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SET : 인류 영속에 대한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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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나무
작품등록일 :
2024.07.24 16:35
최근연재일 :
2024.09.1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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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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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사랑하는 국민여러분!

DUMMY

“대통령님 20분 남았습니다.”


비서실장이 담화문이 적힌 A4 용지를 건네며 말했다.


“음. 하아~”


대통령의 한숨이 무거웠다.


“기자들도 모두 와 있습니다.”


“내일의 안개 작전은 어떻게 잘 되고 있습니까?”


대통령이 과학기술처 장관을 돌아보며 물었다.


“어제부터 비행기를 통하여 진행되고 있습니다. 직전까지 계속 될 겁니다.”


대통령이 담화문을 점검하고 있는 동안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었다.


“십 분 전입니다. 이제 나가보셔야 될 것 같습니다.”


“갑시다!”


대통령은 물 한 컵을 벌컥벌컥 마시고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브리핑 룸에는 이미 취재 준비를 마친 기자들이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가 대통령이 들어서자 모두 일어서며 목례를 했다.


연단에 대통령이 서자 기자들이 손을 풀며 기다렸고 국내 모든 방송사들의 카메라가 돌아가기 시작했으나 담화는 바로 시작되지 않았다.

대통령이 물 잔을 들고 마시지도 않은 채 천장만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통령님!”


국무총리가 대통령에게 다가 와 낮게 부르자 대통령은 그제야 알았다는 듯이 손을 들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담화문이 시작되자 기자들은 뜻밖의 단어를 선택한 대통령을 잠시 의아하게 봤다가 바로 취재를 계속했다.


“편안하게 휴일을 보내고 계신 이때에 이런 사실을 전하게 되어 대통령으로서 죄송하다고 먼저 말씀드립니다.”


대통령은 물 한잔을 단숨에 들이 키고 카메라를 잠시 응시하면서 말을 이었다.


“지금 우리나라는 아니 우리 인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언제 발표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모두 ‘푸른 빛’이란 애칭으로 불리는 ‘닥터캐롤혜성’을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뜬금없이 세간에 화제가 혜성 이야기로 시작된 담화에 기자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 태양계에서 항주하고 있는 혜성의 진행 방향과 지구의 공전 궤도가 정확히 일치한다는 사실이 일년 전 확인되었습니다. 전 세계의 과학자들이 무수히 많은 계산을 반복하였으나 안타깝게도 그 사실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대통령의 담화가 계속 이어지지 못한 것은 기자들이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소요가 쉽게 사그러들지 못한 채 계속 되자 국무총리가 소리를 질렀다.


“기자 여러분!”


국무총리는 기자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하자 다시 큰 소리로 말했다.


“모두 자리에 앉으십시오! 지금 전 국민들에게도 이 상황이 생중계 되고 있습니다. 모두 냉철하게 사실을 파악하고 기사를 작성하시길 바랍니다.”


기자들이 하나둘 진정하고 자리에 앉기 시작했다.


“계속하십시오.”


국무총리가 기자들을 둘러보며 다시 한번 눈 짓으로 경고를 주었다.


“혜성의 크기는 제주도의 세배가 넘는 직경 230km 정도로 파악되며 지구와의 충돌 시기는 앞으로 한 달 후로 계산되고 있습니다. 혜성의 많은 부분이 얼음으로 구성되어 태양과 가까워지면서 차츰 그 크기가 줄어들고 있다고 하지만 얼마나 큰 암석 부분이 존재하는지는 현재 전혀 파악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고 말씀드립니다. 이 혜성은 지구의 생물들에게 파멸에 가까운 영향을 줄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기자들이 다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어지간한 지식 만으로도 그것이 뜻하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몇몇은 머리를 감싸 쥐고 엎드려 있었고 울음을 터트리는 기자들도 상당수 있었다.

그러나 대통령은 이번에는 담화문을 멈추지 않았다.


“그래서 정부는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총 동원하여 전국 곳곳에 대피 시설을 구축하여 왔으며 약 석 달 전 시설이 완공되었습니다. 그러나 이곳에서 수용할 수 있는 숫자는 인구의 0.1%에 불과합니다. 여기에 수용된 사람들은 앞으로 대한민국과 인류의 미래를 책임지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나 생존한 지상의 사람들이 있을 경우 구조 작업도 병행하게 될 것입니다.”


