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톱 소드마스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디스히트
작품등록일 :
2024.08.06 21:13
최근연재일 :
2024.09.04 19:2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982
추천수 :
12
글자수 :
299,870

작성
24.08.16 20:00
조회
19
추천
0
글자
19쪽

13

DUMMY

13



마테오크 윌딤의 성한 오른팔이 급격히 쳐들려 올라갔다. 회이던은 뱉은 말을 그대로 이행할 기세로 전기톱을 사도의 모가지에다 쇄도시켰다.


“전부 내어주진 않겠다···!”


황금의 견고한 빛결을 두른 손아귀가 톱날을 붙잡아 멈춰 세웠다.


강대한 회전이 한낱 손바닥에 가로막히며, 마법과 고등 과학이 한바탕 자웅을 겨루는 진귀한 광경이 되었다.


“그건 당신 의지와는 무관한 일이야. 말을 있어 보이게 내뱉는다 해서 벌어져야 할 일이 안 벌어지거나 하진 않는다고.”


웃지 않겠다 선언하였던 회이던의 얼굴에는 그와 비슷한 감정이 움찔거렸다. 그것을 의식적으로 억누르는 모습이었다.


달리 말하자면 그런 하찮은 부분에도 의식을 할애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를 점하였다는 것이기도 했다.


반면 마테오크 윌딤의 얼굴에는 고결함이나 강직함, 그 외의 각종 티 없음을 수식하는 여러 잡다한 것들이 사라진 채였다.


조금 필사적인 낌새도 읽혔다. 회이던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것은 그 점이었다.


“헤티치오, 끼어들지 마라!”


“내가 잘못 들었나···.”


뒤에서 칼을 뽑아 드는 시종은 자신의 움직임을 멈추었다. 큰 광채와 함께 마테오크의 잘린 팔 단면에 커다란 송곳 모양 빛결이 일었다.


찬연한 광휘가 빙그레 미소 지은 회이던의 턱밑을 비추었다. 그대로 복부에 찔러 박혔다.


그렇게 보였을지도 모른다. 특정 각도에서는 확실하게 찔러 박힌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예측한 듯 미리 비틀려 있는 상반신, 옆구리와 전완 사이를 맥없이 꿰뚫었을 뿐이었다.


“저런, 아쉽구먼요.”


고귀한 마테오크 윌딤은 고귀함에 걸맞지 않게 이를 빠득 갈며 회이던의 복부를 걷어찼다.


전기톱을 단단하게 붙잡은, 그러나 사실은 속박된 것에 지나지 않던 손아귀도 쑥 빠져나오며 황금빛 유리의 가루 같은 것들을 잘게 흩날렸다. 그의 두 눈에 이글거리던 증오가 희게 반짝였다.


사도의 손바닥, 그리고 잘린 팔에 서린 빛결은 칼날의 형태로 연장되며 이글거리는 불길마저 휘감았다. 회이던의 얼굴은 환하게 발하는 황금빛을 받았고, 거기 드리운 음영은 남김없이 표백되었다.


단단한 것이 파열되는 소리, 유리가 산산조각 나는 소리가 지하실을 가득 메웠다. 두 팔을 교차시켜 사선으로 휘두른 대로 벽면에 커다란 균열이 새겨졌다. 날카롭게 패인 홈 사이로 분진처럼 미세한 빛 입자들이 아른거렸다.


나무 상자가 완전히 박살 나며 안에 있던 악마제 무기들이 쏟아졌다. 솟구친 혈액의 입자가 더운 공기 속에 녹아들었다. 미약한 철분 냄새가 유황의 악취에 섞였다.


그러나 전기톱은 여전히 회전하며 허공을 무참히 찢었다. 피는 회이던의 양쪽 어깨가 찢어진 자국에 맺혀 있었고, 그 뒤에 서 있는 소녀의 몸에는 생채기 하나 없었다.


그뿐이었다. 몸에는 출혈이 있으나 그밖에는 어떠한 출혈도 없다.


성직자들이 휘두르는 권능, 권능이라 해 봤자 명칭을 달리한 마법에 불과한 그것은 무기를 촉매 삼아야만 제 출력을 낼 수 있다.


손날 자체가 검날이라던가, 그런 오만한 말장난은 전기톱의 회전 앞에서 얇은 유리처럼 산산조각 났다.


“손이 비었군. 그런 이만.”


