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천재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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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저블
그림/삽화
아침10시10분
작품등록일 :
2024.08.06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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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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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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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살 빼면 세상도, 사람도 변한다

DUMMY

“나 지금 기분이 너무 좋아.”


차지혜가 작은 가방을 들고 앞장서서 나를 바라보며 걷는다.

마치 나들이 나온 엘프 공주처럼 나긋 나긋 공원의 나무사이를 걷고 있다.

바라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나올만큼 그녀는 어린 아이처럼 너무나 즐거워 보였다.


“뭐가 그렇게 즐거운데?”


“즐겁지, 맥주도 한잔하고 남자 친구랑 이렇게 산책도 하고.”


“남자 친구?”


난 몰라서 되물어야 했다.


“남자 사람친구, 우리 친구 아냐? 기만씨 남자잖아.”


“아아···”


그냥 남자 친구라고 해도 돼, 나야 감사할 일이지.

아무 기대도 없이 걷다가 남자 친구(?)가 되는 행운이 얻어걸릴 뻔했다.


차지혜의 말대로 나도 기분이 꽤 쾌적했다.

맥주를 한잔 한데다가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스쳐가고 있었고 가로등 밑으로 나뭇잎이 빽빽한 나무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피톤치트가 저녁때 발산하다고 했던가? 안그래도 상쾌했는데 공기마저 싱그러웠다.

게다가 눈앞엔 아름다운 차지혜가 엘프공주처럼 우아하고도 장난스럽게 걷고 있다.


“우리 그냥 오늘만 사귀는 걸로 할까?”


차지혜가 나를 돌아보며 장난기가 가득든 웃음을 지어보이며 말한다.


“불장난하면 큰일 나.”


“왜에? 재밌잖아.”


“다른건 몰라도 사람 감정가지고 장난치면 안돼.”


“그럼 만나자마자 처음부터 남친 여친하고 애인되고 결혼해? 다 장난치면서 시작하는 거지.”


차지혜의 말이 맞다.

밀당이라고도 하고 꽁냥거린다고 표현을 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점점 친해지고 진지해 지는 거지.


“그런데 왜 이혼했어?”


그순간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먼저 떠오른 말은 ‘아내가 바람펴서’였다.

그런데 그렇게 표현하고 싶지가 않았다.

이혼한 아내에게 죄를 몽땅 뒤집어 씌우는 한심한 남자가 되긴 싫으니까.


“내가 무능해서. 고생 고생 쓴 글들은 치킨 값도 못 벌고 버티고 버티다 이혼한거지.”


“아아. 기만씨가 너무했네 치킨값이 뭐야?”


“그러게.”


“그래도 돈 못번다고 이혼한건 너무했다. 어쩔수 없는 일이었겠지만. 기만씨 생각보다 더 한심하구나?”


헛, 그렇게 천진난만하고 우아한 얼굴로 미소를 지으면서 급소를 찌르는건 반칙이지.


“하여간 뭐, 잠깐 사귀는걸로 해도 나쁠거 없잖아.”


말을 끝내더니 내 손에 깍지를 낀다.

난 놀라서 차지혜를 바라봤다.


“왜에? 지금 이렇게 완벽한 순간에 딱 하나 부족한게 남자 친구잖아. 잠깐 대타 하는 거야. 안 잡아 먹어.”


잡아드셔도 좋아요.

아주 야무지게 잘근잘근 씹어서 드세요.

난 차지혜가 이끄는 대로 손에 깍지를 낀 채 걸어갔다.

그리고 그 순간 깨달은 것이 하나 있었다.

그 가능성이 난 5%도 안될거라고 생각을 했지만 차지혜가 내게 접근했던건 그녀가 농담처럼 대강 둘러댄 말처럼.

나에 대한 호감 때문이라는 거다.

왜? 무엇때문에? 뭐하러?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

한때 훈남이었으나 그때는 배 나온 비계 돼지였는데? 나한테서 뭘 보고?


슬쩍 옆의 차지혜를 살펴봤다.

그 순간 바람이 그녀의 머리를 살랑거리게 만들었고 환하게 웃는 얼굴이 드러났다.

차지혜는 정말로 즐거운 듯 했다.




