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톱 소드마스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디스히트
작품등록일 :
2024.08.06 21:13
최근연재일 :
2024.09.04 19:2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985
추천수 :
12
글자수 :
299,870

작성
24.08.14 16:00
조회
18
추천
0
글자
18쪽

11

DUMMY

11



악마병이란 악마의 영향으로 인해 신체와 정신이 불안정하게 변이한 사람들이다. 발현 시 이성을 잃은 채 살육만을 추종하는 고기 인형으로 전락하고 만다.


정신의 변이는 이처럼 일률적이나, 육신이 변이하는 양상은 그 어느 하나 같은 것이 없다.


발병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교단 측은 악마병에 대한 연구를 일절 금하였다.


악마병의 연구는 필연적으로 악마들에 대한 탐구로 번질 것이며, 악을 향한 탐구는 어느덧 죄악을 향한 긍정으로 이어진다. 그것이 교단 측의 견해였다.


그리하여 악마와 악마병에 대해 연구하던 사람들은 죄다 쇠꼬챙이에 매달려 불타 죽었다. 연좌에 휘말린 그들 가족과 친구들도 옆에서 함께 불탔다.


이야, 대단한 세상이 다 되었다. 교단이 공표한 악마병 발병의 원인은 다음과 같다.


사악한 사상이라 함은 다름 아닌 불신을 의미하며, 그렇기에 불신자 및 회의주의자들은 모두 내면에 악마를 품은 잠재적 발병자라는 것이다.


선량한 시민들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옆집 사람 혹은 남편 아내 아버지 어머니가 교리에 충실하지 않은 생활을 하나요. 혹은 예배를 자주 빼먹나요.


이는 악마병 발병의 징조입니다. 창칼과 도리깨, 쇠스랑을 들고 그들에게 징벌을 가하십시오.


하여튼 세상이 이렇다. 저주받은 것 같은 병자들이 걸어 다니고, 또 저주받을 것들이 권력을 차지하고 있는데 세상이 참 이 모양이다.


“시, 시발···. 이대로 내버려두고 가면 나 진짜로 죽는다고.”


“오, 그렇군, 몰랐던 사실인데 가르쳐 줘서 고맙다.”


“나 죽는다고!”


“알아. 이 머저리 새끼야. 그런데 내가 막 슬퍼해야 하니? 우리가 얼마나 오래 본 사이라고 감정에다 호소하는 거냐?”


마차가 악마병의 발병자들을 완전히 떨쳐낸 것은 아녔다. 충분히 멀어지지 않는 하에야 추적은 계속해 이어질 것이다.


비치는 광경만 놓고 보면 도적단 수괴를 제물로 삼아 이 자리를 벗어나려는 의도가 읽혔다. 그러나 회이던에게 그런 실용적인 뜻은 없었다.


단지 조금 열받은 것뿐이었다. 조금 전까진 삿대질까지 하며 쳐 웃어대던 놈이 마차 위에 천연덕스럽게 올라타 있는 꼴이 마음을 적잖게 상하도록 했다.


도적단 수괴는 이 난폭한 남자와는 말이 통하지 않으리란 것을 직감한 모양이었다. 그는 잽싸게 고개를 틀어 호소하는 대상을 바꾸었다.


“얘야! 너희 오빠 좀 설득해라! 횃불께서 이런 무의미한 살생을 달가이 여기실 리 없잖니!”


“미친놈이 누구 앞에서 횃불을 들먹여. 감히.”


소녀는 곤란해하며 고개를 푹 떨굴 뿐이었다. 그녀라 해서 도적단 수괴를 곱게 봐 줄 까닭은 없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현실이었던 두려운 기억이 다시 떠올라 가슴이 쿵쾅거리기나 할 것이다.


“얘야! 제발!”


“관여하기 싫어하는 사람을 굳이 끌어들이면 그것도 폭력이야. 감히 내 앞에서 폭력을 행사해? 네놈에게 폭력으로 되갚아 주마.”