마테오크 윌딤의 응시 끝, 그 자리에 가만 서 있던 회이던의 육신은 일순간 팽창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극히 찰나에 불과하여 순간을 쪼개어야만 인지할 수 있는 것이었다.


마테오크 윌딤은 응시하였음에도 그 찰나를 인지하지 못했다. 그의 시종인 조날루 헤티치오만이 낌새를 눈치채어 경고의 말을 던질 뿐이었다.


“주인님!”


“늦었어, 늦었어요.”


폭발하듯 바닥을 박차는 소리도 찰나였다. 이어서 들이밀리는 톱날도 찰나였다. 찢어발길 기세로, 내건 공약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양, 아무런 대응 수단이 없는 마테오크 윌딤의 목에 곧장 뻗었다.


그 어떤 시선의 속력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톱니들이 피를 탐하기까지 남겨진 시간도 극히 찰나였다. 그때 다시 불티가 일었다. 톱날의 전진은 가로막혔다.


마테오크 윌딤의 목에 들이밀린 것은 톱날만이 아니었다. 갑주에 둘러싸였으나 텅 빈 것과 다름없는 그의 목전에는 어느덧 칼날도 함께 들이밀려 있었다.


조날루였다. 절체절명의 순간 둘 사이에 끼어들어 제 주인을 수호한 것이었다.


“헤티치오···!”


양손으로 붙잡은 장검 손잡이는 시종의 머리 부근에 놓였으며 칼날은 바닥을 향했다.


회이던은 완력으로 밀어붙였지만, 연륜이 괴어 있는 시종의 육신은 쇠약함마저 거부한 듯 만만치 않은 힘으로 버텼다.


그러자 회이던의 얼굴에 차츰 화색이 돌았다.


“조날루 헤티치오, 당신 괜히 사도의 보좌 자리에 오른 것이 아니군.”


“그것이 내겐 전부요. 앗아가게 두진 않을 겁니다.”


조날루는 감히 자신의 주인을 뒤로 물렸다. 마테오크의 눈에 굴욕스런 노기가 어렸다. 그러나 그의 대검은 회이던이 밟고 서 있어 건드릴 수 없었다.


“잔부스에서 지내던 적에 당신에 관한 이야기를 여럿 들었어. 나와 같이 마법 다루지 못하는 미숙아라지?”


조날루는 대답 없이 전기톱을 쳐냈다.


회이던은 발바닥을 놀려 사도의 대검을 후방으로 밀었다. 빙글거리며 바닥을 미끄러지던 대검은 숯이 된 집 주인 남자의 반토막 난 상반신 옆에 자리 잡았다.


“그리고 나와 같이 비교적 미천한 출신이라던가 말야. 우리 비슷한 사람이 될 수도 있었지만 이렇게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군그래.”


“그 점에 감사하오. 횃불께 감사드리며 나의 주인께 감사드리는 바이외다.”


시종은 근래 회이던이 상대한 어느 사람과도 달랐다. 눈동자에 회이던을 얕보는 기색은 조금도 읽히지 않았다.


다만 솔직한 두려움, 언제라도 죽임당할 수 있다는 각오만이 도사리고 있을 뿐이었다. 사도의 시종은 회이던 섬칼리고드의 악명을 결코 허투루 여기지 않았다.


상술하였듯, 회이던은 잔부스에서 지낼 적 조날루 헤티치오에 대한 이야기를 여럿 들어본 바 있었다. 그는 횃불의 사도가 거느린 시종으로서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하지만 회이던의 귓구멍이 동하는 이야기는 그보다 한참 이전, 피에 미쳐 산 검객으로서의 조날루 헤티치오였다.


“잔부스 시절에 당신과 대련해 보고 싶단 생각을 간직하고 있었지. 목숨은 걸지 않고, 그냥 친목 의미에서 말야···.”


“저는 반대입니다. 당신과 홀로 칼을 맞대는 일만은 완강히 거부하고 싶었지요.”


이번에는 조날루가 회이던의 눈동자를 응시하였다.


“당신이 바라던 기회가 끝끝내 마련되지 않아 다행이군요. 막역한 사이가 되었다면 나 역시 매달려 불탔을 테니.”


“연좌라는 게 너무너무 미개한 풍습이란 걸 인정하는 발언이지?”


“전혀. 그것은 마땅한 처분입니다.”


