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천재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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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저블
그림/삽화
아침10시10분
작품등록일 :
2024.08.06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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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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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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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얼마야? 얼마면 돼?

DUMMY

“저, 정말 마련하셨네요?”


스튜디오 용가리의 용현준 사장이 내가 내민 수표를 불빛아래 비춰보면서 하는 말이다.

어디서 이런 매너도 없는 놈이 비즈니스를 한다고! 내가 내민 수표가 가짜로 보여?

아무리 면티에 반바지 슬리퍼 차림이라고 하지만.


“저, 저어 이거 진짜 맞지요?”


난 대답대신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용현준 사장을 바라봤다.


“미안합니다. 하하하, 요즘 너무 어이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서···”


난 여전히 말없이 용사장을 노려보았다.

딴데서 그런 일이 일어날런지는 몰라도 바보가 아니라면 당사자를 앞에 두고 모욕하는 행위를 하진 않지.


“현금으로 들고 올거 그랬나요? 아니면 계좌로 쏴드릴걸 그랬나?”


[턱!]


난 용현준 사장이 들고 있는 수표를 낚아채듯 빼았았다.


“죄, 죄송합니다. 사과드릴께요.”


용사장이 곧바로 사과를 했지만 난 수표를 돌려줄 마음이 없었다.

그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고명덕 오보에 사장도 한심하다는 듯 용현준을 바라본다.


“나 참 한심해서 용사장님 그게 뭐하는 짓입니까? 박작가님은 약속한 걸 지켰는데 이쪽 생리 몰라요? 어디서?”


“아!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박작가님 옷차림이 너무 수수하셔서 감히 예의없는 짓을 저질렀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난 가만히 수표를 쥐고 용사장을 바라봤다.

40대 정도? 대머리에 헌팅캡을 쓰고 알없는 뿔테 안경을 쓴 이놈하고 같이 일을 해야 하는데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그렇지, 그 베껴쓰기와 날도둑질의 여왕 공자매랑 함께 일하는 놈이니 어지간히 지저분하겠냐?

그런데 스튜디오 용가리는 무시할만한 곳이 아니라서 최근 5년동안 당대의 기대작들을 쏟아낸 스튜디오였다.

아무리 극본은 작가가 쓰고 촬영은 감독이 하고 연기는 배우가 한다지만, 감각없는 사장이 그런 대단한 스튜디오를 이끌리 없다.


“작가님! 어떻게 다른 스튜디오를 알아볼까요?”


“고사장님!”


출판사의 명운이 걸려있는 내 작품의 비중이 너무 커서 고명덕 사장은 내 위주로 판을 짤수밖에 없는데, 그 말을 듣고 용현준 용가리 스튜디오 사장이 투덜거리는 거다.


“휴우···”


내가 한숨을 쉬자 고명덕 사장과 용현준 사장이 잔뜩 긴장해 나를 본다.


“이번 일은 용서해 드리죠. 드라마 찍으면서 지출내역서 제게도 송부해 주시고요. 연출은 누굽니까?”


“그, 그게 갈세출 감독하고 문지향 감독중에 생각중입니다.”


“갈세출은 안돼지 않나?”


갈세출 감독은 예전에 한때 잘나갔던 감독인데 한동안 작품활동을 하지 않았던 사람이다.

문지향 감독은 요근래 가장 주목받는 감독으로 연거퍼 다섯작품인가 히트시켰지만 직전 두 작품이 망해버렸다.


“도박에서 손 씻고 새 출발 한답니다.”


“안돼! 도박이 손 씻는다고 씻어지나?”


“아직 정해진게 없어요. 안그래도 그부분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습니다.”


갈세출 감독이 활동하지 않는 이유를 대외적으로는 건강상의 문제로 말을 했지만 실제론 도박에 빠졌던 모양이다.


“종이 한장 줘 보세요.”


내 말에 고명덕 사장이 종이를 가져다 준다.

난 종이에 두 사람의 이름을 적었다. 그리고 손을 펴 두 사람의 기운을 느껴본다.


“뭐하시는 거예요.”


용사장이 궁금해 하며 묻는다.


