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톱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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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히트
작품등록일 :
2024.08.06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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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6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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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DUMMY

3



하늘에서 내려오신 신께선 전기톱의 사용법도 친히 설명해 주셨다.


영구기관이 내장되어 있는데, 이는 기계 공학의 정점에서 한두 계단 정도 아래에 위치한··· 아무튼 그 언저리의 정수랜다.


이론상으로는 부가적인 발전을 요하지 않으며, 알아서 무한정 돌아간다고 했다.


회이던은 그분 말씀이 뭔 뜻인지도 잘 알아듣지 못했다. 대충 이해한 척하면서 고개 끄덕일 뿐이었다. 아 그렇군요. 알죠 알죠. 완전 이해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다음과 같은 말씀도 덧붙이셨다. 그 전기톱에 들러붙은 것은 부끄러운 문명의 잔재이다.


그러니 그 힘에 너무 취하진 말아야 한다. 힘에 취해, 이 땅의 나머지 존재들과 같이 호로새끼가 되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부끄러운 문명의 잔재, 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얼버무리듯 생략되었다. 그래서 그때는 그 속뜻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알아채기까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빠아악!”


“아, 빌어먹을.”


전기톱 안에 내장된 음성 장치가 신경 긁는 기계음을 울렸다. 들을 때마다 회이던 속에 든 수줍은 살의를 들었다 놨다 했다.


“할당량의 기준선을 충족하였습니다! 당국이 그대의 봉사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또 지랄이네.”


“앞으로도 살육에 정진하며 적들을 섬멸하고 타의 모범이 되어 주십시오! 독려의 의미로 각종 기능을 해금할 수 있는 점수를 수여해 드리겠습니다!”


한동안 잠잠하더니만 피 맛을 보자마자 또 이런다.


명랑한 목소리는 작위적으로 꾸며내어 선전하는 듯한 어조라 들을 때마다 기분이 상했다. 부끄러운 문명이라며 아낌없이 멸시를 가하기에 전혀 손색이 없었다.


어쨌든 톱날에 진득하게 묻어 있는 핏물은 식인 곰의 것이었다.


짐승은 불과 방금 전에 죽었다. 희멀건한 안구를 죽은 채로도 번득였고, 단단한 거죽에 솟은 털들은 피에 젖어선 가시처럼 뻗쳤다.


“이야···. 언제 봐도 정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명기네요. 아니, 흉기라 해야 하나? 뭐라 부르면 좋을까요?”


“굳이 뭐라고 불러야 합니까?”


회이던은 코멜루라는 이름의 행상인을 경호하고 있었다.


첫 만남은 노상에서 강도들에게 해코지당하던 것을 구출해 준 것이었다.


칼잡이도 대동하지 않은 채 화물 실은 수레를 끌고 대로변을 나다니는데, 강도들 입장에선 군침이 도는 먹잇감이었을 게다.


회이던도 기가 찼다. 이 경우엔 타살이 곧 자연사나 매한가지다. 자살 선언이라도 하는 건가 싶어 눈빛으로 핀잔을 가하였다.


그러자 행상인은 진흙 묻은 입으로 뭐라 말을 건네 왔다.


“대단하십니다! 그 맹위를 절 위해 떨쳐 주시겠어요?”


회이던은 되물음으로 답하려 하였다.


“당신 미친 사람이로군요?”


그러나 선금으로 건네는 동전의 양이 꽤 되었다. 동전의 반짝거림을 보자니 거절할 까닭은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외려 거절의 권리는 상대방에게 있지, 회이던에게는 그런 게 필요 없었다.


경호 따윈 원한다면야 얼마든지 해줄 수 있었다. 애초에 수배범 신세로 쫓기기 전 일삼았던 게 그런 종류 일이었다. 나야 문제없지.


그런데 그쪽은? 회이던이 문제없다 해서 상대방에게도 별문제 없을지는 보장할 수 없다. 교회 기사들에게 쫓기는 몸이니 그러하다.