조날루의 시선에 걸린 회이던의 검은 눈동자는 희번덕이고 있었다. 뚫린 천장 위의 뚫린 천장으로부터 유입되는 한 줄기 빛, 어둠 속에서 그 빛을 쬐며 그러했다.


톱날이 아래서부터 휘둘러지며 솟구쳤다. 조날루는 단숨에 피하였다.


그의 늙은 눈동자가 이리저리 회전했다. 후속하는 공격이 시작될 만한 지점을 미리 가늠해 머리에 새기는 것이었다.


허공을 가른 톱니의 아우성은 그대로 한 바퀴 돌았다. 오른쪽 측면, 늙은 시종은 자신의 관찰력을 과신하지 않았다.


그러나 톱날은 그의 예측대로 오른쪽 측면에서 다시 솟구쳤다. 조날루의 유연한 손목이 탄성 있게 놀린 칼끝은 전기톱을 가볍게 쳐내었다. 톱의 진행 방향은 한참이나 뒤틀렸다.


그러고 나면 어느새, 조날루의 칼끝이 정확히 회이던을 향하고 있었다. 그 즉시 찔러 들어왔다.


회이던은 전기톱 휘두르는 팔뚝에 역추진을 걸었다. 널찍한 톱날의 표면이 궤적을 도로 거스르며 올곧은 칼날을 튕겨냈다.


두 사람 모두 동시에 몸을 회전시켰다. 한 바퀴 회전하며 추진력을 얻은 두 날붙이는 찢어지는 소릴 일으키며 맞물렸다. 불똥이 튀며 날카로운 검날이 좀먹히기 시작했다.


“벤 사람들의 수는 기억하나?”


“당신은, 어떻습니까···.”


“나야 다 기억하지. 벤 것 중 사람은 얼마 안 되거든. 나머진 죄다 금수 새끼들이고···.”


실제로 그렇진 않았다. 금수 새끼들로 빗대어진 인간들을 제외한다 해도 정확한 숫자는 당연히 기억 못 한다.


“그쪽은 어느 분류에 속하게 될까.”


“금수겠죠.”


날붙이를 맞댄 맞은편 노인의 눈동자에 기이한 빛깔이 반짝였다. 그의 유연한 손목에 힘이 풀리더니, 덩달아 들린 장검도 맥없이 흐느적거리며 급격히 꺾였다.


“오오.”


전기톱은 제동력을 상실한 채 운동 방향으로 쭉 나아갔으며, 조날루는 반대로 회이던의 몸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톱날은 그의 가슴팍 옷깃을 스칠 뿐이었다.


그렇게 장검의 날카로운 번득임은 아무런 저항도 맞닥뜨리지 않으며 회이던의 눈앞을 향했다. 이 순간 눈을 깜빡인다면 다시는 뜨지 못할 것이다.


‘대단하구만···.’


말이 입 바깥으로 튀어나오진 않았다. 그럴 시간적 여유도 없거니와, 교단의 개에게는 상찬을 아끼고 싶었다.


회이던은 일부러 넘어지듯이 몸을 뒤로 쏠리게 했다. 한쪽 발은 바닥을 헛디디며, 다른 한쪽 발로는 바닥을 박찼다.


칼날은 회이던의 코 위를 스치며, 그 무엇도 가르지 못했다.


몸의 균형을 상실하며 뒤로 미끄러지는 것처럼 보이던 회이던의 몸은 제자리에서 공중제비를 돌면서 거꾸로 회전했다. 호를 그으며 추진력을 얻은 그의 발등이 조날루의 뺨을 가격했다.


“커헉···.”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광대뼈가 함몰되었을 것이다.


“여기까지.”


조날루의 몸과 그의 칼날은 이미 회이던을 훌쩍 지나쳐버렸다. 그러나 회이던은 조날루의 텅 빈 등짝을 바라볼 수 있으며, 그의 두 손에는 여전히 회전을 뽐내는 전기톱이 들렸다.


차려진 밥상, 간단하게 긁어버리면 된다···.


그러나 섣부를 수 없었다. 등이 취약한 것은 몸이 거꾸로 뒤집힌 채 체공한 회이던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적당히 때마침 그의 등 뒤에서 강렬한 광채가 일었다.


“미친놈인가?!”


회이던은 몸을 급격히 회전시켜 빛결의 참격을 받아쳤다.


