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톱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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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히트
작품등록일 :
2024.08.06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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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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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DUMMY

26



생선 대가리 악마들과의 대결이 대강 끝났다. 사냥꾼들은 바깥으로 튀어나온 안구를 밟아 터뜨리며,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선 한 모금이 아까운 침을 퉤 뱉었다.


키헨나가 바이탄의 어깨를 두드렸다. 손가락 향하는 언덕 위에선 피안개가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저것 봐, 흡사 악귀 보는 듯하구만.”


“하하하! 실로 사냥의 정수 아닌가!”


회이던은 기다란 악마제 무기의 도신과 톱날을 맞대었다. 악마의 열세 개 눈동자는 안간힘을 발휘하며 시뻘건 핏발을 일으켜 세웠다.


그 열세 개 눈깔 가운데 하나에 가볍게 쏘아 보낸 화살촉이 박혔다. 그 순간 도신에 치중된 힘이 흐트러졌다.


“잘 했어!”


회이던은 왼손으로 악마의 대가리를 움켜쥐었다. 유린당하지 않고자 하는 완강한 저항은 묵살당하였다. 악마 대가리는 시퍼런 소리를 내지르는 톱날에 끌려갔다.


처절하게 울리는 죽음 직전의 포효가 톱날 회전하는 소리와 섞이며, 도신의 흐뜨러진 힘마저 증발하였다.


회이던은 손아귀에 힘을 풀었다. 마지막 남은 악마가 실 끊어진 인형처럼 바닥에 힘없이 널브러졌다. 온통 붉게 물든 회이던의 몸은 지옥의 대기와 혼연일체가 된 것 같았다.


카에키가 근처에 다가와 악마들 몸에 박힌 화살을 거뒀다.


“너, 확실히 활쏘기에 신들린 솜씨 지닌 것 같다.”


회이던은 여느 때처럼 그녀 등을 툭툭 두드리려다 말았다. 유황 악취가 온몸에 배었고 손바닥은 피범벅이라 남의 몸에 손댈 게 못 된다.


카에키는 드물게 어리숙한 그의 모습이 재미있는지 옅게 웃었다. 그러더니 주먹으로 회이던 가슴을 툭 쳤다.


“우리들 운도 좋지, 길 가다가 검성을 만났으니 말야! 그냥 검성도 아니고, 악마 도륙에 이골이 난 검성을!”


뒤에서 언덕을 올라오는 세문두크가 갖은 찬사를 쏟아부었다. 마찬가지로 땀과 피에 온몸이 흠뻑 젖어 있었다. 회이던은 먼 곳 아래에 덩그러니 놓인 차원문을 가리켰다.


“보세요. 세가 죽기는커녕 보란듯이 타오릅니다. 못 죽인 놈들이 아직 더 남아 있어요.”


“더 남았다고···.”


세문두크는 언덕 아래의 뼛가루 벌판을 멀리까지 둘러보았다. 사냥꾼들 퍼질러진 모습들만이 보일 뿐 그밖에는 별다른 게 없었다.


“땅 위에는 보이지 않는군.”


“땅 아래에 도사리고 있을지도요. 조금 전 지렁이 모양 그놈처럼 말입니다. 아니면···.”


“아니면?”


회이던은 답 없이 고개 틀어 용암 바다를 두리번거렸다. 무언가를 찾는 듯했다. 그는 따가운 빛투성이에 눈을 잔뜩 오므리고선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그러더니 용암 바다의 어느 한 지점을 가리켰다.


세문두크와 카에키도 회이던이 가리킨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거기 한복판에 부글거리는 형상이 보였다. 수면에 거품이 이는 듯 했다.


“저주받은 화염 호수 아래라! 하지만 어떻게?”


“저주받을 신묘함이죠. 어느 훌륭하신 분들 결정 덕에 그 신묘함을 파헤칠 도량이 없으니, 신묘한 건 신묘한 그대로 남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자제하려 해도 자제할 수 없이 교단을 향한 비방이 튀어나왔다. 세문두크는 언덕 아래 사냥꾼들을 돌아보며 큰 목소리로 고함쳤다.