뭐라 했더라. 신성 모독자이자 추기경 살해자, 반역자, 악마 숭배자, 기사 학살자. 회이던 이름에 실린 각종 범죄 이력이 그와 같았다.


연좌의 법칙은 실로 놀라운 점이 많아서, 회이던 섬칼리고드와 동행한 자 역시 양형 없는 쇠꼬챙이 매달림 화형을 선고받을 것이다.


물론 추기경 살해니 기사 학살이니 하는 것들을 있는 그대로 읊진 않았다. 그저 교회 기사들에게 쫓기는 입장이라고만 일러두었다.


그것만으로 독초를 씹은 것처럼 안면이 조금 빳빳해지더니···.


“어··· 상관없어요. 아마도? 아마도 그럴걸요?”


다만 화물 상자에 뭐가 실렸는지는 궁금해하지 말라며 덧붙일 뿐이었다.


무언가 불법 행위의 일환인가 싶었는데, 그렇다면야 위험한 길 혼자 나다니는 것도 절반 정돈 참작되었다.


그렇게 코멜루라는 남자와 동행을 시작하였고, 곰을 살해한 지금에 이르렀다.


행상인의 목적지는 척파크 구릉지대에 위치한 가니티 성채였다. 이는 북쪽에 위치한 곳이라, 회이던이 향하는 곳과 경로를 일부 겹쳤다.


삼림을 옆에다 놓은 진흙밭 위에서 현재가 시작된다. 시퍼런 하늘 아래 차가운 공기가 목구멍에 들러붙은 가래 사이를 오갔다.


바닥에 고인 자그만 웅덩이들은 패각 무늬로 흔들거렸다. 여기 노변은 언제나 물기로 질척거렸다.


“듣자 하니 악마들이 사용하는 무기 가운데에는 자아가 실린 검이란 것도 있다는 모양인데요. 사용자에게 막 말을 걸면서 정신을 옥죈답니다. 결국은 미치광이가 되고 만다고 하네요.”


“내가 미치광이로 보입니까?”


“어··· 싸울 땐 조금? 방금 전에도 곰 썰면서 막 웃으시던데요.”


회이던은 맹점을 찔려 말을 잃었다.


평소부터 칼질하거나 톱질할 때면 이유 없이 웃음이 터져 나오곤 해서, 이를 자제하고자 각별히 신경 기울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마음처럼 쉽게 되지는 않았다.


그러한 기벽 때문에 구출해 준 사람들에게서 고맙다는 인사도 도통 받질 못했다.


구해 주더라도 어지간히 해야지, 배때기를 통째로 갈라서 안쪽의 소시지나 부속 같은 것들을 죄다 보여주는데 거기다 대고 웃는 얼굴로 응대하기란 어렵긴 하다.


하여튼 전기톱이 뇌까리는 말에 자아가 느껴지진 않았다. 사람 짜증 나게 만드는 점만 비슷했다.


“자아가 실려 있는지는 잘 모르겠수다. 묻는 말에 가끔 대답은 해 주더군요.”


“그럼 마검은 맞구먼요.”


“어허, 말 바르게 하십쇼. 마검이 아니라 성검.”


회이던은 진창을 건너면 펼쳐지는 흑색 가문비나무 숲을 가리켰다. 온통 어둑하게 들어차 있기에 바깥에서 바라만 보아도 음산한 기운이 거나하게 묻어 나왔다.


“척 봐도 안에 각종 위협이 도사리고 있지요? 그런데 시간 단축은 될 겁니다. 어둠이 무섭다고 빙 돌아가면 한 시간이 반나절이 되는데, 어쩌시겠습니까?”


“반나절과 안전을 교환하는 건 나쁘지 않네요.”


“그럼 경호를 왜 달고 다닙니까? 숲길로 가죠.”


회이던은 막무가내였다. 피고용의 입장에 놓여 있으면서도 어째 본인이 지시하는 사람인 마냥 굴었다.