“뭐 일종의 감 같은 겁니다.”


두 사람의 이름에서 모두 좋은 느낌이 전달된다.

이정도의 느낌이라면 드라마는 어느정도 성공할 것으로 보였지만 그걸론 부족하다.

난 대단한 성공이 필요하니까.

그러기 위해 글을 쓰고 있는 거니까. 돈이야 만들면 얼마든지 만들어 내니까.


“이 두 사람 제가 보고서 결정해도 됩니까?”


“투자자께서 보시자고 하면 그렇게 해야죠. 오늘 주신 1화분 원고를 넘기고 두 사람에게 어떤지 물어보겠습니다.”


용현준 사장의 말을 듣고 그에게 30억짜리 수표를 내밀었다.

이번엔 고개를 넙쭉 엎드려 두 손으로 내가 내민 수표를 받아든다.




***




241억을 투자한 돈은 338억이 되어 돌아왔다.

미국의 개입으로 시아파와 수니파는 본격적인 분쟁이 있기전 화해를 하게 되었다.

사우디 아라비아와 이란은 상대를 향한 무력 도발을 멈추고 호르무즈 해협은 안정을 되찾았고 치솟았던 원유가는 내려가기 시작했다.

주식시장도 다시 활기를 되찾아 그 전의 가격을 되찾았다. 달러화는 오르기를 멈추고 내려간다.


1달러당 1200원 밑으로 내려갔을 때, 난 100억으로 달러화를 다시 매입해서 외환계좌에 넣어두었다.

세금과 수수료를 제외하더라도 약 95억에 가까운 수익을 얻었다.


잠을 잘 때마다 새로운 집으로 이사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이놈의 고시원 침대는 180센티미터의 사람에게 맞춰져 설계되어 187센티미터인 내게는 작았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밤마다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들 때문이다. 가끔 우는 소리도 들리고 TV를 켜놓고 자는 바람에 TV소리도 들린다.

이사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당장이라도 갈 수 있지만 내 본능은 이곳에 더 머물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게 잠이 들지 못하는 날이면 난 고시원 옥상으로 올라간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 건물, 낡을대로 낡아서 방수페인트가 다 벗겨져 있다.

한달 넘게 사는 동안 많이 익숙해져 버렸다.

부서진 벽돌들, 벗겨진 페인트, 오래되어 낡아버린 건물.

가격이 싸서 온 거지만 이곳에 정이 들어버렸다.

왠지 사회에서 실패자로 낙인찍혀 팽개쳐진 내 모습과 비슷하게 여겨졌지만 엄청난 자산가가 된 지금도 정겹게 느껴지는건 여전하다.


옥상에는 나 말고 한 사람이 더 있었다.

가끔 오가면서 보았던 경찰 공무원을 준비한다던 여자, 추리닝에 머리를 한가닥으로 묶고서 옥상 모퉁이에 서서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난 반대편 끝쪽으로 가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조만간 담배도 끊어야 하리라.

떼돈을 벌어놓고 돌연사를 하는 시나리오의 주인공이 되고 싶지는 않으니까.


“응?”


여자가 의자를 가져다가 가슴높이의 난간위로 올라가려고 한다.


“자살하기엔 여긴 너무 낮아요.”


내 말에 놀라서 여자가 후다닥 난간에서 내려온다.

사람이 있었는지 몰랐던 모양이다.


“여기 5층인데 뛰어내리면 정면으로 머리 부딪쳐야 죽어요. 재수 없어서 살아나기라도 하면 그 똥은 누가 치워요? 기저귀에 욕창에···”


“상관마세요!”


“눈앞에서 그러는데 상관 안할 수가 있나? 어디 조용한데로 가서 죽던가.”


“아이씨.”


추리닝을 입었지만 여자는 제법 키도 크고 예뻐보였다.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아직 젊잖아. 실패도 하고 좌절도 하고 그러면서 사는게 삶이지.”


“남일이라고 마구 지껄이지 마! 흑.”


여자애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고 있었다.

고시원은 인생 막장인 사람들이 살아간다.

대부분이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지만 젊은 경우, 대부분 한계 상황에 처해있다는 이야기다.