“이 자식들아! 아직 안 끝났다! 무기 갖추고 일어서!”


“예에에!”


부글거리는 형상은 이내 거칠어졌다. 내장된 가스를 뿜어내는 것처럼 사사롭게 들끓는 것이 아니었다. 분출을 일으킨 화산이 울컥거리며 토해내듯 야성이 아로새겨져 있었다. 알 수 없는 강성한 존재의 징조다.


용암의 바다가 내뿜는 빛의 성질은 음산하기 그지없다. 태양과 같은 영광됨은 서려 있지 않다.


그러나 그것은 지옥의 어둠을 홀로 지탱하는 눈부신 광채이기도 하다. 햇빛이 아닌, 오로지 태양만으로 가득 메워진 하늘을 떠올려 보라.


부글거리던 표면은 일순간 높게 솟구쳤다. 물 먹은 귀에 들리는 음성처럼 전부 투과되지 못한 먹먹한 포효가 공간에 울렸다.


“후오오오옹 이히이이이.”


포탄을 쏘아 올리듯, 들끓는 용암이 세차게 공중으로 퍼졌다. 회이던은 카에키를 지근거리에 끌어당겼다.


“피해라! 위에서 쏟아진다!”


겨냥하고 쏘아붙인 것은 아니었다. 점성 어린 용암 방울들은 무작위 바닥에 착탄하였다.


회이던과 카에키, 세문두크의 근처에도 우박처럼 후두둑 쏟아지며 바닥에 불을 지폈다. 암반에 돋을새김한 뼈 형상들이 녹아내렸다.


“후우오오오옹.”


바다 사람들 사이에선 전설이 있다. 해 질 녘, 일몰인가 싶어 지평선 아래로 가라앉는 둥근 것을 바라본다.


그런데 바라보는 방향은 해 지는 서쪽이 아니었다. 둥근 것도 태양이 아니었다. 그것은 얼굴을 반절 빼꼼 내밀고 선박을 응시하는, 뭔지 모를 무언가다.


그 전설과 같이, 용솟음치던 한복판에서 거대한 인영의 둥근 얼굴이 용암 위로 떠올랐다. 이어서 굽은 허리를 끌어올리자 용암이 한낱 물줄기마냥 아래로 흘러내렸다.


신장은 7미터가량, 전신이 흑요와 같이 매끈한 칠흑빛이다. 신체 곳곳에 어긋난 듯 갈라진 균열을 달고 있다. 그 속에는 지옥불이 담긴 듯 음험하게 울렁거리는 빛이 있었다.


얼굴에 귀와 코, 입은 없었다. 중앙에 뚫린 눈 하나뿐이었다.


사실 그마저도 눈이 맞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피부 틈새로 발하는 것처럼, 안구 없이 불덩이 하나만 들어차 일렁였다.


그 응시 앞에 광자가 천천히 모였다.


“뭔가 하려고 합니다! 대충 광선 같은 걸 쏴 재끼겠죠! 무기로 막을 생각일랑 마십쇼들!”


모이고 모인 광자들은 시뻘건 빛의 구를 형성했다. 한데 뭉쳐선 안 되는 것을 억지로 모아놓은 듯 떨리고, 들썩이고 요동치며 거세게 꿈틀거렸다.


회이던은 아예 카에키를 등에 업었다. 거무스름하게 내려앉은 무더위 속에서도 은은하게 닿던 냉기는 아예 완연해졌다. 등을 축축하게 적신 땀이 얼어붙는 듯했다.


“지금부터가 지옥의 진수다. 홀리지 말고 정신 제대로 차려.”


화답하듯, 카에키의 두 손이 회이던의 어깨를 꽉 움켜쥐었다. 얼음송곳이 살갗을 얕게 찌르는 듯했다.


“지금이다!”


요동치던 광채의 붉은 구는 세문두크의 외마디 외침과 동시에 십수 갈래로 빛줄기를 내뿜었다. 폭발하듯, 소리 없이 섬광만 일었다.


시뻘건 전류를 흩뿌리는 광선이 지면을 갈랐다. 그에 마땅한 굉음은 녹아내린 암반을 뒤늦게 훑었다. 광선이 쓸고 지나간 자리엔 검붉은 화염이 맹렬히 불타며 굉음의 반대 방향으로 휘날렸다.