그럼에도 코멜루는 별말 없이 순응하였다. 사람 찢는 곰을 곰이 사람 찢듯이 간략하게 처치해 버리는 인간인데, 그 앞에서 안전이 대체 무슨 빌미가 될까 싶었던 것이다.


색 바랜 잔디가 성근 단단한 땅을 밟고 올라서야 숲에 들어갈 수 있었다.


말 한 필이 이끄는 수레는 바퀴가 둘 뿐이었고, 이는 높은 턱을 오르기 버거웠기에 뒤에서 밀어 올려야 했다.


나무가 다닥다닥 뿌리 내린 흙바닥은 진창 수준으로 물기를 머금진 않았다. 하지만 볕이 적어 축축한 것은 변함없었다.


울퉁불퉁한 숲길은 교통을 위해 일부러 다듬고 가꾼 게 아니기에 간격이 일정하지도 않았다.


“아침인데도 많이 어둡네요. 어째 이 안쪽만 저녁노을에 시간이 멈춘 것 같습니다요.”


“그러나 개 같은 것들이 발붙이고 자리 잡기엔 좋은 환경이군요.”


코멜루는 쉴 새 없이 두리번거렸다.


볕이 들지 않는 측면의 어둠 속에서 무언가 도사리고 있음이 기정사실인 양 그러했다. 반면 천천히 걸으며 수레를 끄는 말은 제 주인과 달리 평온한 눈꺼풀이었다.


덜덜거리는 수레바퀴 소리는 섬찟하리만치 고요한 숲속을 침범하듯 홀로 내밀렸다. 회이던이 별안간 전기톱에다 대고 말 붙이기 전까진 분명 그러했다.


“어이, 전기톱.”


무기에게 말을 거는 모습은 확실한 미친놈처럼 보였다만, 그런 가당한 관념이 무색하게도 지직거리는 잡음과 함께 대답이 되돌아왔다.


“당국에 충성을 다하는 귀하에게 머더소우 모델 47이 언제나 함께합니다! 부르셨나요?”


“숲속에 사람 몇 명이나 있냐? 한번 세어 봐라.”


“적성 인간 감지 기능은 20점을 차감합니다! 점수를 지불하시겠어요?”


“몇 명 있냐고.”


“적성 인간 감지 기능은 10분간 지속됩니다! 숨어 있는 불응자들을 찾아내어 고결한 살육을 행해 당국에 이바지하시길 바랍니다!”


앞쪽 손잡이 아래에 달린 쇠판이 밀려 올라갔다. 그 안쪽에서 빛을 내뿜는 화면이 나타났다.


화면 중앙에 점이 두 개 찍혀 있었다. 각각 회이던과 행상인이었다. 그로부터 어느 정도 떨어진 곳에는 여섯 개의 점이 산개해 있었다.


그것들은 조금의 미동도 없었다. 정작 고개 들어 앞에 펼쳐진 숲길 바라보면 텅 비어 있으니, 아마 모습 감춘 채 매복한 듯싶었다.


“앞에 사람들이 숨어있군. 아마 강도들이겠죠. 총 여섯 명입니다.”


“여섯씩이나요? 너무 많은걸요. 그냥 지금이라도 왔던 길 되돌아갈까요?”


“고작 여섯에는 씩이라는 접미사를 붙이지 않아요. 여기 가만 계십시오. 그쪽이 인질로 잡히면 구해드릴 자신이 없어. 톱날이 워낙 섬세하지 못해서 피아를 안 가린단 말입니다.”


코멜루는 멀뚱히 서서 고개만 끄덕였다. 회이던은 그를 뒤에 내버려둔 채 거침없이 터벅거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화면상의 자신이 산개한 일곱 개 점들 사이에 놓일 때쯤 걸음이 멈추었다.


회이던은 전기톱의 쇠줄을 한 번 거칠게 당겼다, 그러고선 나무의 은밀한 그림자들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길가의 신사 여러분! 숨어있지 말고 나오시죠. 되도 않는 기습 같은 걸 시도하시면 저 정말 열받습니다.”