회이던은 여자애가 언어를 잃었다는 사실은 굳이 입에 담지 않았다. 정수리를 너무너무 강하게 쥐어박자 도적단 수괴는 아주 자지러지면서 좋아 죽었다.


“그리고 뭘 죽는다고 그래. 네놈은 발이 없냐? 내가 발목 긋고 떨군다디? 뛰어, 게으른 새끼야.”


몹시도 괴로워하는 도적단 수괴의 아래턱에 발길질이 가해졌다. 놈은 앉은 자세 그대로 뒤로 넘어가며 정수리부터 바닥에 처박았다.


“통행료는 네놈 목숨 살려준 것으로 퉁치자. 부담스러우니 너무 고마워하지는 말고. 그럼 이만.”


“개자식··· 개자식아! 죽여버릴 테다!”


“구해 줬는데도 개지랄을 하네···.”


회이던은 전기톱을 들고 마부석에서 내려왔다. 도적단 수괴는 화들짝 놀라며 뒤로 줄행랑쳤다.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회이던은 콧방귀 뀌며 굳이 쫓을 생각 앉고 다시 마차 위에 올라탔다.


마차는 적당한 속력으로 쭉 서행을 유지하며 삼십 분가량 굴러갔다. 등 뒤에 놓인 소녀는 달아오른 회이던의 몸을 급격히 냉각시켰다.


어느덧 완전히 떠오른 해는 차가운 새벽의 공기를 조금씩 데우고 있건만, 마차 주변의 공기는 여전히 새벽녘을 보존했다.


어느덧 빗물 모양의 결이 난 백운암이 톱니처럼 여기저기 솟아 있는 평원에 도착했다. 흔들거리는 주황빛 가시풀밭 너머 먼 곳에 마을 하나가 보였다.


마차는 그즈음 해서 멈췄다. 회이던은 뒤돌아 소녀를 바라보았다.


상실을 뼈저리게 받아들이는 첫 아침이 되어야 했다. 그러나 이 세상은 그런 한쪽의 감정마저 여유로 간주하는지, 묵묵히 젖을 틈일랑 줄 생각이 없는 듯했다.


소녀는 일련의 소동으로 인해 얼빠져 있었다. 하지만 다친 곳은 없었다.


“좀 어때. 견딜만 한가?”


소녀는 고개를 저었다. 솔직해서 좋구나. 거듭 말하지만 현 세태에 찾아보기 힘든 덕목이란다.


“방금 전에 도적놈들에게 화살 겨누는 것 봤다. 자세가 잘 잡혀 있던걸. 아버지를 따라 많이 다뤄 봤나 보지?”


소녀는 주춤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네 활 솜씨에 스스로 점수를 매기자면 어느 정도라 생각하지? 1에서 10 사이 숫자로.”


소녀는 난감하단 표정이 되었다. 조금 고민하던 그녀는 수줍은 여섯 개 손가락을 폈다.


“겸양 떨긴.”


스르륵 불어오는 바람이 벌판을 간지럽히며 비 뿌리는 소리를 냈다. 멈춘 마차는 계속 멈춰 있고, 멍하니 바람을 맞던 두 사람은 어쩌다 같은 곳을 바라보았다.


소녀는 멀리 보이는 마을을 가리켰다. 이어서 자기 자신을 가리켰다. 저 마을에 자길 맡겨 놓고 떠날 거냐고 묻는 것이었다. 회이던은 고개를 저었다.


“널 내려다 줄 장소는 아직 결정한 것 없어. 꽤나 먼 여행길이 될 것 같다. 네게 받은 돈만 해도 그 정도 액수는 되고 말야.”


소녀는 회이던을 가리켰다. 그리고 어깨를 으쓱했다.


“나는 어딜 가느냐고?”


그렇다며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나는 북쪽으로 향하고 있다. 북쪽 멀리. 정말로 멀리.”