민담 속 바다 거인처럼 굳게 선 악마의 얼굴이 파들거리며 떨렸다. 자신의 응시로부터 살인 광선이 발생함에도, 그 반동을 가까스로 제어하는 듯했다.


바닥을 가르는 광선도 덩달아 파들거리며 그 궤적이 균일하지 못했다.


“이쪽으로 온다!”


“닿으면 몸이 삭제된다아악!”


사냥꾼들은 몸을 던졌다. 그들이 내지르는 탄식은 굉음에 잡아먹혀 다른 이의 귀에 닿는 일 없었다.


회이던과 카에키, 세문두크가 있는 언덕까지 달한 광선은 갑작스레 먼 하늘을 향해 뻗쳤다. 반동을 못 이긴 악마의 대가리가 위로 꺾여 올라간 것이었다.


광선은 결국 실오라기처럼 가늘어졌다. 흩뿌려지며 저들끼리 부딪치고 튀던 전기불꽃, 그 시뻘건 무도회도 멎었다.


그러나 한 차례 휩쓸린 대지는 이미 사멸에 달하였다. 그 위에 펼쳐진 종말적인 조각품들마저 녹아 문드러졌다.


어찌할 나위가 없는 불의 세찬 형세는 법도에서 벗어난 광경을 더 지옥답게 했다. 그 불길은 교단이 은혜로이 여기는 찬란함과 따스함을 품지 않았다.


빛을 흩뿌림에도 오히려 어둠을 재촉하듯 진홍색이었다.


“죽은 사람 있나!”


“없습니다아!”


사상자는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일방적인 학살의 개막을 알리는 나팔 역할에는 충분했다.


사냥꾼들은 압도되어, 외려 압도되었기에 맺힐 수 있는 멍한 웃음을 저마다의 얼굴에 달고 있었다.


“하하···. 야단이군. 역사에 남을 사냥이 되겠어. 최소한 우리 기억 속에서는 말야.”


“그런 식으로 분위기 잡지 말아 주시죠. 금방이라도 누구 한 명 죽을 것 같네요.”


악마는 용암 속에서 무기를 뽑아 들었다. 기둥과 같이 기다랗고 굴곡 없는 형태의 둔기였다.


“내뿜는 열기 탓에 접근전부터 용이하지 않을 겁니다. 다가서기만 해도 피부가 녹는 감각에 사로잡힐걸요. 저런 것, 상대해 본 적 있으십니까?”


“잘 기억이 안 나. 이상하지? 한 번이라도 상대해 봤다면 잊을 수 없을 텐데 말야···. 자네는 저런 것 상대해 본 적 있나?”


“교회 기사들이 참격 쏘아 보내는 것 구경이나 했죠. 어찌 가까이 붙어서 칼 휘두른다 한들 튕겨낼 게 뻔해서 딴청이나 피웠습니다.”


문득 아직까지 여자애를 업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광선의 위용에 완전히 넋이 나가, 차가운 손아귀는 회이던 어깨를 단단히 붙든 채로 굳어 있었다.


회이던은 카에키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러면서 헛된 생각이나 떠올렸다. 얘를 업고 있으면 저 악마 놈 곁의 살인적인 열기도 좀 견딜 만하지 않을까···.


그녀의 얼굴을 돌아보면, 보석의 결정과도 같이 서늘하게 빛나는 땀줄기가 맺혀 있었다. 회이던은 잔뜩 경직된 그녀의 귀에다 대고 뭐라 속삭였다.


“···알겠지? 부탁한다.”


카에키는 고개 끄덕였다. 경직된 낯의 일부가 긴장으로 물들었다.


“무슨 수라도 있는가?”


“수요? 있다마다요···. 금방 끝날 겁니다. 아마도?”


“금방 끝난다고?”


“네엡. 그러니 여동생 좀 챙겨 주시겠나요. 위기 감지 능력은 끝장나는 녀석이라 위치 선정 잘할 거라 믿는데, 그래도 신체적 한계란 건 있으니깐.”