“그 곳에는 누가 들어가게 되는 겁니까?”


“대피소는 어디에 있습니까?”


“규모는 어떻습니까?”


기자석에서 질문이 쏟아졌으나 대통령은 이에 답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지금 담화문 발표 이후 벌어지게 될 수 있는 소요 사태를 방지하고 안정적인 사회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현 시간 부로 국가비상계엄령을 선포합니다. 모든 시위와 집회가 금지되며 오후 일곱 시부터 다음 날 오전 일곱 시까지 통행금지가 실시됩니다. 만약 이를 어길시 강력한 공권력을 행사하게 될 것임을 말씀드립니다. 전국의 모든 소비재를 판매, 관리하는 곳은 군, 경과 정부조직의 관리 하에 들어가게 되며 이 조치는 이미 시행되었습니다. 국민 여러분들에게는 식료품을 교환 할 수 있는 쿠폰이 개인 휴대전화로 발송될 예정이니 참고하시기 바라며 이 조치들은 발생 할 수 있는 폭력화와 식량이 특정 집단에게 집중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며 향후 충돌 이후 생존한 어떤 이들을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참담한 표정의 대통령은 다시 한 번 물 컵을 들어 물을 마신 후 말을 이었다.


“사랑하는 국민여러분. 이러한 조치들이 억압이나 강압으로 생각 될 수 있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신이 존재하여 우리들에게 기적을 준다면 그때 이 후 분열을 방지하고 인간성을 유지하는데 있어 불가피한 선택임을 알아주시길 바랍니다. 미숙하고 모자란 저를 국가원수로 뽑아주신 국민여러분께 죄송할 따름이며 부디 살아남은 세상에서 다시 뵙길 간곡히 기원 드립니다.”


기다린 날에 비해 담화문은 길지 않았다.

그러나 그 충격은 엄청난 것이었다.


대통령은 머리 숙여 인사를 하고 내려갔고 사방에서 질문이 쏟아졌다.


“대통령께서는 대피소로 언제 가게 되십니까?”


어느 기자의 질문에 대통령이 돌아서며 강건한 말투로 답했다.


“저는 이 배의 선장입니다. 저는 국민여러분과 끝까지 함께 할 것입니다.”


짧게 답한 대통령은 바로 브리핑룸을 빠져나갔다.




“과학기술처 장관 한태민입니다. 지금부터 질문을 받겠습니다.”


대통령이 나간 자리를 과학기술처 장관이 와서 채웠다.


“혜성의 크기가 230km라고 했는데 얼마나 위협적입니까?”


기자들은 자신이 속한 언론사나 자기소개를 하지 않은 채 마구 질문을 던졌다.

질문이 사방에서 날아들자 국무총리가 직접 마이크를 손을 들고 있는 기자에게 건네는 것으로 진행하자 차츰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뭐라 단언 할 수는 없습니다만 과거 6,600만 년 전 공룡의 대멸종을 부른 소행성의 크기가 10km가 채 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상상조차 하기가 어렵다는게 전부입니다.”


“많은 부분이 얼음으로 되어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일까요?”


“예, 그렇습니다. 혜성은 지금 이 순간에도 태양의 영향으로 크기가 줄어들고는 있습니다.”


장관의 말에 모든 이들의 눈이 희망으로 잠시 빛났다.


“그렇다면 충돌 이전에 소멸 될 가능성도 있을까요?”


장관이 대답을 머뭇거리자 브리핑룸에는 잠시 정적이 흘렀다.


“우리 모두 기도해 봅시다. 이 세상 모든 종교의 신에게...”


‘기도’정말 그 방법 밖에는 없는 걸까?


“충돌을 막거나 최소화 할 방법은 있습니까?”


“앞으로 일주일 후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에서 혜성의 궤도 방향으로 100대 이상의 로켓이 발사 될 것이며 로켓에는 장착할 수 있는 최대 크기의 핵탄두가 실리게 될 것입니다. 거의 동시에 혜성을 직접 타격하여 파괴 또는 진로를 바꾸는 작전입니다. 과학자들은 거기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기자들은 몇 년 전 소행성에 비행체를 충돌시켜 궤도를 변경한 실험이 성공적이었다는 기사를 송출한 기억이 났다.

