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천재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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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저블
그림/삽화
아침10시10분
작품등록일 :
2024.08.06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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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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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5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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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해야 할 순간

DUMMY

나는 헬스장에 들어서자 마자 차지혜를 찾아봤다.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 차지혜를 발견하고선 차지혜에게 곧장 다가갔다.


“뭔가요?”


차지혜가 내가 내민 물건을 보고 묻는다.


“음료수요. 원플러스 원이라서 하나 남아서.”


차지혜는 음료와 내 얼굴을 번갈아 보더니 피식 웃으며 음료를 받아든다.

차지혜가 나한테 했던 말 그대로 했던 것이다.


“먼젓번에 미안했습니다.”


목적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내게 다가온 것을 매몰차게 거절한 것에 대한 사과였다.


“맨입으로요?”


“네?”


“사과하시려면 맥주라도 한잔 쏘시던가요? 그러면 사과를 받죠.”


잠시 웃던 차지혜의 얼굴이 단호하게 굳어져 있다.

본능적으로 느꼈다.

이게 그녀가 건네는 마지막 기회다.

다단계일지 사이비종교일지 아니면 꽃뱀일지 몰라도 여기서 내가 부정적 싸인을 표시하면 그녀는 다신 나에게 말을 건네지 않을 것이다.

그래 가능성이 낮지만 어쩌면 장기밀매 일지도··· 나 같은 비곗살 아저씨의 콩팥이 필요한 특이한 케이스가 있는지 모르지.


“알겠습니다. 운동 끝나고 기다리시죠.”


“네, 그래요.”


내 대답에 차지혜가 싱글거리면서 좋아한다.

뭐지? 도대체 뭔지 몰라도 곧 그녀가 내게 접근한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뭐하세요? 이리로 안 오시고?”


맷돼지 트레이너가 나를 발견하곤 불렀다.


“오늘은 뱃살 뽀갤 겁니다. 시키는 대로만 하면 여기 이 비계들 2주안에 날려드릴수 있어요.”


내 튀어나온 똥배를 보고 하는 말이다.


“당장하시죠. 이왕이면 1주일로 당겨주세요.”


“흐흐흐흐. 가능······ 하죠.”


차지혜와 맥주를 한잔하기로 약속한 뒤여서 객기를 부렸다는걸 곧바로 깨달았다.

차지혜에게 슬림한 남자로 보이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그말을 맷돼지에게 하다니.

맷돼지가 음흉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웃고 있다.


“방금 한 말은 취솝니다.”


“늦었어요. 자 스트레칭부터 시작하죠.”


“취, 취소라니까요.”


“늦었다니까요.”


아 멍청한 놈, 난 방정맞은 주둥이 때문에 앞으로 두 시간동안 지옥을 헤매야 한다.




***




“자 건배!”


차지혜가 맥주잔을 들자 나도 잔을 들어 맥주잔을 부딪쳤다.


“어윽.”


그저 맥주잔이 부딪쳤을 뿐인데 배 근육이 땡기고 아팠다.

맷돼지 트레이너, 융통성이라곤 코딱지만큼도 없는 자식 같으니 나를 초주검 상태로 만들어버렸다.

물컹하기만 했던 배 깊숙히 뭔가 딱딱한게 잡혔고 그게 근육이라는건 알지만.


“아파요? 조기철 선생님 고지식하죠?”


“맷돼지 트레이너가 조기철이에요?”


“네 그래도 그분이 탈렌트 헬스장에서 제일 능력이 뛰어난 분이세요. 열심히 해보세요.”


“열심히 하다가 죽을지도 모르겠는데요.”


“하하하.”


난 빤히 차지혜를 바라봤다. 차지혜도 나를 바라본다.

너무나 예쁜 여자 이 완벽한 여자가 왜?


“저어···”


“네?”


“왜 내게 이렇게 친절하게 대해주시는 거죠? 20대이신데 전 30대에요.”


“몇살이신데요? 정확히···”


“서른 둘입니다.”


“아아 저 스물여덟이에요 네 살차이네, 궁합도 안본다는···”


설마 이성적 상대로 내게 접근한거야?

난 내 배를 내려다 봤다.

맥주를 마시면서 흘린 맥주가 내 뱃살에 떨어져 있었다.