“맡겨 놓게.”


세문두크는 언덕 아래, 교전의 태세를 갖춘 채 불확실한 미래를 상상하는 사냥꾼들에게 외쳤다.


“코멜루가 생각이 있댄다! 섣부르게 끼어들 생각 말고, 만에 하나의 경우만 대비해라!”


“무슨 생각이랩니까?!”


“악마 쳐 죽이는 생각이요.”


회이던은 가볍게 달리며 사냥꾼 의문에 회답했다. 지옥 열탕의 온도와 무관히 달아오른 몸이 한 번은 절정에 달해야 했다.


조무래기들만 수십 썰어 재낀다 한들, 고양감 너머로 씁쓸한 아쉬움이 존재감을 과시할 뿐이다.


그는 관성적으로 쇠줄을 뽑았다 집어넣었다 다시 뽑았다 반복했다. 전기톱은 그 호흡에 맞추어 들숨과 날숨을 번갈아 맹렬하게 태웠다.


거인 악마도 용암 바깥 뭍으로 발을 올려 놓았다. 점성 어린 화염이 단단한 육신 아래로 뚝뚝 떨어지며 불을 붙였다. 입 없는 포효는 낮게 쩌렁쩌렁 울리며, 사람의 청각이 아닌 심장 박동에 관여했다.


“이히이이이이이이이이이.”


“입도 없는데 어디로 목소리 내는 건지···.”


거리가 충분히 좁혀졌다. 회이던은 달리는 속력을 줄이며 완만하게 정지했다. 기둥 내려치면 닿을 위치다.


높게 들려 올라간 기둥의 각도는 올곧게 하강을 시작했다. 광원이랄 것은 모조리 하늘이 아닌 아래에 있기에 그림자도 위를 향한다.


머리 으깰 기세로 내려찍는 속력은 회이던의 몸에 그림자를 덮지 않았다.


“코멜루! 뭐 보여준다면서···!”


보여준다던 그것이 막간의 자살 쇼였는가. 땅을 뒤엎는 요란한 소리가 퍼져나가며 여기저기의 끈질긴 잔불들을 꺼트렸다.


한쪽 눈을 감고 시위에 화살 걸어 놓던 카에키의 몸뚱아리도 흔들렸다. 세문두크가 그녀 등을 붙잡아 세웠다.


그의 부릅뜬 눈은 진원의 피어오르는 연기에 못 박힌 것처럼 고정되었다. 보여준다던 것이 씁쓸한 해학을 곁들인 자살 쇼였는가···.


“오오오!”


언덕 아래 사냥꾼들이 탄성을 내질렀다. 세문두크 눈꺼풀의 부릅뜬 기세는 위의 눈썹 위 이마 주름까지 번졌다. 연기를 꿰뚫고 기둥 위를 내달리는 형상이 있었다.


“휘파람이나 불까, 엉? 입이 없는데 비명은 지를 줄 아는 네놈이 휘파람이란 걸 알겠니?”


기둥은 하나의 길이었다. 일부러 바닥에 끌리는 전기톱 톱날이 울퉁불퉁한 표면과 불협하며 찢어지는 소리를 튕겼다.


기둥이 들려 올라갈 때 회이던은 이미 악마의 손등 위였다. 슬슬 귀띔한 순간이었다. 영특하게 쏘아 올려진 화살이 깃대로부터 쉰 소리를 흘리며 회이던 옆을 지나쳤다.


어느 정도 긴 거리였기에 풀이 꺾였음에도 불구, 악마의 외눈 비스름한 것에 정확히 적중하였다. 얼음 바스러지는 소리가 그 안에서 들렸다.


카에키는 시위 놓은 손을 슬며시 낮추며 감은 눈을 다시 떴다.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세문두크가 그녀를 겸연쩍게 했다.


“이히이이이이···.”


회이던이 이상하게 여긴 것은 그것이었다. 고작 화살일 뿐인데 악마들은 죽을상을 쓰며 고통을 토로했다.


어쩌면 카에키 몸에 서린 냉기가 화염과 대척하는 탓일지도 몰랐다. 확실한 것 없는 이론이다.