아아, 이것 참 들키고 말았군요. 저희가 조금 무례했지요? 그냥 통행료만 좀 삥뜯고 보내드리겠습니다. 이러면 정말 좋을 것이다.


그러나 등 뒤에서 바스락대는 소리가 회이던의 심기를 거슬렀다. 때론 너무나 가상한 용기가 더한 참극을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다.


회이던이 고개를 돌리는 그 순간, 은밀한 기동은 풀밭을 뒤흔들며 달려드는 소리로 전환되었다.



그와 동시에 나무 기둥과 수풀 사이에서 인영들이 일제히 튀어나왔다. 고개 돌린 쪽에서는 칼이 슉 하고 휘둘렸다.


회이던은 몸을 마저 돌리며 전기톱을 치켜세웠다. 불의와는 거리가 먼 기습이 아직은 회전 더해지지 않은 톱날에 맥없이 막혔다.


“우리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나? 이러면 나 열받는다고 말했는데···.”


회이던은 레버에 손가락을 올렸다. 그 즉시 톱날이 회전을 시작하였다.


맞댄 칼날은 짓이겨지며 쇠 찢어지는 소리를 합주했다. 잠시간 따가운 불똥을 튀기더니 가볍게 툭 하고 부러졌다.


톱날의 회전은 칼날에 맞대 놓았던 방향대로 쭉 나아갔다. 마주한 강도의 오른쪽 승모에 닿자, 그 섬세한 근섬유에 무척이나 심대한 파열을 일으키며 핏물에 젖었다.


“키이이이이이익!!”


살갗과 그 안의 근육이 뒤엉키면 정신도 뒤엉키기 마련이다. 그런 사실을 감안하여도 비명 지르는 소리가 무척 이상했다.


어쨌든 갈아대는 소리, 갈리는 소리, 갈리는 사람이 내지르는 비명이 한 줄기의 메아리로 결집해 숲의 고요함을 깨뜨렸다.


덩달아 돈 좀 쉽게 쉽게 벌고, 더해서 가학의 욕망도 충족하려던 강도 무리 마음속의 평온도 깨졌을 것이다.


확인 사살을 할 필요도 없었다. 회이던은 축 처진 시체를 걷어차 그 몸뚱이에 박힌 톱날을 빼내었다.


“자, 아직 용서받을 기회가 남았어. 제비뽑기로 한 명만 뽑아. 원죄를 한 명한테 몰아 주고 나머진 대가리 세게 맞는 걸로 퉁치자.”


회이던은 생각에도 없는 말을 하며 강도떼를 둘러보았다.


생각에도 없다 함은 간단한 이치였다. 암만 겁먹은 강도들이라 해도, 한 서너 명 뒈지기 전까진 칼날 거둘 생각을 못 한다.


뇌 깊숙이 뿌리박혀 흔들리지 못하는 허세가 이렇게나 해악이다···.


한데 조금 이상했다. 강도들의 눈이 흐리멍덩했다.


살인을 준비하며 무기를 팽팽하게 쥔 손은 임전의 태세를 갖추고 있건만, 눈동자 달린 얼굴은 축 늘어져 있었다.


그 모습들에선 자유의지랄 게 읽히지 않았다.


“그냥 강도가 아닌가?”


“조, 조금 괜찮으신가요?!”


뒤에서 코멜루가 뭐라 외쳤다. 회이던은 전기톱 쇠줄을 한 번 더 당기는 것으로 회답했다.


그러자 전기톱 몸체는 더 강하게 진동하기 시작하여, 톱날로는 피와 살점을 뚝뚝 흘리고 동력원으로는 구르릉거리는 소리를 흘려댔다.


피가 부족하니 더 달라며 벅찬 안달을 내뱉는 것처럼도 들렸다.


이렇게 말하니 정말 마검 같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전근대적인 사고관이 그렇게 수용했단 거지, 가치중립적인 시각으로 재단하면 평범한 배기음에 불과하단 것을 고지한다···.


“그럼 다섯뿐이구만. 내 말 이해하는 건 맞지? 아닌가? 이해 못 하나?”