북쪽 멀리라는 말을 곱씹던 소녀는 다시 자기 자신을 가리켰다. 얼굴에 떠오른 표정으로 미루어, 그 길을 쭉 함께하면 되지 않겠냐고 묻는 눈치였다.


회이던은 손까지 내두르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도 불과 전날 역설했던 것을 떠올렸다. 사람은 적고 짐승이 많은 곳, 최북단의 불모지는 그와 정확히 부합한다.


생각해 볼 만한 일이다. 하지만 그 험준한 곳까지 꼬마애를 달고 가는 것은 역시 내키지 않았다.


회이던은 고개를 계속 저으며 말고삐를 당겼다. 설렁설렁 걷기 시작한 말 두 마리는 마을 쪽으로 향했다.


“사람들에게 방금 일을 경고해 주는 게 좋을 것 같다. 그것 말곤 저 마을에 딱히 볼 일은 없어.”


경고만 한 뒤에 마을을 곧장 빠져나가자. 또 무슨 부탁을 가해 온다면 깔끔하게 고사하자.


필요 이상으로 피곤해지는 일은 배제하는 계획이었고 머릿속에선 제법 완벽해 보였다.


바람이 벌판의 식생을 여전하게 간지럽혔다. 두 사람 눈앞에서 흔들리는 것은 호밀밭이었다.


그런데 호밀밭엔 호밀뿐이었다. 사람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버려진 농경지는 아니었다. 농부들의 땀을 먹고 자란 작물은 몹시 번성하여 여물고 있었으며 그 아래에는 잡초도 없었다.


“밭일하는 사람들이 없구나. 횃불에다 대고 예배하러 갔나.”


마을의 입구도 조용했다. 조용한 것을 넘어 황량했다. 재배지와 마찬가지로, 버려진 마을은 아니었다. 평균 정도로 깨끗하고 평균 정도로 더러울 뿐이었다.


나무 등치에는 도끼가 꽂혀 있으며 장작으로 쓸 통나무 도막이 그 주변에 쌓여 있었다.


사람 떠난 곳에 그런 광경은 없다. 사람은 온기가 있는 곳을 따르며 장작은 사람 사는 곳을 따른다. 그런데도 황량했다. 바람 소리만 완연하였다.


민가의 출입문은 모두 열린 채로 나부꼈다. 경첩이 맞물리는 나직한 소리가 두 사람의 귓가 주변을 배회했다. 시체에 모여드는 새 소리 같았다.


열린 문으로 들여다보이는 가옥의 안쪽에는 인적이 서려 있었다. 불붙은 벽난로 하며, 마찬가지로 불붙은 양초는 촛농이 아래로 흐르고 흘러 짧고 뭉툭했다.


그러나 아무도 없었다. 마차는 느릿하게 굴러갔다.


“···이미 늦은 것 같다. 그렇지?”


뒤돌아보니 소녀는 눈을 부릅뜬 얼굴이었다. 불과 방금 전 겪은 일을 다시 되새기는 것인지 그녀 몸에 서린 찬 기운이 어째 더 창백하게 느껴졌다. 그때였다.


“흐 히 기 기”


마을 으슥한 곳 어디에선가 알 수 없는 괴성이 흘러나왔다. 곡조처럼 유연하게 꺾이는 음색이라 현재 마을의 상황과는 도저히 합치시킬 수 없는 목소리였다.


소녀는 반사적으로 활과 화살통부터 집어 들었다. 회이던은 마차를 적당한 곳에 멈춰 세우며 몸을 일으켰다.


“마을에 아무도 없진 않구나. 악마병 발병자들은 살육할 수 있는 것 주변을 맴도는 습성을 공유한단다. 그럼 생존자가 몇 정돈 남아 있을 거다. 가서 확인해 보자.”


소녀도 회이던을 따라 다리를 단단한 땅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렇게 둘은 민가와 민가 사이, 방금 전 소리가 들린 곳을 향했다.


바닥에는 핏자국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육편 조각도 없고, 신체 파편도 없었다. 악마병 발병자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으레 있어야만 하는 흔적들이다.


