주고 싶은 마음 굴뚝 같지만 그러지도 못했다.

아직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아내 은지선의 자리가 있다.

그 자리를 없애기 위해서 그 장면을 다시 반복해서 상기하려고 하는 것이다.


전 아내 은지선을 향한 내 감정의 찌꺼기와 분노, 그 모든걸 글을 쓰는 기폭제로 쓸 것이다.

글을 쓰면서 이렇게 집중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니까. 상상이 필요 없으니까. 그저 내가 겪은 것들을 풀어놓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

내 소설속 주인공은 이제 쭉쭉빵빵 미녀와 만나기만 하면 되는 거다.

그 순간 난 노트북 자판에 손을 올린채 멍하니 화면만 들여다 보고 있었다.

차지혜, 그녀가 생각이 났다.


이혼 남이라서? 비곗살 출렁 아저씨라서? 고시원 사는 망생 소설가여서?

이제 200억이 넘는 돈을 가진 자산가지, 뱃살은 빼면 되는 거 아닌가? 그리고 누가 나보고 망생 소설가래?

응 지금 한참 작품이 잘나가서 무료베스트 1위찍고 있구만, 게다가 웹툰과 드라마는 제작 준비중이고 영화도 어덯게 될지 모르는데.

거기까지 생각하자 자신감이 뿌둥뿌둥 올라오기 시작했다.


내 유일한 단점이라면 이혼한 경력이다.

내가 뭐가 모자라서 차지혜같은 여자를 사귀지 못할 이유가 어디에 있어?

그 절체절명의 순간 뱃살이 보이지 말았어야 했다. 아직은 103킬로그램, 뱃살이 툭 튀어나와 있었다.

모처럼 솟은 자신감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헬스장에 디글디글한 잘생기고 몸매도 멋진 훈남들.

아무리 생각해봐도 차지혜가 내게 접근한건 다단계 아니면 사이비 종교 같은데 그게 아니면 상식적으로 말이 되냐고?

물론 현재는 200억 자산가 이긴 하지만 그 사실을 누가 안단 말인가?

누가 몇만원 쥐어줬으면 쥐어줬지 헬스전용 스포츠웨어도 못 사입고 반바지에 티에 슬리퍼를 신고 다니는 나한테서 돈냄새를 맡았을리 없다.


“그래··· 이대로 가는 거야!”


난 잠깐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저택하나 떡하니 짓고 폼재면서 살 생각을 했었다.

지금 가진 돈이면 평생 놀고 먹어도 된다.

하지만 잘될때 함부로 거처를 옮기지 말아야 한다고 그랬다. 고시원 살았던 놈이 갑자기 저택짓고 사는 스토리는 소설이지.

누군가 그 사실을 알게 되면 매우 수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




“어? 저 아저씨는?”


헬스장에 가는 길에서 70미터 남짓 떨어진 거리에서 난 반가운 사람을 알아봤다.

나한테 2만원을 줬던, 아내와 아이가 아프다는 구세주 아저씨, 내가 로또 용지를 바꿔치기 하는 바람에 2등을 날려버리고 1000만원이 안되는 당청금을 획득한 남자.

마음속으로 그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준 돈이긴 하지만 내가 로또 용지를 바꿔치기하지 않았다면 세후 6000만원의 당청금을 쥐게 될 사람이었으니 어떤 식으로든 돈을 더 보태줄 수 있게 되기를 바랬었다.


난 서둘러 구세주 남자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로또가 바뀌었다고 사실대로 말하고 돈을 줄까? 아니면 새로 로또 하나를 사줘? 그러면 다시 나한테 의존하게 될텐데.

여러가지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했지만 어떤 식으로라도 구세주 아저씨에게 도움을 줘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50미터정도 거리가 되었을 때, 구세주 남자도 나를 알아본듯 했다.

난 반가운 마음에 남자에게 손을 흔들었다.

40미터, 거리가 가까워지자 남자의 반응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구세주 남자는 매우 당황하는듯 안경을 고쳐쓰며 허둥거리고 있다.


“왜 저러지? 아저씨!”


난 큰 소리로 구세주 남자를 불렀다.

저녁때라 장보러 나온 사람들이 많았지만 나를 못 봤을리가 없었다.

난 다른 사람들보다 머리 하나 정도는 더 컸으니까.

복작거리는 사람들이 길을 막고 있어 잠시 기다릴 때였다.

구세주 남자가 급히 골목으로 들어가 버린다.

이대로 놓치면 도와줄 기회를 또 얻기도 힘든데.

난 사람들을 헤치고서 구세주 남자가 들어간 골목을 살펴봤다.

50미터는 될만한 긴 골목, 뛰어서 가지 않는 이상 순식간에 그렇게 사라질리 없었다.


“아아.”


그 순간 떠올랐다.


[잊지 마십시오 잘 되시면 제 돈으로 샀으니까 10%는 저 주셔야 합니다.]


로또를 주면서 내가 그렇게 말했었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구세주 남자는.


[아이고 그럼요. 반은 드려야죠. 반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말했었다.

그제서야 상황이 파악되었다.

구세주 남자는 나한테 자신이 당첨금으로 받은 돈을 안주려고 도망간 것이다.

물론 난 그가 당첨된걸 알지만 내가 그 사실을 안다는 사실을 구세주 남자는 몰랐을 텐데.

구세주 남자를 도와주기 위해서 고민을 했었는데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하하하···”


웃음이 나왔지만 마음 한편에서 씁쓸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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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신정미는 무조건 믿는다 +2 24.09.15 690 19 12쪽
40 상여우 은지선 +2 24.09.14 787 23 12쪽
39 위험하다 +2 24.09.13 964 24 12쪽
38 미녀는 구하고 봐야지 +5 24.09.12 1,112 24 12쪽
37 여친은 재벌 외동딸 +3 24.09.11 1,227 26 12쪽
36 니 일이나 잘 하세요 +3 24.09.10 1,237 29 12쪽
35 할 일 없는 석공들 +3 24.09.09 1,295 30 12쪽
34 연봉 4억. 업무는 오타수정 +1 24.09.08 1,419 24 12쪽
33 인생을 건 진짜 도박 +3 24.09.07 1,534 30 12쪽
32 추적자들 +1 24.09.06 1,598 34 12쪽
31 불신의 씨앗 +1 24.09.05 1,706 29 12쪽
30 돈쭐을 내주마 +2 24.09.04 1,806 3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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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모든 여자가 날 좋아하냐? +3 24.09.02 1,872 32 12쪽
27 내공이요? 그런거 몰라요 +1 24.09.01 1,910 32 12쪽
26 나도 내가 무섭다 +4 24.08.31 1,964 3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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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국도 스승님 제자가 되다 +2 24.08.28 2,117 36 12쪽
22 돈벌기가 너무 쉽다 +4 24.08.27 2,250 3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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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고수 대 고수 +2 24.08.24 2,380 36 12쪽
18 수상한 할아버지 +6 24.08.23 2,450 41 12쪽
17 왠 여자가 처들어 왔다 +3 24.08.22 2,553 46 12쪽
16 신경끄는 비용 2억 +2 24.08.21 2,563 4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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