그녀의 몸짓과 표정을 임의로 해석하여 언어로 변환하듯, 현상의 결과만이 주어졌기에 원인은 추측할 수밖에 없다.


손을 떠난 화살에도 냉기 같은 게 서린 것일까. 그게 악마들에겐 극약과 같은 것일지도 몰랐다. 그렇다 해도 눈이나 얼음을 퍼먹이는 것은 의미 없을 성싶다.


카에키를 저 꼴로 만든 마법사가 뭐라 했더라···. 떠오르지 않았다.


거인 악마는 급습하는 통증, 육신이 아닌 영혼을 찢어발기는 듯한 고통에 아우성쳤다. 뚫린 입 없는 비명이다. 몸을 흔들어대기에, 회이던도 하찮은 생각에 빠져 있을 틈일랑 없었다.


해진 전투화가 열기에 익는 소리를 흘렸다. 멀리 있는 그 누구에게도 닿지 못할 소리지만, 귀 뚫린 곳 없는 악마 귀에는 들렸을지도 몰랐다.


아니, 들어야만 했다. 회이던은 전완과 상완을 건너 어깨에 올라탔다. 발 붙이고 선 위치가 흔들림에도 개의치 않는 균형 감각은 어느새 악마의 목전에 톱날을 들이밀었다.


어깨넓이는 협소하다면 협소하고 널찍하다면 널찍했다. 울어대는 톱날은 악마의 모가지와 맞물리며 떨어댔다. 결국 영혼이 아닌 육신에 엄습하는 고통을 견딜 차례다.


“잘 가십쇼. 등장만은 화려했다만 그 이상의 실속을 챙기진 못하셨네···.”


저항을 위한 반대쪽 팔이 묵직하게 휘둘렸다. 예상한바, 식상했다.


회이던은 깊게 박힌 전기톱을 지지대 삼아 철봉 타며 놀듯이 몸을 회전시켰다. 걷어차인 악마의 손아귀는 속절없이 그 자신의 뺨을 후려쳤다.


전기톱이 절개한 고통의 자국은 다 크게 벌어졌다. 회이던은 거친 소 몰듯, 악마의 목덜미에 자리 잡으며 두 다리를 붙박았다. 두꺼운 살갗 표면을 진작에 파헤친 전기톱은, 벌어진 자국을 더 부추기며 목둘레를 둥글게 도려냈다.


끝이다.


“끄으읕···.”


회이던은 바닥에 착지했다. 그 뒤편에 악마의 잘린 대가리가 묵직하게 추락하며 데굴 굴렀다. 그 뒤에 커다란 등짝이 주저앉았다.


들고 있던 기둥도 바닥에 떨어지고, 곳곳에 난 균열 속 아른거리던 지옥불빛도 꺼졌다.


“코··· 코멜루우우!”


세문두크가 우레와 같이 회이던의 가짜 이름을 외쳤다. 회이던은 깜짝 놀라 주변을 긴급히 두리번거렸다. 용암 속에서 한 마리 더 튀어나온 것으로 착각한 것이었다.


“코멜루! 밤하늘에서 반짝이는 달이여!”


“그리고 그의 뭔지 모를 괴상한··· 무언가여!”


사냥꾼들도 저마다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찬사의 말을 하나씩 건네었다. 아예 헹가래를 칠 작정으로 뛰어오는 것이었다. 회이던은 그들을 물리는 손짓을 하며 암벽 아래 지옥문을 가리켰다.


사납던 일렁거림이 한풀 꺾여 있었다. 여기 갇힐 일 있으십니까, 나가서 하죠.


사냥꾼들이 지옥문을 향해 달리는 사이, 언덕을 달려 내려가는 카에키는 그들을 따르지 않았다.


대신 어슬렁거리며 걷는 회이던 있는 쪽으로 쫄래쫄래 다가왔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에서는 어쩐지 당당한 빛깔도 읽혔다.


“요 기특한 것, 머리 쓰다듬어도 되나?”


머쓱하게 배시시 웃으며 고개 끄덕인다. 회이던도 따라 웃으며, 머리카락 삐죽 튀어나온 꽁지머리를 한 번 헝클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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