***




“이쪽 길이 맞았네.”


“봐 내말이 맞지?”


차지혜와 헤어지고 고시원을 향하던중 골목길의 어둠속에서 사람 말소리가 들리더니 사람 그림자가 나타나 내 앞을 가로 막았다.


“뭐예요?”


“아저씨.”


목소리를 듣고 정체를 알 수 있었다.

탈렌트 헬스장 탈의실에서 내게 덤볐던 세 놈들.

내가 집에 가는 방향을 알고 있어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을 그렇게 때리고서 무사할줄 알았어요?”


“내가 언제 때렸나? 자네들이 달려들려는걸 밀어냈을 뿐이지, 뭐 피해 당한게 있으면 경찰을 부르던가?”


“흐흐흐 우린 경찰 안 부르지.”


“우릴 건드렸을때 각오를 했어야지.”


“민식이형! 이 아저씨에요.”


하 기가 막혔다. 무슨 중고딩도 아니고 다 큰 놈들이 근육돼지한테 밀치기를 당했다고 경찰도 아니고 동네형을 부르냐?

기가 막힌 동시에 어이가 없긴 하지만 상식적이지 않은 놈들이라 무슨 해코지를 당할지 살짝 두렵기도 했다.


[뿌드드드 뻐거거걱.]


놈들이 부르자 고릴라 같은 덩치의 놈이 골목에서 튀어나오며 목뼈를 꺾는다.


“이 사람이야?”


그림자만 봤지만 만만한 놈이 아니라는걸 몸의 윤곽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키는 나와 비슷했지만 몸이 근육질로 보였다.

난 도망가야 하나? 소리쳐야 하나? 잠시동안 고민을 했다.

도망가면? 헬스장엔 다시 못갈테지, 그럼 차지혜와는 다신 못만나게 될꺼다.

오늘 산책하면서 전화번호라도 알아놓을걸 친구라면서 전화번호도 모르다니.

이런 경우엔 방법은 딱 하나다.


“이게 뭣들하는 짓들이야? 요즘 같은 세상에 누가 폭력을 쓰나?”


어른인척 버럭 소리지르기 전법, 이게 안 통하면 그 다음은 비명인데.


“엇? 아저씨!”


아저씨? 그러고보니 목소리가 귀에 익었다.

덩치가 가로등쪽으로 나와서야 누군지 알수 있었다.

편의점에서 야간 알바를 하던 문신을 새긴 양아치였다.


“여기 왠일이야?”


“아저씨였어요? 얘네들 괴롭힌게?”


“괴롭히긴 누가 괴롭혀? 이 친구들이 나를 괴롭혔지.”


“하 그런 거였어요?”


난 순간 놈에게 얼마전 가짜 정보를 주었었다는걸 기억해냈다.

즉석복권 당첨된 용지는 한쪽 귀퉁이에 인쇄가 잘못된게 있다고 거짓말을 했었던 것 말이다.


“야! 니들 어떻게 된거야? 이 아저씨 말이 맞아?”


“아니이, 형 좀전에 이 아저씨가 탈의실에서 우리를 때렸다니까.”


“말은 똑바로 하자! 자네들이 때리려고 달려들어서 난 밀치고 나온거지.”


내 말을 듣고 어리둥절하던 문신 양아치가 잠시 혼돈을 겪는듯 하더니.

세 놈에게 다가오라고 손가락을 까닥 거린다.

쭈뼛 쭈뼛 세 놈이 양아치에 다가갔더니.


[짝!], [짝!], [짝!]


찰진 따귀소리가 울려퍼졌다. 지켜보는 내 볼이 다 아플만큼 야무지게 때렸다.


“이 아저씨가 어떤 분인지 알아? 응? 국가적인 비밀을 나한테 알려주신 은인같은 분이야. 새끼들이 겁도없이 어디서 구라를 쳐? 니들 이딴 허접한 일로 또 날 불렀다간 다음엔 야구방망이로 조져준다. 꺼져 이 새끼들아.”


문신 양아치의 말에 세 놈은 고개를 꾸벅 숙이더니 종종걸음으로 사라진다.