월세방을 얻을 보증금 조차 없어서 고시원에 온다는 이야기니까.

난 담배를 다 피고도 한참동안 여자애 옆에 서 있었다.


“계속 그러고 있을꺼야? 배 안 고파? 뛰어내릴거 아니면 가서 소주나 한잔하자!”


퉁명하게 말하자 그제서야 여자애가 고개를 들었다.




***




“경찰공무원시험은 번번히 떨어졌고 아버님이 갑자기 쓰러지시고 가세가 기울어서 생활비를 댈 수 없다? 그러니까 결론은 돈이네?”


꼼장어에 소주를 먹으면서 여자에게 물어보니 그렇게 정리가 되었다.

여자의 이름은 구정혜, 27살, 환한 불빛속에서 보니 이제 막 피어오르는 듯 젊고 예쁘게 보였다.


“그래요. 사람들 괴로운 이유를 알고보면 대부분 돈이죠.”


씁쓸하게 웃으면서 구정혜가 꼼장어를 집어 먹는다.


“어떻게 하려고? 뭐 하면서 돈을 벌건데?”


“모르죠. 공장에 가서 돈을 벌어야 하는지, 아니면 단란주점에라도 가야 하는지··· 아저씨가 보기에 내가 이뻐요? 단란주점에서 일하는 친구 있거든요. 한 달에 천 만원이 넘게 번다는데 내 얼굴이면 이천 만원도 벌 수 있다는 거에요.”


“그래서 가려고?”


“거기 갈거면 왜 자살을 생각했겠어요?”


“아 그러네.”


좀 전에 죽을 생각을 했었던 구정혜는 배가 고팠는지 야무지게 꼼장어를 집어먹는다.

야물딱지게 오물조물 꼼장어를 입안에 넣고 씹어먹는 모습이 귀엽게 느껴질 정도다.


“아줌마! 여기 1인분 더요.”


그제서야 혼자 다 먹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구정혜가 나를 바라본다.


“아저씨는 안 드세요?”


“먹어! 신경쓰지 말고 많이 드세요.”


역시 자기가 혼자 다 먹으니까 괜히 무안해서 그냥 한번 물어본거다.

구정혜는 소주를 들이키더니 다시 정신없이 꼼장어를 먹기 시작한다.


“밥은 먹었어?”


“이게 오늘 먹은 첫 음식이에요.”


“아아.”


갑자기 구정혜가 안쓰럽게 보였다.

꿈을 향해 걷는 것조차 20대에겐 쉽지 않은 길인 것이다.

그것도 아무것도 가진게 없는 서민이라면 더욱 더.


“시험이 6개월 남았다고 그랬나? 눈 딱 감고 공부에만 전념하려면 얼마가 필요해?”


“왜요? 아저씨가 그 돈 주시게요?”


“내가 좀 돈이 많아. 하하하.”


내 말에 구정혜가 나를 쓱 바라보더니 고개를 흔들며 썩은 미소를 짓는다.

어쭈? 날 무시하네, 내가 사주는 꼼장어 얻어먹는 주제에.


“어쭈? 나 무시하는거야? 지금?”


“어휴, 돈있으면 본인이나 신경쓰세요. 그 면티랑 반바지 5일동안 입고 있잖아요. 그 슬리퍼는 귀퉁이 찢어졌어요 돈있으면 새거 사서 신으세요.”


이래서 용현준 사장도 수표가 진짜인지 의심했던 거다.

그런데 반대로 말하자면 지금의 모습이 수백억 갑부의 정체성을 숨기기에는 딱 좋다는 말이기도 하지.


“알았어 그러니까 얼마냐고? 혹시 알아? 내가 로또를 맞은 걸지.”


“에이··· 무슨···”


“한 이천만원이면 되냐?”


“휴우··· 그러면 좋게요. 견적이 안 나와요 그래서 단란주점이나 가볼까 생각한 거고.”


“아이 짜증나게··· 그래서 얼마냐고?”


“알아서 뭐하게요?”


“야!”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 바람에 사람들이 모두 날 쳐다본다.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요?”