그러나 당시에는 지름 140m에 불과했고 지금의 혜성은 사이즈가 달랐다.


“예상되는 성공률은 얼마나 됩니까?”


“계획대로 타격 될 경우 다행히도 20%를 상회 하는 것으로 계산됩니다.”


장관은 무덤덤하게 20%라는 답을 던졌다.

20%라는 답변이 돌아오자 그나마 다행이라는 표정을 짓는 사람들과 오히려 두 배는 더 낙담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거의 5/5로 나뉘었다.


“대피소에는 어떤 사람들이 가게 되며 언제부터 대피가 진행되는 겁니까?”


“지금 대피소에는 모두 대피가 완료 된 상태입니다.”


답변하는 장관의 얼굴에는 잠시 난감한 표정이 스쳐 지나갔고 기자들의 표정도 일시에 굳어졌다.

아주 낮은 확률의 생존 가능성이 사라진 것이다.


“한민일보의 조승천 기자입니다.”


처음으로 자기소개를 한 기자가 마이크가 자기에게 전달되자 질문을 했다.


“대피소의 인원은 어떻게 정해졌고 온 국민이 납득이 가능한지 왜 이런 중대한 사안이 국민들이 전혀 모르게 진행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추가 대피 인원은 없는지 질문 드립니다.”


장관이 고뇌에 찬 표정으로 지으며 힘겹게 말을 꺼냈다.


“정부도 이 사안에 대해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결론은 그들은 이후 인류의 지속성과 재번영에 절대 필요한 사람들로 구성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부에서 공정한 추첨으로 선정을 주장한 학자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건은 절대적으로 객관적 관점에서 대피소 내에서도 생존을 영위할 수 있는 ‘반드시 필요’란 명제 아래 선정되었음을 말씀드립니다.”


장관이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


“저 같은 정치인이나 여러분 같은 기자들이 그 안에서 뭘 할 수 있겠습니까?”


그 말에 일부 기자들이 지금 상황에는 적절하지는 않았지만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철저히 비밀리에 진행 된 것 또한 명단 발표 후 발생할 사회적 혼란으로 대피소의 대피 과정에 생길 수 있는 심각한 사고를 미연에 제거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꼭 그 방법밖에 없었습니까? 미리 공개하였다면 국민들도 이해하지 않았을까요?”


장관이 질문하는 기자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랬다면 과연 영화처럼 깔끔하게 진행되었을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장관의 굳건한 신념이 가득 찬 답변에 기자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장관은 다음 한 마디로 모든 것의 기대를 없애버렸다


“추가 대피 인원은 없습니다.”


KBC 방송의 이익준이라고 자신을 밝힌 기자가 질문을 했다.


“대피소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모두 알고 있습니까?”


“일부는 이미 알고 있으며 나머지 사람들은 여러분들처럼 지금 알게 되었을 겁니다.”


계속 질문과 대답이 오갔으며 취재를 포기하고 돌아서는 기자들도 상당수 되었다.

오직 집으로 가서 가족들과 함께 해야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들은 고래고래 소리 지를 데스크가 더 이상 무섭지 않았다.

그러나 대다수의 기자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자신들의 소임을 다하고 있었다.




생중계되고 있는 방송을 보고 있던 세상은 절망과 비명으로 가득 차고 있었다.

그리고 이 비명들은 모두가 예상했던 또 다른 혼란을 품고 키워 나기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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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지상으로 가는 열쇠 24.09.03 14 0 12쪽
29 그들? 24.09.02 13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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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붉은 색 인식 카드 1 24.08.28 1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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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지상에서의 일은 지상에 묻어 둔다. 1 24.08.21 17 0 9쪽
20 선민 2 24.08.20 15 0 15쪽
19 선민 1 24.08.19 16 0 11쪽
18 PICKER 24.08.16 1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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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AFTER RESET 24.08.11 24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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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그 날이 오다. 1 24.08.09 24 1 11쪽
11 누구나 악마가 되어간다. 2 24.08.07 22 1 14쪽
10 누구나 악마가 되어간다. 1 24.08.06 24 1 11쪽
9 정의의 사도 24.08.05 23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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