“죄송합니다 아저씨, 이동네에서 아저씨 귀찮게 하는 사람있으면 말씀만하세요. 제가 다 조져놓을테니.”


“험, 괜찮아 난 그런거 없어도 돼.”


“하여간 말만하세요. 제가 뭐 딴건 없지만 이동네에선 이거거든요.”


민식이라 그랬나? 문신덩치가 주먹을 들어보인다.

하 이 자식, 아직도 지가 고딩인줄 아나?


“하여간 아저씨 덕분에 요즘 용돈 좀 벌었습니다. 하하.”


“내가 알려준 거 효과는 좀 봤어?”


오히려 내가 궁금했다. 난 놈에게 10만원 이하 당첨복권은 인쇄 오류가 있다고 구라를 쳤었었다.


“아저씨 말이 100% 맞는 건 아닌거 같더라고요. 이놈들이 꽝에도 인쇄 오류가 있게 만들었더라고요 그래도 칠십만원 정도 벌었습니다.”


뭐냐? 그게 통했어? 이게 되네.


“아저씨 그래서 하는 말인데, 백만원 이상은 어떻게 알아봐요?”


“그걸 믿어? 뻥이지··· 자네가 그때 콜라를 안 사 오길래 내가 약올리려고 한 말이야.”


“아아.”


“아무튼 동생들 교육 잘 시켜! 그리고 미래는 이거 쓰면 큰일나 이걸 써야지.”


난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고선 손가락을 펴 머리를 가리켰다.


“하여간에 고마웠습니다. 조심해서 가세요.”


문신 덩치가 나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인다.


“엉, 고생해.”


나도 인사를 남기고 걸어갔다. 짜식 그래도 의리는 있네.




***




“엇?”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고 깜짝 놀랐다.

왠 청년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가늘게 찢어졌던 눈매는 동공이 보일만큼 커졌고 시원해 보였다.

광대뼈가 들어가서 코는 더 오똑해 보였고 무엇보다 턱선이 나와 있었다.

어디서 많이 봤던 모습이다.

대학교 시절 여자후배들에게 인문대 오빠로 불리우던 시절 잘나가던 훈남 박기만이 나타났다.


난 좌우로 내 얼굴을 돌려봤다.

배가 나오고부터 턱선이 두 개에서 세 개로 늘어날 때부터 난 거울을 보지 않았다.

거울을 보면 왠 중년 돼지가 보이지도 않는 가는 눈으로 나를 째려보고 있었다.

그게 내 객관적인 모습일테지만 내가 인정할 수 없는 내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 인문대 미남오빠 박기만이 돌아온 것이다.

아직 몸무게는 더 빼야하지만 예전엔 호리호리하기만 했다면 지금은 역삼각형 근육질의 나로 업그레이드 된 것이다.

불과 열흘? 2주도 안되는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20킬로그램이 넘게 빠졌다.


계속 흘러내리는 반바지를 추켜올리다가 그때서야 바지와 몸 사이로 주먹 몇개쯤은 오고갈만큼 빈 공간이 생겼다는 걸 깨닳았다.

아무리 백수 빈털털이 코스프레를 한다고 하지만 흘러내리는 바지를 잡고 다닐순 없는것 아닌가?

난 할 수 없이 재래식 시장에 가서 옷을 몇벌 구매하기로 했다.

내가 가진 대부분의 옷들이 사이즈가 맞지 않았기에 어쩔수 없었다.


스포츠웨어 전문점과 재래식 시장, 난 시장 입구에서 어디로 갈 것인지 한참을 망설였다.

아무리 없는척 연기를 한다고 하지만 구태여 유행지난 옛날 옷을 입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결국 난 반바지와 스포츠용 반바지, 그리고 티와 운동화와 슬리퍼, 그리고 케주얼한 슈트까지 50만원가까이 사들고서 고시원에 돌아왔다.


“옷 장사 하시게요?”


고시원 총무가 바리바리 싸들고 온 나를 보고 놀라서 묻는다.


“몸무게가 빠져서 맞는 옷 좀 골라봤어요.”


친하진 않지만 예의상 답변은 해야지.