유리가 깨지는 기분 좋은 소리가 쨍강 울리며, 회이던은 어깨부터 바닥에 처박았다. 이어서 조날루도 얼굴을 처박았다.


마테오크 윌딤의 성한 오른손에는 여전히 빛결이 서려 있다. 그의 눈동자 속에서 일렁이는 불길은 결코 진압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몸을 일으키는 회이던의 머릿속에 실없는 질문이 떠올랐다. 어느 쪽일까.


회이던과 조날루의 위치가 뒤바뀌었다. 회이던만 노리고자 한다면 그럴 수 있는 위치가 된 것이다. 피아를 구분하여 날린 참격이었을까.


동시에 그의 시종마저 속절없이 패배를 맞이하는 순간이었다. 휘말려 죽어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품고, 피아 구분 없이 날린 참격은 아닐까.


사도의 눈에서 튀는 불꽃을 보면 후자 아닌가 싶었다. 확실하진 않다. 가끔 잠자려고 누웠을 때 떠올라, 회이던을 두고두고 괴롭힐 난제가 될 것이다.


“본보기 되셔야 할 분부터 이렇게 생명 경시가 심한데, 그러니 아래가 쇄신될 리 있나···!”


회이던은 등 뒤에 엎어져 있는 조날루는 내버려 놓은 채 곧장 튕겨 나갔다. 교회 기사들이 휘두르는 칼날의 궤적에 불꽃의 잔상이 남듯, 그의 전기톱의 궤적은 굉음의 잔향을 휘날렸다.


톱날의 회전은 사도의 복부를 노렸다. 하지만 조금 전 그랬던 것처럼, 빛결로 감싼 손아귀에 다시 한번 붙잡혀 가로막혔다.


그러나 회전 앞에 놓인 방패란 결국에는 부서질 운명이다. 막는 것만으론 회전을 파훼할 수 없다. 사도의 눈에는 핏발이 일었다. 회이던은 씩 웃었다.


“사랑은 본디 무상의 것이야. 대가를 바라고 하는 사랑은 없어. 네 비참한 실패에도 불구, 오줌싸개 추기경께선 너를 반가이 맞이하실 거다.”


핏발의 형태로 구현된 마테오크 윌딤의 증오는 눈동자 속에서 더 맹렬히 불탔다. 그는 뭐라 고함치는 소리를 내뱉으려 했다.


하지만 손아귀를 감싼 빛결이 파열하자, 동시에 그의 네 개 손가락도 통째로 절단되었다. 전기톱은 제동을 잃은 채 피를 마구잡이로 탐식하였다. 마테오크 윌딤의 갑주와 그 안에 있는 것들까지 통째로 휘저어지며 절반 정도 잘렸다.


“주인님!!”


그럼에도 횃불의 사도는 비틀거릴 뿐 쓰러지지 않았다. 입으로는 피를 뿜어대지만 눈길에 실린 불꽃은 최후의 최후까지도 번득였다. 뭐라 말하려는 것 같았다.


“횃불··· 께서··· 커헉···.”


그러나 이어지지 못했다. 회이던은 그가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지 않으며 곧장 등을 돌렸다. 무릎이 바닥에 꿇리는 둔탁한 소리가 귀에 들어오더니 도로 나갔다.


조날루는 경악한 표정을 하고서 제 주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시종은 광대뼈가 부서졌고 이마에서는 피가 줄줄 새어 나오는 몰골이었다.


그러나 지금쯤 마테오크 윌딤은 더한 꼴일 테다.


“당신의 전부라 할 것이 무위로 돌아갔구만. 제2의 복수귀가 되어 나를 쫓아다닐 생각이신가?”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조금 이상했다. 그 얼굴에 떠오른 것이 분노나 설움이 아닌 부자연스러운 경악임은 둘째 치고, 그보다 뒤에 서 있는 소녀 역시 조날루와 비슷한 표정이었다.


사도가 숨겨진 오빠였음을 뒤늦게 깨달았다거나 하지 않는 한, 그럴 이유가 없는데도 그랬다.


“···당신들 표정이 왜 그래. 둘 다 상황에 안 어울리는 표정을 짓고 있는데.”


“섬칼리고드···. 당신, 무슨 짓을 한 겁니까?”


“눈으로 보십쇼. 내가 뭐 의사도 아니고 사망 판정도 일일이 내려 줘야 하나···.”