이런 배불뚝이 아저씨를?


“멋있잖아요.”


“네? 뭐가요?”


“운동하는거 지켜 봤어요. 정말 열심히 운동하시더라고요. 한 10킬로 넘게 뺐죠?”


“그 그렇기는 합니다만.”


“난 도전하는 사람이 멋져 보여요. 음 일종의 광부같은 거죠. 금맥을 찾는 거예요.”


“금맥이요?”


“다른 남자들은 여자애들 사귀려고 눈이 빨갛죠. 안봐도 그 머리속에 뭐가 들었는지 알만해요. 그런 사람들한테는 관심없어요.”


특이한 취향인가보다. 금맥? 하긴 내가 학창시절 잘 생겼다고 여자 후배들이 좀 따라다녔지. 사람볼줄 아네.

혼자서 잔뜩 김칫국물 들이키다가 다시 내 눈에 맥주 받이이자 치약 받이인 불룩 튀어나온 내 배가 보였다.

아직 101킬로그램, 얼굴은 부어 있고 뱃살나온 남자를 좋아할순 있겠지 30대 아줌마라면.

20대의 여신같은 미모를 가진 차지혜가 왜 나를?


“저 돈 없어요.”


“네?”


“웹소설 쓰는 망생 작갑니다. 돈 없어요.”


“돈이요? 그걸 왜?··· 아하.”


그제서야 내 말뜻을 깨닳은듯 눈꼬리가 올라갔다.


“아저씨! 아니 이름이 뭐예요?”


“박기만입니다.”


“박기만 아저씨! 저 돈 많아요. 기분 나쁘게, 아저씨 몰골을 봐요 돈 있게 생겼나? 어이가 없어서.”


그래 추리닝에 반바지에 슬리퍼, 내 몰골로는 돈이 있기는 커녕 몇푼 쥐어주고 싶은 마음이 들겠지.


“미안해요. 그러면··· 조, 종교?”


“네?”


“서, 설마 다, 다단계?”


“박기만씨!”


갑자기 차지혜가 소리를 버럭 지른다.


“네!”


나도 반사적으로 대답한 것이다.


“사람을 뭘로 보신 거예요? 뭐라고요? 돈 없다고 그러더니 종교에 다단계? 내가 그런 것때문에··· 참 나 기가막혀서.”


“죄송해요.”


“죄송하다고 그러면 다에요?”


차지혜가 발끈하고선 맥주를 들이키는데 무턱대고 그녀를 오해한 내가 미안해졌다.

아니지, 그게 아니라면 접근할 이유가 없지.


“솔직히 말해서요. 제가 뭐 볼게 있어요? 배 나온 아저씨에, 돈도 없고 백수에 웹소설 쓰는 망생이인데 차지혜씨가 나한테 무슨 호감을 가지고 음료수를 주고 식사하자 맥주 한잔 하자 그러겠어요. 그게 상식적으로···”


“호감 가니까 그렇지. 호감이 간다고.”


차지혜가 나를 노려보면서 한 말에 난 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호감? 정말? 나를? 그게 말이되는 소리냐고? 사람들도 피해다니는 나를?


“저기··· 혹시 정신과 다니시는건 아니죠?”


“뭐요? 뭐라고요?”


“농담입니다. 농담. 하하. 말이 되는 소리를 하세요. 나한테 뭘 볼게 있다고 내게 호감을 느껴요? 손만 벌리면 훈남들이 줄을 설 차지혜씨한테. 헬스장에 있는 사람 아무나 손가락 한번 까닥해보세요. 신이나서 쪼르륵 달려올테니까. 내가 아무리 이지경이라도 현실감각이 없는건 아닙니다. 이건 말이 안돼죠.”


“그래요. 관둬요. 아주 정나미 뚝 떨어질라 그러네··· 여기 맥주값은 내가 낼께요. 얻어 먹었다간 뭔소리 들을줄 모르겠네.”


그렇게 말하고선 차지혜가 벌떡 일어나 계산대로 간다.

난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멍하니 그녀의 뒷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순간,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내 감각이 울리고 있었다.

[징, 징, 징] 차지혜를 향한 감각이었다.

그 말은 그녀와 내가 가능성에 묶여 있다는 소리다.

아주 짧은 순간 난 고차원 방정식을 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끝이다. 그럼 내가 해야 할 일은?