“어디 아픈건 아니죠? 갑자기 그렇게 급격히 살빠지는게 암 증상인데···”


뭐라는거야?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걱정 말아요 송장치울 일은 없을 테니까.”


그렇게 말하고서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훤칠했다. 홈쇼핑 광고모델로 써먹어도 될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래 오늘은 이렇게 쫙 빼입고 헬스장을 가는 거다.


난 기분 좋게 달라붙는 헬스전용 반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운동화를 신고 헬스장을 가기 위해 고시원을 나섰다.

마치 새로 태어난 기분이었다.

때마침 날씨도 화창하고 지나다니는 사람들까지 행복해 보였다.


“저어 박기만씨.”


누군가 나를 조심스럽게 하지만 단단한 어조로 나를 불렀다.

뒤돌아보니 나보다 더 덩치가 큰, 갈끔한 슈트를 입은 남자 둘이 서 있었다.


“저, 전데요. 무슨 일이시죠?”


그 두사람에게서 풍기는 분위기가 묘했다.

단단한 역삼각형 몸매, 분명 평범한 사람들은 아닌데 그렇다고 나쁜 인간들이 풍기는 음산한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선글라스만 끼고 있었다면 비밀요원이나 보디가드로 보였을 사람들이었다.


“저기 실례지만 같이 좀 가시지요.”


너무나 정중하게 말을 한다.

거절할 수 없는 위압감을 풍기면서 그렇게 정중하게 말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


“어디서 오셨는데요? 무슨 일로.”


“밝혀드릴수는 없지만 이상하고 수상한 사람들은 아니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자 이리로 오십시오.”


그들이 만만한 사람이 아닌건 본능적으로 느낄수 있었다.

만약 내가 싫다고 거절을 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 너무나 궁금했지만.

남자가 말한 것처럼 그들이 위험하거나 불량한 사람들 같지는 않았다.

남자가 가리킨 방향에는 검은 리무진이 서 있었고 다른 남자가 VIP를 상대하는 것처럼 나보고 타란듯이 차 문을 열어주었다.

잠시 망설이던 나는 그 리무진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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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신정미는 무조건 믿는다 +2 24.09.15 691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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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위험하다 +2 24.09.13 964 24 12쪽
38 미녀는 구하고 봐야지 +5 24.09.12 1,112 24 12쪽
37 여친은 재벌 외동딸 +3 24.09.11 1,227 26 12쪽
36 니 일이나 잘 하세요 +3 24.09.10 1,237 29 12쪽
35 할 일 없는 석공들 +3 24.09.09 1,295 30 12쪽
34 연봉 4억. 업무는 오타수정 +1 24.09.08 1,420 24 12쪽
33 인생을 건 진짜 도박 +3 24.09.07 1,534 30 12쪽
32 추적자들 +1 24.09.06 1,598 34 12쪽
31 불신의 씨앗 +1 24.09.05 1,706 29 12쪽
30 돈쭐을 내주마 +2 24.09.04 1,806 30 12쪽
29 이정도까지 벌 마음은 없었어 +2 24.09.03 1,850 33 12쪽
28 모든 여자가 날 좋아하냐? +3 24.09.02 1,872 32 12쪽
27 내공이요? 그런거 몰라요 +1 24.09.01 1,910 32 12쪽
26 나도 내가 무섭다 +4 24.08.31 1,964 32 12쪽
25 전진구 이사의 방문 +2 24.08.30 2,037 28 12쪽
24 채찍과 당근 +1 24.08.29 2,083 35 12쪽
23 국도 스승님 제자가 되다 +2 24.08.28 2,117 36 12쪽
22 돈벌기가 너무 쉽다 +4 24.08.27 2,250 35 12쪽
21 인공지능 +2 24.08.26 2,266 40 12쪽
20 문어발 사업가 +3 24.08.25 2,320 39 12쪽
19 고수 대 고수 +2 24.08.24 2,380 36 12쪽
18 수상한 할아버지 +6 24.08.23 2,451 41 12쪽
17 왠 여자가 처들어 왔다 +3 24.08.22 2,553 46 12쪽
16 신경끄는 비용 2억 +2 24.08.21 2,563 47 12쪽
15 발칙한 여주인공 여주리 +3 24.08.20 2,570 4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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