“무슨 짓을 한 겁니까?!”


조날루는 회이던에게 성토하면서도 제 주인에게서 시선을 떼어놓질 못했다. 아무리 눈 떼어놓기 힘든 장관이라 하여도 이쯤이면 너무나 이상하다.


그래서 회이던도 슬쩍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금세 경악한 표정의 대열에 합류하여 마침내 세 사람이 똑같은 표정을 짓게 되었다.


마테오크의 반으로 갈린 복부 안쪽에 무언가 꾸물거리고 있었다. 그것은 복부의 근육이 비대하게 팽창하는 것이었다.


선홍빛의 부낭 같은 근육에 시퍼런 힘줄 같은 것이 들러붙어 맥동했다. 그 위에는 자그만 따개비 같은 눈알들이 수십 개는 족히 돋아나 눈을 끔뻑였다.


반면 불과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생의 가장 강력한 증명인 분노를 품은 채 이글거리던, 정상적인 위치에 붙어 있던 두 눈은 빛을 잃어 희멀건했다.


그것을 관찰할 수 있는 것도 잠깐, 이내 대가리가 펑 하고 터지더니 두개골 조각이 후두둑 분출하며 낮아진 천장에 사정없이 부딪혔다.


걸레짝이 된 얼굴의 잔해 속에서 흰분홍색의 촉수들이 십수 가닥씩 뻗었다. 아마 뇌가 변이한 것일 테다.


발병이다. 횃불에 가장 신실히 봉사하며, 마음에는 한 점의 의심도 두지 않았던 사도의 몸에 악마병이 발현하였다.


그것의 관절 마디마디마다 뼈 꺾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가 하면 닫히지 않는 턱 안쪽에서는 기묘한 괴성이 찬송하듯 삐져나왔다.


“호 오 오 오 오 오 우”


“가능성 하나. 사실은 머릿속이 불신으로 가득한 악마 숭배자였다.”


“닥치십시오···.”


“알겠다. 그럼 가능성 두 번째. 교단은 죄다 머저리 새끼들이며 야매로 제작한 이론은 지금 이 순간 쓰레기 더미가 되었다.”


조금 전까진 마테오크 윌딤이었던 것은 비틀거리며 어딘가로 걸었다.


바닥에 놓인 자신의 대검은 지나치고, 그 옆에 놓여 있던 집주인이었던 것은 밟아 문드러뜨린 뒤 도착한 곳은 악마의 무기들이 쏟아져 내린 곳이었다.


이제는 악마병 발병자가 되어 지능을 소실한 그의 손에 악마제 대검이 붙잡혔다. 희미하고 깨질 듯한 빛결이 그 위에 내려앉으며 시꺼먼 선홍빛의 불길이 들러붙었다.


“호 우 우”


“아아, 주인님!”


조날루는 깊게 탄식을 내뱉으며 장검을 들었다.


여자애를 챙겨 슬금슬금 출구 계단 쪽으로 향하던 회이던은 그녀를 위에 올려다 보냈다. 여자애가 다급한 눈빛으로 그를 돌아보았다.


“얼마 안 걸릴 거다. 혹시 모르니 활은 언제든 쏠 채비를 갖춰 놓고. 알겠지?”


소녀의 등을 밀쳐 위로 올려보낸 회이던은 다시 뒤돌아서며 전기톱 쇠줄을 집어 당겼다.


악마의 대검을 바닥에 질질 끌며 비틀거리던 마테오크 윌딤의 몰락한 몸은, 갑자기 그것을 휘두르며 전 방향에 참격을 일으켰다.


회이던과 조날루는 동시에 도약하여 참격을 뛰어넘었다. 윌딤의 부서진 얼굴에서 보글거리는 피거품이 올라오며, 그 위에 달린 촉수들이 어지럽게 어우러졌다.


그것들은 마치 채찍처럼, 체공한 두 사람을 후리려 했다. 얼핏 마구잡이와 같이 이리저리 내젓는 조날루의 장검은 그를 향하던 촉수의 가닥을 사정없이 절개했다.


회이던은 전기톱을 내두르지 않으며, 대신 그를 향해 오는 촉수의 여럿을 손으로 잡아채었다. 그 상태로 휘두르자, 탄성이 기다란 촉수의 다발을 타고 나아갔다.


