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나니의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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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희
그림/삽화
윤종희
작품등록일 :
2024.07.23 08:31
최근연재일 :
2024.09.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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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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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고구마와 감자

DUMMY

“최이현 대감의 여식 지아비가 백정 일을 배워 칼을 좀 다룰 줄 안다고 들었습니다.”



임금 이놈은 노비인 꼽추를 죽이지 않고 최이척의 사위로 만들어 세상 사람들에게 웃음거리로 만들더니, 이제는 폐세자를 죽이는 살수(殺手)가 되라는 것이다. 자기를 견제하다 못해 이제는 대놓고 조롱한다.



“잊으셨는지요? 형제를 죽여서 폐위된 자입니다. 그런 자와 그 자식 놈을 또 다시 죽인다면, 반정을 일으켜 왕이 된 전하를 백성들이 어떻게 보겠습니까?”



최이척의 협박이다. 광해와 폐세자를 살려두어 언제든 자신을 위협하겠다는 뜻이다. 반정의 일등공신답게 조정은 최이척의 손아귀에 있다. 아직은 섣불리 이 자와 맞선다는 것은 위험하다.



“어마마마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살려두어도 괜찮겠습니까?”



인목에게 책임을 돌린다. 인목 또한 광해와 그 식솔들을 쳐 죽이고 싶은 심정이야 이루 말할 수는 없지만, 고래싸움에 새우등이 터질 필요는 없다. 수 십 년을 참아왔다. 기회는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그 놈들을 죽이고 싶은 심정이야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그러나 최이척 대감의 말씀도 일리가 있습니다. 전하가 등극하신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백성들이 기대하는 바가 클 것입니다. 당분간 조정의 일에 힘쓰세요. 그놈들을 처리하는 것은 앞으로도 기회가 많을 겁니다.”



인목은 최이척의 편을 들어주었다. 어떻게 보면 그녀를 지금껏 살린 것은 최이척이다. 이용가치가 있어 살려 둔 것이겠지만, 그만큼 조정에서의 그의 힘을 보여준 것이다. 아직은 임금보다 최이척의 눈치를 봐야할 때다.



“알겠습니다. 어머님의 분부를 따르겠습니다. 아직 조정의 일이 익숙하지 않습니다. 어마마마의 가르침을 부탁드립니다.”



최이척의 승리로 끝났다. 반정 후 계략대로 화적들과 막란을 죽이지 못한 것은 임금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기 싫었기 때문이다. 불필요하게 임금과 척을 두는 것 보다 사이좋은 모습으로 보이는 것이 우선이고, 그렇게 해야 임금이 의심을 풀 것이다. 이제는 서서히 허수아비 임금으로 만들 수 있다.


임금의 목을 죄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아무리 힘이 없는 임금이지만 눌리면 반발한다. 반발하면 터지고 터지면 곪기 시작한다. 곪으면 도려내야 한다. 조정의 대소신료와, 내시부 상궁들이 모두 최이척 손 안에 있으니 이제 첫발을 뗀 임금 놈은 어르고 달래며 기회를 봐서 적당히 채찍질 하면 된다.


최이척은 천천히 무너트려야 한다. 화적들과 막란을 살려 최이척의 동태를 살폈으나 의외로 동요를 하지 않는다. 늙은 여우라 하더니 그 별명이 어울린다. 그래도 강화에 있는 광해와 그 자식 놈은 죽여야 한다. 최이척이 그 놈들을 이용해서 언제든 임금인 나를 협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목과 임금 그리고 최이척이 차를 마신다. 세 사람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서로의 마음을 알고 있기에 차를 급하게 마시지 않고 열기를 식혀서 마신다.




*




명주 가는 길에서.......

