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푸틴의 대 영국 작전
우리 한민족의 조상은 과연 아프리카 초원에 살던 흑인 일까요?
78. 푸틴의 대 영국 작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레믈린 궁 대통령집무실.
냉철한 표정의 `블라드 미르 푸틴` 대통령이 두 명의 각료와 회의를 하고 있다.
참석자는 `유리 트루트네프` 러시아 부총리와 `알렉산드르 갈라슈카` 극동개발부 장관이다.
“갈라슈카 장관! TOR 인프라 구축사업은 잘 진행되고 있소?’
“예, 각하. 즈베즈다 조선소 주변 입주 기업들의 도로와 공공시설 건설공사는 완료단계에 있습니다.”
극동개발부 장관 `갈라슈카`가 자신 있는 음성으로 대답한다.
TOR은 선도개발구역으로 러시아가 극동지역 연해주 `발쇼이 카멘`에 19억달러(2조원)나 되는 자금을 투자해서 연 33만 톤급(1만5000TEU) `즈베즈다 조선소`를 대폭 확장하는 사업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러시아 국영회사 `가스프롬`과 푸틴의 수족인 `로스네프트 이고르 세친`이 회장으로 있는 러시아 최대 국영 석유기업인 `로스네프`가 컨소시엄을 이루어 2013년부터 추진했고, 2015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이 착수되었다.
러시아는 예상외로 대형조선업은 크게 발달되지 않아서 그 동안 유전이나 가스개발 관련 특수선박을 외국에서 수입해 왔었다.
지금 사할린 가스개발 프로젝트를 비롯해 동시베리아 태평양송유관 건설, 블라디보스토크 LNG 플랜트 건설 등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집중적으로 생산될 에너지를 운반하기 위해서는 특수선박이 필요하다.
기존에 지역별로 흩어져있던 조선소를 통폐합하여 `통합조선소(USC)`라는 국영회사를 설립하여 산하에 서부조선소, 북부조선소, 극동조선소 등 3개의 자회사를 만들었고, 연해주 및 하바롭스크를 중심으로 한 극동러시아 내 기존 7개 조선소를 `극동조선소`의 자회사로 두었다.
기존에 핵잠수함 수리를 전문으로 하던 `즈베즈다 조선소` 역시 `극동조선소(FESRC)`의 자회사가 된 것이다.
푸틴의 야망은 `즈베즈다 조선소`에서 2024년까지 대형선박, 육해상 플랜트 장비, 기타 쇄빙선 등을 건조할 목표이며 이 사업으로 약 5500명의 고용창출도 기대하고 있으나, 그 보다 더 중요한 목적이 따로 있다.
“트루트네프 부총리! 이번 동방경제포럼에서는 우리의 기대가 달성될 수 있겠소?”
푸틴이 예리한 시선으로 부총리 겸 극동연방관구 대통령 전권대표인 `트루트네프`를 노려본다.
“예, 각하! 지난 5월 중순에 일본 방문 때도 스미토모, 미쓰비시 등 일본의 유수한 기업들과 별도의 협력사업 상담을 했었고, 한국 기업들과도 우호적인 협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동방경제포럼에서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해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내가 누누이 말했지만 몽골과 북한은 절대로 가볍게 보지 말고, 특별히 신경 써서 우리가 조금 양보를 하더라도 꼭 선도개발구역에 그 들 국가의 기업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하시오!”
“예, 각하! 몽골과 북한은 특별히 조치하도록 하겠습니다.”
트루트네프가 수첩에 메모를 해가며 머리를 조아린다.
러사아가 추진하는 외국기업의 자유 산업단지인 선도개발구역(TOR)은 이미 80여개의 기업이 입주해있고, 이 들 기업이 쏟아 부은 투자금액만 5000억 루블(7조2900억원)이나 된다.
오는 9월 2일과 3일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2016 동방경제포럼`은 극동 경제의 가속화된 발전과 아태지역 국제협력 확장을 위해 매년 개최되는 국제경제포럼이다.