“우오오!”


“이해 못 하는구만.”


무퇴를 다짐하는 기합인지, 아니면 지성 없이 그저 외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여하튼 고함이 한 차례 울려 퍼졌다. 저마다 든 무기를 휘두르며 회이던을 향해 달려왔다. 눈동자에 힘이 풀린 것과는 별개로 제법 병법에 기반한 질서로운 움직임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회이던은 전신을 내던지듯 정면으로 날아들었다.


톱날이 향하는 끝에 위치한 놈은 뭉툭한 추가 달린 둔기를 들고 있었다. 도달하기까지 3초 정도 걸릴 것 같으니, 놈의 남은 인생도 그 정도일까.


강도는 양손을 다급하게 쳐들어 막으려 했지만, 양손을 들건 둔기를 치켜세우건 돌아가는 톱날 앞에서는 무용하다.


두 팔뚝과 둔기가 핏물 흩뿌리며 사이좋게 붕 떠올랐다.


“깨아아악···.”


회이던은 왼손을 날렵히 휘둘러 둔기를 낚아챘다. 낚아챈 그대로 눈앞의 강도를 후려쳤다. 머리가 깨지며 물 같은 게 튀었다.


그 뒤엔 잘린 팔뚝이 바닥에 부딪히면서 둔탁한 소릴 내고, 대가리 깨진 시체는 그 위에 엎어지며 나뒹굴었다.


회이던은 지체 않고 시선을 휘둘렀다. 사람 가릴 생각일랑 없기에,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무작위한 사람을 향해 둔기를 집어 던졌다.


사람 얼굴의 파편이 들러붙은 둔기는 일직선에 가까운 궤적으로 빙글거리며 날아가더니 복부에 정확하게 꽂혔다.


“움푸퀫···!”


강도의 발바닥이 지면으로부터 아주 살짝 떠올랐다.


등짝이 거칠게 바닥으로 처박혔지만 그건 별것 아녔다. 내장 뒤엉키는 고통이 무척이나 화끈할 것이기에, 사소한 것에 일일이 고통 느끼진 못하리라.


엎어진 놈의 흐리멍덩한 눈에는 볕이 하나도 들지 않았다. 이미 죽어서 그런 것은 아녔다.


둔기를 던진 즉시 궤적을 쫓아 달려간 회이던의 몸 때문이었다. 붕 떠오르며 도약한 회이던의 몸이 일말의 햇살마저 죄다 가렸다.


“퀘벡···!”


누운 놈은 그대로 대가리가 군홧발에 짓이겨져 죽었다.


바닥에, 정확히는 남의 머리통 위에 가뿐하게 착지한 회이던은 굽은 등을 펴며 나머지 세 명을 바라보았다.


순식간에 둘이 죽었군요. 그러는 동안 뭐 하고 계셨습니까? 힐난하는 눈빛이었다.


“우오오!”


“계속 기합만 집어넣고 있네. 거기에 뭔가 실질적인 혜택이라도 있냐? 차라리 저주를 퍼붓는 게 조금이나마 가망이 있겠다.”


“오! 오!”


“···내가 말도 안 통하는 것들 앞에서 뭔 소릴 하는 건지.”


여전히 끄트머리만은 예리한 칼이 전방으로부터 찔러져 들어왔다.


배후에서는 곡괭이인지 망치인지, 제대로 보이지 않아서 뭔진 모르겠다만 그 비스름한 것이 뒤통수를 노리며 휘둘렸다.


두 방향으로부터 공격이 쇄도하건만, 회이던은 감흥 없는 표정 그대로였다.


그는 오른쪽 무릎을 굽히더니 상반신 자세를 급격하게 낮추었다. 야심만만한 공격들은 가볍게 허공을 갈랐다.


심지어 찔러 들어온 검격은 멈추지도 못했다. 쭉 나아가더니 반대편의 망치인지 곡괭이인지를 휘두르는 아군 어깻죽지를 푹 찔렀다.


“키에에···.”