조정의 암투는 윤서와 막란에겐 남의 이야기다. 그러나 언제나 이들은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임금이 최이척의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화적들과 이들을 이용했고, 최이척은 가문의 명예와 반정의 정당성에 흠이 나지 않게 화적들과 막란을 죽이려 노리고 있다. 인목은 둘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윤서는 마냥 신난다. 어딜 가는 것은 항상 흥미롭다. 어려서부터 시장 난전을 구경하는 것도 좋아했고, 이렇게 바깥세상을 다니며 백성들이 사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다. 더구나 자기 말이라면 하늘처럼 여기는 막란과 다니는 것도 신난다.


양반이 되어 의관정제를 한 막란의 모습이 영 어울리지 않는다. 마치 맞지 않은 옷을 억지로 입은 모습이다.



“부인 나 이거 안 입으면 안 되죠?”


“불편하십니까?”


“양반들은 왜 이렇게 불편한 것을 입고 다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것을 입어야 양반자세가 나와서 그렇습니다. 천민처럼 쉽게 걷고 달리지 못하도록 도포며 갓을 챙겨 입는 것이죠.”


“그러니까 왜 그러냐구요. 급할 때 도포를 벗고 바지를 끌러서 내리다 바지에 그냥 똥 쌀 것 같아요.”


“바지에 똥 지린 양반들 여럿 봤습니다. 서방님도 조심해야 합니다.”


“다음 주막에서 벗을 겁니다. 말리지 마세요.”


“서방님은 벗으면 안 됩니다. 그렇잖아도 외모에 자신 없는데 옷이라도 의관을 갖춰 입어야지 남들이 무시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입어도 무시할 사람은 무시합니다. 부인은 남장을 해도 무시하지 않아 좋겠습니다.”


“제가 남장을 하는 건 서방님 때문입니다. 여인네로 복장을 하여 서방님과 내외라고 하면 사람들이 말이 많아져 얼마나 피곤한지 서방님도 많이 겪어봐서 알지 않습니까.”



하는데 내시부 내시 두 명이 임금의 명을 받고 막란과 윤서의 길을 막는다.



“전하께서 사냥터에서 뵙자 하십니다.”


“전하라 하시면....... 임금님이? 왜요? 저를요? 서방님을요? 아님 전부요?”


“아씨의 부군을 부르셨습니다.”


“제 서방님을요? 왜요?”


“저희들은 전하의 어명만 전하는 것뿐입니다.”



윤서는 불안한 마음이 든다. 좋은 일로 막란을 찾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막란도 윤서를 보며 눈만 껌뻑 거린다.



*




사냥터에서........

백성들에게 공개하는 기간이 끝나면 왕의 사냥터는 누구든 들어올 수 없다. 때문에 임금이 비밀리에 누군가 만나려면 여기로 불러들이는 것이다. 내시와 궁녀들도 유일하게 뒤를 쫒을 수 없는 공간이다. 그래서 임금과 나누는 이야기는 밖으로 샐 일은 없다.


윤서도 함께 왔지만 임금은 막란과 독대를 원했다. 멀리서 지켜볼 수밖에 없어 불안한 마음이 든다. 못되게 생긴 저 임금 놈이 순진한 막란 서방을 어떤 일을 시키려는지 걱정이 된다.



“멧돼지도 좋고 고라니도 좋으니 한 번 잡아보지 않겠나?”



임금이 막란에게 활을 넘겨준다.



“전 칼이 더 좋습니다. 칼은 한 번에 목숨을 끊을 수 있지만, 활은 짐승의 급소를 맞추지 않는 한 고통을 남겨 전 싫어합니다.”


“자네의 처도 활을 싫어하나?”



윤서가 활을 쏘아 사슴들 모두 도망을 가게 했던, 지난 번 사냥터에서 있었던 일을 들은 모양이다.



“제 지어미는 살생을 싫어합니다.”



윤서는 지켜주고 싶다. 임금의 계략에 윤서만은 말려들게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자네에게 맡길 일이 있네.”



막란에게 폐세자를 죽이라고 하려는 것이다. 막란은 최이척의 조카사위다. 광해와 폐세자를 살려두어 임금에게 협박과 위협을 하려는 최이척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다. 조카사위 막란에게 일을 맡기면 나중에 발각되더라도 자기 얼굴에 침 뱉는 격이다. 임금은 이를 노린 것이다.