이번에는 중국, 일본, 한국, 인도, 베트남, 호주, 미국, 싱가포르 방문단을 비롯해 세계경제포럼과 기타 기관들의 대표 등 2400여명이 참석할 전망이며, 푸틴 대통령의 뜻에 따라 트루트네프 부총리와 칼류슈카 장관이 주관하고 있다.
푸틴은 이 선도개발구역에 외국의 기업들을 다량으로 입주시킴으로써 러시아 경제에 큰 보탬이 될 것은 물론이지만, 그 보다는 대형조선업을 확보하여 그 들이 취약한 해군력을 공고히 함으로써 미국이 제패하고 있는 태평양으로 서서히 진출하려는 노림수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TOR에 입주할 외국기업에 필요한 우리 러시아 노동자 수급계획은 어떻게 세우고 있나?”
“예, 지난번 여론조사결과 국민의 20%나 극동지역으로 이주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정도면 외국기업에서 요구하는 특별한 기술을 가진 노동자를 얼마든지 선별해서 충분히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갈루슈카 장관이 이미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는 듯 가져온 파일을 뒤적거려 보인다.
“음, 그래요? 참, 그 사하공화국 고려인들을 가능한 많이 활용하도록 하시오”
“아, 예! 잘 알겠습니다. 고려인들 중에 역시 좋은 인재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음, 흠.”
이상하리만치 푸틴이 몽골 족과 고려인을 많이 챙기는 것 같다.
`사하 공화국(야쿠티야)`은 러시아연방 영토의 5분의 1, 한반도의 15배 넓이의 광활한 자치공화국이며 석유, 천연가스, 다이아몬드(세계생산량의 25%) 등이 많이 생산되는 러시아 최대의 자원 보고 지역이다.
이곳에서 빙하기 때 멸종한 매머드의 무덤과 썩지 않은 시신이 다량으로 발견되어 우리나라 과학자들도 매머드 복제를 위해 현지탐방 등 활발한 연구를 진행중인 곳이다.
인구는 100만명도 안되면서 거주하는 민족은 사하인과 러시아인이 88% 인데, 약 5천명 정도의 고려인을 포함해 소수민족이 모두 127개나 된다.
“수고 많았소, 갈루슈카 장관. 부총리하고 따로 할 얘기가 있으니까 장관은 먼저 나가 보시오.”
푸틴이 미소를 살짝 지어주며 갈루슈카 극동개발부 장관을 대통령 집무실 밖으로 먼저 내 보냈다.
“예, 말씀하십시오, 각하!”
장관이 나가고 잠시 후 트루트네프 부총리가 약간 긴장하면서 푸틴의 하명을 기다린다.
아마도 이 부총리도 몇 안 되는 푸틴의 핵심 수족 중 한 사람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번 원산 602특각 건으로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완전히 우리편이 되었어. 부총리 공로가 커서 내가 아주 만족하고 있소.”
“아, 예. 그게 다 각하께서 미리 예견하시고 저희에게 지시를 내려주신 덕분이지, 제가 뭐 별달리 한 일이 있겠습니까?”
원산 602특각?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부총리가 겸손해 하면서도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짓는 모습이 꽤나 중요한 일을 잘 처리했던 모양이다.
둘만 있는 사석이라 그런지 두 사람의 몸짓이나 대화가 마치 가족이나 선후배로 느껴질 정도로 다정해 보인다.
“그때 원산에 침투했던 괴한들 소속은 아직 확인 못했소?”
“예, 일본 육상자위대 서부방면 보통과 연대 소속으로 짐작만 하고 있습니다. 잠수함을 타고 동해 접속수역까지 와서, 한 밤중에 고무보트 두 대로 나눠 타고 원산 602특각까지 24Km나 되는 거리를 정확히 찾아간 걸 보면 상당한 수준의 특수부대로 보입니다.”
“덩치로 봐서 미군 특수부대는 아닌 것 같단 말이지?”