“여긴 제가 냅니다.”


난 재빨리 쫓아나가 차지혜를 가로막고 현금을 내밀었다.


“됐어요. 나중에 꽃뱀이란 소리 듣기 싫으니까.”


“아니요. 정말 죄송했습니다. 여긴 제가 사게 해주세요.”


난 단호하게 말했고 차지혜도 단호한 내 태도에 기세를 누그러뜨렸다.


“그러세요 그럼.”


난 계산을 치루고 앞장서서 가게 밖으로 나왔다.


“1차는 사과의 의미고 2차 가시죠.”


그렇게 말하곤 성큼성큼 앞서 나갔다.




***




“네? 다녀오셨어요?”


“네!”


차지혜는 놀란 표정으로 나를 멀뚱히 바라보고 있다.

매우 실망한 것 같은데 나는 어떤 변명도 사과도 없이 그저 덤덤한 표정으로 차지혜를 바라봤다.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행동이고 예의였다.


만약에 솔직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면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했다.

아예 처음부터 솔직하게 털어놓아야 한다. 그래야 불필요한 감정소모도 없을 것이다.

분명 남녀간의 밀당이 오고가는 전략상으로는 그 방법이 손해보는 짓인걸 알면서 난 솔직하게 말했다.


5년전 결혼을 했으며 불과 얼마전에 이혼을 했다는 사실 말이다.

그리고 고시원에 살고 있으며 제대로 돈도 못 버는 별 볼일 없는 웹소설 작가라는 사실까지.

물론 정확한 수익내역까지 공개하진 않았다. 그건 정말 쪽팔린 숫자에 불과하나까. 그걸 어떻게 말하나?


차지혜는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나를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했다.


“다른 목적이 있었으면 구태여 말할 필요가 없겠지만 호감이라고 하시니 솔직하게 말씀드릴 겁니다. 자 깔금하게 잔 비우고 우리 이제 서로에게 어울리는 삶에 집중하죠.”


꼼장어가 지글지글 타고 있는 화로를 가운데 두고 난 차지혜에게 소주잔을 내밀었다.

차지혜도 마지못해 소줏잔을 들어 부딪친다.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곰 아저씨!”


“곰 아저씨?”


“응, 아저씨 곰처럼 생겨서 좋아한 거거든요. 내가 곰 좋아해요. 살찐 곰 말고 마른 곰.”


“하아.”


확실히 차지혜의 취향이 독특하긴 독특한 거였네.

인형도 아니고 산 사람 가지고 곰이라니.


“아저씨, 아니 박기만씨 마음에 들어요. 뭐 호감가지고 사귀고 이런건 아니더라도 가끔 이렇게 맥주 한잔 하고 그래요. 아 그냥 친구하자.”


스토리가 왜 이렇게 전개 되는 거냐?

친구하자는건 이성적인 상대가 아니라는 뜻이겠지? 조금 씁쓸하지만 친구하자는 차지혜의 제의가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그래요. 친구 해요. 가끔 운동 끝나고 맥주 한잔 하면 좋죠.”


“에이 친구면 말 까야지.”


“그, 그래도 내가 네 살 윈데?”


“친구 안할꺼야?”


어떤 사람이 움직이는 행동만 봐도 그 사람의 품성이 느껴진다.

차지혜는 헬스장 안에서도 항상 행동이 바르고 예의가 있는 사람이었다.

나보고 말을 놓자고 하는 이야기가 버릇없는 어린 여자가 한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친구하자는 소리일 것이다.


“그래 하자!”


“멋지네 우리 기만씨! 자 내 술 한잔 받아.”


아주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그녀에게는 나에 대한 이성적 호감이 친구의 호감으로 변화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여신같은 차지헤의 모습 그대로니까.




***




[시아파와 수니파의 국제적 분쟁 발생.]


[수니파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의 맹주 이란 사이 분쟁 발생.]


[이란 호르뮤즈 해협 봉쇄.]


[주식 시장 가상화폐 시장 폭락.]


[달러화 상승.]


[국제 유가 하룻만에 10% 상승.]


다음날 아침 기사가 쏟아지고 있었다.

난 눈을 뜨자마자 분단위로 쏟아지고 있는 기사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이거였다.