그러나 사람 없는 것처럼, 사람이었던 것들도 없었다.


“흐 흐 으 히이이 이이 이이이”


발걸음 뻗을수록 괴이한 목소리도 점차 가까워졌다. 여자 목소리였는데, 세 명이 동시에 내는 것처럼 중첩되어 들렸다.


여자애는 뒤에서 회이던의 옷자락을 꽉 붙잡았다. 그녀 손가락 맞닿은 부위가 시렸다.


“히 히으 으 으히이”


목소리는 별 특별할 것 없는 모퉁이 건너에서 들렸다. 불과 앞이었다. 모퉁이를 돌자마자 발병자 셋이 보였다.


셋 모두 고개를 푹 숙인 채 얼굴을 민가의 벽에 붙여 놓고 있었다. 저마다 다른 형태로 변이한 머리통은 숨 쉬는 들썩임만 제외하면 미동도 없었다.


회이던과 소녀도 함께 움직임이 멎었다. 두 사람의 출현을 눈치채지 못하였는지, 발병자들은 기이한 자세를 계속해 유지할 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가만 보면 그것들은 벽에 얼굴 포개어 놓고 있는 것이 아녔다. 창문에 얼굴을 가져다 댄 것이었다.


나무 창문은 굳게 닫혀 있으나 그럼에도 실낱같은 틈이 있을 것이다. 그 틈새에 눈을 가져다 대어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었다.


“헌 헌 헌 헌 헌”


나란히 서 있는 셋 가운데 중간에 위치한 여자 발병자가 예의 목소리를 냈다. 입이 세 개 달려 있는데, 그래서 목소리도 셋이 중첩되어 들리는 것이었다,


얼굴은 육각형의 연 모양으로 얇고 넓게 변이한 모습이었다.


작달막한 세 개의 입 위로는 벌집 모양의 부조가 돋았으며, 그 부조마다 제각각 다른 크기의 눈알이 세 쌍 일렬로 늘어져 있었다.


“허.”


회이던은 별 감정 없는 추임새로 소리를 냈다. 그러자 발병자들이 굽은 등을 천천히 폈다. 한데 보통은 소리가 난 방향을 돌아보는 게 먼저일 텐데, 그러지 않았다.


그런 행동이 괴기하게 비칠 만 했다. 그런데 회이던은 전기톱의 쇠줄을 당기며 다음과 같은 생각이나 떠올렸다.


뭐지. 막 여유가 샘솟아 오르나. 돌아볼 필요도 없다는 건가. 그러면 안 되지. 돌아봐야지. 돌아봐야 몸이 썰리거나 하기 전에 대응할 수 있잖아.


능수능란하게 꺾이는 음색은 전기톱 소음에 집어삼켜졌다. 순식간에 발병자 하나의 몸체가 반으로 썰렸다. 축 늘어져선 바닥에 두 갈래로 쓰러졌다.


“흔 헌 헌 허···.”


“아, 소름 끼쳐. 노래 좀 그만 불러.”


“갸아악!”


세 가닥의 선율을 뱉는 발병자의 십수 개 달린 눈, 그 모든 동공으로부터 실벌레처럼 가늘고 긴 촉수들이 뿜어져 나왔다. 그것들이 톱날을 옭아맸다.


인체의 어느 부분이 변질되었는지 짐작할 수 없게 무척이나 끈적하고 질겼다. 날카로운 칼날이라 하여도 깔끔히 잘라내기는 어려운 재질이다.


그러나 톱날은 회전한다. 저 스스로 도착한 촉수들은 회전에 닿은 즉시 갈기갈기 찢기며 인분처럼 나풀거렸다.


회이던은 반만 성한 촉수들을 잡아끌었다. 뭔지 모를 점액이 미끌거렸다.


쭉 당기자 얇은 육각형 머리통부터 회이던 쪽으로 끌려오고, 결국 신체는 톱날에 닿을 수밖에 없으니 철저히 갈려 나갔다.