“예, 그렇습니다. 우리 정찰기에서 특수야시경으로 촬영된 화면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 침투했던 12명 모두 동양인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도망치면서 K-14 한국산 저격용 소총 한 정을 경비병 숙소에 남기고 갔는데, 모래사장에 설치했던 경량 기관총까지 챙겨서 도주한 것으로 보아 남한 특수부대의 소행으로 오인될 수 있도록 일본 특수부대원들이 일부러 미리 짠 각본대로 움직인 것 같습니다.”
“그때 내가 김정은 위원장에게 핫라인으로 경고전화를 조금만 늦게 했더라면 아주 큰 일이 날뻔했어!”
푸틴이 입술 끝을 치켜 올리며 미소를 짓는다.
“예, 맞습니다. 각하께서 전화를 걸었을 때 이미 김위원장이 탄 헬기가 원산 602특각 전용 비행장에 막 착륙하고 있었습니다. 거기서 연회장까지는 20분도 채 걸리지 않을 겁니다. 아슬아슬 했지요.”
부총리가 긴박했던 그 때의 상황을 떠올리는지 하얀 얼굴에 열기가 비친다.
“나도 부총리 전화보고 받고 어떡해야 좋을지 금세 판단을 못하겠더구먼. 그대로 얘기했다가는 우리가 자기네들을 24시간 감시하고 있다는 게 들통이 날 판이었으니까! 허허.”
“그러게요, 하늘이 도왔는지 마침 그때 우리 국가대표 선수들이 탄 요트가 원산 근방을 지니고 있어서, 그 들이 이상한 보트를 발견하고 우리한테 보고를 했다고 둘러댈 수 있었지요. 하하.”
아하, 이런! 이 두 사람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일본에서 김정은이를 저격할 목적으로 특수부대를 동원한 침투작전을 벌였는데, 북한 동해안 일대를 감시하던 러시아 극동연방관구 소속 초계비행기에서 발견하고 김정은이에게 푸틴이 핫라인전화로 알려줘서 그 저격기도가 실패로 끝났다는 얘기 같다.
사실이 그렇다면 푸틴이 김정은이의 목숨을 구해 준 은인이나 마찬가지라는 말이 된다.
어째 이런 일이!
아무리 망나니 김정은이라도 자기 목숨을 구해준 푸틴에게 함부로 대하지는 못할 것이다.
엉성한 일본 자위대 덕분에 북한과 러시아 사이의 우의만 돈독해지게 생겼다.
“영국에 보낼 화물은 어떻게 돼가나?”
잠시 서로 웃으면서 따끈한 음료수를 마시더니, 푸틴이 나지막한 소리로 물었다.’’
“예, 내일 오후면 우리 선박이 아일랜드에 도착할 겁니다. 모레 정오 이후부터는 언제라도 작전에 돌입할 수 있는 준비가 갖춰질 것입니다!”
부총리가 다시 긴장한 얼굴로 상체를 꼿꼿이 세우며 푸틴에게 보고한다.
“작전요원과 무기는?”
“예, 우리 화물선박에 승선한 북한 특수부대 요원들에게 위조된 우리 선원증과 일본선박 선원증을 함께 지급했고 총기류도 전부 일본제로 지급했습니다.”
“북한 요원들 드론 비행 조종술은 완벽하겠지?”
“그럼요! 벌써 한달 동안이나 영국 현지지형에 맞춘 모의시험장에서 철저하게 훈련시켰습니다. 최종점검 모의 작전 시에 제가 직접 참석해서 시간도 체크해봤습니다만, 한치의 오차도 없이 잘 수행할 겁니다. 몇 명에게는 작전 종료 후에 현장에 일부러 총기를 흘려두도록 지시했습니다. 만에 하나 한 놈이라도 발각되거나 체포될 경우에는 휴대한 비상약으로 음독할 각오들이 되어있는 골수 정예대원들이었습니다.”
또렷한 목소리로 보고하는 부총리의 얼굴에 자신감이 엿보인다.
“그 정도였어? 김정은 위원장이 나한테 아주 감사의 표시를 제대로 해주었구먼. 허허.”
푸틴이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머릿속으로 뭔가를 생각하는지, 초점 없는 시선으로 부총리를 바라본다.