시아파와 수니파의 분쟁, 이것 때문에 주식시장도 가상화폐 시장도 더이상 비전을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달러화가 급격히 가격이 상승하고 있었다.

1600원대를 돌파하고 곧 1700원대를 돌파할듯하다.


난 주식창과 가상화폐 거래 앱을 켰다.

주식창은 새파랗게 얼어붙어 있었다. 모두 내다 팔고 있는 거였다.

주식창에 손을 대자 사방팔방에서 ‘징징’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반면 가상화폐창은 상대적으로 느낌이 덜하다.

그 말은 지금 이 상황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

발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난 외환계좌에 들어있는 달러를 모두 한화로 전환했다.

1달러당 1200원일때 넣어두었던 580만달러는 달러당 1750원에 판매해 101.5억원이 되었다.


그리고 가격이 30%가까이 폭락했지만 선명한 성장 싸인이 감지된 에너지 화학분야의 우량주를 241억원어치 분산해서 구매했다.

좋은 교훈을 얻었다.

혼돈과 분쟁이 생기는 때에 돈을 벌수 있는 판타지아가 열린다.


혼돈과 분쟁이 일어나면 어디선가 고통받는 사람들이 생긴다.

하지만 그 혼돈과 분쟁을 이용해서 돈을 버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세상이 돌아가는 모든 것을 관장하는 신이 아니다.

내게는 선택권이 있었고 난 고통받는 쪽보다 돈을 벌어 행복해지는 것을 택할 것이다.

성장과 가능성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된 이상 돈을 버는 일이 너무나 쉬워졌다.


이런 걸 누워서 떡먹기라고 하는 건가?


그냥 몇천억 땡겨서 남태평양 섬이나 하나 사서 예쁜 여자들과 흥청망청 거리면서 살아?

남자면 그런 욕망도 있지만 네겐 돈이 다가 아니다.

32년동안 바닥만 훑으며 살아온 삶, 별볼일 없는 인생이 되어 이혼까지 당하게 된 망생작가.

남자로 태어났으면 꿈을 펼치고 한번 우뚝 서야 하는 거 아니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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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신정미는 무조건 믿는다 +2 24.09.15 691 19 12쪽
40 상여우 은지선 +2 24.09.14 787 23 12쪽
39 위험하다 +2 24.09.13 964 24 12쪽
38 미녀는 구하고 봐야지 +5 24.09.12 1,112 24 12쪽
37 여친은 재벌 외동딸 +3 24.09.11 1,227 26 12쪽
36 니 일이나 잘 하세요 +3 24.09.10 1,237 29 12쪽
35 할 일 없는 석공들 +3 24.09.09 1,295 30 12쪽
34 연봉 4억. 업무는 오타수정 +1 24.09.08 1,420 24 12쪽
33 인생을 건 진짜 도박 +3 24.09.07 1,534 30 12쪽
32 추적자들 +1 24.09.06 1,598 34 12쪽
31 불신의 씨앗 +1 24.09.05 1,707 29 12쪽
30 돈쭐을 내주마 +2 24.09.04 1,806 30 12쪽
29 이정도까지 벌 마음은 없었어 +2 24.09.03 1,851 33 12쪽
28 모든 여자가 날 좋아하냐? +3 24.09.02 1,872 32 12쪽
27 내공이요? 그런거 몰라요 +1 24.09.01 1,910 32 12쪽
26 나도 내가 무섭다 +4 24.08.31 1,964 32 12쪽
25 전진구 이사의 방문 +2 24.08.30 2,037 28 12쪽
24 채찍과 당근 +1 24.08.29 2,083 35 12쪽
23 국도 스승님 제자가 되다 +2 24.08.28 2,117 36 12쪽
22 돈벌기가 너무 쉽다 +4 24.08.27 2,250 35 12쪽
21 인공지능 +2 24.08.26 2,266 40 12쪽
20 문어발 사업가 +3 24.08.25 2,320 39 12쪽
19 고수 대 고수 +2 24.08.24 2,380 36 12쪽
18 수상한 할아버지 +6 24.08.23 2,451 41 12쪽
17 왠 여자가 처들어 왔다 +3 24.08.22 2,553 46 12쪽
16 신경끄는 비용 2억 +2 24.08.21 2,563 4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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