예상과는 달리 피가 튀지 않았다. 다만 옅은 분홍빛깔의 끈적한 점액이 단면으로 삐져나오며 천천히 흐를 듯 말 듯 맺혔다.


채 양분되지 못한 몸뚱이는 너덜거리며 풀썩 쓰러졌다.


“우부에에에에.”


남은 하나도 적잖게 특이한 생김새였다.


얼굴 아래의 신체가 녹아 문드러져 내려앉은 듯, 목뼈는 우뚝 솟아 있는데 머리통은 그 아래로 한참을 미끄러져 배꼽 부근에 파고들어 있었다.


놈은 거대한 나무 곤봉처럼 육중하게 발달한 두 팔로 허공을 난폭하게 휘저으며 달려들었다. 그 순간 뒤에서 날아온 화살이 놈의 대가리에 박혔다. 움직임이 잠깐 멎었다.


“잘했어!”


베어 넘기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이번에는 깔끔하게 양분, 복부에 머리통이 달렸기에 얼굴도 반으로 토막이 났다.


이상한 색깔의 점액과 핏자국으로 물든 땅바닥은 영 징그러워졌다.


“좀 수용하기 어려운 광경이긴 하지? 와중에도 과녁 맞추는 데에는 손색이 없구나.”


소녀는 역함을 참는 입술 모양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회이던은 머리통에 박힌 화살을 뽑아 슥슥 닦고는 여자애 화살통에 도로 꽂아 넣었다.


“요놈들, 창문 들여다보고 있었거든. 안쪽에 무엇이 있기에 그토록 매료되었는지 우리도 한번 봐볼까.”


회이던은 발병자들이 얼굴 들이밀고 있었던 창문에 본인 얼굴도 불쑥 들이밀었다. 여자애가 기겁을 하며 그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아, 괜찮아. 악마병 전염은 단순 접촉으론 이루어지지 않거든. 만약 그랬다면 나도 지능을 잃은 채 어디 들판에서 흙이나 퍼먹고 있었겠지···.”


실내는 당연히 어두웠다. 하지만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니 사물의 윤곽 정돈 슬며시 보였다.


한 구석에서 몸을 바들바들 떨어대는 인영을 분간할 수 있었는데, 쭉 저 상태 그대로 수십 개의 시선을 받고 있었던 모양이다.


“요 앞에 있던 것들은 죽었습니다! 말씀 좀 묻지요!”


회이던은 창문에서 얼굴을 떼어내며 외쳤다. 그러자 쉰 목소리로 매몰찬 대답이 돌아왔다.


“난 상관없는 일이야! 돌아가!”


“당신 노리던 발병자들은 내가 죽였소! 지금은 안전하다니깐!”


“돌아가라고!”


말하는 내용만 놓고 본다면 극도의 불안 증세에 시달리는 것 같다. 그런데 목소리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목숨이 아닌 다른 무언가에 전전긍긍해 하는 것에 더 가깝게 들렸다.


“조금 수상하다. 그렇지?”


여자애는 어깨를 으쓱했다. 회이던은 창문을 바깥쪽에서 열어보려 했지만 당연히 안쪽에서 잠겨 있었고, 출입문 역시 마찬가지였다.


“돌아가라고!”


회이던은 전기톱은 어깨에 매어놓은 뒤 작은 단검을 빼 들었다. 문틈 사이에 살살 집어넣어 강하게 내려치자 잠금쇠가 깔끔히 양단되었다. 나무문은 힘없이 열렸다.


“으아악! 들어오지 말라니깐! 정식으로 고발하겠어!”


어두컴컴한 가옥 내부에 빛이 쏟아지며 발발 떠는 사람 얼굴도 보였다. 회이던과 비슷한 연령대의 마른 남자였다.


그는 소리를 지르며 쏜살같이 일어서더니 근처 양탄자 위에 선 채로 굳었다.