“이제 유럽은 우리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기 시작했어! 영국 놈들 제 발로 EU를 탈퇴하면서 우리의 도화선에 스스로 불을 붙여주고 있지 않은가 말이야? 허허.”
“예, 그렇습니다, 각하! 저희들이 계획한대로 서서히 무르익어가고 있습니다. 이번에 저희 작전이 성공하고 나면, 그 구두 수집광 영국 새 여자 총리 테레사 메이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자못 궁금해 집니다. 하하.”
도대체 이들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인가?
러시아 화물선박에 선원으로 위장한 북한 특수부대요원을 싣고 영국으로 가서 작전을 벌이다니!
그 것도 드론 비행 조종연습을 했고 일본제 무기를 휴대하면서 비상시에 음독할 약까지 소지한 북한 특수부대 요원들이라니?
“수고 많았소, 트루트네프 부총리! 늦었는데 어서 비행기타고 블라디보스톡으로 돌아가서 좀 쉬도록 하시게.”
푸틴이 할 얘기를 다 했는지 부총리에게 극동연방관구로 돌아가라고 지시한다.
“옛 각하! 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영국 건은 계속 전화로 보고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하잇 러시아!”
자리에서 일어선 트루트네프가 차려 자세를 취하며 팔을 뻗어 푸틴에게 나치식 경례를 부친다.
푸틴도 나치식 경례로 답례하며 믿음직한 부하에게 흐뭇한 미소를 보낸다.
이 모습은 아무리 봐도 대통령과 부총리의 관계라고 보기 어려운 장면이다.
부총리가 나가고 잠시 동안 생각에 잠겨있던 푸틴이 인터폰을 누르고,
“슈프리긴 회장 들어오라고 해!”
누군가를 들여보내라고 부른다.
다른 방에서 대기하고 있었던지, 5분도 안돼서 한 건장한 사내가 들어왔다.
“하잇 러시아!”
역시 팔을 뻗어 나치식 경례를 부치는 그는, 놀랍게도 극우성향의 러시아축구팬연합(VOB) 회장인 `알렉산드로 슈프리긴`이다.
그는 지난번 `유로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 6월 12일 프랑스 마르세유 경기장에서 열린 러시아-잉글랜드 전에서 러시아 팬들이 잉글랜드 응원단과 집단 난투극을 벌인 바로 그 훌리건의 배후 인물이다.
그는 푸틴의 측근인 러시아 하원의원 `이고리 레베데프`의 보좌관으로 일하고 있기도 하다.
`슈프리긴`이 응접소파에 앉자 푸틴이 특유의 냉철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연다.
“드디어 자네가 대 영국작전에 나설 때가 되었어! 준비는 다 되어있겠지?”
“옙, 각하! 모든 준비는 철저히 완료되어 있습니다. 하명만 내려주십시오!”
꼿꼿한 자세를 견지하는 슈프리긴의 눈동자가 이글거린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이미 오래 전에 푸틴의 특명을 받고 슈프리긴이 뭔가를 준비해오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대 영국작전이라니! 혹시 조금 전에 부총리와 나누던 북한 특수부대를 동원한 영국작전과 연관이 있는 게 아닌가?
“모레 정오까지 정 위치에 도착해서 지시를 기다리도록 하게!”
“옙, 각하! 잘 알겠습니다. 명령대로 실시하겠습니다!”
그 한 두 마디를 나누고 푸틴의 가보라는 손짓에 따라 슈프리긴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역시 나치식 경례를 부치고는 대통령집무실을 나갔다.
잠시 손가락을 우두둑, 소리가 나도록 꺾으며 깊은 생각에 잠기던 푸틴이 자기 책상으로 걸어와 서랍 속에서 대통령 전용 보안용 휴대폰을 꺼낸다.
“사우디아라비아 살만 부 왕세자에게 전화 걸어라. 긴급사항이다!”
이 소설은 판타지가 아닙니다. 머지않은 장래에 닥쳐 올 사실을 미리 알려드리는 겁니다. 여러분의 가까운 미래를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작가의말
윗글의 내용 중 “원산 602특각” 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64. 원산 602특각
65. 김정은은 어디에 있나
를 참조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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