“사람을 해하는 일입니까?”


“자네한테 공을 쌓을 기회를 주려는 거야.”



윤서와 살생은 하지 않을 것이라 약조했다. 막란은 싫었다. 윤서가 싫어하는 일은 하지 않으리라.......



“저는 더 이상 공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양반으로 면천해 주신 것만 해도 감지덕지입니다.”


“부탁하는 것이 아니다.”



임금의 표정을 보니 똥 씹은 얼굴이다. 여기에서 더 거부했다가는 뼈도 추리지 못하겠다.



“누굽니까?”


“강화에 갔다 와야 겠다.”



강화라면 설마....... 폐세자.



“폐세자의 명을 끊고 오너라!”



폐세자라면 막란이가 목숨을 구해줘야 할 사람인데....... 먼저 임금은 살리라하고 지금 임금은 죽이라 한다. 아무리 신출귀몰한 막란이라도 두 가지 일은 할 수 없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폐세자를 구해 왔어야 했다. 그리고 어명에 따라 죽이면 양 쪽 부탁을 다 들어주었을 텐데.......



“전하 꼭 죽여야 하는 일입니까?”


“죽이지 못할 이유라도 있는 것이냐?”


“그런 것이 아니옵고....... 그런 중요한 일을 왜 저한테 맡기시려는 지요.”


“네가 적임자다. 다른 사람은 맡길 수가 없는 일이다.”


“.......”


“사정은 너 따위가 알 필요가 없다. 강화 일을 입 밖에 낼 경우에는 능지처참을 당해야 할 것이야.”


“멧돼지를 잡으라 하셨습니까?”


“.......”



내시들이 풀어 놓은 멧돼지를 막란이가 활을 쏘니 정확히 목에 꽂혀 고꾸라진다.



“강화에 가겠습니다.”




*




윤서의 집.......

아버지 최이현의 집이다. 최이척이 집을 새로 지어 준다고 해도 윤서가 거절했다. 비록 화적들에 의해 불에 탄 집이라도 아버지와 어머니의 추억이 깃들어 있는 집이다. 대충 정리하고 자리를 잡으니 그래도 살만한 집이 되었다. 명주에 있는 화적의 막내 할미에게는 급히 사람을 보내어 상황을 살피게 하였다. 윤서가 가려 했으나 아무래도 막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아 그러지 못한 것이다.



“서방님 임금하고 어떤 일을 꾸미셨습니까?”


“임금님이 그냥 제 얼굴이 보고 싶어서 부른 것이라 합니다.”



윤서에게는 숨기고 싶었다. 폐세자를 죽이라는 어명을 받았다고 하면 그녀 성격에 임금을 죽인다고 노발대발 화낼 것이다.



“서방님의 얼굴을 보고 싶어 부른 것이라니....... 그 말을 저보고 믿으라는 겁니까?”


“믿지 못해도 어쩔 수 없어요. 사실이니까.”


“새로 등극한 임금 놈도 음흉하기가 하늘을 찌른다고 들었습니다. 서방님이 입을 열지 않으면 임금 놈한테 직접 물을 겁니다.”


“.......”


“못할 줄 아십니까? 어서 말씀해 보세요. 그 음흉한 임금이 서방님한테 뭘 시켰는지!”


“그 음흉한 임금이 사실.......”


“사실 뭐요!”


“차마 부인께는 말을 못하겠습니다.”



임금이 비밀스럽게 수행해야 하는 어명이라는 말도 있었지만 윤서가 알아서 좋을 것이 없다. 교지를 받아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만약 발각되는 날에는 분명 임금은 모른 척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막란이 모든 혐의를 뒤집어 쓸 것이다. 막란의 아내 윤서도 무사하지 못한다.



“부부는 일심동체라 했습니다. 서방님이 잘못되는 날에는 저도 혀를 깨물고 자결할 것입니다. 이래도 말씀 못하시겠습니까?”


“폐세자요! 폐세자를 그냥 확.......”