부서진 마테오크 윌딤의 대가리가 뒤흔들리며 크게 갸우뚱했다. 몸체의 균형을 상실한 윌딤은 잘린 손가락으로나마 아슬아슬하게 붙든 대검을 허공을 향해 사선으로 그었다.


밀려들어간 참격은 회이던이 아닌 그가 잡고 있는 촉수 다발을 절단하였을 뿐이다. 그 뒤 천장에 들이받혀, 천장이 곧 무너질 것 같은 아슬아슬한 형태가 되었다. 위에서 여자애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조날루의 몸이 바닥에 착지했다. 그와 동시에 일직선의 수직으로 그은 검날은, 앞에 위치한 것의 몸에도 같은 흔적을 남겼다. 피가 푸슉 튀었다.


“호 오 오 오 우”


사나운 불길이 휘몰아치며, 대검의 날이 조날루를 노리며 정확하게 가로를 그었다.


몸을 매우 낮춘 조날루는 그대로 오른쪽 다리를 전방에 길게 뻗었다. 그의 발이 옛 주인의 뒤꿈치에 갈고리처럼 걸렸다.


그것을 축으로 삼아 스스로를 휘둘러, 그 자신은 마테오크의 등 뒤로 순식간에 이동하였고 마테오크의 기울어 있던 몸뚱이는 더 심하게 기울었다.


그 즉시 목이 꿰뚫렸다. 발병자의 목덜미를 찌른 칼날이 반대쪽으로 치솟아 올랐다.


바닥에 착지하였던 전기톱 돌아가는 소리는 재차 도약하여 위쪽에서 뒤따랐으며, 악마제 대검을 붙들고 있던 그나마 성한 쪽 손목도 절단해 버렸다.


막을 방법 따윈 없이 폭주하는 톱날은 부풀어 오른 복부에까지 쑤욱 들어갔다. 자그맣게 박힌 눈알들이 바깥으로 터져 나오며 회이던의 뺨이나 몸통에 불쾌하게 부딪혔다.


한 말은 될 것 같은 핏물이 뜨거운 김을 뿜으며 찢어진 상처 틈으로 쏟아지고, 뒤섞여 내려오는 녹색깔의 장기가 그 틈새를 막으며 핏물이 가득 고였다.


그러잖아도 비대했던 복부는 더더욱 부풀어 올랐다.


“호 오 오”


회이던은 톱날을 뽑았다. 그러자 안쪽의 장기들이 폭발하듯 급격하게 빠져나와 그의 얼굴에 들러붙고, 멀리 날아가 벽면이나 바닥에 들러붙어 문드러지거나 했다.


피 빠져나가는 소리를 목구멍으로 내뱉던 마테오크 윌딤은 바닥에 얼마 남지 않은 대가리를 처박았다.


정말로 얼마 안 걸렸다. 그렇게 지금에서야 죽었다. 아니, 어쩌면 방금 전.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전기톱 소드마스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2 32 24.09.04 9 1 21쪽
31 31 24.09.03 11 0 17쪽
30 30 24.09.02 13 0 17쪽
29 29 24.09.01 13 0 26쪽
28 28 24.08.31 10 0 16쪽
27 27 24.08.30 14 0 19쪽
26 26 24.08.29 12 0 16쪽
25 25 24.08.28 16 0 21쪽
24 24 24.08.27 11 0 22쪽
23 23 24.08.26 15 1 27쪽
22 22 24.08.25 49 0 19쪽
21 21 24.08.24 18 0 23쪽
20 20 24.08.23 16 0 18쪽
19 19 24.08.22 17 0 22쪽
18 18 24.08.21 16 0 22쪽
17 17 24.08.20 19 0 26쪽
16 16 24.08.19 19 1 21쪽
15 15 24.08.18 22 1 28쪽
14 14 24.08.17 21 1 17쪽
» 13 24.08.16 20 0 19쪽
12 12 24.08.15 18 0 18쪽
11 11 24.08.14 18 0 18쪽
10 10 24.08.13 22 0 20쪽
9 9 24.08.12 24 0 23쪽
8 8 24.08.11 30 0 19쪽
7 7 24.08.10 36 0 16쪽
6 6 24.08.09 35 0 26쪽
5 5 24.08.08 35 0 18쪽
4 4 24.08.07 52 0 23쪽
3 3 24.08.06 64 1 1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