“그건 마음대로 하고, 당신 반응이 조금 어색해. 나 그쪽 안면 근육을 자세히 관찰하고 싶어. 뭔가 숨기고 있는 것 같거든.”


“교, 교단 사람인가? 교단에서 나왔어?!”


“그래 보이슈?”


“그래 보이진 않는데···!”


“보이는 대로 믿는 사람인가 보네.”


“교, 교단 사람인가?!”


“내가 교회 기사였으면 그쪽은 이미 뒈졌어. 이 대화 성립도 못 했다고.”


악마병은 원인뿐 아니라 전파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교단은 보균자의 마음에 뿌리내린 사악한 사상이 곪은 나무뿌리처럼 타인에게 뻗치며 감염을 확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렇기에 발병자들의 주변인들도 척살 대상에 속했다.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마을을 둘러봤는데 참극의 현장이라는 느낌이 없었어. 발병자들이 마을로 몰려온 게 아니라 마을에서 악마병이 발현한 모양이더군. 내 추측이 정확한가?”


“그, 그런가? 난 잘 모르겠네. 난 집에만 처박혀 있어서 잘 모르겠어. 그래서 난 잘 몰라.”


회이던의 눈길을 피하는 남자는 술에 취했나 싶을 정도로 횡설수설했다. 손가락의 움직임이 몹시 다채로웠으며 가끔은 얼굴을 긁어대기도 했다.


척 봐도 거짓말에 능숙하지 못했다.


“조금 비켜 서 봐.”


“뭐? 왜?”


“양탄자 좀 치워 보게.”


“왜?”


“그러는 그쪽은 왜 비켜 서길 거부하지?”


“아니, 그러니깐 양탄자는 왜···.”


회이던은 남자의 대가리를 후렸다. 뒤에서 여자애가 힉 하며 숨 내뱉는 소리가 들렸다.


남자는 미끄러져 바닥을 마구잡이로 굴렀고, 양탄자도 덩달아 미끄러지며 감춰진 지하실 문이 드러났다.


“왜긴 왜야. 밑에 이런 게 있으니깐 그런 거지.”


문짝을 위로 젖혀 열자 독한 냄새가 뿜어져 나왔다. 회이던에게는 익숙한 냄새였다. 다만 익숙한 냄새라 하여도 그게 마땅한 공간이 있다.


“유황 냄새잖아.”


회이던은 자기 대가리 쓰다듬는 남자를 흘겼다. 남자의 얼굴에 적개심 어린 공포가 피어올랐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전기톱 소드마스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2 32 24.09.04 9 1 21쪽
31 31 24.09.03 11 0 17쪽
30 30 24.09.02 13 0 17쪽
29 29 24.09.01 14 0 26쪽
28 28 24.08.31 10 0 16쪽
27 27 24.08.30 14 0 19쪽
26 26 24.08.29 12 0 16쪽
25 25 24.08.28 16 0 21쪽
24 24 24.08.27 11 0 22쪽
23 23 24.08.26 15 1 27쪽
22 22 24.08.25 49 0 19쪽
21 21 24.08.24 18 0 23쪽
20 20 24.08.23 16 0 18쪽
19 19 24.08.22 17 0 22쪽
18 18 24.08.21 16 0 22쪽
17 17 24.08.20 19 0 26쪽
16 16 24.08.19 19 1 21쪽
15 15 24.08.18 22 1 28쪽
14 14 24.08.17 21 1 17쪽
13 13 24.08.16 20 0 19쪽
12 12 24.08.15 18 0 18쪽
» 11 24.08.14 19 0 18쪽
10 10 24.08.13 22 0 20쪽
9 9 24.08.12 24 0 23쪽
8 8 24.08.11 30 0 19쪽
7 7 24.08.10 37 0 16쪽
6 6 24.08.09 35 0 26쪽
5 5 24.08.08 35 0 18쪽
4 4 24.08.07 52 0 23쪽
3 3 24.08.06 64 1 1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