회이던은 아직 굽히지 않은 왼쪽 무릎 아래를 바닥에다 휩쓸었다. 이는 빳빳한 반원 형태의 호를 그리며, 칼 든 강도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부딪힌 정강이뼈는 아주 그냥 박살이 났다.


“에···.”


그 진동의 아릿한 감촉이 회이던의 군홧발 안쪽 살갗까지 닿았다. 강도의 몸뚱아리가 살짝 기울었다.


회이던은 넘어지는 강도의 얼굴이 도착할 만한 지점에 손바닥을 미리 가져다 놓았다.


“에···.”


힘없이 나부끼는 강도는 자기 관자놀이를 회이던 손바닥에 알아서 가져다 댔다. 그 즉시 밀려 올라갔다.


정강이가 박살이 난 강도 몸뚱아리는 망치인지 곡괭이인지, 하여튼 무언가를 든 동료의 품에 안기다시피 겹쳤다.


고통의 추임새가 이제 막 끝나려 했다.


“엑!”


전기톱 손잡이의 레버에 손가락이 올라갔다.


뼈 부수고 근육 휘젓기를 탐욕하는 굉음이 연인처럼 껴안은 강도와 강도의 뒤에서 울렸다. 곧장 텅 빈 등짝에 쑤셔 박혔다.


“끄오오오오옥!!”


“끄끼아아아악!!”


정강이 부서진 놈의 몸통은 진작 꿰뚫고, 그 뒤에 겹친 놈 복부도 파헤치면서 아주 눈물겨운 피의 향연이 되었다.


뼈 갈려 나가는 한 쌍의 곡소리가 듣기 불쾌한 화음을 자아냈다.


회이던은 이들의 눈물겨운 우정이 잿불 가득한 내세에서도 변치 않기를 바라며 전기톱을 측면으로 빼내었다. 두 녀석의 허리가 끊어지며 맥없이 바닥을 굴렀다.


그럼 남은 것은 한 놈뿐. 회이던은 토막을 낸 강도 상반신에 들린 곡괭이인지 망치인지 무언가를 집어 들었다.


그는 집어 든 무기가 어떤 종류인지 확인하지도 않은 채, 그저 무작정 팔 휘둘러 투척하였다.


머지 않은 위치에서 창 들고 머뭇거리던 강도의 대가리에 보기 좋게 처박혔고, 단단한 것이 함몰되는 소리가 뒤따랐다.


조금 맥없이 바삭거리는 소리였다. 그 점이 불쾌했다.


“끄으으읕···.”


일련의 전투를 처음부터 끝까지 관람한 코멜루는 넋 나간 듯했다. 사실 전투라 부르기도 뭣해, 차라리 일방적인 구타가 더 적절한 명명이려나 싶었다.


“박수 칠까요?!”


“제발 그러지 마십쇼.”


“박수 칩니다?!”


“하지 말라고···.”


그러나 전투를 관람하던 이는 행상인 혼자가 아녔다.


매개는 흐리멍덩한 강도들의 눈이었다. 죽기 전부터 진작 생기 잃은 채 구멍 속 들어 차 있었을 뿐인 유리구슬 통하여, 의지 잃은 그들의 시야를 들여다보던 자가 있었다.


그는 바닥에 잔을 내리쳤다. 와장창 깨지며 파편 틈새로 포도주 두 모금이 고였다. 고였으나, 서리가 내려앉고 성에가 끼더니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오두막 안쪽을 비추는 촛불은 들어찬 냉기만큼이나 스산한 빛깔이었다. 밤의 평원처럼 낮게 푸르렀다.


낯선 이는 얼음 빠개는 소릴 내며 양초 사이를 빠져나가 오두막 바깥으로 통하는 문을 열었다.


그는 나가기 전,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는 눈동자는 마찬가지로 흐리멍덩했다. 그러나 거기엔 힘이 실려 있었고 사악한 의지라 할 만한 것도 어려 있었다.


돌아본 곳에 위치한 무언가를 빤히 응시하던 그는, 거칠게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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