“아이씨, 짜증나게 얼마냐고? 얼마가 필요한 거냐고? 얼마면 돼?”


내 말에 여기 저기 사람들이 킥킥 거리고 웃는다.

아마도 내가 그 유명한 원빈의 대사를 패러디라도 하고 있는줄 아는 모양이다.

거지꼴에 거의 근접한 외모의 남자가 한 말이니 우수워 보이냐?

그런데 나랑 구정혜랑 사귀는 사이처럼 보이는 거야? 나야 감사하지만.


“쪽팔리게, 아저씨가 무슨 원빈이라도 된줄 아나?”


“자꾸 아저씨 아저씨 할래? 듣는 아저씨 기분 나쁘게? 꼼장어까지 사줬더니 자꾸 아저씨라 그래? 쓸데 없는 소리 말고 얼마가 필요해? 한 오천만원이면 되냐?”


“오천만원? 그정도면 수술비하고 해도 남죠.”


“너 계좌번호 좀 줘봐! 아니 홈뱅킹 연결해서 줘봐.”


“오천만원은 됐고 내일 빵이나 사먹게 오천원이라도 넣어줘요.”


구정혜는 내가 장난치는 걸로 생각한 모양이다.

이거 이거 이렇게 사회가 불신이 깊어서야 되겠냐?

재벌님이 서민을 위해서 돈 좀 쓰시겠다는데 이렇게 힘들어서 되겠냐고?


난 홈뱅킹에 연결해서 구정혜 계좌로 5천만원을 송금했다.

함부로 적선하는거 아니라는 거 뼈에 사무치게 깨달았지만.

넘쳐나는 돈 이럴때 안 쓰면 언제쓰냐? 애가 자살하려고 하는데···


“너 정신 차리고 똑바로 공부해! 떨어지면 그땐 아주 죽을줄 알아. 여긴 내가 계산할테니까.”


그리곤 가격을 계산하고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으아아아아아악! 아, 아저씨!”


터덜터덜 걸어가고 있는데 꼼장어집쪽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구정혜의 목소리였다.

기집애 끝까지 아저씨라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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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신정미는 무조건 믿는다 +2 24.09.15 691 19 12쪽
40 상여우 은지선 +2 24.09.14 787 23 12쪽
39 위험하다 +2 24.09.13 964 24 12쪽
38 미녀는 구하고 봐야지 +5 24.09.12 1,112 24 12쪽
37 여친은 재벌 외동딸 +3 24.09.11 1,227 26 12쪽
36 니 일이나 잘 하세요 +3 24.09.10 1,237 29 12쪽
35 할 일 없는 석공들 +3 24.09.09 1,296 30 12쪽
34 연봉 4억. 업무는 오타수정 +1 24.09.08 1,420 24 12쪽
33 인생을 건 진짜 도박 +3 24.09.07 1,535 30 12쪽
32 추적자들 +1 24.09.06 1,598 34 12쪽
31 불신의 씨앗 +1 24.09.05 1,707 29 12쪽
30 돈쭐을 내주마 +2 24.09.04 1,807 30 12쪽
29 이정도까지 벌 마음은 없었어 +2 24.09.03 1,851 33 12쪽
28 모든 여자가 날 좋아하냐? +3 24.09.02 1,873 32 12쪽
27 내공이요? 그런거 몰라요 +1 24.09.01 1,910 32 12쪽
26 나도 내가 무섭다 +4 24.08.31 1,964 32 12쪽
25 전진구 이사의 방문 +2 24.08.30 2,037 2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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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국도 스승님 제자가 되다 +2 24.08.28 2,117 36 12쪽
22 돈벌기가 너무 쉽다 +4 24.08.27 2,250 35 12쪽
21 인공지능 +2 24.08.26 2,266 4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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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고수 대 고수 +2 24.08.24 2,380 36 12쪽
18 수상한 할아버지 +6 24.08.23 2,451 41 12쪽
17 왠 여자가 처들어 왔다 +3 24.08.22 2,553 46 12쪽
16 신경끄는 비용 2억 +2 24.08.21 2,564 47 12쪽
15 발칙한 여주인공 여주리 +3 24.08.20 2,570 4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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