“확 뭐요. 설마 죽이라는 음흉한 임금의 어명입니까?”


“아....... 말 못하겠습니다.”


“폐위된 임금은 살리라고 했잖아요?”



눈치 빠른 윤서가 눈치를 챘다.



“그렇죠....... 그런데 죽이래요. 지금의 임금은.”


“.......”



윤서가 눈을 내리깐다. 뭘 골똘히 생각할 때 나오는 버릇이다. 여기서 그녀를 건드리면 불같이 화낸다. 생각을 다 할 때까지 숨죽이며 기다려야 한다.



“서방님.......”


“네! 묘책이 나왔습니까?”


“배고프지 않아요?”



생각이 떠오르지 않을 때 윤서는 뭘 먹어야 한다.



“고구마라도 쪄 올까요?”


“서방님.......”


“왜....... 감자로 바꿀까요?”


“음흉한 놈과 백부와 싸움을 붙여야 겠습니다.”


“어떻게요?”


“백부한테 가서 임금이 하달한 명령을 일러바쳐야 합니다.”


“그래서요?”


“백부가 대책을 세울 겁니다. 우린 백부의 계략을 음흉한 임금한테 넌지시 알려주고요.”


“모르겠습니다. 부인이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백부는 임금의 견제를 위해 분명 폐세자를 살려야 한다고 했고 임금은 죽이라고 했다면서요. 그 둘을 싸움 붙이면 한 놈만 남을 것 아닙니까? 우린 그 놈 말만 들으면 된다는 뜻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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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조선의 통역사는 첩자이다 NEW 56분 전 3 1 12쪽
70 그 바람이 신경이 쓰였습니다 24.09.16 5 0 11쪽
69 혼례를 했으니 우린 내외다 24.09.15 7 1 11쪽
68 저는 몰라요 24.09.14 12 0 12쪽
67 여인의 귀처럼 생긴 꽃은 24.09.13 8 1 11쪽
66 머리에 아주까리 기름을 바르면 24.09.12 10 1 12쪽
65 임금의 욕을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봅시다 24.09.11 10 1 12쪽
64 64.화적과 의병의 차이 24.09.10 9 1 11쪽
63 개시(개똥) 누이 막심이 24.09.09 13 1 11쪽
62 짱돌만으로도 전쟁을 이길 수 있습니다 24.09.08 15 1 12쪽
61 망원경에서 보이는 것 24.09.07 11 1 13쪽
60 전쟁은 그런 것이다 24.09.06 15 1 12쪽
59 백정과 오랑캐 24.09.05 13 1 13쪽
58 #58.소금을 배에 옮겨라! 24.09.04 13 1 12쪽
57 王八! 24.09.03 14 0 12쪽
56 내 정체가 궁금하다 했습니까 24.09.02 17 1 12쪽
55 백년 된 잉어는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다 24.09.01 15 1 12쪽
54 아홉 개의 돛을 가진 배가 필요 합니다 24.08.31 13 1 11쪽
53 무명(無名)이라 합니다. 더 이상 묻지 마세요 +1 24.08.30 19 1 12쪽
52 거리와 방향만 맞으면 됩니다 24.08.29 15 1 11쪽
51 내가 죽어야 한다면 죽겠다 24.08.28 14 1 12쪽
50 백호은침(白毫银针)이라는 백차(白茶)입니다 24.08.27 16 1 11쪽
49 구천 구백 구십 구 칸 24.08.26 17 1 11쪽
48 황주(荒酒)로 데워 만든 온주(溫酒)입니다 24.08.25 16 1 11쪽
47 한계란의 언니를 아십니까 24.08.24 15 0 12쪽
46 가을 햇살에 눈이 감긴다 24.08.23 14 0 11쪽
45 세상의 반이 사라진다는 것 24.08.22 12 0 11쪽
44 황금 열 냥으로 할 수 있는 일 24.08.21 18 0 12쪽
43 백성들아 알고 있나 막란의 처라는 걸 24.08.20 1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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